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트래블 버블, 면역여권 등 국제관광 재개와 관련된 이슈들이 논의되던 지난 6개월. 일상으로의 복귀도 머지않았다는 희망과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결국 7월 4차 대유행으로 관광업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연일 줄어들 줄 모르는 네 자리 수 확진자 증가세로 트래블 버블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이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는 이제 우리가 평생 해결해가야 할 숙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종전과 같은 무조건적인 봉쇄가 답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국가 간 협약 이외에도 보다 복잡다단한 고민거리가 많았던 트래블 버블. 이번 시행착오를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트래블 버블은 어떻게 체계를 갖춰나가야 할까?
거리두기 완화, 트래블 버블로 고조됐던 해외여행 니즈
지난 6월 30일, 정부가 7월 1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밝혀 그동안 멀어져 있었던 일상이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백신 접종률 이 전체 인구 대비 1차 31.1%, 접종완료는 12.3%(21.07.16 기준)에 달하고, 확진자 수가 500명 내외로 유지되면서 조였던 숨통이 조금씩 트이는 듯 했다. 기존 5단계에서 4단계로 줄어든 새 거리두기는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과 사적모임 인원제한 기준을 완화한 것이 골자 였다. 이에 따라 백신 예방 접종자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상황에 따라 자율성이 주어졌고,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하늘길도 단체 관광객의 경우 싱가포르 대만, 태 국, 괌, 사이판 등 일부 국가에 한해 허용됐다. 여기에 같은날 국내 최초의 트래블 버블 협정을 사이판, 티니안, 로타를 중심으로 한 북마리아나주와 체결, 백신 접종자의 경우 이르면 7월 말부터 해외여행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류를 일찍부터 짐작한 여행업계는 올해 초부터 각종 유통채널을 통해 아웃바운드 여행상품들을 봇물 터지듯 내놓기 시작했고, 실제로 CJ온스타일은 지난 6월 여행사 노랑풍선과 함께 기획했던 ‘유럽 인기 일정 3선’ 패키지 홈쇼핑 방송에 약 5만 2000건의 예약이 몰려 200억 원이 넘는, 국내 여행 홈쇼핑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 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여행의 재개 흐름이 보이면서 국내 여행객들의 기대감이 고조, 트래블 버블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여행신문>이 6월 9일부터 29일까지 3229명의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 시대 소비자의 해외여행 인식’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해외여행의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은 82.7%에 달했다. 이는 지난 해 ‘여건이 허락된다면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답한 비율보다 24.6%p 증가한 수치로 여행 재개에 있어 백신 접종이 확실한 해결책임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해외여행을 위 해 백신 접종을 서두른다고 답한 소비자도 58%나 돼 빠른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여행자들의 목마름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목적지 선정에 있어 고려할 우선 조건으로는 ‘트래블 버블 체결 국가(53.8%)’,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52.7%)’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아 트래블 버블 정책과 국가적 코로나19 대응력이 무엇보다 추후 국제관광 재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다.
예기치 못한 변수와 명확하지 않은 지침으로
다시 좌절에 빠진 여행업계
그러나 고조된 분위기도 잠시, 2주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불안했던 확진자수 증가 추세가 1000명 대 네 자리수를 연일 기록하자 4차 대유행이 선언,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거리두기 개편안과 북마리아나주와의 트래블 버블의 행방이 묘연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전국적 방역·의료체계가 한계에 도달한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하며 사실상 ‘봉쇄’나 다름없는 지침이 적용됐다. 더불어 외교부는 7월 15일, 전 국가 및 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6차 발령한 특 별여행주의보를 8월 14일까지 연장, 해당 기간 중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여행객들에게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여행사와 항공업계는 다시금 깊은 한숨만 내뱉고 있다. 트래블 버블로 인해 적어도 9월 추석을 기점으로 조금이나마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던 터였다. 실제로 참좋은여행이 6월 말 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8월 출발 대만, 싱가포르 등 트래블 버블 예상국가 여행 상품은 3000여 명의 예약이 진행됐다. 인터파크투어는 나라별 규정이 다르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전 세계 해외여 행 현황 관련 정보와 상품을 수시로 업데이트해 알려주는 ‘그린여행’ 페이지를 오픈하기도 했다. LCC 항공사도 추석연휴에 맞춰 7월 말부터 사이판, 괌 등 주요 트래블 버블 예상 국가에 대한 노선 운항을 재개할 계획을 세웠고, 아시아나항공은 하와이 부정기 항공편을 운항하기로 돼 있었다.
