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미국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필자가 직접 겪고 느낀 홍콩의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홍콩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이직이 빈번하게 이뤄진다는 점이었다. 홍콩의 경우 호텔업은 식음료와 항공사를 뛰어넘는 최대 이직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18년은 중국에서 방문하는 인바운드 관광객 및 기업 출장 수요의 증가로 인해 Occupancy 및 ADR 또한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상으로 최대 매출로 정점을 찍었지만, 늘어나는 수요로 인해 새로운 호텔들이 오픈하면서 호텔리어의 수요 또한 경쟁이 심화됐다. 홍콩의 홍콩섬, 구룡반도주 외에 신계(New Territory)까지 호텔 객실 공급이 늘어나면서 특히나 Front-of-House 운영팀(객실/식음료 및 고객응대 부서) 직원 수가 부족했다. 운영 부서 외에도 인재 채용 경쟁은 2019년에도 계속됐는데, 일례로 5성급 호텔의 판촉부서팀 이사가 이직을 하면서, 함께 일하던 직원 10명 이상이 3개월 내 함께 퇴사를 하고 새 호텔에 합류하면서 기존 호텔의 판촉 업무를 운영 부서까지 나눠서 했다는 무서운 사례가 있다.
홍콩 호텔리어 커리어는 원하던 원치 않던 반복되는 채용과 면접을 진행하게 된다. 2017년 말부터 2019년 초반까지 홍콩 호텔은 직원 수가 절대적 부족했기 때문에 로열티가 전무해 보이는 지원자도 면접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심지어 오퍼를 받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채용 과정에서 놀랄 일들이 종종 있었는데, 면접 전 이력서를 검토할 때 90년생 면접자의 이력에 2~3개의 회사는 기본으로 있었고, 종종 5~6개의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다수였다. 신기한 마음에 인사팀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홍콩은 기회가 많은 도시기 때문에 2년 정도 일하고 이직하면 ‘Not Bad’며, 3년 정도 일하면 긴 편에 속한다고 했다. 실제 인사팀 과장이 퇴사할 때도 본인의 근속년수인 2년 반이면 충분하다면서, 필자에게도 1년 정도 지나면 새로운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하라는 조언을 남기며 떠났다. 홍콩도 업계별, 산업군별 이직률이 서로 다르지만 호텔업의 경우는 연봉이나 직급을 조금만 인상시켜도 이직을 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함께 일하던 부서원 중 면담을 신청하고 사직서를 가져왔는데, 새로운 직장에서 월 25만 원을 인상시켜줘 이직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지원자들은 이직을 여러 번 했기 때문에 면접 시 회사를 떠난 이유에 덜 민감한 편이다. 필자의 경우 궁금함을 숨기지 못하고 각 회사별 퇴사 사유를 질문했다. 대부분 당당하게 연봉이 높아져서, 전 직장에서는 승진을 2년 동안 시켜 주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당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국에서 근무할 때보다 더 적극적이고 직설적으로 면접을 대하는 자세를 봤다. 첫 번째 과장급 채용을 진행하면서 인사팀에서 추천해준 후보 3명을 각각의 사유(매년 이직/전 연봉대비 30% 인상/주말 근무 및 추가 근무 불가)로 채용하지 않겠다고 전달했을 때 오히려 대표가 나서서 그 중 한 명이라도 채용하지 않으면 더 만족하지 못하는 지원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따뜻한(?) 조언을 하기까지 했다. 이 세 명의 지원자는 1년 이상 근무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설명했지만, 우선 1년 동안 일할 테니 채용하고 그 다음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는 말이었다. 새로운 도시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홍콩/중국 시장에서는 맞는 말인 것 같다. 호텔의 경우 평생직장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홍콩은 특히나 새롭고 더 좋은 호텔들이 계속 오픈하는데 한 곳에서 장기적으로 근무하면 뭔가 부족해 호텔을 떠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한다.
이직문화 외에도 흥미로웠던 점은 근무시 출근 시간에 정확히 맞춰 사무실에 온다는 점이다. 홍콩 호텔의 대부분 지원팀(Back-of-house)인 경우 9시 출근인데, 필자 호텔의 경우 사무직 70~80% 이상의 직원들이 8시 55분에서 58분 사이(근무시간 3~5분 전) 너무나 정확히 출근한다. 당황스러웠던 기억은 필자가 호텔에 출근 했던 첫날 7시쯤 도착했는데 8시 50분까지 아무도 출근을 하지 않아서 대중교통에 문제가 있거나 휴가 중인 직원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확하게 8시 55분이 되자 한 명씩 사무실에 출근하더니 59분까지 마지막 직원이 들어와 시스템상 지각을 하지는 않는다. 나중에 직원들과 친해지고 어떻게 대중교통을 타고 오면서 빠듯한 시간에 맞출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회사 근처에 출근시간 30~40분 전에 미리 도착해 아침을 사먹거나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출근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들어온다고 했다. 왜 10~15분 일찍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일찍 시작해도 잔업(Overtime) 근무가 있고, 일찍 출근해 근무하는 시간은 잔업 수당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일찍 출근하면 재정적 보상이 전무하므로 동기가 없단다. 너무나 치밀한 대답에 더 이상 하고 싶었던 질문을 하지 못했다.
몇 개월을 함께 근무하다 보니 눈치가 빠른 몇몇 직원들은 필자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 어마어마한 검색을 한 것 같다. 8시 58분에 출근하던 직원이 갑자기 30분 이상 일찍 출근하고 한국 문화에서는 상사보다 일찍 퇴근하는 걸 덜 선호한다는 기사를 읽고는 할 일이 없는데도 회사에 남아 있는 걸 보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글로벌 호텔업계에서 업무 지식과 더불어 문화 지식도 필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직원들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적으로 친해졌는데, 출퇴근을 힘들게 하는 직원이 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홍콩의 중심지인 홍콩섬이나 구룡반도에 사는 직원들도 있지만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중심에서 떨어진 New Territory(신계)에 거주할 경우, 먼 곳은 출퇴근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리며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야만 홍콩섬이나 구룡반도에 올 수 있다. 특히 작년 여름부터 홍콩 시위가 시작돼 도로나 대중교통 수단이 마비될 경우 New Territory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의 경우 2~3시간을 허비하면서 회사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택시를 타고 오라고 했지만, 홍콩달러 200~250불(한화 3만 원)이면 아침과 점심 모두 사먹을 수 있는 비용이라며 괜찮다던 직원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호텔은 언제쯤이면 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황나나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MBA Candidate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졸업, 미주 스타우드 호텔 본사 및 인터컨티넨탈 홍콩 RM 디렉터에 이어 MIT MBA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