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 전 산업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호텔에서도 친환경 경영을 중심으로 ESG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1회용품 무상제공 금지 규제에 따라 어메니티의 형태를 바꿔나가고 있으며, 이외에도 그린카드 제도, 업사이클링, 친환경 패키지 및 캠페인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호텔 경험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해주던 어메니티를 제공받을 수 없게 되자 고객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호텔들도 난감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친환경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런데 호텔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해 호텔만의 특화된 친환경 캠페인, 혹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고려대학교 소비자 심리 연구실 cplab.이 호텔 친환경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cplab.은 호텔과 협업해 다양한 친환경 활동의 가설을 증명하는 필드 실험을 진행하며 유의미한 소비자 행동 분석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두 가지 스터디를 실시했으며, 앞으로 호텔에 적용가능한 친환경 프로그램의 유의미성을 소비자 심리 연구를 통해 실증해나갈 계획이다.
친환경 호텔로의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거나, 친환경 활동을 통해 호텔의 이미지 제고와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 활동을 앞장서고자 한다면 cplab.과의 협업을 고려해보자.
호텔의 친환경 프로그램의 유의미성
소비자 행동 연구 통해 실증하다
고려대학교 소비자 심리 연구실 ‘cplab.’은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브랜드 성격, 브랜드 관계, 광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소비자 행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지속가능성의 전 사회적 관심 등을 반영해 최근에는 인간·인공지능 상호작용, 인공지능 윤리, 친환경 소비, 윤리 소비 등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실시 중이다.
또한 필립모리스, LG전자,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내외 주요 기업 및 공공기관과 산학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실무적 함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계단이 좋습니다’,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122609 배지 캠페인’ 등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공공 캠페인 연구에도 참여, 소비자 웰빙 증진과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연구실은 소비자·광고심리학 분야를 20년 가까이 연구해 온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성용준 교수를 포함해 총 16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돼 있다.
cplab.에서 호텔 친환경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 관광과 숙박 분야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다뤄지면서 1회용품 사용,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플라스틱 사용 제한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정작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지속가능 소비를 실천하는 소비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cplab.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호텔 소비자들의 태도와 행동 격차를 이해함으로써 친환경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제안, 개인의 친환경 행동 유도를 통해 사회의 지속가능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경험 소비가 이뤄지는 호텔
소비자 행동 변화 이끌기 충분해
ESG 경영이 전 산업적으로 화두인 가운데 그중에서도 호텔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호텔이 경험 소비가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cplab.의 수장인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성용준 교수(이하 성 교수)는 “호텔은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고객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보다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호텔 고객은 호텔 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고 호텔을 이용한다.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고 해당 호텔에 머무는 이유는 어메니티는 물론,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 등이 가격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최근 ESG 경영 실천을 위해 호텔이 진행하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줄이기, 어메니티 무상 제공 금지 등의 캠페인들은 그동안의 고객들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것으로 그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cplab.에서는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호텔의 친환경 캠페인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이해하고, 방문객의 평소 친환경 캠페인에 대한 태도, 호텔에 대한 인식, 그리고 실질적인 친환경 행동 실천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고자 한다.”고 연구소를 소개했다.
cplab.은 현재까지 두 가지 연구를 진행, 앞으로는 호텔에 적용할 수 있는 소비자 친환경 소비 유도 전략을 기획해 호텔과 함께 친환경 활동에 대한 실증을 통해 실효성을 파악해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다소 소극적으로 해왔던 친환경 활동을 cplab.과의 연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감으로써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이를 바탕으로 브랜딩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활동 전개에 어려움이 있었던 호텔이라면 cplab.과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내 보자.
메시징 기법을 활용한
호텔 뷔페 음식물 쓰레기 절감 전략
호텔은 일종의 쾌락적 경험을 판매하는 산업으로서 대량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들은 호텔 이용 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며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힐튼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등 글로벌 호텔 기업들은 호텔이 배출하는 쓰레기 절감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 기업이 마케팅을 진행하고 정책을 마련해도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터.
cplab.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호텔에서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홍대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는 호텔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뷔페에서의 소비자 행동에 주목했다. 실험을 진행한 cplab.의 연구진들은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메시지 전략 연구를 계획하면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음식을 담고 버리는 뷔페 레스토랑에 주목하게 됐다.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총 6주간 매주 주말마다 조작된 메시지 카드를 테이블마다 비치,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측정해 메시지 설득 효과를 검증하고자 했다.”고 설명하며 “해당 연구의 핵심은 소수의 방문객들만이 친환경 행동에 동참하고 있을 때, '동참하지 않았을 때의 죄책감'을 떠올리게 해 친환경 행동을 설득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에 활용된 메시지는 서술적 규범 이론을 바탕으로 디자인됐다.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친환경 행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정보를 제시할 경우에는 동참 시 느낄 수 있는 자부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직 소수의 사람들만 친환경 행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정보를 제시할 경우에는 동참하지 않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죄책감을 자극하는 것이 방문객들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연구진들은 “최고의 서비스 제공이 우선인 호텔의 입장에서는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 카드 자체가 방문객들에게 불편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가 마무리되고 실제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든 것을 보면서 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에 함께 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고 귀띔하며 “이번 연구를 통해 호텔은 자사의 경영 환경에 따라 고객 행동을 유도하는 동시에 호텔의 경영자원을 절약하고 운영비를 감소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 계기”라고 이야기했다.