한편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으로 불투명했던 트래블 버블은 사이판으로 가는 여행만 7개 지정 여행사의 상품, 그리고 단체여행객에 한해 허용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 개인 여행객과 업무 목적의 출장자는 트래블 버블 프로그램 적용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7개 여행사 단체여행 상품은 양국 정부가 지정한 숙소와 식당, 이외 시설에서 사전 승인을 받은 일정만으로 설계된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 의 확산으로 불안감이 커지자 트래블 버블 시행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위축된 여행 소비 심리가 어떻게 트래블 버블 프로그램으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 수의 정란수 대표(이하 정 대 표)는 “그동안 트래블 버블 이야기가 나오는 국가들을 보면 확진자가 10명 내외인 곳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우리와 같이 100단위 대의 확진자가 발생하던 상황에서는 트래블 버블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 었다. 북마리아나제도의 경우 워낙 한국인 인바운드가 많고, PCR 검사 지원 등이 가능한 상황이니 막는 것만 이 능사는 아니라는 관점으로 풀어줬던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하며 “그런데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트래블 버블에 대한 이야기가 내부적인 프로토콜이 마련되지 않은 채 공공연하게 드러나면서 작년 말부터 이미 해외 호텔 상품들이 홈쇼핑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행업계는 너무 힘든 상황이니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겠지만 결국 4차 대유행과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는 취소나 환불 등 의 이슈와 너무 큰 기대로 인한 박탈감이 더욱 심할 것”이 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명확한 지침이 없는 희망고문은 그렇지 않아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업계를 뒤흔드는 격이라는 것이다.
국제관광 재개의 열쇠, 트래블 버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여행안전권역)’ 제도는 코로 나19 장기화에 따른 위드 코로나 시대의 현실적 대응책 논의가 시작되면서 마련됐다. 기본적인 개념은 코로나19 방역 우수 국가(혹은 지역) 간의 여행 안전지대로, 각 국가 방역당국에서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다수와의 접촉을 피하고 작은 ‘소셜 버블(사회적 교류 안전막)’의 유지를 권고하던 것이 감염 우려가 적고 안전이 검증된 특정 국가 간으로 확대된 것을 의미한다. 이는 백신이 나오기 전, 완전한 개방은 어려우나 안전한 국가에 대해 자가격리 입국제한을 완화하고 항공, 여행업 등의 관련 산업의 부분적 복원을 도모할 목적을 담고 있었다. 다른 명칭으로는 ‘트래블 코리더(Travel Corridor)’, ‘트래블 브릿지(Travel Bridge)’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트래블 버블의 구성 요건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버블은 상호적(Two- Way)인 것으로 국가 간 협의를 통해 취해야 한다는 것과 트래블 버블은 여행에 대한 허가기 때문에 공무, 상용, 관광여행 등 어떤 유형의 여행까지 완화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국가별로 다르다는 점, 그리고 상대 국가로부터 여행객이 입국할 때 PCR 테스트 결과 제출 여부와 자가격리 기간 완화 정도에 대한 협의도 양 국가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트래블 버블이 체결되면 마치 양국 간에 자유로운 관광이 가능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아직까지 관광목적의 여행까지 포함한 트래블 버블은 작동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현재 한정적으로 상호 작용하고 있는 공무, 상용 여행에 대한 트래블 버블은 입국 시에만 자가격리가 면제되고 귀국 후에는 14일 격리를 진행해야 한다.
