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석의 MICE Guide] 세계관 마케팅, MICE에 활용하자!

2023.12.14 09:09:33

 

 

세계관을 구축한 드라마와 게임

 

2022년 미국에서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House of the Dragon’과 ‘Rings of Power’는 ‘왕좌의 게임’과 ‘반지의 제왕’ 팬이라면 누구나 봤을 만한 최대의 걸작이자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드라마물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 구축한 인간, 오크, 마법사, 엘프, 호빗, 드래곤 등이 등장하는 중간계(Middle-Earth)의 배경을 Rings of Power 드라마가 그대로 가져와 그 이전 시대를 다뤘다. House of the Dragon 또한 왕좌의 게임이 구축해 놓은 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웨스테로스 대륙 7개 국가의 싸움과 백귀, 드래곤의 세계관을 가져왔다. 이들 드라마들의 흥행 이유와 전작들의 성공 신화는 탄탄한 서사와 등장인물들의 인기에서 비롯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흥미롭고 다채로운 세계관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대중들이 관심 있어 할만한 판타지의 요소를 골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세계관을 가장 잘 정립하고 활용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게임산업이다. 게임에서의 ‘세계관’이란 게임의 시나리오를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말한다. 게임의 세계관은 게임 속 캐릭터부터 전반적인 스토리까지 게임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뼈대의 역할을 하므로 게임 구성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남자라면 꼭 한 번쯤은 해봤을 만한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는 우주전쟁과 오크 vs 인간 전쟁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테란, 프로토스, 저그 세 종족간의 수천 년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 우주전쟁을 스토리로 삼고 있다. 전 세계 게이머들이 인정하고 있는 게임계의 명작으로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프로게이머들이 대거 양산됐으며 이들 프로게이머들은 매해 우승컵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인기와 경기시합으로 인해 스타크래프트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인간 얼라이언스와 오크 호드의 대립을 그린 판타지 게임 시리즈 워크래프트는 풍부한 판타지 세계관,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 그래픽, 음악 등의 요소로 인해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이다. 워크래프트 또한 반지의 제왕과 같이 인간, 오크, 마법사, 엘프 등이 등장하는 유사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세계관을 활용한 마케팅


세계관을 활용한 마케팅은 기업들이 브랜드를 강화하고 소비자들과의 상호작용을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현재 매우 인기 있는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세계관을 활용한 마케팅은 기업이 세계관에 포함된 캐릭터, 스토리, 이미지 등을 활용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고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나 이미지를 활용하면  소비자들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영화 ‘마블’ 시리즈다. 마블은 다양한 캐릭터들을 하나의 세계관에 묶어서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토르, 캡틴아메리카, 헐크 등의 캐릭터를 모은 후 타노스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마블코믹스에 출연하는 다른 여러 캐릭터들을 불러 모으고 캐릭터들끼리 상호작용하며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 이후로는 멀티버스, 새로운 히어로들을 등장시키며 세계관의 변화도 꽤하고 있다. 마블은 영화뿐 아니라 TV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상품들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마블은 소비자들과의 상호작용을 개선하고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J.K. 롤링의 소설 시리즈 해리 포터(Harry Potter)는 마법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 테마파크, 도서, 의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팬들과의 상호작용을 증진시키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있어 필수템으로 자리잡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는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이야기를 포함한 세계관을 구축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영화, 테마파크, 상품 등을 통해 세계관을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하며 소비자들과의 강한 연결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관을 활용한 마케팅은 소비자들과의 상호작용을 개선하고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몰입을 높이고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으며 세계관에 부합하는 굿즈나 신사업을 통해 부가적인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빙그레와 배달의 민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빙그레는 가상세계 ‘빙그레나라’ 속 캐릭터를 둘러싼 세계관을 만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빙그레 제품들을 상징하는 의상을 입은 빙그레우스, 일 잘하고 힘 좋은 신하 비비빅 군, 투게더리고리경, 옹떼메로나 브루쟝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빙그레는 MZ세대로부터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도록 병맛스럽고 B급스러운 정체성의 캐릭터와 인스타그램, 뮤지컬 형태의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빙그레나라에서의 재미와 즐거움, 공감과 함께 빙그레는 무엇보다 빙그레의 전체 브랜드의 정체성과 각 제품들의 특성을 담아내고 소비자들과 쌍방향 소통할 수 있는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노력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제는 모두가 알 만한 배달의 민족 브랜드 캐릭터 ‘배달이’도 광고 스토리텔러로 활용될 뿐 아니라 배달의 민족 세계관 구축에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배달이는 배달계의 명문가, 독고배달 집안의 비밀 등의 흥미 있는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으며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도 운영해 소비자들이 배달이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세계관 마케팅을 활용한 장점은 브랜드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충성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는데 있다. 하지만 세계관 구축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며 기업의 창의성과 창조성을 필요로 한다. 세계관 구축은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제작을 요하며 세계관에 공감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배재하거나 이탈시킬 수 있다. 영화 마블시리즈 역시 엔드게임 이후 멀티버스와 새로운 캐릭터들을 다수 등장시켰지만 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스토리 매력과 다소 억지스러운 연결로 인해 마블 팬들은 조금씩 마블을 떠나고 있다.  

