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bound Inside] 엔데믹 여행수요를 무색하게 만든 비자와 K-ETA,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 둔 정책 개선의 노력 요구

2023.08.21 09:00:00


본격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국을 드나드는 국내외 관광객이 폭증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기대했던 보상 소비의 심리가 특히 해외여행에 있어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숨죽이고 있던 항공 및 여행업계에 조금씩 활기가 도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진퇴양난인 업계도 있다. 바로 동남아시아 인바운드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꾸준히 문제 제기되고 있는 비자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차일피일 시간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개선의 목소리를 들어줄 듯 말 듯한 정부의 움직임에 매번 기운이 빠져버리고 마는 인바운드 업계였다. 그런데 드디어 올해 상반기 끝자락부터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다. 그간 인바운드 업계가 외교부를 상대로 꾸준히 요구한 단체전자비자의 범위가 일반관광객까지 확대된 것이다. 약 1년을 기다려 온 가뭄의 단비 같은 조치라 업계는 다시금 반색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또한 일각에서는 운영방식의 독과점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지난 1년간 기준이 모호한 K-ETA의 운영으로 필리핀을 중심으로 ‘보이콧 코리아’를 선언, 한국 상품의 판매가 중단된 상태라 앞으로의 비자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때다.

 

 

무사증 입국 통한 활발한 교류 기대했으나
도입 취지가 무의미해진 K-ETA


지난해 4월 1일, 지난했던 2년간의 특별여행주의보를 해제했다. 정부는 6월 1일부터 잠정 중단했던 무사증 입국제도와 단기방문 및 전자 비자 발급을 다시금 시행하면서 얼어붙었던 국제관광 재개에 물꼬를 텄다. 그간 필수목적 방문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단기방문 비자 발급을 일반국가(Level 1) 외국인을 대상으로 법령에서 정한 단체·개별 관광, 친지방문, 상용 활동 등으로 확대했고, 전자비자 또한 우수인재, 외국인환자, 단체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재개해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을 기대하게 하는 조치였다. 


한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는 ‘K-ETA(전자여행허가제)’를 2021년 9월부터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이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국민들에 대해 적용되는 제도로 비자를 소지하지 않고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이들이 신청해야 하는 서류다. K-ETA의 도입은 엔데믹의 관광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무사증 입국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 불법 체류자 문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K-ETA는 미국의 ESTA와 같은 선진 국가의 전자여행허가제도를 참고해 도입했으며,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국가 국민들의 정보를 출발 전에 미리 받아 여행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K-ETA가 본래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행정과 절차로 의미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비자보다 까다로운 심사에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입국 불가가 나올 경우 별도의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 데다 이마저 3번의 거부가 이뤄지면 별도로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올해 6월 전까지는 지원된 언어가 한국어와 영어(현재 중문, 스페인어, 일본어 추가)뿐이었고, 개인별로 신청을 받아 단체관광의 경우 여행사의 업무가 늘어나는 불편함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은 더욱 난관이 될 수밖에 없는 데다, 사전에 K-ETA를 받아야 비행기 탑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착비자보다도 까다로워 평소 디지털이나 여행에 익숙한 사람도 번거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추가 절차가 돼 버린 것이다.


에프앤에프코리아 김은숙 대표(이하 김 대표)는 “K-ETA 신청에 어려움이 있는 고객을 대신해 처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문제가 있었던 부분이 우편번호였다. 한국에서 체류하는 소재지의 우편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현지에서 아무리 찾아도 우편번호를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사진 규격이나 철자가 틀릴 경우에도 불허가 나온다. 우리는 K-ETA라고 하지만 그들은 e-VISA라고 부르는 형국”이라고 설명하며 “한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5분이면 해결되는 일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답답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K-ETA 초기야 한국 방문의 니즈가 워낙 컸으니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개별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송출의 니즈가 더 큰 여행사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단체관광객들을 일본으로 보내면서 점점 한국을 목적지에서 배제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불법체류자 이슈로 까다로워지는 절차


시스템뿐만 아니라 승인의 절차도 갈수록 까다로워졌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인바운드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과 전폭적인 지원을 위해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제주, 양양공항 무사증 입국을 허용한 것이 발목이 잡힌 것. K-컬처의 영향으로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방문의 니즈가 높은 국가들을 한해 오픈한 것인데 불법 체류자들이 이를 악용, 100명의 베트남 관광객이 10월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 후 자취를 감췄다. 이에 K-ETA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고 K-ETA 승인 기준이 더욱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스카이투어서비스 노경희 대표(이하 노 대표)는 “K-ETA의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 기간 동안 생긴 제도다보니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현지 여행사에서 100명의 기업 인센티브 관광객 유치 과정에서 20여 명의 K-ETA가 불허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기업이나 학생 단체의 경우 신원 보증이 확실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불허 판정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행사 입장에서 황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가족 중에도 부모는 허가가 나는데 자식은 불허가 나거나 직원은 허가가 나는데 대표가 불허되는 등 사례도 뒤죽박죽이다.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문의해도 명확한 답변을 얻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전했다.