트래블 버블 외에도 국제관광 재개를 위한 대응책으로 ‘면역여권 (Immunity Passport, 코로나19 면역 증명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으나 현재 각국의 방역관리는 국제 여행객들의 항체 보유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체크하는 것에 초점이 있고, 의학적 신뢰성, 윤리·사회적 논란 등으로 실제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북마리아나주를 시작으로 엿보이는 해외여행 재개
전폭적인 지원 통해 트래블 버블 활성화 노력도
국내와 처음으로 트래블 버블을 체결한 북마리아나 제도는 사이판, 티니안, 로타를 품고 있는 곳으로 7월 1일부터 트래블 버블 시행을 앞두고 6월 30일 롯데호텔 에서 한-북마리아나 제도 여행안전권역 합의문 서명식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북마리아나 제도 랄프 DLG. 토레스 (Ralph DLG. Toress) 주지사, 마리아나 관광청 바이올 라 알레푸요(Viola Alepuyo) 이사회 의장과 국토교통부 황성규 차관 중심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바이올라 알레푸요 의장은 “북마리아나 제도는 낮은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높은 백신접종률 등으로 미국질병통 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19 안전 평가에서 가장 안전한 1단계 지역으로 분류됐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이유로 한국 정부 또한 우리 지역의 안전성을 인정, 트래블 버블 첫 체결지로 북마리아나 제도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사이판, 티니안, 로타의 따뜻한 해변에서 한국 여행자들을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제도 주민들의 안전과 한국 여행자들의 안전 모두를 위해 지속적인 방역 유지를 통한 책임감있는 여행 재개를 실현시켜 보일 것”이라고 트래블 버블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6월 30일 기준 북마리아나 제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83명으로 한 달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백신 2차 접종률은 63.8%에 달했다.
한편 북마리아나 제도는 트래블 버블 초기 시행 정착을 위해 여행자들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 혜택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먼저 여행객들은 한국-사이판 출입국 과정에서 총 3차례의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데 1회에 300달러(약 33만 8400원)의 비용이 발생, 검사에 대한 여행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사이판 현지에서 진행되는 검사 비용은 종류와 관계없이 주정부가 검사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또한 주1회 항공 운항 스케줄에 따라 당분간 사이판 여행 상품은 최소 7일 체류하는 일정이 될 전망으로, 7일 이상 북마리아나 제도 여행자들에게 1인당 여행 경비 최대 1500달러(약 169만 2000원)을 제공한다.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될 해당 지원금은 사이판, 티니안, 로타에서 각각 최대 500달러(약 56만 원)씩 섬 간 항공료, 숙박, 식음료, 쇼핑, 액티비티 등 여행에 관련된 모든 항목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지원금 사용 가능 업장은 마리아나 보건당국과 WTTC(World Travel Tourism Council)가 인증한 안전여행 프로그램 지정 장소들로 모든 방역 조치가 완비된 곳이다. 여기에 사이판 입국 후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대한민국 여행자의 경우 북마리아나 주정부에서 진행하는 TRIP(Travel Resumption Investment Plan)의 일환으로 치료비 전액도 지불한다고.
국가별로 유동적이고 다양한 트래블 버블 형태
이처럼 관광이 주력사업이었던 국가들의 경우 국제관광 재개에 대해 기대 하는 바가 큰 만큼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트래블 버블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트래블 버블 이외에도 국가별 국제관광 재개 동향은 다양하게 이뤄져 왔다.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으로 이뤄진 지역 구조로 인해 EU 회원국 간에는 국경 통제가 거의 없었고,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EU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13개 국가에 대해 회원국들에게 국경을 개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방의 효과가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도움이 됐는지는 확실치 않으며 휴가철이 끝난 지난 9월부터 유럽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커져 다시 봉쇄에 들어섰다.
