[Dining Story] 대구 커피 묵어 봤으예?, 커피하면 우리 대구아이가!

2024.09.15 08:51:12

✽본 지면은 한국음식평론가협회와 함께합니다.

 

한국커피의 역사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며, 1896년 고종황제의 아과파천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 공사관에서 1년 남짓한 생활을 하면서 고종황제는 서양 차인 커피를 맛보게 됐다. 이 당시에 소개된 커피는 각설탕 속에 커피가루를 넣은 것으로, 그대로 뜨거운 물에 넣고 저어 마시는 우리가 아는 일종의 인스턴트 커피로 보여진다. 고종황제는 궁으로 들어온 후 덕수궁 내에 ‘정관헌’이라는 양관을 짓게 해 주변 산보와 다과, 커피를 즐겼다고 한다.


대구는 신라 시대부터 중요한 도시로 성장해 왔으며, 특히 조선시대에는 경상도의 행정 중심지였다. 이곳에는 다양한 역사적 유적지와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으며, 대표적인 유적지로 대구읍성과 경상감영공원이 있다. 전통적인 한옥과 현대적인 건축물이 공존하는 곳으로, 이러한 조화가 도시의 독특한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또 대구는 대한민국에서 커피 문화가 발달한 중요한 도시 중 하나다.

 

문화의 중심, 대구의 ‘다방’


대구의 커피 역사는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일본 통치에 아픔이 있었던 시절, 일본인들에 의해 대구에도 처음으로 커피가 소개됐다. 해방 직후 향촌동 골목에 다방 백마, 호수, 백록, 그리고 음악감상실 녹향, 르네상스 등이 생겼으며, 이중섭이 담배 은종이에 그림을 그렸던 곳이 ‘백록 다방’이다. 시인 구상준의 시집 <초토의 시> 발표회가 있었던 곳이 꽃자리 다방이며, 가수 현인의 빅히트 곡인 ‘굳세어라 금순아’를 작곡한 곳이 대구 중구 화전동 남선 악기점 2층 ‘오리엔탈 다방’이라 한다. 1950년 6.25 전쟁으로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대구에 모여 문학의 꽃을 피운 곳이 바로 대구며, 그 중심에 다방이 있다. 대구의 커피 문화는 서서히 대중화되며,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닌 사회적, 문화적 모임으로 토론하고 교류하는 장소로 널리 이용됐다. 

 

공감대의 커피로 소통하는 대구 커피 시장


1999년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가 국내 진출을 한 이후 대기업들의 수많은 카페 브랜드가 론칭됐다. 대구에서도 이를 기반으로 지역 토종 커피 전문점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하며, 다빈치, 슬립레스 인 씨애틀, 커피명가, 핸즈커피, 기타 대구 지역 내에서만 170여 개의 매장을 지역 토종 브랜드로 운영됐다. 이 시기는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가 대중화되던 시기였고, 전국뿐만 아니라 대구에서도 다양한 커피 음료가 인기를 끌었다. 대기업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비해 뒤지지 않는 커피 맛과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이 여느 프랜차이즈 못지않거니와 대구 중심 상권에서도 해외브랜드 사이에서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소규모 커피점문점 프랜차이즈 ‘카페 봄봄’은 2019년 이승은 대표이사 취임 이후 2022년 대구 동성로에 봄봄 빌딩 사옥을 이전해 2023년 가맹 500호 개점의 실적을 이뤄내기도 했다.


대구의 대표적인 커피 명소는 대구의 중심 상업지구로, 다양한 콘셉트의 카페들이 모여 있는 동성로 카페거리와 예술적 분위기와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찾는 수성못, 대구의 역사적인 배경을 느끼며 마실 수 있는 근대 골목, 그리고 김광석 거리가 있다. 또, 매년 열리는 대규모 대구 커피 & 카페 박람회가 개최되며 다양한 커피 관련 제품과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현재 대구의 커피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제 3의 물결(Third-Wave Coffee)인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고 있다. 커피를 단순한 음료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처럼 커피의 원산지, 생산 과정, 로스팅 방법, 추출 방식에 따른 소비자 기호에 맞는 추천 등 공감대의 커피를 소통하고 있다. 이는 대구 커피 시장의 진화 과정을 반영하며, 소비자들은 커피의 품질과 맛을 구별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대규모 체인점 대신, 소규모 로스터리와 개성 있는 카페들이 증가해 대구 커피 시장의 다양성이 확대됐다. 

 

 

대구의 자랑, 커피명가


고급스럽고 독특한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대구의 대표적인 제 3의 물결 커피숍으로는 ‘커피명가’가 있다. 안명규 대표는 오래된 커피 연구와 산지 경험을 토대로 대구에서 시작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성장시키며,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인지도가 높다. 고품질의 커피를 제공하며 다양한 추출 방법을 제공해 커피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안명규 대표와 커피명가는 대구의 커피 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대구를 커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커피명가는 특히 과테말라, 에살바도르, 케냐,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커피 생산국의 농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세계 곳곳의 좋은 생두를 들여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과테말라 COE(Cup of Excellence)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엘 인헤르또 농장과 독점 계약을 맺었다. 

 

 

과테말라 엘 인헤르또 농장은 커피를 하는 바리스타나 로스터들에게 성지로 불려오며, 좋은 품질을 다양하고 지속성있게 잘 만들어내는 곳으로, 세계 1등 커피농장으로 평가돼 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가고 싶어 하는 커피 산지다. 안명규 대표는 2010년 이미 파트너십을 맺고 농장과 직거래를 하고 있기에, 머나먼 과테말라에서 지금까지 좋은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또, 커피명가 본에서는 전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브라질에서 실 사용된 대형 커피 선별기를 기증받았다. 브라질에서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대형 선별기는 전 세계에서 단 2대만 있으며, 브라질에서도 박물관에 가려고 했던 선별기를 안명규 대표의 커피에 대한 진심이 통했는지 흔쾌히 내줬다.

 

 


이렇게 커피에 진심인 안명규 대표는 커피 1세대 장인으로서 대구의 자랑이다. 그가 생각하는 인생 커피는 정답을 내기는 어렵지만, 가끔 심장에 탁 박히는 느낌, 너무 아까워 마시는 것도 아쉬운, 또 향이 도망갈까봐 입에 계속 머금고 싶어 놓치기 싫은, 다가가면 도망가고 지칠 때쯤 찾아와 향으로 유혹하는 그런 것이 “그래, 이게 커피 맛이지.”라는 커피. 그런 반복 속에 때론 쓰고 때론 달콤한 커피야말로 인생의 맛이 아닐까 한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몇 안 되는 공평한 기회를 누구나가 제공받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커피라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며 위안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지금도 한잔의 커피를 진심으로 내린다. 이것이 바로 안명규 대표의 커피며 대구의 커피다.

 

커피로 인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단순 음료가 아닌 진짜 인생 커피를 찾아서 대구를 한 번 방문하면 커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대구에서 커피 한잔 어떠실까요? 이번 주말에는 커피 한 잔하러 대구로 놀러 오이소!

 

사진 제공_ 커피명가 안명규 대표

 

참고문헌
「옛가요·옛가수의 산실 대구경북」 관련항목 보기(『영남일보』, 2013. 11. 15.)
포항MBC 대한민국 커피문화 개척자! 커피명가 안명규 대표, 톡톡 동해인(2023. 06. 10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