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석의 MICE GUIDE] 로봇과 AI는 도구일 뿐, 진정한 가치는 인간의 손에 있다!

2024.03.21 08:32:26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


올해 <트렌드코리아>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호모 프롬프트’가 언급됐다. 프롬프트는 기계가 사용자의 명령을 받아들이는 체계를 의미하며, 호모 프롬프트는 기계와 소통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즉 인간이 AI에게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인간이 던지는 질문이 중요하며 향후 AI와의 티키타카를 통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를 제시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키워드가 ‘호모’ 즉 인간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이 달라지며 그 결과에 대한 해석 또한 인간이 하는 것이다. AI는 기존의 것을 조합해 새롭게 만들어 내는 창의력은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변화적 창의력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까지의 AI는 아직 완벽하지 않으며 AI마다 다른 해답을 제시할 때도 많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 가장 위험하듯 앞으로는 하나의 AI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여러 기술을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역량이 중요하다(<트렌드 코리아 2024>, 김난도, 전미영 외 9명 공저).

 

 

빅데이터(Big Data)


AI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빅데이터며 AI의 답변 또한 결국 빅데이터 기반에서 나온다. 우리는 현재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최첨단 알고리즘이 궁극의 해결법을 제시하는 빅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안다’라는 말처럼 빅데이터로 인간의 숨은 욕망을 해석하고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실제 경험과 행위에 담긴 맥락과 의미를 설명해 주는 해답을 비롯해 ‘무엇’이 아닌 ‘왜’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단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관찰과 감성적 성찰에서 도출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완구 회사인 레고는 2000년대부터 세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바뀌는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매출이 급감하는 등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레고사는 다양한 빅데이터 연구를 진행했고 미래 세대는 레고에 흥미를 잃게 될 것이라는 동일한 결론이 도출됐다. 레고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갖고 놀기에는 시간과 인내심이 부족하며 즉각적인 만족감이 중요해져 이에 대응하기 위해 레고 블록을 더 크고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매출은 더더욱 떨어졌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파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극적 전환점은 빅데이터에 근거한 연구가 아닌 아이들을 직접 관찰하고 인터뷰한 데에서 나왔다. 레고팀은 아이들이 유용하고 가치 있는 것을 위해서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하지 않고 잘할 때까지 끈질기게 매달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아이들은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인사이트를 얻은 레고는 블록 크기를 원래대로 되돌렸을 뿐만 아니라, 크기를 더 줄인 블록을 제품 박스에 많이 넣었다. 블록은 더 정교해지고 사용설명서의 난이도는 더 높아졌으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조립에 성공하도록 제품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때부터 레고의 매출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완구회사로 자리 잡고 있다(<스몰데이터>, 마틴 린드스트롬 저). 

 

 

치열한 OTT간의 경쟁 속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넷플릭스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구독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독자에게 딱 맞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으로 운영된다.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은 개인화된 랭킹, 트랜드 랭킹, 지속적 시청 랭킹, 유사 장르의 묶음, 중복 페이지 배제 등을 사용해 구독자에게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넷플릭스도 고민이 있었는데,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많은 구독자들이 빈지워치(Binge Watch, 단기간에 콘텐츠를 몰아서 보는 행위)를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통해서 현상은 파악했지만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발견하기가 어려워 결국 넷플릭스는 인류학자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넷플릭스 찐 팬들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같이 생활하며 구독자들의 시청 패턴을 분석했고 왜 이들이 빈지워치를 하는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찐 팬들은 주중에는 생업에 종사해야 하며 개인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주말에 그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몰아서 봐야 했고, 빈지워치를 통해서 행복을 느끼며 긍정적 경험을 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빈지워치가 자칫 구독자들을 ‘카우치포테이토(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TV만 보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만들 수 있으며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야기할 수 있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하지만 구독자들은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체의 우려나 부정적 인식이 없었으며 오히려 좋은 경험이자 주말의 행복이라고 여겼다. 


여기에 착안한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한번에 모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찐 팬들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이전까지 모든 미디어는 주간 1~2편만을 공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콘텐츠를 한번에 공개하면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 발생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또한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몰아보기 한 구독자들이 시청 후 구독 해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도 나왔다.

