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OTELIER] 훌륭한 요리사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재능 인품과 마음가짐, (주)호텔롯데 시그니엘 서울 고수현 조리장

2024.10.10 08:09:20

 

훌륭한 요리사가 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제8회 K-Hotelier로 선정된 (주)호텔롯데 시그니엘 서울 고수현 조리장은 조리기술도, 조리지식도 아닌 “요리사의 인품과 마음가짐”이라고 자신의 요리 철학을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마케팅 MBA까지 획득했지만 요리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껴 주방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고수현 조리장. 우리나라에 <미쉐린 가이드>가 도입된 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중심에 서 있는 고 조리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STAY까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성장


어릴 적부터 외식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집에서 하는 요리 및 국내외 미쉐린 레스토랑과 국내외 로컬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자연스럽게 외식경영학과 학부를 졸업한 후 전문성을 확고히 하고 싶은 마음에 미국 유학을 떠나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는데 막상 졸업하고 보니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평생 즐기며 커리어를 쌓고 싶었기 때문이다. 와인에도 관심이 많아 전문적인 와인 교육을 받으며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국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다. 


결국 석사 졸업과 동시에 미국에 소재한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CIA(Culinary Institute America)에 진학해 요리를 배웠고, CIA 졸업과 동시에 롯데 대졸그룹공채로 입사, 롯데호텔서울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첫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2015년 당시 피에르 가니에르는 국내 유일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분자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에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배웠다.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근무할 당시 국내에 처음으로 <미쉐린 가이드>가 출간됐는데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이 미쉐린 2스타를 받아 그 영광을 함께할 수 있었다.

 

이후, 2017년 롯데 월드타워 시그니엘 서울 호텔이 오픈하면서 오픈 멤버로서 시그니엘 서울 STAY 레스토랑에 발령받았고, 영업을 시작한 후 1년 만에 다시 한 번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STAY는 고객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업장이기에, 미쉐린 스타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영업 1년 만에 미쉐린 1스타를 받게 돼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STAY 부업장책임자로서 메뉴개발, 원가관리, 인력관리, 직원교육 등 업장을 운영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서비스 시작 전 식재료 검수, 당일 제공될 메뉴에 대한 맛, 온도 및 농도 체크를 하며, 서비스 중에는 준비된 요리를 주방에서 마무리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서비스 후에는 홀 지배인과 함께 고객들 테이블을 직접 돌면서 요리는 맛있는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등 서비스 만족도를 체크한다. 이 외에도 특이식단(베지테리언, 무슬림, 알레르기, 코셔 등) 고객이 방문할 때 즉석에서 그에 맞는 메뉴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K-Hotelier 선정
애사심과 자부심 확인하는 계기


롯데 호텔에서 커리어를 쌓으면서 성실하게 배우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 호텔리어이자 요리사로서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라고 생각하며 근무하고 있는 가운데 그 공로를 인정받아 K-Hotelier라는 값진 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으로 무엇보다 몸 담고 있는 롯데호텔에 나의 애사심과 자부심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시그니엘 호텔은 국내 유일의 최고급 럭셔리를 지향하는 5성급 호텔이자 서울의 랜드마크인 롯데타워에 입지하고 있어 국내 및 해외 주요인사들이 많이 방문하며, 크고 작은 주요 행사들을 유치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높은 호텔 서비스와 요리를 국내외 주요 인사들에게 선뵐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이를 통해 생긴 경력을 공적으로 인정받아 K-Hotelier로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훌륭한 요리와 서비스를 많은 고객들에게 정성을 다해 제공하라는 뜻으로 알고 K-Hotelier로서 더 열심히 요리할 것이다. 

 

 

요리사가 꼭 갖춰야 할 것
인품과 마음가짐


이번 K-Hotelier를 준비하면서 나의 요리 철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요리사는 요리를 하고 돈을 받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경제적 대가를 받고 하는 전문가(프로페셔널)인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고난 감각과 현란한 조리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이 훌륭한 요리사에게 가장 필요한 재능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인품과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재능이라고 본다. 요리사의 인품과 마음가짐은 조리기술과 지식과 달리 시간과 경력이 지남에 따라 달라질 수가 없기에 제대로 된 마음과 올바른 인성이 요리사가 갖고 있어야 할 최우선의 가치라고 믿는다.


아무리 실력이 화려한 요리사라 할지라도 즐거운 마음을 갖고 정성과 사랑을 담아 요리하지 않으면 고객은 절대 그 요리를 맛보고 감동받을 수가 없다. 요리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을 존중, 존경을 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면 함께 요리할 요리사들이 주위에 남지 않아 본인이 추구하는 요리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조리기술은 사랑과 정성,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조리지식은 인품인 것이다. 이러한 요리 철학으로 나는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해 사랑과 정성, 그리고 나의 행복을 가득 담아 고객을 위해 요리하고 있다. 나의 기쁨, 사랑, 정성, 행복이 가득 들어간 요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리라고 자신한다. 

