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워커(Gig-worker, 초단기 근로자)’의 시대가 열렸다. 세금 신고 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국내 긱워커 규모가 약 1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했다.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이는 대한민국 전체 경제활동인구 3명 중 1명이 긱워커란 의미로, 국내 긱이코노미(Gig-economy) 시장은 매년 고용 건수 기준 3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호텔업계는 긱워커를 ‘긱워커’라 부르지 않는 시절부터 초단기 근로자 천지였다. 각종 이벤트, 연회, 웨딩, 세미나 등이 수없이 열리는 호텔에서, 특히 F&B 파트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80~90%가 일일·단기로 계약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 형태였다. 최근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긱이코노미가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어, 인력난 해결이라는 업계 숙원에 해결책으로 떠오를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사회가 정의한 노동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하는 긱워커와, 이들의 노동 기반이 되는 디지털 인력사무소 플랫폼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이번 기획에서는 호텔업계의 긱워커들이 직접 말하는 노동 경험을 들어보고자 한다. 또한 업계의 긱워커 활용 실태를 알아보고, 장기적으로 우려되는 지점과 여기에 대한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기로 한다.
린(Lean) 플랫폼
1000만 긱워커의 디지털 인력사무소
긱워커는 어느 한 곳에 소속되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에서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긱워커의 업무 수행 과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수요자와 직접 연결돼 단기 업무 또는 프로젝트를 수령하고, △근로 시간 및 근로 여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업무를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으로 수행한다. 또한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운영하는 플랫폼 업체를 통해 대금(보수)을 지급 받는다.
비상시적이고 비정기적인 노동력을 일정 기간만 거래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계약직/단기 근로자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노동력의 중개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뤄진다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긱워커는 프리랜서와도 다른 개념이다. 미국의 카피라이트 알렉산더 루이스(Alexander Lewis)는 “긱워커가 유연한 피고용자에 가깝다면 프리랜서는 1인 사업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크루트의 공식블로그에서는 그의 말을 인용하며 “긱워커는 이미 정해져 있는 급여, 업무에 대한 시간제(단기, 임시) 일자리를 제공받고 이것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기업이 제시한 일자리에 즉시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것이 프리랜서와의 차이점”이라고 명시했다.
긱워커에게 가장 중요한 노동 조건은 자신이 필요할 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의 ‘인력사무소’ 역할을 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플랫폼은 ‘평평하다’는 뜻의 Plat과 ‘형태’를 의미하는 Form이 합쳐진 중세 프랑스어 ‘Plate-forme’에서 유래했다. 과거 프랑스에서 적진 형태에 따라 대포를 자유롭게 배치하도록 요새 위에 깔아둔 평평한 판을 지칭하는 것으로, 오늘날 서로 다른 이용자 그룹을 연결해 상품이나 서비스, 정보를 교환하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돕는 매개체다. 일상생활에서 매일 이뤄지는 검색, 쇼핑, 소셜 네트워킹 등 대부분의 활동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배달의 민족, 카카오톡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수행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경제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편 기업이 수익을 얻는 방식에 근거해 플랫폼 유형은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저자 닉 서르닉은 노동이나 서비스를 중개하는 형태의 플랫폼 유형을 ‘린(Lean) 플랫폼’이라 한다. 테스크래빗, 배달의민족, 알바몬, 카카오택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린 플랫폼을 통해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거나 일회성 업무를 맡는 등 초단기 노동력을 제공하는 1인 계약 근로자가 오늘날의 긱워커다. 긱이코노미는 차량공유서비스 운전, 숙박 등에서 시작해 배달, 청소 등 단순노동 서비스로 업무 분야가 확장돼, 최근에는 디자이너, 개발자, 변호사, 컨설턴트 등 전문 인력이 참여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BCG(보스턴컨설팅그룹)가 발간한 경제 보고서 <Future of Finance 2022–금융의 미래 2022>에 의하면, 국내에서 긱워커는 전체 취업자 2600만 명 중, ‘초단기 근로자를 둔 1 인 사장님(약 400만 명)’을 의미하며, 약 556만 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잠재 긱워커로 정의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긱워커 수는 1000만 명 정도로 추산됐다.