불법 체류의 이슈를 관광업계가 나눠 짊어져야 하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의견도 다수였다. 김 대표는 “관광객 유치로 인해 불법 체류자들이 늘어나는 사회적 문제가 상당하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실제로 불법 체류를 하고자 마음먹은 사람들은 관광객보다 철저히 서류를 준비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비자나 K-ETA 허가에 있어 문제될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비자나 K-ETA의 거름망으로 거르려고 하는 접근 자체가 관광의 기본적인 요소를 생각하지 못해 생겨난 폐단”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다른 여행사 대표는 ‘문은 다 걸어 놓고 창문을 열어 놓은 정책’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 깊었는데 표현 그대로인 것 같다. 불법 체류자들이 쉽게 도망갈 수 있는 창문은 열어 놓고 여행하겠다며 문 두드리는 관광객들에게는 문을 걸어 닫은 모양새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전 세계의 여행객들이 한국에 오는 것이 필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여행은 쉽게 떠나고 즐길 수 있는, 일상 속에 특별한 비일상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일 뿐이다. 여행을 위한 심사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면 그만큼 대체할 수 있는 국가, 도시들로 행선지를 바꿀 여지가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각보다 낮은 외래관광객 유입에
방한 여건 개선에 나선 정부


한편 지난 3월 29일, 기획재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주재로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내수활성화 대책’을 마련, 국내 관광 활성화를 통한 내수 활력과 경상수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말 2027년까지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유치 선언 이후 회복하는 것 같았던 여행수지가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여행수지는 19억 9000만 달러 적자로 1년 전(-5억 5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내국인 해외여행자가 급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45억 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광관련 서비스업 등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소상공인과 지역 골목상권 등 취약 부분의 어려움이 여전함을 공감하고, 소비 심리와 경상수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인바운드 관광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정부는 올해 방한관광객 1000만 명 회복을 목표로 비자·항공편 등 방한여건 개선을 선언, 3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K-ETA와 단체전자비자의 정책을 완화했다. 


가장 먼저 4월 1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는 일본과 미국, 호주와 홍콩 등 총 22개 국가를 대상으로 K-ETA를 한시적으로 면제했다. 입국자 수는 많지만 입국 거부율이 낮은 국가들이다. 22개 국가 이외의 무사증 입국 외국인은 여전히 K-ETA 발급이 필요하나 7월 3일부터는 17세 이하, 65세 이상자는 K-ETA 의무 적용에서 제외됐고, 유효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됐다. 또한 원활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중국어와 프랑스어 등 다국어 서비스도 늘렸다. 


6월 27일부터는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단체전자비자 발급 요건도 완화했다. 인바운드 업계가 특히 환영하는 대목으로, 기존에 5인 이상으로 구성된 기업 인센티브 관광단, 대학교 이하 수학여행단을 대상으로 가능했던 신청을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기업 인센티브 관광단, 대학교 이하 수학여행단으로 기준 인원을 낮췄고 여기에 일반여행객을 포함시켰다. 특수목적이 아닌 일반관광객까지 포함한 범위라 여행사로서는 상당한 모객 효과가 예상된다. 또한 신청 기간도 공휴일을 제외하고 입국 3일 전까지 신청이 가능했는데 개정 후에는 공휴일을 제외하고 항공기 및 선박 탑승 5일 전까지 가능해졌다. 단 신청량에 따라 신청기간은 조정될 수 있으며, 신청은 비자센터가 아닌 전담 여행사를 통해서 진행할 수 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입국을 위한 비자 신청 건수가 대폭 늘어난 지역을 대상으로 해외 비자신청센터를 추가 설치, 늘어난 수요에 대비하기에 나섰다. 해외 비자신청센터는 비자신청 접수 및 교부 등 비자 관련 민원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비자 발급 등의 업무는 기존의 재외 공관이 담당하지만, 그동안 수요가 많아 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던 공관의 업무를 센터가 나눠서 하게 되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금까지 재외 공관의 비자 발급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외교부와 협력해 7개국 12개 지역(칭다오, 광저우, 상하이, 청두, 우한, 하노이, 호치민, 자카르타, 울란바토르, 베를린, 파리, 런던)에 비자신청센터를 운영해 왔는데, 추가적으로 중국 북경과 선양, 필리핀 마닐라, 인도 뉴델리, 첸나이, 나이지리아 아부자 등 6개 지역에 센터를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 소재의 비자신청센터 이용건수는 2020년 3만 7378건에서 지난해 15만 423건으로 약 5배 가까이 접수 건수가 늘어난 바 있다.


