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언젠가부터 ICT, IoT, AI, Cloud, 5G와 같이 환대산업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이던 단어들이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원치 않는 과제로 주어졌다. 환대산업과는 다른 결인 것 같은 IT를 접목해 온라인에서 호텔을 어필하라 하니 오프라인도 온라인도, 대면도 비대면도, 프리미엄도 편리미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하여튼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게 제 맛인 과제라지만, 정답이든 오답이든 무언가 써내려가고 있는 주변 호텔들을 보니 불안한 마음에 너도나도 곁눈질에 급급한 모양새다.
4차 산업혁명은 글로벌 저성장을 돌파하기 위해 각 국가와 기업들이 그동안 고착화돼 있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려는 의지와 노력이 반영된 것이다. 한마디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바꾸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에어비앤비는 공유·중계 플랫폼으로 전에 없던 공유숙박의 새로운 니즈를 창출, 그들만의 비즈니스를 만들었다. 호텔그룹 CitizenM은 올해 초 메타버스 내에 온라인 호텔을 구축하고, 온·오프라인의 소비 순환을 목표로 NFT 조달과 활용 계획에 착수했다. 고객으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 속 호텔에 공존하게 만든다는 의미인데 언뜻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그들의 기획은 꽤나 촘촘하다. 물론 CitizenM의 메타버스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주목해볼만한 점은 온라인에서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내고자 했다는 것이다.
최근 호텔이 경영 전반에서 주목하고 있는 단어가 DT, 디지털 전환이다. 4차 산업혁명이 내려준 난제의 풀이를 코로나19가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텔들은 자율주행이 가능한 AI 로봇을 데뷔시키고, 키오스크와 모바일을 고객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DT의 일환으로 로비에는 세상 트렌디한 기기들이 수려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데, 정작 백오피스에서는 여전히 팩스로 인보이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그동안 고객이 토로하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구태여 직원들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태여 필요가 없어진 것이 ‘직원들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지, ‘직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직원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객체가 달라진 것뿐이다. 매일 똑같은 질문에 반복하는 대답대신 체크인을 위해 로비에 들어서는 고객과 눈 맞춤하고, 요청이 들어온 룸서비스를 하우스키핑에 전달하는데 급급하느라 보지 못했던 고객의 불편함을 캐치하는 것이 진정한 DT의 목표인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란 인건비를 아끼고자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하게 많은 품이 들었던 단순한 작업은 기술에 맡기고, 보다 고도화된 인적 서비스를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어쩌면 되풀이되는 단순 업무에 지치느라 직업적 소명을 잃었던 직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높아진 서비스 퀄리티는 고객에 '더 높은 가격'의 가성비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대고객 서비스의 환대산업의 중심으로서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라지만 고객에게 필요한 만족이 단순한 퍼포먼스인지, 호텔의 본질을 느끼게 해주는 만족감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면과 비대면의 사이에서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이때, 호텔이 정작 전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지 DT를 논하기 전에 논의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