정 안 되면 쿠O이나…
긱워커를 둘러싼 편견
BCG의 보고서에 따르면 긱워커를 둘러싼 가장 큰 편견은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긱을 ‘돈이 필요할 때 잠시 하는 일’, ‘나이 어린 사람이 용돈이 부족할 때 가끔 하는 일’로 여기며 엄연한 소득 활동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러나 조사에 참여한 국내 긱워커 중 88%가 향후에도 긱워커로 일하기를 희망했으며, 이는 세계 평균인 70%보다 18%p. 높은 수치다. 이들 중 60%는 정규직 직업을 갖게 돼도 긱잡을 꾸준히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BCG는 전했다.
조사를 토대로 알 수 있는 것은 긱워커가 국내 노동시장에서 보다 장기적인 근로 계획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긱워커 미종사자 10명 중 3명은 향후 긱워커를 주업 또는 부업으로 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바, 긱이코노미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CG는 2022년 기준, 오프라인 긱시장의 채용 건수가 향후 5년간 매년 연평균 약 35%씩 증가해, 2026년까지 약 5.5억 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오프라인 긱시장은 크게 개인 서비스, 물류센터, 도소매, F&B, 건설노동, 배송·배달, 디지털 초단기 등 7가지 업종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배송·배달 영역이 오프라인 긱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면 향후 몇 년 간 도소매업과 식음료업이 긱이코노미의 성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BCG는 예측했다.
긱이코노미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유연한 노동을 원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2023년 5월 기업주문형 긱워커플랫폼 뉴워커에서 진행한 ‘국내 기업의 긱워커 모집 활용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에 참여한 국내 기업 301곳 중 31.6%가 긱워커를 “모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긱워커의 필요 요인에 대해서는 ‘단순 업무를 처리해줄 사람이 많이 필요해졌다.”는 답변이 53.6%로 가장 높았으며, “원래부터 사람이 수시로 필요한 업무라서(37.7%)”, “고정적으로 급여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이 적어서(26.1%)”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편 긱워커를 모집해 무엇이 만족스러웠는지에 대한 문항에 대해 “근무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는 응답이 49.4%로 가장 많았다. 인크루트는 성실하고 숙련도가 높은 사람 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사람을 가려내 프로젝트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긱워커 활용의 가장 큰 장점으로 분석했다.
긱워커 호황이라더니…
호텔업계도 피할 수 없는 ‘일자리 미스매치(Miss Match)’
긱이코노미의 성장에 원티드, 알바몬, 사람인 등 기성 채용 플랫폼들이 발 빠르게 대처했다. 원티드는 2020년 프리랜서 채용 플랫폼인 ‘원티드긱스’를 별도로 론칭했고, 알바몬은 2021년 재능거래 앱 ‘긱몬’을 출시했다. 사람인 또한 2022년 ‘사람인 긱’의 론칭 소식을 알렸다. 긱워커의 노동 중개를 위한 린 플랫폼은 앞으로 더욱 다양화되고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업계에는 일일·단기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호텔아이피’, ‘트리플에이전시’, ‘호텔리어’, ‘에이플러스’ 등의 아웃소싱 업체가 긱이코노미의 특성을 가진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뉴워커’는 인크루트가 2021년 론칭한 기업주문형 긱워커 플랫폼으로, 지난해 9월부터 ‘호텔·컨벤션’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서울 소재 4성급 호텔 리베라와 엘리에나 호텔 등과 협약을 맺고 호텔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의 단기 일자리를 긱워커들과 연결해 주고 있다.
호스피탈리티 전문 채용 플랫폼 호텔인네트워크에서는 ‘헬퍼랜서’ 채널을 일반채용과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헬퍼랜서란 시니어, 퇴직자, ‘경단녀’ 등의 전직 호텔리어들이 호텔 및 관련 서비스 기업 대상으로 파트타임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직 파트타이머를 의미한다.