노 대표는 “KATA를 중심으로 인바운드 여행사가 지속적으로 비자와 K-ETA 정책 완화를 요구한 결과 외교부와 법무부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비자 이슈로 현지에서도 한국에서도 고객 유치의 어려움이 극심했는데 협회와 업계가 협심하면서 현장의 이면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고 전하며 “이전까지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단체전자비자가 조금이나마 개선됐으니 현지 여행사를 서포트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기획을 진행해볼 시기”라고 덧붙였다.

 

 

단체관광 활성화 기대는 시기상조
절차상의 해결 과제 남아있어


단체전자비자 신청 범위 확대에 따라 주요 동남아시아의 단체관광객 유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일부 국가에 대한 여행사의 독과점 이슈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담여행사로 44개 여행사가 지정돼 있어 비교적 문제가 없지만 필리핀은 9개의 여행사가 모든 단체전자비자 신청을 도맡아 진행하는 터라 현지 여행업계의 볼멘소리가 큰 상황이라는 후문이다.

 

노 대표는 “필리핀에 인구만 1억 5000만 명인데다 여행사는 4000개에 육박한다. 그런데 단체전자비자를 처리하는 여행사가 9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독과점의 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모객을 하려고 해도 비자를 받지 못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껏 모객 해놓고 고객 데이터를 9개 여행사 상품에 태워 보내야 하는 현상이 발생할 공산이 큰 것”이라고 설명하며 “게다가 지정여행사가 한국 방문객에 대한 신원보증을 전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 비율의 패널티가 너무 세기 때문에 고객 정보를 넘기지 않고서는 여행사 입장에서도 비자 발급의 책임을 떠맡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KATA의 요청으로 추가 지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얼마나 추가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추가가 된다면 한국으로 송출을 많이 한 여행사를 중심으로 객관적인 데이터가 바탕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증설된 비자신청센터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비자신청센터의 경우 국내 여행사들이 용역으로 진행하는 형태인데 센터의 역할이 필수로 취합돼야 할 서류를 체크하고 접수, 민원을 처리하는 창구인 것이지 결국 심사는 외교부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비자센터도 1만 원에서 2만 원 정도 수수료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효율이 그렇게 좋지 않다면 차라리 그 예산으로 영사에 온라인 심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기본적으로 여권을 AI로 스캔하고, 확인해야 할 항목들만 영사가 체크하는 시스템으로 온라인 시스템을 고도화하면 2분이 소요되는 업무를 1분으로 줄일 수 있다. 업무량이 2배로 늘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귀띔하며 “게다가 심사에 불필요한 항목들은 현지 관계자와의 논의를 통해 줄이고 필요한 항목들을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장에서 서류가 아닌 수도 없이 많은 불법 체류자를 마주쳐온 관계자들은 그들의 노림수를 꿰뚫고 있을 터다. 비자 절차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2019년으로의 복귀도 먼 인바운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대두돼


단체사증 신청 대행사 확대 협조 요청, 방한 관광 사증 발급 신속 개선 요청, 단체전자비자 발급 요건 신속 완화 요청, 방한관광 비자제도 개선 요청 등…. 일견 여행업계가 외교부와 법무부에 굉장히 많은 사항들을 요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원하는 바는 단순하다. 노 대표는 “베트남이든 필리핀이든 인도네시아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같으면 된다. 안 되는 것을 더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하던 것을 복원해달라는 것인데 그마저도 안 되면서 3000만의 구호를 외치니 동의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비자와 K-ETA 이슈를 겪으면서 국내외 현장에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는데, 절실히 느낀 것은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라고 이야기하며 “비자도 K-ETA는 법무부가, 관광비자는 외교부가 담당하고 있고, 법무부는 불법 체류자의 이슈와도 연관이 돼 있다. 외교부는 관광비자 외에도 담당하는 비자가 많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인력을 채용하려고 하면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있지만 관광 이외에도 문화와 체육이 연계돼 있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각 정부부처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어떤 사안에 대한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으나 이를 한 데 모아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실정이다. 인바운드를 살려 관광을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삼고자 한다면 중앙정부산하의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편 ㈜이후엘티에스의 전성준 회장(이하 전 회장)은 “문재인 정권 때 관광정책비서관이 없어진 탓에 관광에 있어 비자 문제가 얼마나 큰 애로사항이 되고 있는지 그 심각성을 정부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비자가 피드백도 없이 어떤 비자는 당일에 나오기도, 6주씩 걸리기도 해 현지 여행사의 피해가 막심한 것은 물론 한국에서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인바운드 업계 관계자들은 속이 타들어 갔다. 정부 차원의 대외 홍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치의 역할은 인바운드 여행사의 몫이라는 사실을 계속 간과하는 모양새”라고 한탄하며 “협·단체에서 지속적으로 비자와 K-ETA에 대한 개선 건의를 해봐도 조속히 시행하겠다는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늘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부로 8개 국가를 대상으로 무사증 입국을 허용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무사증 입국을 재개한 일본, 대만, 마카오와 태평양 도서 국가 5개 나라와의 상호주의에 따른 결정인 데다, 업계에서 사실상 필요로 했던 국가는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의미 없는 조치와 계속되는 답보상태에 업계는 피로감에 절어있을 수밖에 없다. 단체전자비자의 확대도 아직 지정여행사의 이슈도 있고 얼마나 실수요로 전환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자로 말미암은 관광 권위 실추
이미지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해져