 

여러 우려와 비판을 뒤로하고 넷플릭스는 인류학자들의 관찰과 인사이트에 기반해 전체 시즌을 한번에 오픈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만 20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늘어나는 성과를 이뤘다. 스포일러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입소문 마케팅을 통한 주변인들의 관심 증가로 돌아왔다.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통해 현상을 봤다면, 인류학자들의 관찰을 통해 Why(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통해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다(<THICK DATA>, 백영재 저).

 

 

관광·MICE 산업의 AI와 빅데이터


관광·MICE산업도 디지털 전환을 맞아 AI와 빅데이터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하나투어, 마이리얼트립, 참좋은여행 등 주요 여행사는 AI를 활용해 개인 취향에 맞는 여행 일정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뵈고 있으며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통해 맛집, 명소, 날씨, 팁, 여행지 추천 등 여행 관련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화가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제 여행도 초개인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모바일 앱과 웹을 통해 이뤄지는 모든 여행 활동은 디지털 흔적으로 남게 됐고, 정부와 지자체, 여행업계는 이 데이터들을 활용해 관광산업 육성 전략과 마케팅, 여행상품 및 서비스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구축한 <한국관광 데이터랩>에는 민간과 공공 부문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통신데이터를 통해 도시별 방문객 점유율 분석, 지역별 방문자 수 비교를 할 수 있게 됐고 신용카드 데이터를 활용해 방문객의 소비 패턴 및 소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방문객 동선 파악과 함께 지역별 관광지 검색 순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여러 지자체와 여행업계는 빅데이터를 활용, 여러 우수 여행상품 개발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문제점과 고민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요소가 있다. 바로 빅데이터가 잡아내지 못하는 여행의 의미, 여행에서 느끼는 행복, 그리고 여행 끝에 찾아오는 아쉬움 같은 것이다. 고객의 개별성이라는 요소와 세렌디피티와 같은 우연성은 빅데이터에서 잡아낼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 ‘김종욱 찾기’와 같이 여행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나 러브스토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추천은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영역’을 더욱 넓혀주진 못한다. 반복되는 경험의 깊이에는 관여할 수 있어도 폭은 오히려 편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섬세함이 깃든 디테일은 빅데이터가 가르쳐 줄 수 없는 부분이다(<트래블 이노베이션>, 한국경제신문). 


MICE산업도 방문객 효과 측정을 위해 신용카드 등의 빅데이터 활용과 설문조사를 실시하지만 현금 결제나 계좌 입금 등의 데이터는 잡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현금을 선호하는 일부 해외 국가의 방문객 데이터는 더더욱 집계가 힘들다. 설문조사 또한 추정치에 가까울 때가 많으며 일부 진실되지 않은 답변이 나올 때도 있다. 이러한 경우 소수의 참가자만 선별해 대면 인터뷰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수치와 진실된 내용을 도출해 낼 수 있을 때가 많다. 


전시회의 부스영업과 국제회의 유치의 경우에도 그동안 축적된 고객데이터와 히스토리, 외부상황을 정밀하게 데이터로 분석하지만 최후의 순간에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계약을 체결하거나 최종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다. 오직 사람만이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보다 사람


AI·빅데이터와 함께 4차산업혁명의 중심에 로봇이 있다. 로봇은 비용적인 효율성과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텔들과 여행업계에서 앞다퉈 사용하고 있으며 외식업에서도 음식 서빙과 배달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MICE산업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산업에 속하며 고객의 니즈와 기대를 파악하고 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을 본질로 하는 만큼 사람의 중요성이 그 어떤 산업보다도 크다. 고객 입장에서는 로봇보다는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더 개인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대우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사람만이 메타인지를 통한 융합적 사고가 가능하며 메타인지는 사람과 AI를 구별되게 하는 고유한 능력이다. 

 


AI와 로봇이 밀려오는 지금이야말로 인문학적 지식을 활용한 사색과 해석력, 인본주의적 비판 능력 등 가장 아날로그적인 전략이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 자기 주도력을 가진 사람들이 AI를 다양하게 활용할 때 그 효과가 배가 되는 것처럼 모든 시작점은 결국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