하지만 긱이코노미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호텔업계는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인모바일HR매니저 대표/노무법인 유앤 김정훈 파트너 노무사(이하 김 대표)는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 인구 자체가 많이 감소했다. 또한 학교를 다니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긱잡을 구하는 경우는 있지만 본업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구인이 어려운 근본적 원인에 대해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새로 오픈한 호텔들이 늘어나고 새로운 인력의 수혈을 필요로 하는 한편, 노동시장에 진입한 2030 청년층이 기대하는 여러 근로 조건이나 임금 수준을 호텔업계가 만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충돌하고 있다.”며 업계가 겪는 인력난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호텔인네트워크의 이정한 대표(이하 이 대표)는 세상이 바뀌었는데 달라진 세상에 호텔업계가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 플라자 호텔 상무를 역임, 28여 년 경력의 호텔리어 출신인 그는 12월 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호텔 & 레스토랑 산업전>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가해 호텔업계의 채용 트렌드 변화와 앞으로의 채용 전략에 대한 세션 발표를 진행했다. “호텔업계가 매출 다음으로 고민하는 것이 인력 운영에 대한 것”이라며 운을 뗀 이 대표는 “지금껏 해오던 방식과 시스템으로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며 인력난의 원인이 업계 내부에도 있음을 밝혔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노동 인구 수 감소와 같은 불가피한 문제는 일단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업계 자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업계 관계자들은 거시적으로 세 가지 측면에서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 첫 번째는 시니어, 국내 거주 외국인 등으로 고용 대상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지난 2022년 시니어 인력 채용으로 새로운 고용 창출 모델을 구축하는 데 나섰으며, 지난 2023년 11월 서울 중장년내일센터에서는 ‘호텔업 구인구직 만남의 날’을 개최해 호텔 직종 취업·재취업을 원하는 40~60대 중장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현장 면접을 진행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고용에 있어서도 조건이 대폭 완화되고 있다. 2023년부터 호텔업계에서의 ‘전문직 취업(E-7)’의 채용은 2명에서 5명까지로 확대됐으며, ‘방문취업 동포(H-2)’의 고용이 4, 5성급까지 확장됐다. ‘외국인 유학생(D-2)’의 시간제 취업도 허가 시간이 연장됐으며, 정부는 올해부터 호텔·콘도업계에 ‘비전문 취업비자(E-9)’ 고용을 확대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중이다.
두 번째로는 기업문화에 혁신을 꾀하는 것이다. 작년 11월 30일 소프트 오픈을 통해 대중 소비자들을 만난 모히건 인스파이어의 첸 시 사장은 “인스파이어의 비전은 환대, 상호존중, 협력, 관계 형성을 기초로 한다. 이러한 기업문화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인재에게 인스파이어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또한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인재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기업으로 먼저 다가설 것”이라 밝히며 새로운 노동 환경의 조성을 기대케 했다.
세 번째로는 업무 체계와 인력 활용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업계 전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과 긱이코노미가 결합한 시대에 호텔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채용 트렌드 변화에 대해 말하면서 세 가지를 강조했다. △각 업무마다 정확한 매뉴얼 및 가이드를 마련할 것. 명확한 업무 방침이 먼저 존재해야 언제 누가 오더라도 균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업계에 마련되고 있는 서비스와 솔루션, 플랫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아날로그적 관리 체계로부터 벗어나 디지털 전환을 이뤄야 한다. △호텔도 적극적으로 인재 채용에 나설 것. 원하는 인재가 있다면 인재를 스스로 찾아내고 역량에 맞는 포지션에 알맞게 배치해야 한다.
긱워커 노무관리 솔루션, 긱워커-클리닝 수요 매칭 플랫폼…
호텔이 긱워커와 공존하는 법
인모바일 HR 매니저(이하 인모바일)의 김 대표는 “호텔에서는 같은 긱워커라 해도 호텔 업무에 숙련된 인력을 선호하는데 반해, 긱워커는 특정 호텔에서 전속적으로 활동하기 보다 돈이 필요할 때 여러 호텔에서 번갈아 가며 일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호텔 입장에서 긱워커의 업무 능력이나 근무 이력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없다.”며 호텔이 긱워커를 활용 시 어려워하는 지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정규직은 근무 일지나 이력 확인이 서류상으로 가능한데, 긱워커의 경우 이런 정보를 조회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호텔에서 긱워커들의 데이터를 전산화하고 누적 및 관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인모바일은 긱워커 노무관리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호텔에 제공한다. △모바일 근로계약서 작성부터 △근태관리, △급여계산 △임금명세서 발송, △4대 보험관리, △일용근로소득 신고 등 모든 업무를 한 번에 끝낼 수 있으며, 모든 업무의 단계에서 노동관계법 위반 등의 법적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포시즌스 호텔, 조선호텔앤리조트, 파크하얏트 등 국내 특급호텔이 인모바일 노무관리 솔루션을 활용해 긱워커를 고용하고 있다.
