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_ 노혜영 기자의 세상보기] 연예인 마케팅의 허점

2019.04.04 09:20:09

지난해 언젠가 홍콩의 한 외식업계 인사와의 미팅자리에서 아오리 라멘과 이승현 대표(이하 승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 세계 외식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는 그는 사업가로 데뷔한 승리의 사업 수완과 우마미(감칠맛)를 잘 살린 아오리 라멘에 대한 호평을 한참이나 이어갔다.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승리와 그의 라멘집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회자될 줄은 미처 몰랐다.


설립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국내 43개 지점을 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아오리 라멘(정식명칭 아오리행방불명)은 승리가 2017년에 일본의 이치란 라멘을 벤치마킹해 설립한 아오리에프엔비의 외식브랜드다. 혼밥족을 겨냥한 1인 테이블과 높은 좌석 회전율, 간편한 메뉴 그리고 무엇보다 승리를 내세운 마케팅이 아오리 라멘을 흥행시키는데 한 몫 했다. 그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꾸준히 노출시킨 아오리 라멘의 홍보전략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아오리 라멘 브랜드가 만들어진 이야기, 매출액, 점주들과 회의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성공한 사업가로서 승리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졌고 아오리 라멘의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우리는 이 같은 홍보 전략을 연예인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연예인의 인지도와 인기에 편승해 고객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연예인의 대중성에 힘입어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더군다나 아오리 라멘의 경우, 단순히 홍보 모델을 넘어 톱스타 본인이 설립한 브랜드라는 신뢰도가 더해져 가맹점주들을 모으는 데도 톡톡한 영향력을 미쳤다. 하지만 연예인 마케팅은 유명인의 인지도에 비례해 이미지 타격에 감수해야 할 폭도 크다.


승리의 성접대 의혹, 불법 촬영 영상 공유 혐의 등 버닝썬 사건으로 시작된 불씨가 아오리 라멘의 불매운동으로 번질 만큼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지난 3월 15일 아오리에프엔비는 공식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기존 가맹점주 및 아오리 라멘 브랜드 보호를 위해 이승현 대표, 유리홀딩스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다.”면서 “가맹점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사와 회사 경영권 양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아오리 라멘 본사는 군 입대 문제로 이승현 대표가 사임한 후 가맹점의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3월 7일 가맹점주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1차적인 보상 방안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승리의 지인과 가족이 운영하는 매장도 폐업을 결정하며 추가적인 피해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무고’라는 이름으로 가맹업주들을 볼모로 세우지 않았으면 한다. 연예인이라는 이름의 멍에를 벗고자 탈퇴 혹은 하차, 자숙, 복귀의 수순을 밟아 왔던 것을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 진심으로 가맹점주들을 생각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을 무마해서는 안 된다. 당사자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경영권 양도만으로 잠시 논란에서 벗어나 있으려 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멈춰야 한다. 그동안 많은 기업에서 연예인 마케팅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좋은 면만 편취하고 문제가 터지면 꼬리 자르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무엇보다도 연예인 스스로가 사회적인 공인으로서 책임의 무게도 크다는 것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