 

세계관을 활용해 사업을 전개하는 MICE산업 


MICE산업도 세계관을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마블의 인기가 고공비행 중일 때 마블과 관련된 전시회는 세계 곳곳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마블 전시회가 개최됐으며 2021년 미국 시카고 Museum of Science+Industry에서도 마블 전시회가 개최됐다. 마블 전시회 중 하나인 ‘마블: 언리얼 어드벤처스’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됐다. ‘마블: 언리얼 어드벤처스’는 마블 캐릭터들의 다양한 작품과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회로 전시장에는 마블 영화의 캐릭터들을 비롯해 코스튬, 소품, 아트워크, 상호작용 가능한 체험 부스 등이 전시됐다. 또한, 마블 팬들에게 마블 코믹스아티스트들과의 만남, 사인회, 한정판 굿즈 판매 등도 제공됐다. 

 

 

반지의 제왕 전시회 중 하나인 ‘The Lord of the Rings Motion Picture Trilogy : The Exhibition’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각지에서 개최됐다. 전시회에는 영화 시리즈의 중요한 장면을 재현한 세트, 캐릭터의 의상과 소품, 디자인 스케치, 비하인드 이야기 등이 전시됐고 방문객들은 영화 제작에 관련된 비디오, 사진, 설명과 함께 반지의 제왕의 세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전시회 참가자들은 단순히 전시회에 제품들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 아닌 의미와 경험을 체험하고자 전시회를 방문하는 것이다. 특히 특정 세계관에 빠져있는 팬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세계관을 실제로 체험하고 경험하며 굿즈까지 구매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전시회기에 전시주최자들은 세계관 마케팅에 기반해 전시를 기획했던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메타버스의 성장도 세계관 구축에 한 몫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메타버스인 제페토에서 빙그레가 빙그레나라 세계관을 홍보하고자 시도한 경험과 전 세계 도시들과 전시컨벤션센터들이 단순 온라인상의 가상 도시와 센터를 넘어 그 안에서 다양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문화적 활동 영위가 가능한 세상을 창출하고자 노력하는 데서 알 수 있다. 

 

지역에서 활용하는 세계관 마케팅


서울은 3D 가상행사 플랫폼 ‘버추얼 서울’을 구축, 그 안에서 온라인 컨퍼런스부터 가상 전시, 비즈니스 상담회까지 진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3D 그래픽으로 360도 돌려볼 수 있게 Venue들을 구축했으며 팀빌딩 프로그램과 다양한 홍보기능도 구비했다. 


대구는 메타버스 ‘대구 버추얼 MICE 타운’을 개발, 엑스코, 오페라하우스, 야외음악당, 수성못, 83타워 등 시내 주요 랜드마크를 3차원 가상세계로 구현했다. 메타버스 공간 속 엑스코에서 국제회의와 세미나, 콘퍼런스, 수출상담회, 전시·박람회 등을 개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야외음악당, 수성못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를 원하는 형태로 진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수원컨벤션센터는 MICE 메타버스 플랫폼 ‘수원 MICE CITY’를 2023년 1월에 오픈했다. 이곳에서 수원의 MICE 인프라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단한 전시와 회의의 운영도 가능하고 수원 MICE 복합단지의 다양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전시컨벤션센터의 여러 기능을 온라인상으로 가져온 것도 있지만, 아쿠아플라넷 광교, 코트야드메리어트 호텔, 수원화성 등 주변 인프라의 정보와 공간을 가져와 또 다른 세상을 구축한 것이다.

 

 

MICE와 연계된 호텔 및 관광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는 ‘하우징뷰로’ 시스템 탑재와 수원컨벤션뷰로의 유치·개최지원 서비스 시스템 또한 수원 MICE CITY에 탑재해 이곳에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행사운영과 관련된 전반을 해결할 수 있는 수원의 MICE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아직 세계관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하며 활용에 있어서는 더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잘만 활용하면 소비자와의 감성적인 연결고리 형성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관을 각인시키고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마케팅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시대적 흐름과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세계관 마케팅을 기반으로 우리 브랜드만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부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