한편 호텔인네트워크의 이 대표는 긱워커나 외국인, 시니어 경력자 누구나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체계가 갖춰지기 위해서는 “모듈, 셀 단위로의 노동비용 책정 기준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에 하우스키퍼 플랫폼 ‘키퍼(Keeper)’를 론칭한 호텔 테크 스타트업 ‘열한시’는 하우스키핑에서 발생하던 기존의 고정비용을 객실 유닛 단가로 환산해 노동값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플랫폼에 기반한 하우스키퍼는 모바일 앱을 통해 객실청소 업무 수행 및 분실물/특이사항 보고 등으로 근무를 수행한다. 또한 호텔은 관제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하우스키핑 현황 파악, △객실수요에 따른 유연한 인력 관리, △청소 품질평가 시스템을 실현화할 수 있다. 아직은 생소한 형태이지만, 업계 내 오랜 경력을 지닌 관계자들이 제언하는 내용과 방향성이 같다.
실제 키퍼를 이용하는 긱워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3년 경력의 하우스키퍼 임지호(가명)님은 긱워커로 하우스키핑을 하며 “스케줄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어 전보다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근무 시간에 비해 보수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말하며 긱워커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한편 그는 “어플을 사용함으로써 정비 시 놓치는 부분이 없고 보다 디테일하게 룸을 체크하게 된다.”며 기존의 업무 방식과의 차이점에 대해 말했다.
작년 8월부터 하우스키핑 업무를 시작한 ‘신입’ 키퍼 주하경(가명)님은 현재 육아를 하는 주부다. “아이들 등원 시간인 8~9시부터 하원 시간인 4~5시 사이에 파트타임으로 맞는 일자리를 찾기가 정말 어려운데 긱워커로 활동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일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은 그는 “업체에서 제공하는 매뉴얼 영상을 보며 업무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일을 시작하면 1:1로 온라인 튜터링을 해줘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충분히 배우고 일을 하니 프리랜서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 긱워커로 일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이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하우스키핑을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하우스키퍼를 전문직군이 아니라 “험한 일”을 한다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인터뷰이 중 한 명은 말했다. “적극적으로 주변에 추천했지만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는 “긱워커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바뀐다면 훨씬 좋은 일자리가 될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쇄신을 위한 투자, 안전에 대한 보장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
문제에 대한 원인은 모두 알고 있다. 많은 인력을 정규 고용하면 업무량과 상관없이 고정비용이 발생하니 긱워커를 활용하는 것이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호텔의 ‘단순노무’ 직종은 노동 강도에 비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편견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어 업무 환경 개선이 소극적이다. 말 그대로, 누구라도 갖다 쓰면 되니까. 사람들이 떠나갈 수밖에 없다. 단순노무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내버려 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업계 곳곳에서는 이미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차도가 없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답이다. 하지만 호텔들은 인력에 돈을 안 쓰려고 한다. 외양간을 고치는데 어떻게 돈이 안 들 수 있나.”라며 업계의 현실을 비판했다. 그리고 외양간을 고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에게 연대하고 함께 소매 걷어부치고 나서는 것이야 말로 올해 호텔업계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긱이코노미 시장 또한 마냥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2021년 3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디지털 플래폼노동 실태와 특징 II>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는 대부분 35세 미만이거나 기술교육 훈련은 거의 없고, 성별 분리 현상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을 수행하는 과정이나 완료 이후, 회사나 고객으로부터 ‘성과평가’를 받는데, 이 결과로 △일감의 양 감소(전국 52%, 서울 49.3%), △자격 일시 정지(전국 19.1%, 서울 16.7%), △자격 박탈 (전국 11.6%, 서울 10.4%), △건당 수당 감소(전국 10.6%, 서울 4.7%) 등의 경험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타났다.
서비스 가격의 결정권이 노동자 본인이 아닌 ‘플랫폼’이나 ‘소속회사’, ‘고객’에게 있는 것, 업무 배정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것 또한 플랫폼 노동이 지닌 그림자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원하는 서비스 대가와 원하는 업무를 배정받는 데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정규직이 제공받는 4대보험이나 복리후생 비용 등의 사회적 안전망 부재는 플랫폼 노동을 하는 긱워커들의 고용 안정성을 해칠 위험으로 작용한다. 개인의 노동 자율성과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서 균형있는 정책이 이뤄져야 긱이코노미 시장이 올바르게 정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호텔업계가 긱워커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 단위의 방안을 정부는 모색해야 할 것이다. 비단 긱워커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더 나은 일의 미래”와 “사회적 보호”를 위한 정책과 노동기본권을 호텔업계에서도 논의해 나가기를 바란다.
“호텔업계의 건강한 긱워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인력난 과제 해결에 기여하고파”
열한시 이동희 대표
서비스 오픈 후 1년여 시간이 흘렀다.
어떤 방향으로 플랫폼을 발전시키고 있는가?