여행업계가 하루라도 빠른 시일 내 비자의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던 이유는 단순히 인바운드 유치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비교적 일찍 인바운드를 재개한 터라 관광에 있어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던 것. 무엇보다 관광객 수요 선점이 중요했던 시기였는데 비자 이슈에 중심에 있었던 국가들이 주로 코로나 기간 동안 방한 의향이 적극적이었던 동남아시아여서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김 대표는 “현재 동남아시아 비자 정책은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의 방한 장벽을 높이는 것을 넘어 여행사들이 ‘보이콧 코리아’를 선언, 올해의 한국 여행 상품은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 현실을 빚고 있다. 실제로 현지에 한국 투어 기획을 문의해보면 내년쯤에나 이야기해보자는 답변이다. 여행사로서 이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비단 올해의 상품 판매만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관광에 대한 이미지 실추”라고 토로하며 “그동안의 관광 정책이나 행정을 지켜보면 가장 아쉬운 부분이 관광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뒷받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관광은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순간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잊히는 것도 순식간이라는 점, 하지만 그 속에 유기체적으로 얽혀있는 산업과 인프라의 피해는 한번 입기 시작하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 단순한 마케팅, 홍보가 아닌 실질적인 유치에 민간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수반된다는 점 등, 산업의 생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 대표도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실제로 필리핀의 공영방송 ABC 뉴스에서 한 현지 여행사 대표가 한국 대사관의 비자 정책을 믿을 수 없으니 더 이상 한국 상품을 팔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만이나 일본으로 관광객을 보낼 것이라는 인터뷰가 실렸다고 한다. 그리고 해당 인터뷰는 필리핀 여행업 관계자들의 환호를 받기까지 했다고. 그는 “최근 한국이 K-콘텐츠와 K-컬처로 급부상하고 있는 관광지임에는 틀림없지만 인접 국가와 비교했을 때 관광매력도가 출중한 관광대국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미 일본으로 많은 관광객을 양보했고, 현지 여행 관계자들에게도 한국은 뭘 해도 안 되는 지역으로 인식이 돼 버렸다.”고 지적하며 “지난 6월 말일에 마닐라의 B2B 트래블 엑스포에 참여했었는데 한국 상품이 거의 없었다. 단체전자비자가 풀렸다고 해도 상품이라는 것이 준비하려면 기획부터 홍보, 모객까지 적어도 몇 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니 사실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그렇게 직접 현장 수요를 확인할 때면 지나왔던 1년여의 과도기가 너무 아쉽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날린 셈”이라고 토로했다.

 

한국 관광 니즈 높은 국가들 
더 이상 놓치는 일 없어야


정부가 2027년까지 3000만 외래관광객 유치 슬로건을 내건지 6개월이 조금 지났다. 그사이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가 둔화하면서 내놓은 대책에는 올해 1000만 명의 방한 관광객을 달성하겠단 목표가 있었고, 하반기에 들어서야 업계의 경고가 체감이 된 모양새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상반기에만 벌써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중 3명 중 1명은 한국인이었다고 하니 나머지 2/3 중 한국으로 들어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관광객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어쩐지 아쉬움이 밀려온다.


베트남 인바운드를 주로 유치하고 있는 전 회장은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은 2021년까지 꾸준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2.91%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을 기록해 이목을 끌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매년 6~7%대 성장률을 기록했던 국가”라고 강조하며 “급격한 경제성장의 도움으로 현재 베트남 국민의 70%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며 이 중 13%는 세계 중산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사회주의국가라 발전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고, 인구도 1억 명에 육박해가는 터라 인바운드 업계에서는 인도차이나반도에서는 최강국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인데 넋 놓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이야기한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필리핀, 인도네시아도 비단 한류는 물론, 의료관광이나 문화와 비즈니스 교류의 측면에서도 놓칠 수 없는 핵심 국가다. 국제관광 재개 이후 새롭게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구미대양주와 중동 관광객으로 일견 여행업계가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놓쳤던 것도, 여전히 놓치고 있는 것도 많은 인바운드 시장이다. 단체관광비자의 확대와 K-ETA의 개선으로 동남아시아 관광객 유치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현장의 소통도 물꼬를 텄으니 더 이상 놓치는 발걸음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호텔앤레스토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