오세아니아 국가 중에 상호의존도가 높은 호주와 뉴질랜드는 지난해 10월부터 트래블 버블이 실시, 초기에는 뉴질랜드에서 일부 호주지역으로의 방문만 허용됐고 점차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며 양방향 이동이 가능했지만 결국 확진자가 발생, 다시 일방적 방문만 허락됐다가 재차 중단되는 등 유동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코로나19 발생지가 중국인데다가 과거 사스 발생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외로부터의 유입을 막기 위해 대체로 초기 입국 관리를 강화한 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통제한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의 국가들은 조금씩 트래블 버블의 기회를 보고 있으며, 특히 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트래블 버블을 시행하기도 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크게 세 가지 형태의 트래블 버블을 실시, 홍콩과는 상호 관광여행이 가능한 가장 완전한 형태의 ‘항공 트래블 버블 (Air Travel Bubble, ATB)’을 지난해 11월 22일부로 실시하기로 합의했으나, 양국가의 코로나19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올 5월 26일을 기점으로 3번째 기한이 연기된 이후에는 재개 흐름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트래블 버블은 국가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인접 국가를 둘러싼다는 트래블 버블의 개념에서 벗어나 영국령인 국가나 왕래가 잦은 국가들을 일직선으로 연결해 트래블 코리더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잠정적으로 중단됐다가 지금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눈 여겨 볼만한 점은 프랑스다. 프랑스는 델타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를 정확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바이러스 확산세가 빠른 경우 치명률이 줄어드는 경향, 실제로 코로나19에 비교했을 때 치사율이 낮은 상황을 고려해 기존과 같은 완강한 봉쇄령은 풀어야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일부 들려오고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도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주류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최소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이제 어느 정도 안고 갈 수 있는 바이러스는 안고 가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트래블 버블의 설정 기준과 적용 범위가 핵심
국내 첫 트래블 버블의 시도가 사실상 잠정적 연기에 들어서면서, 국가 간 협약을 넘어 고려해야 할 것들과 조성 돼야 할 환경들에 대한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트래블 버블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것은 명확한 기준과 범위에 대한 정보의 부재다. 트래블 버블의 기준과 방법은 코로나19 진행상황에 따라 사회적 격리 지침이 바뀌는 것처럼 유동적이며,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현재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트래블 버블 대상 국가 선정 과정과 지켜야할 지침, 실제 여행이 이뤄졌을 때 생길 수 있는 각종 돌발변수에 대한 가이드인데 이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었던 것이다.
정 교수는 “트래블 버블 이전에 국제관광 재개를 위해 기본적으로 요구돼야 하는 것은 일원화된 정부 지침이다. 정부에서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트래블 버블 국가 선정 과정부터 실제 여행 단계까지 세분화된 분야까지 논의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물론 트래블 버블과 같은 사안이 각 부처에서도 처음 겪는 제도인터라 부처 간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트래블 버블에 대한 논의를 해보겠다고 하니 여행사들은 이미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로 여행상품을 판매해 버렸고, 그 사이 외교부나 질병관리청에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트래블 버블 진행이 유야무야돼 혼란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이러한 정부 지침의 부재로 인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여행자들이라고 이야기했다. 트래블 버블 여행상품을 자가격리 면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구매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은 PCR 검사를 몇 차례나 받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현지에서도 자가격리 조치가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국 푸켓에서 트래블 버블처럼 적용하고 있는 ‘푸켓 샌드박스(백신 접종자 무격리 입국)’를 통해 입국한 아랍에미리에트 여행객 중 한 명이 공항 도착 직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입원 조치가 취해졌는데, 문제는 함께 온 나머지 단체 여행객들도 주정부가 지정한 호텔에서 14일 동안 격리됐다는 것이다. 이렇듯 아직까지 협정 국가 간 명확한 가이드가 서로 없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 그리고 각 상황별 대응책이 뚜렷하게 마련되지 않으면 정부와 여행사를 믿고 떠난 여행객들은 이러한 돌발 상황에 대해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가장 시급한 것은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 관광부가 주도하는 트래블 버블의 핵심 요소는 격리 면제지만 아직까지 질병관리청에서는 14일 격리 준수를 권고하고 있어 특히 단기체류 관광객에게는 큰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분화돼 있는 소통 체계를 업계와 의견을 나누고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협의체를 구성, 방역당국과 최종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여행 가능한 환경 조성 돼야
