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등급의 호텔과 레스토랑이 존재한다. 퇴근길에 잠시 들러 한끼를 해결 할 수 있는 동네식당부터, 특별한 날에만 그것도 오래 전부터 예약해 방문하는 고급 레스토랑까지.
많은 특급 호텔의 레스토랑들이나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들은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인 미쉐린(Michelin Guide)과 와인 업계의 1인자라고 할 수 있는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두 곳에서 매년 실시하는 평가에 희비가 갈린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아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미쉐린 가이드와 와인 스펙테이터가 현재 미국 외식업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과 그들의 평가가 의미하는 바를 조금 나눠보고자 한다.
미쉐린 가이드 어워드
2015년 개봉한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더 셰프>라는 영화는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별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셰프와 현장 직원들의 노력과 고충을 잘 반영한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 미쉐린의 미스터리 심사위원들은 메뉴의 창의성, 서비스, 그리고 전반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모든 요소를 하나하나 꼼꼼히 심사하며 그 심사에 통과한 레스토랑들에게 최소 1스타부터 3스타까지 수여한다.
매년 전 세계 많은 레스토랑 오너들과 셰프들을 좌절하게 하거나 또 인생역전의 길로 인도하는 미쉐린 레스토랑의 시상식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국에서는 무기한 연기됐다. 올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미쉐린 아메리카는 뉴욕을 제외한 시카고와 워싱턴 D.C. 지역의 2021년 스타 레스토랑 발표를 10월 중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그 후, 미국 전역에 위치한 2020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중 20%만 겨우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는 발표와 함께 지난 9월 미쉐린 아메리카는 2021년 스타 레스토랑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많은 미쉐린 레스토랑들은 평균 매출이 작년 대비 30~45%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여된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와 같은 수의 직원을 고용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몇몇 유명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들이 올해 말까지 영업을 중단하면서, 레스토랑들에게 2020~21년은 더 이상 별의 개수가 가져다주는 명예보다는 생존이 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2021년 미쉐린 레스토랑 수상식과 발표 연기에 대한 입장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021년 결과를 기다렸던 많은 미식가들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많은 레스토랑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필자는 최근 워싱턴 D.C. 지역 레스토랑들의 총괄지배인들과 2021년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토론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주제 중 하나였던 미쉐린 스타 어워드에 대한 반응은 아주 극과 극이었다. 더러는 2021년 발표가 무기한 연기된 것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이었지만,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2021년에 별을 받기 위해 투자하며 노력한 레스토랑들은 난색을 표했다. 현재 미국 식음료업계는 코로나19가 외식업계에 가져다 준 변화와 함께 미쉐린 가이드의 향후 발표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와인 스펙테이터 어워드
외식업계에서 미쉐린 가이드 만큼은 아니어도 큰 중요도를 자랑하는 다른 어워드는 바로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진행하는 올해의 와인리스트 상이다. 미쉐린과는 다르게 와인 스펙테이터는 예전과 같이 올해도 2020년 어워드 수상 레스토랑 및 와인 바를 공식 발표했다. 전 세계 1387개의 레스토랑이 ‘Best of Award of Excellence’ 상을 수상했으며, 그 중, 139개 레스토랑이 Award of Excellence 등급에서 승급됐다. 또한, 와인 스펙테이터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020 어워드를 수상한 업장 중 정상영업을 하는 곳을 표기함으로써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파크 하얏트 워싱턴 D.C.의 Blue Duck Tavern 레스토랑도 승급된 139개의 레스토랑 중 하나가 되는 영예를 얻었다. 비록 코로나 사태로 인해 Blue Duck Tavern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고객 수와 한 테이블 당 고객이 레스토랑에 머무는 시간은 확실히 짧아졌지만, 와인 스펙테이터 발표 후 신기하게도 와인 매출이 늘었다. 또한 수상 후 레스토랑에 비해 비교적 적은 인원만 수용할 수 있는 라운지에서 좋은 와인과 간단한 식사를 하고자 하는 손님의 수가 늘어나며 와인 스펙테이터 수상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너무나 당연했던 소중한 일상을 누리지 못한지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퍼스널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들은 말 그대로 생존모드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도 끝이 보인다. 아직 이 팬데믹의 끝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까지 잘 견디며 자신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온 모든 호텔 및 레스토랑 종사자들에게 조금만 더 힘을 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