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구석구석 관광해본 여행객이라면 눈치 챌 수도 있지만, 홍콩은 세계 최고의 술 여행지 중 하나다. 전 세계 각 지역에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수입되며, 합리적인 가격을 기반으로 와인 애주가 사이에서는 와인의 천국이라고도 불린다. 홍콩이 자유무역항이기 때문에 수출입되는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술은 사치품이라는 이유로 80%의 세금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2007년에 관세를 40%를 내리고, 2008년에는 30도 이상의 증류주를 제외하고는 세금을 아예 없앴다. 와인 외에 맥주, 사케 등의 술도 세금 혜택이 있지만, 고가인 와인 가격의 폭이 커짐에 따라 2000년 후반부터 홍콩하면 아시아를 최고의 와인 여행지로 꼽히기 시작됐다.
홍콩은 최근 와인의 인기와 더불어 위스키의 인기 또한 만만치 않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인터컨티넨탈 그랜드 스탠포드 홍콩에서 2016년부터 홍콩에서 Whiskey Festival(위스키 축제)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성공리에 개최된 위스키 축제에는 총 2100명이 참석했으며 위스키 브랜드별 앰배서더(Ambassador)가 진행하는 마스터 수업 30개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전년도의 경우 120개 브랜드가 1000종 이상의 위스키를 선보이며 아시아에서는 최대 규모의 위스키 축제가 됐다.
홍콩 위스키 축제는 위스키에 생소한 입문자부터 양주 전문 감정가(Connoisseurs) 레벨까지 두루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를 활용 중이다. 기존 축제와 다른 점은 광고 및 마케팅을 중심으로 하는 상업적인 위스키 브랜드부터 장인정신이 깃든 소규모 부티크 브랜드의 양주까지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매년 개최 때마다 홍콩에서만 만날 수 있는 Exclusive Bottle들을 선보임에 따라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필자가 근무하는 호텔의 경우, 스코틀랜드 출신인 총지배인이 양주 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코틀랜드 정통 위스키 외에도 다양한 전 세계 최고급 양주를 쇼케이스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일본, 대만, 프랑스, 이태리, 독일, 아일랜드 국가의 양주를 추가해 전 세계 양주 애주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각국 위스키 브랜드 외 생산자, 양조장 대표, 그리고 제조업자가 축제에 참가해 브랜드별 지식과 양주 생산, 유통, 판매까지의 과정을 배울 수 있는 네트워킹 및 비즈니스 공유의 장이기도 하다.
술 축제인 만큼 재미난 일이 반복되기도 하는데, 축제가 끝날 무렵인 저녁 시간이 되면 기분 좋게 술에 취한 손님들 중 직원들에게 두둑한 봉사료를 줘 1년 중 유일하게 취한 사람이 환영받는 날이기도 하다. 평상시에는 술 취한 고객이 호텔 내부로 진입하기 어려우나, 위스키 축제 중에는 호텔 내 로비 및 식당가에 다양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날이기도 하다. 또한 참가자들 중 커플이 탄생하기도 해 홍콩에서 근무하고 있는 골드 미스들은 남성 참가자 비율이 높은 위스키 축제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오라는 말까지 생기는 우스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필자의 지인도 축제에 방문해 영국인 참가자와 만나 지금 결혼을 준비 중이라고. 호텔측에서는 앞으로 위스키 축제와 함께 단체 소개팅 이벤트까지 주선해야 하는건 아닌지 고민 중이다.
하지만 매년 봄에 개최되는 위스키 축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 때문에 10월 11일로 연기됐다가 취소됐다. 기본 입장료는 홍콩 달러 350불(한화 5만 원)이며 입장료에 위스키 잔 1개, 마스터 클래스에 사용 가능한 토큰 2개를 함께 제공한다. 마스터 클래스틑 위스키 종류 및 상품에 따라 수업료가 다를 수 있으니(최소 5만 원~최대 25만 원) 수업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비용을 예산해야 한다.
참고로 관세청의 주류 관련 세관 통과 심사가 엄격해짐에 따라 한국 입국 시 술의 종류를 불문하고 위스키, 와인 등 만 19세 이상의 성인 여행자는 1병만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용량 1L 이하 1명, 미화 400달러 이하 1병, 술 1병은 여행자 면세범위인 600달러와는 별도로 면세된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다.
또한 술은 종류에 따라 과세 비율이 다른데 위스키 155%, 맥주 177%, 와인 69%, 꼬냑 및 브랜디는 145%다.
황나나
인터컨티넨탈 그랜드 스탠포드 홍콩
레베뉴 매니지먼트 디렉터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졸업, 미주 스타우드 호텔 본사 및 삼성에버랜드 식음기획 및 비즈니스 이노베이션팀을 거쳐 현재 인터컨티넨탈 홍콩 RM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