친환경 어메니티 도입의 장벽 분석
그동안 호텔은 고객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일회용 어메니티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1회용품 무상제공 규제에 따라 가장 대표적인 객실 어메니티가 디스펜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회용 어메니티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누적, 특히 특급, 럭셔리 호텔의 경우 기존의 호텔 차별화 아이템이었던 어메니티의 활용도가 낮아졌다. 이에 친환경 어메니티 도입이 호텔의 품질 유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호텔들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cplab.은 두 번째 프로젝트로 호텔에서 도입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친환경 어메니티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 친환경 어메니티 도입에 있어 장벽이 되는 요인들을 알아봤다. 20~50대 호텔 이용 경험 보유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통상적으로 호텔은 소비자들에게 편안함, 고급스러움, 나를 위한 소비를 떠오르게 하는 곳이지만, 친환경은 아직까지 불편하고 고급스럽지 않으며 나보다는 환경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호텔과 친환경 이미지가 잘 매치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텔의 친환경 어메니티 도입에 있어 장벽이 되는 요인은 크게 제품 측면, 소비자 측면, 호텔 측면으로 분석됐다. 제품 측면의 경우 위생, 청결과 관련된 우려가 생길 경우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친환경 제품의 품질이 기존 제품보다 낮다는 이미지로 인해 친환경 어메니티가 호텔에 지불한 금액만큼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인식하기도 했다. 또한 친환경 제품 자체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제품 자체를 어색하게 느낄 경우에도 친환경 어메니티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소비자 측면의 경우 소비자들은 친환경 어메니티가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될지 의심했고, 친환경 제품이 어떠한 방식으로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경우에도 친환경 어메니티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한편 호텔 측면에서는 호텔이 친환경 제품을 제공하는 동기가 정부의 규제나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느껴질 경우 부정적으로 인식했으며, 객실 어메니티를 호텔만이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어메니티가 호텔의 서비스 퀄리티를 저해한다고 인식할 경우에 친환경 어메니티 도입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성 교수는 “기존의 호텔 어메니티와 관련된 연구는 제한적으로 진행돼 왔으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호텔의 친환경 정책과 활동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어메니티 도입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호텔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친환경 옵션들이 소비자들의 인식 및 이용 경험과 관련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호텔 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주 이용고객을 고려해 어메니티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지속가능 소비도 같은 맥락으로 소비의 가치가 변화하고 있는 현시대의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뿐만 아니라 호텔의 이미지 및 실질적인 매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호텔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바는 무엇인가?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직까지 불편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친환경이야 말로 럭셔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찍이 친환경 소비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대체적으로 학력과 소득수준이 높은 집단이 친환경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이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내의 경우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는 호텔이 어떻게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느냐에 따른 문제이므로 소비자 심리나 행동 연구가 호텔에 굉장히 유의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호텔 브랜딩 요소로서의 친환경은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호텔은 경험으로 소비를 이끌어내는 공간이다. 게다가 경험으로 형성될 수 있는 ‘브랜드-소비자 관계(Brand-Consumer Relationship)’를 고려했을 때, 호텔에서 친환경 소비를 경험하고 긍정적인 기억을 남기는 것이 소비자들의 일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즉 자연스럽게 친환경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고, 지속적인 브랜딩이 이어진다면 단순히 친환경 호텔 측면에서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화두인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을 선도해 나가는 호텔로 이미지 선점도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여기에 호텔에서 친환경은 1회용품뿐만 아니라 음식물, 전력, 물, 각종 폐기물 등 다뤄볼 수 있는 영역이 많다는 점도 기회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행동, 심리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에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연구를 설계함에 있어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고객의 친환경 소비 행동의 변화는 소비의 제약 요인들을 없애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친환경의 경우 고객들이 소비를 망설이는 이유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친환경에 대한 당위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는 다양한 제약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까다로운 공정으로 인한 높은 가격이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그리고 럭셔리 호텔에서 나 하나가 아낀다고 과연 지구의 친환경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효능감 등이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을 줄여줄 수 있는, 일종의 ‘넛지(Nudge)’를 고민해보는 방향으로 연구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호텔 친환경과 관련해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가 궁금하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행동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다. 친환경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메시지 카드를 제작하고 각 객실에 비치해두면서 어메니티를 사용했는지, 수건이나 시트 교체를 요청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호텔에서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호텔 자체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직접적으로 하는 활동이 부재하고, 고객에게 불편을 떠넘기면서 친환경 활동에 동참을 요구한다고 느낄 경우 고객은 이를 그린워싱이라고 여긴다.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기준이나 제도들이 도입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린워싱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에게 달려있는 만큼, 호텔에서의 여러 친환경 활동들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과 그린워싱에 대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연구도 진행해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cplab.이 호텔 연구를 통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 부탁한다.
cplab.은 소비자의 심리에 집중해 소비자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소비자 개인과 기업, 사회 전반의 웰빙에 기여하는 연구를 발표하는 것이 연구실의 목적이다. 실험, 설문, 인터뷰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는 데 어떤 부분이 제약이 되고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했다면, 호텔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설득 메시지 연구를 통해 이제는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아무리 친환경 소비, 윤리 소비, 지속가능 소비를 해야 한다고 해도 결국 소비자 개인과 기업이 동참하지 않고 적절한 정책이 기반되지 않으면 이는 무용한 일이다. cplab.은 개개인의 행동 변화를 통해 한 명씩 동참하다 보면 전체 사회가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소비자가 변화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 기업들도 그런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더욱 친환경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도 많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