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 취향 저격할 수 있는크리에이티브 관점의 전환 필요해”비루트웍스 조명광 대표Q 럭셔리의 정의가 다소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는데 국내에서 럭셔리는 어떻게 정의돼 왔는지 궁금하다.우리나라에서 럭셔리는 곧 명품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명품이 럭셔리의 성향을 갖고 있긴 하지만 럭셔리와 명품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도자기를 20년 동안 빚은 장인이 만든 자기가 로얄코펜하겐의 로고가 붙지 않았다고 해서 명품이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럭셔리가 처음 수입될 때 사회 분위기에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해서 명품이라는 용어를 가져다 쓴 것 뿐, 명품과 럭셔리, 하이앤드, 귀족, 프레스티지 등 마케팅 용어로 사용되는 표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럭셔리는 값비싼 것을 의미하고 프레스티지는 지위, 귀족은 계급, 하이엔드는 범접할 수 없는 범주에 속해있는 그룹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텔 럭셔리는 기본적으로 특급호텔에서 접근해야 하는 개념에 속한다.Q 럭셔리 소비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호텔이 타깃해야 할 소비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야기한다면?이제는 럭셔리라는 개념보다 어쩌면 취향소비, 가치관에 따른 가치소비, 신념소비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불가리호텔보다 인도 어느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1인 호텔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것에 반응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을 투자해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돈 이외의 가치들이 개입되기 시작했다. 결국 과거에 장인, 하이엔드의 것을 럭셔리로 봤으면 이제는 얼마나 크리에이티브한지, 컬레버레이션을 획기적으로 했는지, SNS를 어떻게 활용했는지가 어필이 되고 있다. 타깃 자체도 이전에는 전통적 부호였다면 이제는 젊은 CEO, 신흥부자, 밀레니얼로 중심이 옮겨졌고, 가격과 사치, 권위가 럭셔리의 콘셉트였다면 이제는 가치, 품격, 환경, 사회와 같은 시대 정신과 호흡하고 있다. 따라서 럭셔리 마케터들의 역량이나 접근 방법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Q 최근 플렉스와 같은 소비 개념이 생기면서 MZ세대에 마케터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을 겨냥하기 위한 접근 방법은 어떤가?앞서 명품 브랜드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야기했던 MZ세대들은 전 세대의 MZ세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주도는 대중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이들이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200만 원에 호가하는 핸드폰을 어떤 이가 선뜻 손에 쥐려 할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도전을 잘하고, 신문물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성공은 이들의 입맛에 맞았는지, 아닌지에 따라 달린다. 럭셔리 소비가 아무리 대중화됐다고 해도 그 속에서도 계급의식은 존재하고 계급이라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MZ세대의 럭셔리 소비를 공략할 때에는 계급의식과 지금의 럭셔리 트렌드, 그리고 MZ의 속성까지 버무려야 한다. 그리고 모든 배경에는 라이프스타일이 전제가 돼야 한다.Q 그렇다면 호텔 마케터들은 어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제한적 하드웨어 인프라를 토대로 소프트웨어를 입히는 호텔이 브랜드와 서로 윈-윈하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사례만 봐도 이제 호텔은 숙박 이외 다른 가치를 찾아야 할 때가 왔음을 알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눈에 띄는 곳이 안다즈 서울 강남이다. 안다즈 서울 강남은 국내에서 전통적인 헤리티지는 없지만 타깃으로 하는 밀레니얼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잘 따르고 있다고 본다. 블루보틀과 오복수산, TWG 등 그동안 한국, 그리고 호텔에서 보기 힘들었던 것들을 함께 론칭함으로써 강남 일대의 트렌드세터와 부호들을 흡수하고 있다. 단지 숙박만 목적이라면 안다즈 호텔 이외에도 다른 대체재들은 충분하기 때문에 안다즈 호텔의 ‘단골’을 모으기 위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Q 앞으로 럭셔리 소비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이를 토대로 럭셔리 마케터 혹은 마케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지금까지 흐름이 그래왔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럭셔리 수요의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매스티지(Masstige)’는 없어지고 위로 올라갈 사람과 아래로 내려갈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의 흐름에 있어 건강한 구조라고는 보기 힘들지만 그 구조에 맞춰 살아남는 곳들은 타깃을 정확히 하는 곳일 것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들의 공통점은 비즈니스의 목표를 이익 창출에만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100년 전통을 이어온 명품 브랜드들은 그들의 헤리티지에 소비자의 즐거움을 담았다. 결국 호텔의 럭셔리 상품들도 고객의 경험을 통해 가치를 인정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협업들, 협업뿐만 아니라 스스로 ‘객실 장사’라는 전통적 비즈니스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도모해야 한다. 이를테면 베딩뿐만 아니라 호텔의 고급 인테리어를 특화시켜 호텔 내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럭셔리를 향유하는 로얄패밀리라고 해서 우리와 크게 동떨어진 세상을 사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전반적인 틀을 쫓아가되 그들의 시선에서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패턴 관찰을 통해 우리 호텔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