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해 기자의 H Brand] 교토의 역사가 담긴 귀족들의 료칸, 호시노야 교토

2018.02.05 09:30:49

- H Brand 코너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호텔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지난해 한국 관광객 700만 명이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한국과 가까운 여행지고 엔화 환율이 떨어져 저렴한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일본 특유의 감성과 숨은 여행지의 발견으로 한 번 다녀온 여행객은 재방문율이 높다는 것이 일본 여행의 장점이다. 곧 봄이 시작되고 흐드러지게 핀 일본의 자랑인 벚꽃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봄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일본 호텔을 이번 호에서는 담아보기로 한다. 천 년의 역사를 지닌 교토에 위치한 료칸, 호시노야 교토. 일본 귀족들이 꽃놀이를 위해 다녀갔다는 호시노야 교토는 마치 요정이 몰래 숨어 있을 것만 같은 신비감을 조성한다.




100여 년의 뿌리를 지닌 호시노 리조트
올해로 104년째 일본의 여행 및 관광 산업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호시노 리조트는 1914년 창업자 호시노 군지에 의해 개업했다. 처음에는 호시노 온천 료칸으로 오픈했으며 이곳이 호시노 리조트의 시발점이다. 그 당시 유명한 소설가,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휴식을 위해 다녀가는 료칸이었으며 문화계의 중심에 우뚝 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랜 세월 동안 친환경적 리조트라는 명성을 이어 왔으며 1987년 리조트 개발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리조트와 료칸의 시장에 참여했다. 2013년에는 일본 최초로 여행 산업 분야에 특화된 부동산 투자 신탁 회사 호시노 리조트 리츠 투자 법인을 설립해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 했다.


호시노야 교토는 2009년 오픈했으며 현재 호시노 리조트는 일본 내에 호시노야(Hoshinoya), 카이(Kai), 리조나레(Risonare) 세 브랜드를 투자하고 있다. 2018년 봄에는 새로운 네 번째 호텔 브랜드 오모(Omo)를 론칭할 예정이며 리조트 지역이 아닌 도심부를 중심으로 비즈니스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호텔 브랜드를 구축하려 한다. 최근 호시노 리조트는 아사히카와, 오쓰카를 시작으로 오모 브랜드를 전국 각지로 전개해나갈 포부를 밝혔다.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호시노야 교토의 풍경
최근 방송에서 모 개그맨이 해마다 찾아오는 자신의 질병을 얘기했다. 일명 ‘일본병’이라는데 처음 들어본이 신박한 병명은 1년에 한 번씩 일상을 벗어나 일본에 다녀오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병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갖춰진 편안한 료칸에서 디너 타임에 딱 맞춰 나오는 가이세키 요리를 먹으며 하루를 보내야 병이 깨끗이 사라진다는데, 이 개그맨과 같은 증상은 일본 료칸을 다녀와 본 여행객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호시노야 교토야말로 이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료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산과 강에 둘러싸여 있으며 마치 신비한 무릉도원 같은 풍경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아라시야마의 명소 토케츠쿄와도 가까이에 자리한다. 작은 배를 타고 오오이가와를 거슬러 올라가기를 15분, 고요한 강가의 정취를 느끼고 있을 즈음이면 호시노야 교토가 나타난다. 봄에는 흩날리는 벚꽃이 시선을 빼앗고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잎, 겨울에는 새하얗게 내린 눈이 마치 화폭에 담은 그림처럼 몽환적이다.


이 모든 풍경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하루를 선사한다. 그날을 마감하는 석양이 물들고 료칸 내에 희미하게 조명이 밝혀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소품 하나하나에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곳
호시노야 교토의 객실은 총 25실이며 전통 일본 가옥을 개조해 100년 전의 기둥과 나무 문, 틀 등이 교토 장신의 손에 의해 되살아났다. 아라이라고 하는 전통기법을 구사해 묵은 때와 상처를 벗겨낸 재목은 디자인 객실의 인테리어로 활용된다. 건축가 리에 아즈마(Azuma Rie)가 리뉴얼을 맡아 고대 전통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진보적인 일본의 건축 미학을 독창적으로 구사했다.



호시노야 교토의 객실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카라카미 벽지다. 하루 종일 빛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섬세한 금장식 무늬로 조명에 따라 매혹적인 디자인으로 객실을 장식한다. 삼면이 탁 트여 폭넓은 전망을 갖춘 대형 창문은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경관을 자랑한다. 호시노야 교토는 일본의 마루식 문화를 불편해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최초로 다다미 소파를 연출했으며 좌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는 이들도 편안하게 사용 가능하다.


당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일본식 정원
호시노야 교토의 정원은 함부로 조경할 수 없다. 아라시야마의 건물과 자연은 역사적인 풍경이 변경되는 것을 방지하는 규정에 의해 보호받고 있기에 더욱 조경은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관리한다. 하세가와 히로키(Hiroki Hasegawa)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호시노야 교토의 정원은 작은 폭포가 있는 물의 정원, 작은 새의 지저귐 소리가 인상적인 안쪽의 정원, 흰색 자갈로 물의 흐름을 표현한 호죠 정원 등이 있다. 물의 정원 근처에 위치한 라이브러리 라운지는 미술서나 사진집, 교토에 관한 서적을 갖추고 있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고객들에게 책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정원에서는 교토의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여러 종류의 차(茶)를 시음해보는 시음 코너, 건강한 호흡법을 배울 수 있는 교실, 향 만들기 수업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준비해 놓았다.



전통적인 일본 음식을 오감으로 즐기는 가이세키 요리
계절별로 신선한 재료를 준비해 특별한 식단을 제공하는 호시노야 교토의 가이세키 요리는 특이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모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옛 수도인 교토는 고전부터 재료가 모여드는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요리사들은 이러한 재료들을 가지고 서로 최고의 요리를 준비할 수 있는지 경쟁했다고 한다.



단지 일본 전통요리만을 고수하기보다는 서양식이지만 푸아그라를 부드러운 질감으로 표현해 일본풍의 방식대로 요리해 외국인 손님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계절에 맞게 식단을 구사하는데 이를테면 6월에는 우기라서 달팽이 이미지를 연상해 메뉴에 Escargot(달팽이 요리)를 추가했고, 7월에는 교토의 유명한 기온 축제에서 불운을 피하기 위해 나누어 준다는 달콤한 떡을 디저트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요리사 이치로 쿠보타(久保田一郎)는 일본 요리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자 프랑스와 영국에서 요리를 공부하다 현재 호시노야 교토에서 셰프로 일하고 있다. 호시노야 교토의 다이닝은 2013년 미쉐린 가이드에도 소개된 바있다.


살짝 아쉬움이 있다면 대부분의 한국 여행객들은 일본의 료칸을 온천 시설이 당연히 잘 돼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호시노야 교토의 경우, 따로 온천이 없다는 것이다. 나오는 물도 천연 온천수는 아니다. 객실에 히노키 욕조가 준비돼 있긴 하나 만약 부모님과 함께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료칸을 다녀가길 원하는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특별한 서비스로는 배를 이용한 송영서비스로 선착장에서 배로 호시노야 교토에 들어오며 체크인하는 순간까지 직원들의 친절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강을 지나 호시노야 교토가 보이는 순간, 저 멀리서 당신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는 직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도착하는 시점부터 마지막 이별의 순간까지 오직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