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도 모르는 감춰진 욕망
스몰데이터 통해 찾을 수 있어
전통적 조사방법으로 추출되는 스몰데이터는 인간의 감춰진 욕망을 탐구하는 데 기초가 되는 단서들이다. 스몰데이터를 적용해 마케팅 성과를 이룬 사례로는 레고 사의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1990년 중반부터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서 허우적대던 레고 사는 당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이 참을성 없고 충동적이며 산만하다는 판단에 이르러 레고 블록을 더 크게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실제 레고 사가 수행한 모든 빅데이터 연구에서도 미래 세대는 레고에 흥미를 잃게 될 것이라는 동일한 결론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레고 사 컨설팅을 진행했던 마틴 린드스트롬은 ‘무엇이 정말로 레고를 돋보이게 하는가?’를 과제로 스몰데이터 연구를 진행했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레고 광이었던 독일의 한 소년을 만나 레고의 새로운 면을 고찰하게 된다.
마틴 린드스트롬은 소년에게 ‘본인의 가장 자랑스러운 물건이 무엇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레고 광이자 열렬한 스케이트 보더였던 소년은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물건으로 닳고 닳은 낡은 아디다스 운동화를 들고 나왔고, 그것을 자신의 ‘우승컵이자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이에 깊은 인상을 받은 레고 팀은 낡은 운동화 속에서 소년이 바라는 것은 거듭된 실패을 반복할지언정 최고의 기술을 통달해 얻는 사회적 인정이라는 점을 포착했다. 그리고 그 기술이 유용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끈질기게 매달린다는 점도 알게 됐다. 이에 레고 사는 기존의 방향과 정반대로 블록의 크기를 줄이고, 난이도를 높여 보다 정교한 제품을 만들었다. 레고를 사용자의 부름이자 도발, 숙련, 장인정신에 대한 모든 것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게 블록 조각 수만 5900개에 달하는 레고 사의 가장 큰 모델, 타지마할 키트는 300달러에서 3000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소장 품목에 올랐다.
한편 2012년 삼성전자는 설문조사를 통해 사용자들의 하루 평균 냉장실 사용 빈도가 81%인데 비해 냉동실 사용 빈도는 19%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한국 여성의 평균 허리 높이가 85cm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 두 가지 단서로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사용패턴에 맞춘 ‘와이드 상냉장-서랍식 하냉동’을 구조로 T타입 냉장고 ‘지펠 T9000’을 출시했다. 그리고 지펠 T9000은 출시 한 달 만에 1만 대를 판매, 이후에도 월 평균 1만 대씩 판매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밸류바인 구자룡 대표는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특히 기존 제품의 사용 환경에 익숙해지면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그것이 불편하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하며 “결국 마케터가 불편한 부분을 감지한 다음 그 속에서 통찰을 얻고, 이를 개선한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고객은 비로소 ‘내가 원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느낀다. 그리고 이때의 통찰은 스몰데이터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이어 그는 “실제 사용자 관점에서 보면 사용 빈도가 절대적으로 많은 냉장실이 아래쪽에 배치돼 불편하게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 불편을 인지하지 못했고, 개선을 요청하지도 못했다. 삼성전자에서 신제품으로 ‘지펠 T9000’을 2012년 출시하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은 불편한지도 몰랐던 것이다. 이제 다른 경쟁사들도 상냉장-하냉동 방식으로 냉장고를 만들고 있다.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스몰데이터에서도 마케터가 어떤 감지와 통찰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부연했다.
‘Why’라는 물음에 답하는 데이터
스몰데이터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고,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 중 무관하거나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관점의 접근이 이뤄진다. 그런 이유로 개인에 대한 관찰을 통해 정확한 추리를 해내는 명탐정 셜록 홈즈는 대표적으로 뛰어난 스몰데이터 분석가라고 일컫는다.
