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의 Tea Master 62] 티의 명소를 찾아서 ⑭ 이집트 Ⅱ - 나일강을 따라 이어지는 이집트의 티 명소들

2022.12.11 08:33:01

 

이집트에는 에티오피아에서 발원하는 청나일과 아프리카 최대 호수인 빅토리아호에서 출발해 백나일에 합류한 나일강이 지중해로 흘러나간다. 그러한 나일강의 삼각주와 그 지류, 그리고 수에즈운하의 해안 지역을 제외하면 이집트는 대부분이 사막 지역이다.


이러한 지리적 요건으로 이집트는 고대로부터 나일강을 따라서 북부와 남부에서 새로운 왕조들이 흥망성쇠를 반복하고 지금은 현대적 도시들이 발달돼 있다. 이번 호에서는 앞서 북부 카이로의 명소에 이어 나일강을 따라 이어지는 티 명소들을 추가로 소개한다.

 

애프터눈티를 프랑스풍으로 즐길 수 있는 곳
소피텔 카이로 엘 게지라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를 가로지르는 나일강에는 충적지인 게지라섬(Gezirah Island)이 있다. 섬 북부의 자말렉(Zamalek) 지역에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호스피탈리티 그룹인 아코르의 5성급 호텔, 소피텔 카이로 엘 게지라(Sofitel Cairo El Gezirah)가 있는데 아코르 호텔 체인 내에서도 럭셔리 등급에 해당해 다이닝 서비스로 지난 호에 소개한 호텔들 못지않게 호화롭다.

 

 

그중 라 팔머레 레스토랑(La Palmeraie Restaurant)에서는 셰프들이 강렬한 원색의 향신료들을 넣은 모로칸 요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내 및 실외에서 진미들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케바기 오리엔탈 그릴(Kebabgy Oriental Grill)’에서는 양고기구이, 닭고기구이, 비둘기고기구이를 비롯해 각종 석쇠 구이들을 케밥과 함께 맛볼 수 있다. 특히 케밥에 사용되는 빵은 진흙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직접 굽는데, 거의 예술적인 수준이다. 실내에서 요리를 즐긴 뒤 실외 테라스에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중동식의 진한 히비스커스 티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카이로 내에서 최상급의 이탈리아 정통 다이닝 명소인 카사미아(Casa Mia) 레스토랑은 방대한 요리의 브렉퍼스트로 시작해 알라카르트 수준의 디너 요리에 이르기까지 온종일 뷔페로 운영되고 있어 미식 여행가들에게는 필수 방문 코스다. 카이로의 햇살 아래에서 수영을 즐기면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야외 풀장 바인 서니바(Sunny Bar)에서는 각종 열대 과일류와 스낵을 과일주스와 칵테일로 마시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을 할 수 있다.

 


카이로 최고 권위의 프렌치 카페인 라 마들렌(La Madeleine)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프랑스 전통의 케이크와 페이스트리들을 비롯해 네스프레소 커피(Nespresso Coffee), 식도락 수준의 마카롱, 풍성한 초콜릿들을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소다.


하지만 티 애호가들에게는 윈도 온 더 나일 라운지 앤 바(Window On The Nile Lounge & Bar)가 더 유명하다. 카이로에서 애프터눈티를 프랑스풍으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갓 즙을 낸 신선한 주스와 간단한 점심 식사 뒤 프랑스풍 애프터눈티를 나일강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즐겨 보길 바란다.                                

www.sofitel-cairo-nile-elgezirah.com

 

 

카이로공항 인근의 다이닝 앤 티 명소
로열 맥심 팰리스 켐핀스키 카이로 호텔


카이로의 신시가지 한복판에는 약 1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유럽에서도 가장 오래된 호텔 그룹인 켐핀스키 호텔 그룹(Kempinski Hotels Group)의 5성급 호텔, 로열 맥심 팰리스 켐핀스키 카이로(Royal Maxim Palace Kempinski Cairo)가 있다.