오픈 초기 원활한 인력 공급과 하우스 키핑 서비스에 집중을 했다면, 지금부터는 하우스키핑을 통해 구축된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룸컨디션을 제일 많이 관찰하고 특이사항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분들이 바로 룸메이드다. 그분들이 특이사항에 대한 보고를 지속적으로 해 주고 있다. 그런데 앱에는 하우스키핑과 검수 항목만 있다 보니 하우스키퍼가 보고한 특이사항이 검수자의 검수 이후 호텔로 원할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현재는 이 데이터들을 인보이스(전화 혹은 카톡) 형태로 전달하고 있었는데, 이 전달 과정도 디지털 전환을 거쳐 하우스키핑부터 백오피스 업무까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키퍼 론칭 후 지금까지 1년 2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누적된 청소 건수가 약 22만 8800건 정도 된다. 데이터와 이력이 그만큼 쌓여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호텔의 시설·운영 담당자에게 다이렉트로 연결이 된다면 호텔의 라이프 사이클을 늘리는 데에도 도움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보다 여러 호텔 관계자들이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올해 1/4분기 목표다.
호텔과의 협업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현재 관리하고 있는 지점은 약 30여 개다. 지난해 6월 코리아호텔쇼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하우스 키핑의 디지털 전환을 하는 기업으로 열한시라는 이름을 알렸고, 이제 조금씩 업계에 인지돼 가는 중인 것 같다. 호텔에서 다른 호텔로 좋은 평이 옮겨가며 소개되고 있는 상태다. 12월에는 이비스 앰배서더 부산 해운대와 하우스키퍼 인력 공급 업무 협약을 맺었다. 그 외에 4군데 정도 추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하우스키퍼에 대한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하우스키퍼 중 대면 교육을 원하는 이들에는 따로 시간을 내 교육을 진행한다. 영상을 통해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온라인 교육 담당자가 미션을 줘서 교육을 수행하는 방식도 진행 중이다. 일종의 튜토리얼 기능이라고 보면 된다. 하우스키핑 업무를 처음 시작하는 분께 3건을 배정하는데, 첫 번째 배정 업무를 시작할 때 담당자가 한 사이클을 다 마칠 때까지 하나씩 미션을 수행해 결과를 사진으로 전달받는다. 현재 이 과정을 기능화하려 개발 중이고 내부적으로는 MVP 모델로 그려보는 상황이다. 앱으로 만들면 다양한 지점에서 활용이 가능하리라 판단하고 있다.
호텔마다 세부적인 관리 매뉴얼이 다를 텐데,
이 부분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는 각 지점별로 객실 세팅 가이드를 제작해 보유 중이다. 가령 수건 잡는 방법도 호텔마다 다 다른데, 아까 설명했듯 미션 형태로의 온라인 교육 진행 시 하우스키퍼에게 가이드를 전달하고 “이런 형태로 접은 뒤 사진을 찍어 보내주세요.”라고 하면 하우스키퍼가 그대로 수행하고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이다.
긱워커 활용을 우려하는 업계 시선도 있는데,
인력 관리 차원에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이야기한다면?
우선은 등급제를 통해 관리를 한다. 제일 낮은 등급을 브론즈라고 하는데, 사실 이때의 이탈률이 제일 높은 편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노동 강도가 세다거나, 원하는 일의 방향성과 다르다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이 분야에 적성이 맞는 분을 찾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인력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효율성을 위해 플랫폼과 인력 관리 포지션을 구분해 뒀다. 회사에서는 플랫폼의 구축과 개발, 교육 시스템 디자인, 서비스 컨설팅 업무 등에 집중하고 있고, 하우스키퍼를 관리하고 교육하는 역할은 지역별 위탁사를 통해 이뤄진다. 위탁 운영을 하고 있지만 플랫폼에서 제작한 표준 가이드와 운영 틀 그대로 운영하기 때문에 기존 위탁 운영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설명해 달라.
키퍼에서는 현재 약 440명 정도의 하우스키퍼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그게 1만 명이 돼서 ‘하우스키퍼 구인해야 돼’라고 했을 때 열한시라는 회사가 바로 떠오를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전시에 참여했을 때도 부스를 찾아오신 분들마다 “룸메이드 구하기 너무 힘든데 어떻게 하냐”는 고민을 말씀하시면서 시작하는 게 우리와의 상담 시작이다. 호텔업계의 건강한 긱워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현재 호텔업계가 풀어나가고 있는 인력난 과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