전통적 조사기법에서 가장 쉽게 스몰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관찰’이다. 소비자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컨설팅 기법 중 Site Watching은 호랑이를 잡으려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는 단순한 관찰이 아닌 소비자 행동의 ‘맥락’을 짚는 일이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김 이사는 “빅데이터를 통해 얻는 키워드가 마케팅의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캐치하고 그 다음 단계를 예측,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스몰데이터가 적절히 활용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어딘가에서 놓친 스몰데이터들이 종종 성공적인 가설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몰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호텔의 대표주자는 글래드 호텔앤리조트다. 글래드 호텔 마케팅팀은 2018년 12월, ‘2019년 신년맞이 호캉스 서베이’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서베이와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서베이와 리포트는 내부적인 마케팅 데이터로 활용할 뿐 아니라 시장을 선도하는 트렌드를 제시,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 적절한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글래드 트렌드리포트는 호캉스에 대한 다양한 생각에 대해 알아보는 [호캉스편], 혼족, 일코노미 등 혼자 라이프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는 [혼족편], 먹방 스타일을 알아보는 [먹방편], 연말, 연시 파티 시즌을 맞이해 밀레니얼 세대들이 파티를 즐기는 성향을 알아보는 [파티족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 트렌드를 알아보는 [스마트한 여행 즐기기편], HMR과 구독 서비스 선호도를 살펴보기 위한 [HMR, 구독서비스편]등 총 6가지 주제의 서베이를 진행하며 트렌드를 분석해왔다. 글래드 호텔앤리조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김현숙 팀장은 “글래드 호텔은 ‘위트’와 ‘유머’를 강조하는 브랜드다. 그런 차원에서 패키지나 프로모션을 준비할 때에도 트렌디한 글래드만의 문화를 구축해나가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다. 서베이는 그중에서도 마케팅 전략의 초석이 되는 자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서베이는 마케팅팀 안에서 유추가 어려운 고객들의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히 일반적인 트렌드의 방향이 가르쳐주지 않는 ‘Why’에 대한 부분을 알 수 있어서 마케팅 스토리텔링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서베이와 트렌드 리포트 발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서베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글래드 호텔앤리조트에서 서베이와 트렌드 분석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서베이 과정과 진행 시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서베이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고객 니즈는 무엇이었나?
자체 서베이, 리포트 발간을 진행할 정도로 호텔에서 마케팅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인 것 같다.
마케팅 전략 기획에 있어 데이터의 활용은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서베이 데이터 이외 마케팅에 참고하고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앞으로 서베이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 있나?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빅데이터, 스몰데이터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지양해야
2019년 12월 말, 신영증권의 윤을정 애널리스트가 ‘미코노미(Meconomy): 스몰데이터의 반란’이라는 리포트를 발표해 화제였다. 윤 애널리스트는 2020년 데이터 비즈니스의 핵심이 스몰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마케팅과 AI를 활용한 개인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욜로 라이프가 자리 잡으며 가성비에서 가심비, 나심비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고,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고성능의 품질을 원하는, 즉 기존의 상품을 판단하는 요인에서 벗어나는 취향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에 비해 개인의 취향, 독자적인 소비성향, 기호 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는 스몰데이터 경영이 앞으로 기업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윤미정은 데이터가 의미하는 본질은 고객의 마음과 변화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는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전체 비즈니스를 놓고 ‘우리의 고객과 시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의 질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하며 “고객 관점에서 의사결정하고, 당면한 문제와 해결책을 고객과 그 고객이 남긴 데이터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고객 접점에서 실행으로 옮겼을 때 비로소 데이터가 의미를 갖게 된다.”고 부연한다. 데이터는 현실을 반영하는 기록이자 어떤 결론에 다다르기 위한 단서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혹자는 빅데이터에는 허상이 있다며 스몰데이터의 시대가 올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른 이는 이를 빅데이터의 기초 통계학과 데이터 전처리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는 파악하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지 더 낫고 못한 ‘vs’의 개념이 아니다. 두 데이터를 모두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아직 데이터 초심자인 호텔 관계자들도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를 이해하기에 앞서 ‘무엇’이 아닌 ‘왜’에 초점을 맞춰 데이터 경영의 첫 걸음을 떼야 할 것이다.
1편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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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단위로 조각난 고객 니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