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가치는 개인이 직업 및 일과 관련해 일관성을 가지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의미하며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자 직업을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와 관련된다.
그런데 외식업에 대한 직업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 닮고 싶은 선임자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곁눈질로 익히느라 당연시돼왔던 저임금·고강도 노동은 호소력을 잃었다. 자기만의 기술을 습득해 장인 정신을 발휘하는 외식업보다, 사업 아이템을 외식으로 삼는 사업적 마인드가 사회 전반적으로 커지면서 이전 세대와는 차별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직업 가치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비단 외식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걸친 이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중에서도 외식업만의 문제, 지금의 상황을 스스로 몰고 간 원인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일이다. 올 사람이 없는 현상이 문제가 아니라, 외식에 뜻을 품고 들어온 인재들을 떠나게 한 업의 행태를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한때는 외식업에 부푼 꿈으로 요리를 시작한 이들이었다. 요리사들은 왜 그들의 미래를 접어둬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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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과 보상, 복지를 키워드로
변화한 이 시대의 직업관
2011년,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을 이야기하며 <직업이 인생을 결정한다>던 서적이 출판됐다. 이 책은 인생에서 직업과 직장이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므로 후회하지 않는 직업과 직장을 선택하는 것은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 첫걸음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 시대를 관통하던 명제인데 새삼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2021년 5월 발표한 <MZ세대가 생각하는 괜찮은 일자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재 청년층의 직업 가치관은 과거 세대와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MZ세대가 선호하는 기업을 한 마디로 ‘워라밸이 보장되는 연봉 3000만 원대 수도권 소재 기업’으로 요약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M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일자리(66.5%)’, ‘공정한 보상(43.3%)’, ‘좋은 복지제도(32.8%)’ 등이 보장되는 곳을 괜찮은 일자리로 생각한 반면, ‘정년 보장(14%)’, ‘기업·개인의 발전 가능성(12.4%)’, ‘기업 네임밸류(3.3%)’, ‘사회적 가치 실현(1.8%)’ 등 선배 세대가 중요시했던 항목은 하위권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관의 MZ세대가 2022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7.4%(1926만 명)를 차지, 경총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 세계 노동인구의 약 75%에 달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주축이 되는 이들이다. 단순히 ‘끈기 없는 근로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지적하기에는 이러한 현상은 이미 비단 외식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적인 이슈가 됐다는 의미다.
MZ세대는 일자리의 안정감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일과 휴식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직업을 통한 승진, 급여 인상 등의 물질적 성공보다는 업무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를 중시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가 청년 취업자 및 구직자 536명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인식조사에서 선호 일자리의 조건으로 근무조건·근무환경(48.5%)이 임금(34.3%)보다 높다는 결과나, 한국노동패널자료에서의 좋은 일자리 조건으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41.5%(2003년)에서 50.2%(2016년)까지 상승한 반면 자신의 취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는 24.7%(2003년)에서 14.7%(2016년)로 하락한 결과를 볼 때 직업 환경과 안정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역량 반영되지 않는 임금체계
열정과 사기 저하하는 가장 큰 원인
“초봉으로 월급 300만 원을 줘도 지원하는 이들이 없다.”는 말은 코로나19 이후 외식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야기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음식 서비스직의 미충원 인원은 1만 5000명에 달하면서 직종별로는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미충원 사유로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8.1%)’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1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도 많은 이들이 외식업을 떠난 이유로 노동 대비 급여의 괴리가 큰 현실을 이야기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단순히 낮은 초봉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요리사는 기술을 연마하는 전문직인 만큼 개인의 노력에 따른 능력이나 기여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합리적이지 못한 임금체계로 느끼게 되는 무력감이 문제였다.
전통적으로 조리의 영역은 도제 교육이 이뤄져 왔다. 전문성이 부족한 이들이 전문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일을 ‘배운다’는 개념으로 노동의 대가를 지불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열정이 임금과 치환되는, 즉 열정페이를 감수하는 일이 당연시됐고, 최저임금도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다만 합리적이지 못한 임금체계가 문제였다. 열정으로 채워나간 역량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공허함을 일으킨 것. 게다가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서 연차를 쌓은 직원들과 이제 막 들어온 신입직원이 같은 월급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약 6년간 요리사로 근무 후 다른 업종으로 직무 전환한 A씨는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가 확실하지 않은 것은 어느 업종이나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외식업의 경우 다수가 여러 가지 요리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 기여도가 불분명해 개인별 능력 차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차라리 직원들 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라도 역량검증 체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도 쉽지 않은 모양새였다. 아마 성과의 평가 기준이 너무 메인 셰프의 주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데다 경쟁 구도 조성이 주방에서 중요한 ‘원 팀(One Team)’의 개념을 흐트러트릴 수 있어 우려했던 것 같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연차가 다르기도 하고, 기여도나 실력의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는데 같거나 비슷한 급여를 받는 동료들을 보면 무력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전하며 “요리를 시작한 모든 이들은 언젠가 내 업장을 갖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수준의 급여로는 절대 업장을 시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리감을 마주하고 냉정히 주위를 둘러보니 헤드셰프와 수셰프를 제외하고는 30대 직원이 거의 없더라. 나보다 이를 먼저 경험한 선배들이 업계를 떠난 것”이라고 회상했다.