참고로 켐핀스키 호텔 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호텔 브랜드 연합체인 세계호텔연합(GHA, Global Hotel Alliance)을 창립한 일원으로도 유명한 베르톨트 켐핀스키(Berthold Kempinski)가 189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처음 설립한 것으로 오늘날에는 전 세계 34개국에 5성급 호텔을 무려 79개나 거느리고 있다. 

 

 

이 호텔은 카이로공항에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수에즈운하와도 지리상으로 매우 가까워 여행객들에게 교통적으로 편리한 접근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5성급 호텔인 만큼 그 숙박 시설과 다이닝, 티 라운지의 서비스도 세계 최고 수준급이다.


스테이트(The State) 레스토랑은 유럽 전통 요리의 대기행을 즐길 수 있어 영국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 다이닝 룸의 이름을 붙였다. 브렉퍼스트와 런치가 주요 서비스로 제공된다. 루카(Lucca) 레스토랑에서는 이탈리아인 셰프가 지중해산 식자재를 사용해 가정식 레시피로 이탈리아 정통 요리들을 정성껏 선보인다. 런치와 낭만적인 디너를 레스토랑 내부 벽화를 감상하면서 즐길 수 있다. 레바논 정통 레스토랑인 밥 알 카스르(Bab Al Qasr)는 카이로에서도 동양 요리로서는 최고로 손꼽히는 명소로 이집트와 레바논 요리가 일품이다. 이곳은 온 가족이 중동 요리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아랍식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이 호텔에도 물론 아시아 레스토랑이 있다. 아시아 퓨전 요리 레스토랑인 야나(Yana)가 그것으로 중국식 만두와 국수에서부터 일본식 스시, 마키, 사시미까지 동양의 요리들을 맛깔스럽게 선보인다. 유럽풍의 그릴 룸이자, 스테이크 하우스인 로마노프(Romanov)는 그 이름조차 러시아제국의 왕가에서 유래됐듯 내부 장식이 매우 화려하다. 프리미엄 미트 컷에서부터 진귀한 해산물 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이들을 호텔의 거대한 뜰을 구경하면서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애주가들의 명소가 있다. 1897 The Bar에서 전설적인 칵테일류나 와인과 함께 밤에 라이브 음악을 즐기면서 노스탤지어에 젖어 들 수 있다. 또한 티 애호가들에는 별도의 명소, 바이브스 라운지 앤 테라스(Vibes Lounge & Terrace)가 있다. 이 라운지는 카이로에서 몇 안 되는 유럽식 커피하우스로서 페이스트리, 베이커리, 디저트가 매우 다양하게 제공되는데, 더욱이 테라스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며 신선한 브렉퍼스트에 이어 영국 정통 애프터눈티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명소다. 밤에는 칵테일을 물담배인 시샤(shisha)와 함께 테라스에서 즐길 수 있어 애연가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www.kempinski.com/en/cairo/royal-maxim-palace-kempinski-cairo

 

 

고대 이집트 수도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 알렉산드리아


이집트 북부에는 카이로에 이어 제2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가 있다. 이곳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집트 원정을 위해 기원전 331년에 나일강 하구에 건립한 항구 도시이자, 그로 시작된 프톨레마이우스 왕조의 끝 무렵인 기원전 30년 클레오파트라 여왕에 이르러 멸망하기까지 이집트의 수도였던 곳이다.

 


알렉산드리아는 200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이집트에서 상공업과 무역이 발달한 중요 도시며, 휴양과 관광의 도시로서 건재를 자랑한다. 이곳에도 물론 애프터눈티의 명소가 있는데, 5성급 럭셔리 호텔인 포시즌스 호텔 알렉산드리아(Four Seasons Hotel Alexandria)가 그 주인공이다. 이 호텔은 세계적인 호텔 그룹답게 다이닝은 말할 것도 없고, 서비스도 초호화 수준이다.


