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인도 리조트의 전설, 식스센시즈(Six Senses)의 일본 진출

2024.08.20 08:14:02


매혹적인 자연과 어우러진 럭셔리 리조트의 대명사 ‘식스센시즈’가 일본 교토에 문을 열었다. 이는 식스센시즈의 창업자인 소누 시우사다니(Sonu Shivdasani)로부터 IHG 그룹이 인수한 후 새롭게 문을 연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이번 호에서는 인도 리조트의 전설로 불린 식스센시즈의 스토리를 담아보고자 한다. 

 

 

교토에 등장한 ‘식스센시즈’


2024년 4월 교토역에서 차로 10분이 걸리지 않는 곳에 호텔 식스센시즈가 문을 열었다. 호텔을 찾는 사람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교토라는 지역적 특성에 맞춘 중후함이 느껴지는 큰 문이다. 숙박객들은 이 문을 지나 로비로 들어가게 된다. 로비에 들어서면, 식스센시즈의 특징이기도 한 비일상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교토의 자연이 느껴지는 신록이 풍부한 안뜰, 노송나무의 향기와 힐링감을 충만하게 하는 음악이 로비를 가득 채운다.

 

 

체크인을 한 후에는 헤이안 시대를 콘셉트로 디자인된 81개의 객실이 숙박객을 맞이한다. 물론 객실의 디자인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특징적인 것은 식스센시즈가 추구하는 콘셉트 중의 하나인 ‘Sleep With Six Senses’에 따라 맞춤 제작된 오가닉 매트리스를 둠으로써 현대인의 불면증을 해소하는 슬립 투어리즘을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식스센시즈는 고객의 힐링을 위한 노력을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식스센시즈 교토는 ‘웰니스 스크리닝’ 즉 특수한 전용 플레이트에 손과 발을 얹어 몸의 반응을 체크하면 심장과 혈관, 자율신경과 스트레스 상태까지 알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Water Shiatu(수중지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용 수영장에서 물의 저항력을 살린 스트레칭을 통해, 연체동물이 된 듯한 감각으로 온몸의 치유가 가능하도록 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한 후에는 개방감이 느껴지는 다이닝에서 교토 출신의 셰프가 만드는 프렌치와 이탈리안을 융합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데, 사용되는 식재료는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농가인 ‘야마다 농장’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공간, 체험 그리고 음식에 이르는 모든 요소에서 식스센시즈는 궁극적인 치유를 도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고객의 마음과 몸의 치유에 기반을 둔 식스센시즈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소누 시우샤다니와 리조트의 만남


식스센시즈를 창업한 소누 시우샤다니(Sonu Shivdasani)는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호텔리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소누가 세계적인 리조트인 식스센시즈(Six Senses)를 만든 이유는 그가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의 학생이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누는 인도의 전설적인 사업가로 불리는 인두 시우샤다니(Indoo Shivdasani)의 막내아들이다. 인두는 인도의 외환거래 시장의 최고의 전문가로 투자 분야에서 막대한 부를 이룬 후 인도의 재벌로 자리 잡은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이러한 인도의 아들로 태어나 영국의 이튼 스쿨을 졸업한 후 옥스포드 대학으로 진학한 소누는 1986년 여동생의 초대로 프랑스 남부에서 요트를 타면서 휴가를 보냈다. 그때 후에 아내가 되는 스웨덴의 패션모델 ‘Eva Malmstrom’을 만났다. 에바는 모델 일을 통해 알고 있던 몰디브로 그를 데려갔다.

 

 

1980년대 몰디브는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여행지였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여행사의 사양에 맞춰 호텔을 건설한 후 향후 몇 년 동안 일정 수준의 비즈니스를 보장해 주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니, 럭셔리한 호텔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몰디브는 단체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고, 자연환경도 점점 파괴돼 갔다. 

 

 

소누는 몰디브의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물로 둘러싸인 수백 개의 작은 산호섬, 이국적인 물고기와 푸른 하늘을 보면서 관광객이 찾지 않는 작은 섬을 사서 이곳에 집을 짓고 에바와 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몰디브 정부는 개인에게 토지를 팔지 않았고, 소누와 에바는 결국 재무장관으로부터 작은 섬을 임대하기로 했다. 그들이 임대한 섬에는 호텔이 있었지만 공항에서 호텔까지 보트로도 한참 떨어져 있어서 도산하기 직전의 상황에 놓여져 있었다. 