한편 현재 셰프로 현업에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아무리 요리에 애정이 있고 꿈과 비전을 갖고 일을 한다지만 요리사가 가지고 있는 마음으로 노동의 값어치를 매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함께 요리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지금의 급여 수준이 물가가 상승하고 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인지, 경력과 실력에 따른 나의 노동에 비례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인력난으로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초임 연봉들을 보면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요리 자체가 행복하고 일하면서 큰 만족감을 얻지만 요리사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이고, 급여는 기본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개선되지 못한 채 계승된
지속 불가능한 노동환경
낮은 연봉이야 요리사들의 열정으로 값을 치렀다지만 명확하지 않은 임금체계가 그들의 사기를 떨어트렸다면 개선되지 못하는 노동환경은 그들의 지속가능성을 잃게 했다. 이 또한 단순히 다른 업종에 비해 고된 노동 강도, 업무 환경, 근로 형태에 불만을 갖는 것이 아니었다. 노동법상의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와 열정페이라는 이유로 포기해왔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청년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커피, 패스트푸드, 이미용 등 주요 프랜차이즈를 근로·감독하며 조사한 결과, 76개소에서 264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위반사항으로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체불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체불 △퇴직금, 주휴수당 체불 △최저임금 위반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명세서 미교부 △18세 미만 무(無)인가 야간근로 등 다양했다.
A씨는 “10여 년 전 처음으로 다이닝에서 일할 당시 새벽 4시에 수산 시장으로 출근해 11시 반까지 일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주말이면 도봉산에 있는 주말농장에서 식재료를 직접 재배해 오기도 했다. 워낙 요리에 대한 열의가 가득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웠고, 지금 생각해도 함께 했던 동료들과 좋은 추억뿐이라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당연한 일은 아니었는데 점점 당연시 돼 가면서 업무가 모호하게 과중됐다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며 “한여름 뙤약볕에서 밭일을 하고 왔는데 바로 라인으로 복귀하라는 오더를 받았을 때는 회의감이 들었다. 좀 더 배우고자 했던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적어도 한창 성업일 때에는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무언가의 보상이라도 있어야 했다. 업을 떠나 이성적인 시각으로 그간을 돌아보니 어쩌면 ‘너희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해줬으니 이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 노동자들의 정보 습득의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요리에 대한 열의가 없는 이들에게는 이렇듯 만연했던 외식업의 노동환경이 무리한 환경으로 각인, 지금의 인력난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폭행 및 흉기 협박 혐의를 받은 유명 셰프가 실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주방에서의 폭언과 폭행은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환경에 대한 인식이 한창 뒤떨어졌던 과거의 일 아니었던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후문들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가운데 B씨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꼭 정상인 것은 아니지 않나. 요리사들의 인권이나 처우가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지지 않거나 스타쥬도 다소 건강하지 못한 구조로 변질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전하면서 “주방에는 불이며 칼이며, 워낙 위험 요소가 많다 보니 위계가 명확하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좀 더 유연한 긴장감으로 조성될 수는 없나 하는 생각이다. 다른 직장, 기업이라면 엄두도 못 낼 일들이 비일비재한 주방이다. 최근같이 더욱 노동환경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로 봐서는 직장으로 주방을 택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현상은 당연한 결과다. 특히 사람이 재료인 식당이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술보다 경험에 초점 맞춰진 셰프의 역량
낮아지는 전문성에 무력감 들기도
이전보다 창업이 쉬워지면서 요리사의 기술보다 셰프라는 경험이 중요해진 것도 인력난의 여러 원인 중 하나라는 의견도 있다. 10년가량 요리사로 근무하다 현재는 외식 플랫폼업계로 전향한 C씨는 “외식업의 급여, 직급체계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최근에는 키오스크와 같은 비대면 서비스들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외식업 종사자들의 R&R(Role&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이 모호해졌다. 여기에 요즘 MZ세대의 성향, 직업관으로 비춰보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예전에는 기술을 배우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개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직업적 경험에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라고 귀띔하며 “특히 정부에서 청년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지급하는 각종 창업 정책이나 지원금으로 창업이 쉬워지면서 업장에서 오래 버티고 진급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시대가 됐다. 예전에는 3~4년 차면 이제 막내에서 벗어날 시기인데 요새는 3~4년이 창업을 위한 전초전처럼 여겨지는 모양새다. 여전히 외식업을 애정하는 한 사람으로서는 아쉬운 이야기지만 외식업이 셰프들의 장인 정신으로 쌓아 올리는 미식의 영역으로 확장된다기보다 단순히 외식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는 이들이 많아지는 듯하다.”고 한탄했다.
