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더피플의 Brand & IP Law] 메타버스와 상표권 침해

2022.03.11 09:00:27

 

 

현실세계에서 볼 수 있는 상표를 이제는 메타버스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루이뷔통, 프라다, 샤넬 등은 로블록스에서 아바타를 위한 버츄얼 컬렉션(Virtual Collection)을 판매하고, 삼성전자는 삼성 VR 스토어를 통해 가전·전자제품을 판매한다.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에 제약이 커짐에 따라, 국내외 브랜드는 메타버스로 진출해 기존의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상표 보유자로서는 이러한 범세계적 추세에 부합하는 상표권 보호전략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먼저 상표권 침해의 기본법리를 이해하고, 메타버스에서 상표권 침해를 구성하는 요건 및 침해에 대한 권리구제 방법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자.

 

상표권 침해의 기본법리


상표권자는 미리 지정한 상품에 관해 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다. 상표법 및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여기서 ‘상품’이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을 의미하고, ‘미리 지정한 상품’이란 상표가 사용될 상품으로서 상표를 등록하려는 자가 지정해 상표와 일체로 등록한 상품을 뜻하며, ‘상표를 사용’하는 행위란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표시행위, 유통행위, 또는 광고행위 등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법률상 정당한 권원없는 제3자가 상표권자가 등록한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상표권자가 메타버스에서 거래되는 상품류를 지정상품에 포함하지 않은 경우의 문제


메타버스에서 거래되는 제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으로서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하고, 상품의 출처표시로써 상표가 사용된 경우라면 상표법에 따른 규제가 가능하다. 다만, 현실세계에서의 상품과 메타버스에서의 상품은 성질상 명확히 구분된다. 메타버스에서의 상품은 화상 이미지 또는 디지털 파일의 부류에 속하고, 특허청이 적용하는 유사군 코드 중에서는 ‘제9류’의 ‘내려받기 가능한 이미지 파일(Downloadable Image File)’에 해당될 수 있다.

 

상표권자가 현실세계에서의 상품만을 지정상품으로 해 상표등록을 한 경우에는 제3자가 메타버스에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해도 이를 막기 어려울 수 있다. 상표권자가 기존에 지정상품으로 등록하지 않은 ‘내려받기 가능한 이미지 파일’을 제3자가 지정상품으로 해 상표권자의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출원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상표권의 보호체계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미국에서는 2021년 구찌와 프라다가 아닌 제3자가 기존에 등록돼 있지 않은 ‘Downloadable Virtual Goods’ 등을 지정상품으로 해 구찌와 프라다의 상표를 출원했으며 이에 따른 분쟁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상표법상 이와 같은 상표출원이 있는 경우 상표권자는 해당 출원의 등록 전이라면 이의신청, 등록 후라면 무효심판청구 등을 통해 권리보호를 도모할 수는 있다. 다만 상표권은 등록된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대해서만 효력을 가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현저히 알려진 상표권자의 상품 또는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거나 제3자가 상표를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하려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는 가상상품(Virtual Goods)과 상표권자의 지정상품인 현실상품(Real Goods) 간의 유사성이 인정돼야 한다.

 

대법원은 “어떤 상표가 선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하더라도 그 지정상품이 선등록 상표의 지정상품과 서로 다른 경우에는 상품출처의 오인, 혼동은 생기지 아니하므로 상표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1993. 2. 26. 선고 92후1745 판결).

 

상표권을 침해당한 자는 침해자의 상표사용에 대해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하거나,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단, 거래되는 상품이 상표권자의 지정상품과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면 상표법상 상표권의 침해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상표법상 상품의 유사기준과 관련해, “지정상품의 유사 여부는 대비되는 상품에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할 경우 동일업체에 의하여 제조 또는 판매되는 상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되, 상품 자체의 속성인 품질, 형상, 용도와 생산 부문, 판매 부문, 수요자의 범위 등 거래의 실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반 거래의 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4후3225 판결).

 

즉, 소비자의 오인·혼동 가능성을 기준으로 상품 간 유사성을 판단하는 것이지만, 가상상품과 현실상품의 형상, 용도 등이 현저히 다르다는 점에서 그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권리구제 가능성


상표권자는 상표법 이외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권리구제를 받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 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 반포 또는 수입, 수출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제2조 제1호 가목)를 금지하고 있고, 보호되는 상품과 침해하는 상품 간의 유사성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단, 상기 규정이 적용되려면 상표 등이 국내에 널리 인식돼 있어야 하므로 유명 상표가 아닌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권리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

 

메타버스 시대에 맞는 상표권 보호전략 새롭게 구축해야


이제부터 상표를 등록하려는 자는 등록에 앞서 제3자가 메타버스에서 자기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불측의 손해를 방지하고 제3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메타버스에서 거래되는 상품(내려받기 가능한 이미지 파일 등)을 지정상품에 포함시켜 상표를 등록 받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이미 상표권을 등록한 경우라면 지정상품을 추가하는 신청을 할 수 있다. 해외기업인 랄프 로렌, 나이키, DKNY는 메타버스에서 판매되는 자사의 가상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2021년 ‘Downloadable Virtual Goods’ 등을 지정상품으로 해 미국 또는 EU에 추가 상표출원을 했다고 한다.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한 만큼, 상표권 보호전략을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글 : 이원천 변호사

위더피플 특허법인 협력변호사·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