 


소누와 에바는 호텔의 상황을 보고, 자신의 집을 짓는 대신 아름다운 섬에 흉물로 방치될 위기에 처한 호텔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호텔을 인수해 줄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당시는 때마침 아만그룹이 푸켓에 문을 연 리조트가 큰 호응을 얻기 시작하던 시기였기도 했다. 소누는 당시 주목받던 아만 그룹에게 호텔의 운영을 의뢰했다. 하지만 교섭은 실패로 끝났다. 결국, 소누는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스스로 리조트 경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소누는 Amanpuri가 푸켓에 문을 연 후 큰 호응을 얻는 모습을 참조해서, 비록 높은 가격이라도 고객들이 럭셔리함을 충족할 수 있다면 충분히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당시 푸켓에는 풀빌라 형태의 리조트인 반얀트리가 문을 열었고 이 또한 비싼 가격대 임에도 고객들이 찾았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소누는 공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고급 리조트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소누와 에바가 만든 첫 리조트는 객실요금이 다른 몰디브 호텔의 두배가 넘었지만, 에바와 함께 영국 언론에 리조트를 끊임없이 홍보한 덕분에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첫 리조트가 성공하면서 화제가 되자, 소누에게는 리조트 개발에 대한 의뢰가 이어졌다. 소누와 에바는 몰디브의 성공을 바탕으로 두 번째 리조트 호텔인 ’Soneva Gili’을 오픈했고, 이 또한 성공하자 두 사람은 본격적인 리조트 개발에 착수했다. 

 

 

리조트 개발의 성공 방정식


소누가 리조트 개발의 성공을 통해 얻은 전략의 핵심은 리조트를 클러스터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소누는 아시아와 유럽 등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리조트를 개발하는 것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는 한 지역에 리조트를 클러스터 형태로 개발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리고 이러한 생각에 기반해서 동남아시아(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중국 윈난성)와 인도양(안다만 제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몰디브와 스리랑카)의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한 리조트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특정 지역에 집중적인 리조트 개발을 통해, 소누는 식스센시즈의 브랜드를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또 한 가지 클러스터 방식의 리조트 개발 전략 외에 소누의 식스센시즈의 성공을 이끈 요인은 바로 럭셔리함에 대한 그와 에바의 새로운 정의에 기반을 둔 리조트 개발이었다. 소누는 리조트를 찾는 부유층은 일상 속에서 충분한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멋진 빌라, 아름다운 욕실 설비, 파인 다이닝의 요리 등, 단순히 이런 풍요로움만으로는 그들이 리조트를 찾았을 때 만족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들을 충족시키기에는 뭔가 다르고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고, 고민 끝에 찾은 것이 바로 ‘럭셔리함’를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런던이나 뉴욕에 사는 부유층들에게 ‘럭셔리함’이라는 것은 단순히 음식과 와인만을 제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리조트를 찾았을 때 자신의 기존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일례로, 요리에 넣는 샐러드의 잎을 따는 체험이라든지, 뉴욕의 겨울을 벗어나 몰디브의 태양 아래 아름다운 바다의 모래사장을 여유롭게 만끽하면서 걸어가 모래사장의 테이블에서 자신들만 즐기는 식사라든지 라는 등의 럭셔리함을 재정의해 체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럭셔리함을 재정의한 식스센시즈 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성공했고 식스센시즈를 고급 리조트의 새로운 브랜드로 확립시키는데 주효했다. 이러한 성공 속에서 아이러니 하게도 작은 섬에서 집을 짓고 살기를 원하던 소누와 에바는 1년의 반을 리조트를 개발하는데 보내야 했다. 즉, 리조트의 개발이라는 운명의 덫에 걸려 에바와 함께 아름다운 곳에서 정착해 보내려던 삶과는 다른 현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협업을 통한 새로운 출발 


식스센시즈의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끈 소누는 얼마 전, 리조트를 글로벌 호텔 체인 IHG에게 넘겼다. 그가 에바와 오랜 기간 이룬 결실을 글로벌 호텔 브랜드에 매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식스센시즈가 지향하는 가치인 ‘친환경 경영’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데 자신들만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한계를 느끼고, 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 끝에 선택한 대안이 바로 IHG 그룹에 브랜드를 넘기는 형태로의 협업이었다. 특히, 소누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시아의 리조트 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지역으로의 진출을 꿈꿨고, 그 다음 새로운 가치인 ‘웰니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네트워크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는 결론은 IHG그룹을 통한 리조트의 확대였고, 그 첫 시작이 교토에 오픈한 식스센시즈 호텔 교토였다. 

 

 

식스센시즈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가운데, 창업자인 소누와 에바는 지금 IHG에 호텔을 넘긴 후 몰디브의 작은 섬으로 돌아가 자신들이 그리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_ www.sixsens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