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방 소도시에서 60객실 정도의 중소호텔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신규 오픈한 같은 지역 내 호텔과의 가격경쟁으로 인해 손익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지방 소도시라 호텔다운 호텔이 몇 개 없고 그러다 보니 비슷한 유형의 2개 호텔이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경우 서비스경쟁이나 원가구조 개선에 근거한 가격경쟁이라기보다는 경영전략차원에서의 가격 우위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가격경쟁과정에서 한쪽이 승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출혈경쟁으로 인해 경쟁자 모두 힘든 상황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가격경쟁에 따른 문제를 매우 간단한 게임이론을 적용해 이해해 보자.
게임이론이란?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협동 못지않게 배타적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나 바둑같이 상대방과 정반대의 이해관계에서 임하는 게임 같은 경합적 상황을 말한다. 정치적, 군사적 대립뿐만 아니라 기업 간 경쟁이나 노사 간의 갈등도 경쟁적 게임(Competitive Game)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쟁적 상황에서 경쟁 당사자의 한편이 경쟁 상대방에 대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인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게임이론이다.
2001년 9월에 있었던 9·11 사건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몇 명의 납치범들은 수백 명이 탑승한 보잉767 비행기 2대를 납치했다. 이 비행기는 중형비행기여서 총을 가진 몇 사람이 납치해도 충분히 기내를 제압할 수 있어 보였다. 한 사람은 조종실을 제압하고, 다른 사람들은 여객실을 제압하면 되기 때문이다. 왜 비행기가 납치됐을 때 여객실에 있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은 대부분 납치범의 지시에 따르고 아무런 저항적 행동을 하지 못하는 걸까? 아무리 납치범이 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꺼번에 모든 승객을 죽일 수 없기 때문에 충분히 모두가 합심하면 약간의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납치범들을 제압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승객들이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최초로 또는 초기에 저항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의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도 저항적 행동을 하려 하지 않고 관망하는 균형상태가 지속된다. 곧 비행기가 무역센터로 돌진하는 사실을 알기 몇 초 전까지도 아무도 움직일 수 없다. 승객들은 최초로 행동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희생해 주기를 바랄 뿐 자기가 희생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승객들은 충분히 대항할 수 있는 많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몇 사람의 납치범들에게 제압당하게 된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이러한 균형 상태는 지속적으로 우리의 눈으로 관찰될 수 있다. 수백 명의 승객의 힘과 납치범들이 가지고 있는 총 몇 자루의 힘은 비행기 안이라는 공간에서는 수백 명 승객의 힘이 제압 당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자원을 많이 보유한 것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다. 자원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게임이론은 주로 각각의 행동이 경쟁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설정한다. 즉 경쟁자의 행동을 정해진 것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행동에 반응하는 상황으로 본다. 예를 들어 객실 가격인하 경쟁상황이라면, 호텔경영자는 ‘우리가 가격인하를 한다면 경쟁호텔도 가격인하를 한다. 그러한 경쟁자의 대응을 상정하고 현재 내 호텔의 객실가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자 간에는 의사결정의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전개형 게임과 가격경쟁
게임이론에는 다양한 게임의 종류가 있지만 여기서는 전개형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개형 게임은 경기자, 선택의 순서, 정보의 종류, 행동과 전략, 결과와 보수를 모두 명시한 게임나무(Game Tree)로 정의된다. 전개형 게임은 경기자가 번갈아가면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각 경기자는 자신의 순서가 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그리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미리 예측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앞의 예처럼 지방 소도시에서 경쟁하는 호텔 2곳의 사례를 가지고 이 문제를 다뤄보자. 지인이 하는 A호텔은 새로운 B호텔에 비해 약간 객실 수도 많고 현재 고객점유율도 높다. 이 소도시에서는 두 호텔이 호텔시장을 거의 과점하고 있다. 몇 개의 모텔이 있지만, 이는 고객군이 다른 관계로 일단 무시하기로 하자. 현재 두 호텔의 객실가격은 거의 비슷하며, 원가구조도 유사하다. 두 호텔의 객실가격이 같은 이유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3성급 호텔인 이유도 있고, 고객점유율이 다소 높은 A호텔의 객실가격에 B호텔이 가격을 비슷하게 맞췄기 때문이다. 이때 실질적인 선발주자면서 가격결정권을 가졌던 A호텔을 가격선도자(Price Leader)라 부른다. 가격선도자는 과점적 소비재시장에서 종종 나타나며 맥주나 신문업계에서도 나타난다.