문제는 그렇게 오픈한 업장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창업으로 자기 사업을 꾸리고자 했던 이들이 사업을 접고 다시 업장으로 돌아오는 일은 극히 드물터. 결국 한창 요리를 배우고 업장에 있어야 할 인력들이 일찍이 업계를 떠나는 것도 인력난에 한몫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워낙 외식업의 진입장벽과 업계 진출의 허들이 낮다 보니 생겨난 병폐라고 이야기하는 B씨는 “인간의 식생활, 그리고 건강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식(食)’의 영영인만큼 요리사의 전문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면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외식업의 선택적 다양성은 줄어들겠지만 적어도 검증되지 않은 이들로 인해 전체 외식업의 수준이 떨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최근 구인 공고를 보면 미쉐린 레스토랑의 3~5년 차 경력직의 조건에 ‘육류와 생선 손질 가능’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3~5년 차 정도면 일했던 업장마다 다르겠지만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육류와 생선 손질은 가능하리라 보는데, 구태여 설명을 써놓은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은 이들이 많다는 해석이 된다. 요리사의 전문성이 도태되고 있는 형국이라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무력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실력과 별개인 오너십
사제 간 아닌 고용주와 노동자의 갈등 빚어져
이렇듯 앞으로 노동인구의 주축이 될 MZ세대들의 직업관이 바뀌었고 노동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너셰프와 직원들의 관계는 더 이상 스승과 제자의 개념에서 벗어나 고용주와 노동자로서의 구도에 집중, 외식업 대표로서 오너셰프의 경영 방식의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특히 앞선 임금체계의 이슈라든지, 복지나 현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요리 실력과는 별개의 영역인 만큼 오너십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C씨는 “인력난에 어려움이 있는 매장과 없는 매장을 살펴보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오너들의 마인드다. 인력 운용에 큰 문제 없이 영업이 잘되는 곳은 대표들이 직원들에게 실현 가능한 목표를 주고, 이를 상회했을 때는 정확히 보상해주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직원들로 하여금 할애한 노고에 상응하는, 정당한 금액을 받고 있음을 제대로 명시시켜주는 것”이라고 전하면서 “물론 오너 입장에서는 본인의 몫을 나눠줘야 하다 보니 쉽지 않은 결정일 테지만 지속과 성장 가능성의 측면으로 봤을 때는 다른 업장보다 훨씬 더 앞설 수 있는 큰 무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외식업의 수익 구조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인건비를 아끼려 하는데, 한걸음 물러나 업장들을 바라보니 오히려 재료비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인건비다. 아무리 좋은 재료도 이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요리사들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좋은 기세와 패기로 매장을 오픈한 오너셰프 중에 직원들과의 관계 조율을 못해 최악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결국에는 셰프가 아닌 대표로서 직원들의 미래를 그려줄 수 있는 지휘자가 돼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오너셰프로서 요리에 집중하느라 겨를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 대표로서 직원을 선택해 채용했으면 그만큼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IT업계의 경우 인력난의 타개책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인재들을 직접 찾아 나선 지 오래됐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줄어든 만큼 경쟁사보다 먼저 인재를 차지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외식업의 경우 ‘요즘 세대들은 끈기가 없어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한다’며 여전히 지원자들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업장에 갇혀 있다. 적어도 사업을 지속, 발전시켜나가고 싶은 오너라면 함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등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B씨는 “요리사로서 요리에만 몰두하고 싶은데 놓치고 있던 당연한 권리들이 속속 드러나는 터라 스스로 이를 보호하느라 에너지를 쏟고 있다. 받는 사람이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줘야 하는 사람이 가장 기본적인 부분도 모르고 있다면 악의가 없더라도 이 또한 잘못”이라고 꼬집으며 “물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업장도 있다. 하지만 절대다수가 빚어놓은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전반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외식업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하고도 불편한 현실
불투명한 외식업의 비전