한편 트래블 버블 시행 자체보다 이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우선적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트래블 버블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여행 수요를 기대하기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이판 트래블 버블만 하더라도 그동안 국내 사이판 여행객들의 아웃바운드 수요와 백신 접종 상황을 고려해 보면, 기존의 사이판 여행 주 소비층인 30~40대 가족단 위 고객들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황이다. 또한 검사비 부담으로 PCR 검사를 총 3회로 줄이고, 북마리아나 제도 주정부가 이를 지원해준다고 해도 결국 국내에서 치르게 될 검사 비용은 고스란히 여행객들의 몫이어서, 하늘길이 열려도 여행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 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트래블 버블 적용 여행 객도 단체 관광객에 한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폐쇄적 트래블 버블만으로는 항공과 여행산업이 살아날 수 없다며 여행사 관계자들은 전면적인 개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4차 대유행과 특별여행주의보의 상황, 그리고 이러한 외부요인 외의 기존에 싱가포르-홍콩, 뉴질랜드-호주 사례만 보더라도 트래블 버블은 단순히 국가 간 협정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처음 트래블 버블이 논의 됐을 때만 해도 백신 접종 가능 여부가 불투명했던 상황이라 당초에 비하면 여건이 좋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트래블 버블은 관련 부처 와 의학계, 산업계 등 각자의 시각에 따라 이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관광에 대한 조건을 완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 범위와 적용 방법 등에 대해 관련 부처별 협의는 물론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특히 인바운드 재개와 관련이 있는데 <여행신문>이 조사한 ‘코로나 시대 소비자의 해외여행 인식’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에 적극적인 모습과 보인 것과는 반대로 외국인의 한국여행, 즉 인바운드 재개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인바운드 재개 호감도 물음에 ‘보통이다’를 선택한 중립적인 답변이 39.6%로 가장 높았고, ‘거부감이 든다’와 ‘매우 거부감이 든다’를 선택한 소비자도 35.7%에 달했다. 여기에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충족해야 할 최소 조건(중복응답)으로는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75.7%)’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그 다음으로 ‘PCR 음성확인서(56.2%)’도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정 교수는 “인바운드 재개의 경우 국가적 역량보다 먼저 국민들이 관광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인바운드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면 기존의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 위주로 접근이 이뤄질텐데 국민 정서가 더욱이 중국과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 문에 단계적 개방을 통해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이번 트래블 버블이 사실상 잠정적 유보상태에 들어서며 여행업계의 상실감이 큰 것도 이해하지만, 여행업계의 경제적 부분보다 사회, 국가적으로 인바운드가 재개돼야 할 이유를 먼저 충분히 설명한 후에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 아래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논의가 더욱 중요한 트래블 버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연구한 ‘코로나19 이후 국제관광 재개 현안과 대응방향’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 감염병의 경우 공식적인 종식기준은 없지만, 백신이 개발 완료돼 전 국민의 60% 이상이 접종을 마치고 항체를 보유하면 이론적으로 종식 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지난해 말 백신이 개발되고, 주요 국가들을 위주로 빠르게 백신 접종이 이뤄지며 종식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며 이제 바이러스는 계속 안고 가야 할 숙제가 됐다. 이에 언제까지고 국경을 폐쇄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앞으로는 발생할 위험 요소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신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17일, 한-북마리아나 트래블 버블 이후 트래블 버블 체결 기념 사전답사 대표단이 예정대로 사이판에 도착했다. 4차 대유행과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에도 불구하고 트래블 버블을 진행하겠다던 공표대로, 북마리아나 제도는 사전에 양국가가 체결한 트래블 버블 검역 체계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음을 어필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어쩌면 막연히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것보다 부딪혀보며 문제점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최선일 것이다. 이번 사이판 트래블 버블로 현실적이고 실효성있는 트래블 버블 정책 논의가 이뤄지는 단초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다 복잡다단한 트래블 버블. 이어지는 다음 호에서는 업계에서 체감하고 있는 트래블 버블과 이에 대한 상품 개발 전략은 어떤지, 국내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에 따라 트래블 버블 예상 국가들의 대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단계적 접근 필요한 트래블 버블,
프로토콜 갖춘 명확한 지침 마련해야”
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 수 정란수 대표 /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7월 초 예정됐던 트래블 버블 시행이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답보 상태에 머무르게 됐다. 여행업계의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상황이다.