가격인하 경쟁 기본형 적용
A호텔이 객실점유율 확대를 위해 평균객실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현재 객실판매에서 얻을 수 있는 A호텔과 B호텔의 이익은 월 1억 원과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A호텔이 객실가격 인하를 단행했을 경우, B호텔이 객실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A호텔의 시장점유율은 더 상승할 것이다. 각각 두 호텔의 이익도 1억 2000만 원, 1000만 원이 된다. 그러나 A호텔의 객실가격 인하에 대응해 B호텔도 객실가격 인하를 시행한다면 두 호텔의 각각의 이익은 4000만 원, 2000만 원이 된다. 두 호텔 객실가격 인하의 혜택은 고객에게 돌아간 것이다. 즉, 두 호텔 모두 객실가격 인하 이전보다 결국 이익이 하락하게 된다. 이 관계를 게임나무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위와 같은 문제에서 A호텔은 객실가격 인하를 실행해야 할까? 위와 같은 정보만 존재한다면, 결론은 객실가격 인하를 실행해서는 안 된다. A호텔이 객실가격 인하를 실시했을 때, B호텔이 객실가격을 유지한다면 A호텔은 1억 2000만 원의 이익을 B호텔은 1000만 원의 이익을 각각 가져간다. 그러나 B호텔은 가격변화에 따른 이익변화를 확인하고 A호텔과 마찬가지로 객실가격 인하를 실행한다. <그림 1>에서 보듯이 A호텔이 객실가격을 인하했을 때 B호텔이 객실가격 인하를 실행하면 그 때의 이익은 A호텔 4000만 원, B호텔 2000만 원이 되기 때문에 B호텔은 A호텔 객실가격 인하 후에 자신도 객실가격 인하로 대응하는 것이 최적이다. 이러한 미래의 이익 구조를 서로 알고 있는 경우 가격선도자로서의 A호텔은 객실가격 인하는 자신에게 6000만 원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두 호텔은 객실가격을 인하하지 않는다.
가격인하 경쟁 발전형
앞의 예를 조금 발전 시켜 A호텔이 객실가격 인하를 하고 B호텔이 가격인하에 동참하고 그 다음에 또 A호텔이 가격인하를 하는 경우에도 서로의 이익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자. 이러한 구조는 <그림 2>에 나타나 있다.
‘1단계 : A호텔 가격인하 -> 2단계 : B호텔 가격인하 -> 3단계 : A호텔 추가 가격인하’가 발생하는 경우 B호텔은 최종적으로 1000만 원의 손실을 보게 돼 경영상의 어려움이 처한다. 반면 이 경우 A호텔은 지역 내에서 선도호텔로서 5000만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A호텔은 이 경우 당장은 가격인하를 하지 않은 1단계 이전보다 손해지만, 경쟁호텔을 재무적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보면 이 흐름이 나쁘지만은 않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A호텔이 첫 번째 가격인하를 했을 때, B호텔은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를 생각해보자. B호텔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1000만 원의 이익을 얻는다. 만약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B호텔이 가격을 인하하면 2000만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B호텔이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 A호텔은 다시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A호텔은 5000만 원 이익, B호텔은 1000만 원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B호텔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A호텔이 가격인하를 한번하고 B호텔은 가격을 그대로 두는 결과로 귀결된다. 그것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임의 최종 솔루션이다. 이 게임을 통해 가격 인하의 결과에 대한 흐름을 추측해보면 A호텔은 가격 인하전략을 통해 2000만 원의 이익을 추가시키고, B호텔은 현재보다 4000만 원 손실을 본 1000만 원의 이익에 만족해야 한다.
게임이론과 의사결정
간단한 게임이지만 호텔산업에서 이러한 문제는 자주 발생한다. 가격경쟁, 고객유치경쟁, 특정지역의 진출문제 등에서 이러한 게임이론적 상황은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호텔은 대부분 지역 내 경쟁자가 있다. 세분시장에도 경쟁자가 늘 있다. 호텔경영자는 경쟁자의 행위에 대한 예측을 하고, 자신의 보상(Payoff)을 크게 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게임이론은 다른 의사결정이론에 비해 더 역동적인 상황을 고려한다. 경쟁자를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동적인 존재로 규정한다. 아마도 게임이론의 매력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이번 글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게임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게임에 임하는 각 경기자는 제일 먼저 그 게임의 본질적 성격을 확인해야 한다. 게임의 구성요소는 경기자, 게임의 룰, 게임의 관한 정보, 전략, Payoff 등이다. 이러한 구성요소와 더불어 게임의 성격을 확인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오늘날 호텔업은 때로는 서로 협조하고 한편으로는 경쟁한다. 물론 경쟁이 더 자주 발생한다. 호텔의 존속과 성장은 스스로 하는 결정과 다른 경쟁호텔들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각 호텔들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른 호텔경쟁자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이며, 그것이 자신에게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게임이론은 이와 같은 경쟁적 상황에서 의사결정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개념적 틀을 제공해 준다. 현실에서는 이 글에서 소개한 간단한 게임이론적 상황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훨씬 많은 경쟁자가 존재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텔경영자는 의사결정의 시스템화를 꾀해야 한다. 그러한 경우 꼭 필요한 경제학적 방법론이 게임이론이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Hospitality
경영학부 교수/관광대학원 부원장
현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최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SERI) 금융증권실, 경제동향실, 경영전략T/F팀에서 연구와 기업컨설팅을 수행했고, Great Human Software Co. Ltd. COO, CFO를 역임했다. 관심분야는 Business Analytics, Revenue Management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