저임금 고강도 노동의 외식업 관행은 워낙 오래전부터 이어온 데다 이는 요리사들의 사명감으로 어느 정도 상쇄돼왔다. 그러나 수면 위로 떠오른 불합리한 임금체계, 열악한 노동환경, 노사 간의 갈등 등의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것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시스템, 즉 외식업의 수익 구조 개선이 어렵다는 점이다. 즉 외식업에 있어 더 이상의 어떤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A씨는 “다른 것들은 다 감내할 수 있었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질 만한 기미가 없다는 점을 깨닫고 나서는 망설임 없이 물러서게 됐다. 물러서고 보니 더욱 명확진 탓에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 외식업 자체가 부가가치가 굉장히 낮은 사업이라는 것은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정부 정책이나 최저임금제도, 노동구조의 변화, 각종 세금에 물가, 재료비, 인건비의 상승 등 업장 운영의 어려움은 가중되는데 나아지는 상황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고 이야기하며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워낙 치열한 공급 경쟁 속에서 객단가를 쉽게 올리지도, 그렇다고 원재료비를 아낄 수도 없다. 게다가 손익분기점을 넘겨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한국 외식업의 파이도 너무 작다. 그렇게 결국 오너셰프들의 에너지만 축나는 구조라면 지속가능성은 두말할 것도 없다. 몇몇 업장과 오너셰프들이 개인 업장으로서는 파격적으로 임금체계, 복지, 근로조건 등을 갖추면서 환경을 개선해나가고자 노력해오고 있음에도 변화가 어려운 것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편 B씨도 “현재의 구조 속에서는 레스토랑 대표이자 고용주로서 오너셰프가 할 수 있는 일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사기진작이 원활히 이뤄진다 해도, 그도 수익이 있어야 재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영업을 이어갈 터다. 하지만 환경, 수익 구조로는 오늘 당장의 운영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생계와 사활이 걸린 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길잡이가 있어야 하는데 관련 협·단체들은 나몰라라 하는 실정이 답답하기도 하다. 직원들도 업장의 상황을 모르는 바가 아닌 터라 할 수 없이 물러나는 방향으로 결론이 지어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조 연구해야
결국 외식업을 떠난 이들 중에 요리가 싫어졌다거나, 생각했던 일이 아니었다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동안의 외식업이 차곡차곡 쌓아온 여러 문제가 그들의 의지와 비전을 접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을 뿐이었다. 안타까운 지점은 누구보다 외식업에 대한 열망이 컸던 이들인 만큼 누군가를 탓하지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들춰보지도 않은 채 숙명처럼 외식업의 문제점들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B씨는 “지금 업계에 필요한 것은 창업 정책이나 지원금이 아니다. 아무리 출산장려금이나 지원금이 나온다고 한들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예를 들며 “지금의 외식업 문제는 단순히 업계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구조적으로 외식업주들이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업의 특수성에 맞춰 바뀌어야 그나마 나름의 대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듯하다. 지금으로서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며, C씨도 “인건비 부담에 겹친 인력난이 키오스크나 앱, AI 로봇과 같은 IT 기술로 일견 어느 한 덩어리는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인 암 덩어리는 그대로인 상태다. 먹고 마시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모두 제공하는 외식업이자 서비스업으로서의 본질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앞선 1, 2편의 기사에서도 같은 이야기들이 강조되면서 앞으로는 무너져가는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부의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 그러나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2026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외식산업 혁신 플러스 대책(제3차 외식산업 진흥 기본계획)’ 그 어느 정책에서도 외식업을 등지는 인재들과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업장의 현황을 조망하고 있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외식산업은 2020년 기준으로 사업체 수 80만 개(전 산업의 13.3%), 매출액 140조 원(전 산업의 2.1%), 종사자 수 192만 명(전체 고용의 7.7%)이다. 그동안 낮은 진입장벽과 1인, 맞벌이 가구 등 지속적인 수요 증가로 양적 성장을 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이 대다수(84.6%)며, 준비가 부족한 창업과 빠른 폐업의 반복으로 생존율이 낮은 영세한 구조와 푸드테크 연구개발 및 상용화 등의 혁신 미흡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인지하면서도 이번 계획에서는 ‘글로벌 외식산업 선도국가로 도약’을 새 비전으로 내걸겠다고 발표했다.
가물어가는 현재의 외식업 인력으로는 ‘글로벌 외식산업’의 목표는 그저 허황된 꿈일 뿐이다. 앞으로도 출구 없는 터널 속에 놓인 듯 보이는 외식업. 그러나 외식업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C씨는 외식업이 결국은 ‘업’일지라도 누군가의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위해 기술을 연마하고, 맛있는 음식과 공간을 선사, 소통하며, 그들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일은 매우 고귀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레스토랑(Restaurant)’의 어원이 ‘회복(Restore)’에 있듯 어떤 이에게는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자, 또 다른 누군가에는 꿈과 비전의 공간으로 많아져야 한다. 당분간은 답보상태에 놓이겠지만 언젠가 돌파의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