중동 정통 레스토랑인 시샤 라운지(Shisha Lounge)에서는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이집트와 모로코의 정통 요리들을 즐길 수 있다. 브렉퍼스트와 디너를 중심으로 하는 칼라 레스토랑(Kala Restaurant)은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온 가족이 지중해식 해산물 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중동 전통 전채 요리인 메제(Mezze)와 시리아와 레바논의 토속 요리들을 선보이는 바이블로스 레스토랑(Byblos Restaurant), 이탈리아 남부의 정통 요리들을 제공하는 스테파노(Stefano) 레스토랑도 고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또한 프레스카 카페 앤 베이커리(Fresca Cafe and Bakery)는 이탈리아 전통의 샌드위치, 피자, 파스타, 페이스트리, 치즈케이크, 빵을 탁 트인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는 명소다.

 


로비 라운지에서는 다이닝 서비스가 온종일 제공되고, 각종 음료와 애프터눈티를 즐길 수 있다. 만약 알렉산드리아에 들를 일이 있다면 이 호텔의 로비 라운지에 들러 다이닝과 함께 애프터눈티를 즐겨 보길 바란다. 밀려오는 지중해의 파도를 바라보면서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세계 제국의 중심지로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한 이곳, 알렉산드리아의 슬픈 역사도 그들을 기리며 잠시 떠올려 보면서 말이다.

www.fourseasons.com/alexandria/photos-and-videos/

 

 

추리소설의 거장, 애거서 크리스티의 칵테일 단골집 
소피텔 레전드 올드 캐트랙트 아스완


아코르 호텔 그룹의 럭셔리 호텔 ‘소피텔 레전드 올드 캐트랙트 아스완(Sofitel Legend Old Cataract Aswan)’은 이집트 남부 아스완주의 주도인 아스완(Aswan) 나일강 강둑에 위치한 애프터눈티로 유명한 호텔이다. 


이 호텔은 수도 카이로에서 남동쪽으로 약 900km 떨어진 아스완에 있지만, 아스완은 사실 고왕국 시대부터 이집트에서 문화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따라서 고대 유적지들이 많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세계적인 호텔들이 다수 들어서 있다.

 

 

소피텔 레전드 올드 캐트랙트 아스완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사업가이자 여행가인 토머스 쿡(Thomas Cook, 1808~1892)이 처음 설립한 곳으로 역사가 깊다. 또한 19세기 말~20세기 초 이집트 국왕 푸아드 1세(Fuad I, 1868~1936)가 내방한 장소며, 영국의 추리작가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1~1976)가 묵으면서 칵테일을 즐겨 마셨던 단골 장소로 꽤 유명하다. 물론 오늘날에도 5성급 호텔로서 아코르 호텔 그룹 내에서도 다이닝과 서비스가 최고 수준이다.

 


이곳에는 약 120년간 미식가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 왔던 앤티크풍의  1902 레스토랑이 있다. 거대한 돔 형태의 레스토랑으로서 예술적인 프랑스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으며 레몬그라스로 가향한 생선은 그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지역 특산의 식자재와 각종 허브, 향신료를 사용해 만든 중동 요리를 요리는 선보이는 오리엔탈 케밥기(Oriental Kebabgy) 레스토랑도 들러 볼 만하다. 그밖에도 사라야(Saraya) 레스토랑에서는 실내 및 테라스에서 수제 파스타, 생선 요리 등 지중해식 요리를 미식가 수준으로 즐길 수 있다.


한편 레스토랑 테라스(Terrace)에서는 아스완에서도 가장 유명한 요리들을 선보이는데, 이곳에서의 티 또는 칵테일 한 잔과 함께 바라보는 일몰이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줘 관광 명소로도 정평이 났다.

 


특히 나일강의 강둑에서 일몰 광경을 즐길 수 있는 하이 티(High Tea)의 명소, 팜스(Palms) 레스토랑은 티 애호가들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다. 이곳에서 스콘, 스트로베리, 크림, 샌드위치, 감칠맛 나는 스낵들과 함께 영국의 정통적인 하이 티를 경험한다면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티 애호가라면 이 호텔에 들러 석양을 응시하며 하이 티를 꼭 마셔 보길 바란다. 그 옛날 애거서 크리스티가 나일강을 무대로 썼던 추리소설 <나일강의 죽음>도 떠올려 본다면 말이다. 티 명소의 순례길에서 생긴 오랜 여독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https://all.accor.com/hotel/1666/index.en.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