첫 트래블 버블이 예정됐던 7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던 것이 사실이다. 트래블 버블을 논의하던 각 국가의 관광청도 하루 빨리 한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길 원했고, 여행자들도 장기간 발이 묶여있던 터라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사실 전 세계 트래블 버블 국가들을 보면 하루 확진자 수가 한자리수 대인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비해 국내는 트래블 버블 이야기가 오갈 때만해도 당시 확진자 수가 100단위 대라 이를 논하기에 이른감이 없잖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동안 국내에서 논의가 진행된 트래블 버블은 인바운드보다 아웃바운드 중심의, 국내 여행객들의 여행 선호도가 높았던 괌, 사이판, 태국, 싱가포르 등의 국가였고, 해당 국가들은 관광이 국가의 핵심 산업인 곳들이었기 때문에 협의가 가능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히 늘어나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되면서 이제는 기존의 인접국에 대한 트래블 버블 하나만 놓고 국가 대 국가의 정책으로 일반화시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재정비돼야 할 트래블 버블 정책의 방향성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국제관광 재개는 세부적인 단계를 구분해 순차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우리가 이전에 북한 관광, 금강산 관광을 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은 처음부터 관광 목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춰진 것이 아니라 초기에는 극히 제한적인 목적, 즉 사업의 목적으로만 왕래가 이뤄졌고, 차츰 일반인 관광도 배편으로 일부 지역에 한해서만 진행되다 육로가 개방됐다. 트래블 버블도 이와 같은 단계가 필요해 보인다.
가장 먼저 필수 경제·사회 활동인 사업이나 학술, VFR(Visiting of Friends and Relatives, 외국 유학생 및 교포의 친구 및 친지방문)의 목적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이처럼 추적이 가능하거나 신분이 명확한 이들을 대상으로 트래블 버블 지침들을 실제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이론상에만 있던 지침들을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점도 파악할 수 있고, 적절한 해결책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트래블 버블이 보다 더 구체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단계적으로 조금씩 경계를 풀어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재개 단계에 대한 논의 방향을 조언한다면?
앞서 이야기 했듯 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할 집단을 정하고, 이들이 나가거나 들어왔을 때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현재 싱가포르 전 국민들이 ‘Trace Together’라는 어플을 통해 개인의 동선 정보를 저장 하고 있다. 동선을 추적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에 어긋나기 때문에 동선이 저장되진 않지만, 해당 동선에서 겹친 사람들의 정보를 저장해뒀다가 확진자가 발생하면 당시 접촉했던 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 한다. 스마트폰이 없는 이들에게는 무료로 목걸이 형태의 단말기 ‘Trace Token’을 나눠주는데 이 단말기를 사업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이제는 리스크가 있는 것을 인지, 그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검토가 이뤄지려면 제한적으로라도 일단 관광객을 수용하고, 내보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국제관광 재개에 앞서 요구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일원화된 정부 지침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현재 트래블 버블, 국제관광 재개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질병관리청이 각자 다른 시각에서 이를 해석하고 있다. 물론 국가 간의 이슈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공표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지만 최소한 여행객들이 보호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지침은 물론 정확한 가이드를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관광전략회의 등을 통해 공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사태를 대응하며 가장 잘해왔던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확진자 동선 체크를 비롯해 안전 문자 안내, 하루 2번의 질병관리청 브리핑 등. 이러한 위기가 왔을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 지침을 주는데 아쉬운 점은 관광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도 호텔의 경우는 예외지만 여행업은 집합제한업종이 아니다 보니 인원 제한이나 거리두기 지침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이 때문에 여행사들이 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데 있어 많은 애로사항이 있는 모양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제도가 정착한지 1년이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관련 지침이 없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마지막으로 여행업계의 트래블 버블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 부탁한다.
트래블 버블이 제 의미를 갖추려면 앞으로 해결해야 될 것들도 많고, 그만큼 장기적인 목표를 둬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불확실 한 상황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여행업계의 체력 단련을 위해서라도 필요해 보인다. 다행인 점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도 빨라지고 있고, 국내의 경우도 8~9월 정도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흥미로운 것은 구미주와 관련된 여행 전략을 세우면서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20~30대 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백신 접종이 50% 대에 육박해 당장 재개 가능한 여행시장으로 봐도 무리없을 정도다. 따라서 여행사들은 이러한 흐름을 잘 파악해 기존 인바운드 상위 시장이었던 중국, 일본, 대만, 이외 동남아 상품을 기획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사회적 공감대나 시장 동향, 현지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품을 개발하고 운영 재개의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동향이나 현지 분위기와 같은 정보들은 개개별 여행사들이 접근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외교부나 문체부에서 이러한 소식들의 지속적인 전달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