 

 

잊지 못할 순간
시그니엘 STAY 미쉐린 1스타 선정의 날


주방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잊지 못할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시그니엘 STAY가 첫 미쉐린 1스타를 받았을 때 요리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시그니엘 서울 오픈부터 지금까지 희로애락을 함께 했기에 시그니엘이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호텔이 오픈하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고 매일매일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는데 시그니엘이 오픈 날로부터 1년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며 밤낮으로 일하면서 모든 직원이 서울에서 가장 훌륭한 파인다이닝 업장을 만들자는 목표로 서로 의지하며 최선을 다해 요리를 제공했다.

 

이런 노력과 열정을 인정받아 업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미쉐린 가이드> 등재 업장을 발표하던 날, 모든 열정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는 순간이라고 느꼈다. 나뿐만 아니라 주방 선후배 동료들 모두에게 그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이 됐다. 

 

 

조리하다 생긴 많은 손의 상처들
신입 시절을 추억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나만의 기록


주방에서 근무하는 것은 꽤나 센 노동 강도를 요한다. 주방 업무 특성상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해야 하며 많은 화력 기기와 날카로운 칼, 무거운 주방 도구와 식재료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베임, 화상 등 부상 위험에도 항상 노출돼 있다. 그렇기에 주방에서의 근무는 체력뿐만 아니라 집중력 또한 필요한 덕목이다. 주방 신입 시절에는 더욱 긴장감과 집중력을 갖고 근무해 몸과 마음이 빨리 지치기도 하고 익숙지 않은 환경에 조리기술이 아직 숙련돼 있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요리사들이 신입 시절에 화상이나 칼에 베이는 사고가 가끔 생기곤 한다.

 
나 또한 처음 주방에서 근무했을 때는 긴장도 많이 하고 주방업무가 미숙해 다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손이 데고 베어도 요리는 손으로 밖에 하지 못하기에 다친 손을 계속 사용하면서 요리해 상처가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또 그런 상황에서는 마음대로 업무 성과도 나오지 않아 몸과 마음의 고생이 심했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앞으로 선배들처럼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힘든 시절에 꾸준한 노력과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잘 극복했고, 그 시간과 노력으로 인해 현재의 내가 됐으며 더욱 능숙하고 편안하게 요리를 잘할 수 있게 됐다고 확신한다. 그때 얻은 손의 상처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많은 요리사가 그러하듯 요리사의 영광의 상처로 신입 시절을 추억하며 초심을 잃지 않는 나만의 기록이 됐다. 

 

호텔 레스토랑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식재료 다루고 각 업장 전문가에게 정통으로 배울 수 있는 곳 


레스토랑(식음업장)은 음식과 음료의 판매 매출로 수익을 내는 곳이다. 식음료 매출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려면 재룟값을 낮춰 원가율을 줄이고 근무 인원을 축소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5성급 호텔의 전체 매출 구조를 보면 식음업장의 매출 비율이 높지 않다. 5성급 호텔 투숙비가 평균 40~50만 원이며 300개 이상의 객실을 갖고 있는 5성급 호텔들이 많다. 1개에 3만 원 하는 파스타를 15개는 판매해야 겨우 객실 1개 파는 매출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즉 호텔은 레스토랑에서 수익을 많이 내지 않더라도 객실, 연회, 임대, 부대시설 등을 통해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내며 호텔 특성상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방문하는 곳이기에 호텔 레스토랑 메뉴의 가격과 원가율은 일반 레스토랑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더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일반 레스토랑들이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캐비어, 트러플, 푸아그라, 한우, 킹크랩, 로브스터 등 고가의 식재료를 많이 다룬다. 이런 고가의, 또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 맘껏 요리할 수 있는 것은 요리사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다. 


또한 호텔 내에는 뷔페, 이탈리안, 프렌치, 룸서비스, 라운지, 한식 등 여러 식음업장들이 모여 있기에 로테이션 근무를 하면서 다양한 메뉴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조리 기술을 각 업장의 전문가 선배들에게 정통으로 배울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5성급 호텔 경력은 업계 내에서 매우 훌륭한 커리어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요리를 할 때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겁기에 요리사가 된 고수현 조리장은 요리를 업으로 삼아 근무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고객들이 자신의 요리에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20년, 30년 차 요리사가 돼서도 지금처럼 행복한 마음으로 요리를 만들어 더 많은 내·외국인 고객에게 아름다운 요리를 제공하고 싶다고 한다. 업계 선후배와 고객 모두에게 인정받는, 진정성 있는 ‘훌륭한 요리사 고수현’으로 꼭 기억될 수 있도록 성실히 요리하겠다는 포부를 전한 고수현 조리장. K-Hotelier로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저작권자 ⓒ호텔앤레스토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