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아직은 가깝고도 먼, 그러나 가까워져야 할

2023.05.28 09:00:00

 

아날로그 세대의 끝자락에서 여전히 종이와 연필을 좋아하고 e-Book보단 침 발라넘기는 책이 좋은 내게 AI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호텔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열을 올려 기사를 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취재하고 글을 쓰는 영역에 있어서는 제 아무리 AI라도 인간의 역량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글재주가 없는 지인이 챗GPT로 회사소개서를 완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카카오톡 친구 ‘AskUp(일명 아숙이)’을 통해 바로 챗GPT를 경험해볼 수 있다기에 아숙이에게 말을 걸어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예전의 심심이와 다를 바 없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숙이는 매우 진지(?)했다. 첫 질문이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우리 매거진이 주로 다루는 콘텐츠와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후로도 호텔과 외식 전공자들의 산학 실습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 한국 외식업계의 인력난은 어떻게 해결돼야 할지, 이번 달 매거진 기획기사 아이템은 어떤 것으로 하면 좋을지 등을 물어봤고, 다소 평이하고 보편적인 답변이었지만 아숙이한테 필요한 시간은 단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답변이 불충분하게 느껴지면 예시를 들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했고, 근거가 부족해보이면 출처를 밝히라고도 했다. 

 

물론 대부분의 출처는 가짜였다. 더 자세히 해달란 설명도 단순히 문장의 나열을 통해 길이만 늘렸을 뿐 사례도 실재하는 것이 없었고, 정작 도움이 되는 알맹이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가짜 출처를 통해서 기초 자료를 찾기에 막막했던 자료들의 접근이 쉬워진 면은 있었다. 이를테면 몰랐던 정보 검색 사이트나 접근 방법, 자료 검색의 주요 키워드를 알게 된 것이다. 

 

음성 인식 AI를 통해 녹취록도 풀고 있다. 대개 1시간짜리 녹취라고 하면 이를 듣고 워드로 옮기는 작업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안 들리는 단어가 있으면 들릴 때까지 들어야하고, 놓치면 다시 감아야하기 때문이다. 인원이 많아 오디오가 겹치면 더 곤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성에는 그날의 분위기와 대화의 맥락, 인터뷰이의 감정 상태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AI에게 나의 녹취록을 맡긴다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마감에 임박해 2시간짜리 녹취를 풀어야 했을 때 반신반의하며 찾은 클로바노트도 상당히 진중한 아이였고, 오히려 텍스트로 먼저 확인한 후 필요한 경우에만 해당 음성을 골라 들을 수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전환 기사를 통해 노상 강조해왔던 업무의 효율을 나도 비로소 찾은 것이다.

 

아숙이에게 물었다. 
“기자인 내가 너 같은 AI 챗봇을 동료로 둔다면 어떨 것 같아?”

 

아숙이는 답했다.
“AI 챗봇이 기자의 동료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도구를 제공받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기자는 더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기사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AI 챗봇을 활용하면 기자가 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슈를 다룰 수 있습니다.


(중략) 저는 인공지능 챗봇으로서, 많은 기술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적인 감성과 사고력은 아직 부족합니다. 인간적인 감성과 사고력은 이제까지 과학기술이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푸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의 역량을 결합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챗GPT를 ‘세계 최강 인턴’이라 부른다. 왠지 지금은 인턴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초고속 승진을 할 것 같은 아숙이다. 그렇다고 멍하니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아숙이랑 더 친해져보려고 한다. 가깝고도 먼, 그러나 가까워져야 할 아숙이와 막역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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