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석의 MICE Guide] MICE, 종합선물세트를 넘어 융복합선물세트로~

2023.12.01 09:04:23

 

2022년 9월, ITS(지능형교통체계) 2026 세계총회 개최지로 우리나라 강릉이 최종 선정됐다. 교통올림픽으로 불리는 ITS 세계총회는 총 100개국의 전문가와 기업인 등 6만 명 이상이 참석하는 ITS 분야 세계 최대 전시회이자 학술대회다. 이듬해 4월 우리나라는 강릉 세계총회에 이어 2025 ITS 아태총회를 수원으로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유치를 위한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거센 공격에도 불구하고 수원의 우수한 ITS 기술이 낙점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ITS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ITS산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국내기업 해외 진출 경쟁력 제고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만든 것이다. 

 

다양한 협업 및 협력관계 구축


ITS 세계총회 및 아태총회 유치는 MICE를 통한 여행, 숙박, 쇼핑 등의 관광효과를 넘어, 국내 ITS 인프라를 개선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국토부는 ITS 세계총회 개최를 계기로 강릉 시내 도로 인프라 첨단화를 위해 ITS 국고보조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수원과도 C-ITS 도입 등 우리나라 ITS 인프라 확장에 힘쓰고 있다. 


ITS 총회 유치를 위해 민·관이 함께 협업하는 이상적인 그림도 그려졌다. 국토부를 비롯해 외교부, 강원도, 강릉시, 경기도, 수원시, ITS협회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업과 함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KT·LG 등 민간기업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다. 지자체끼리의 협업도 눈에 띈다. 2025년과 2026년 ITS 총회 개최지인 수원과 강릉은 참가기업과 등록자 수 확대를 위해 Korea Package를 구상 중에 있으며 개최지 공동마케팅, ITS 주요 시찰지 정보 공유 등 다각도로 협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2025년 ITS 아태총회를 위해 수원은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주요 대학 학생들을 초청, 수원의 ITS 인프라를 소개하고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가 간, 기관 간 협력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게 됐다. 

 


ITS 아태총회와 세계총회의 유치를 계기로 다양한 협업 및 협력관계가 구축됐으며, 국토부는 세계적 수준의 한국 ITS 기술 홍보와 국제적 인지도 확산, 첨단 교통기술 국제협력의 장을 마련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등의 실질 효과를 거둘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융복합 비즈니스 트래블, MICE 


이처럼 ITS 총회 유치를 통한 관광 측면의 경제파급효과 이외에 산업적으로 긍정적이고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국제협력증가와 지식/정보 공유·창출은 말할 것도 없다. MICE가 융복합 비즈니스 트래블로 일컬어지는 대표적인 이유다. MICE산업은 지역에 경제파급효과를 일으킬 뿐 아니라 지역 인프라 개선, 시민 의식 수준 향상, 산업협력 증대, 인적 역량 강화 등의 효과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MICE산업 육성과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는 이유다. 특히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과 MICE 인프라 확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MICE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기도 하지만, 특히 지금과 같은 인구 소멸 시대를 맞아 기업 투자와 고급 인력 유치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MICE로 인한 집객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지붕 없는 박물관인 경주도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유치 시 국제기구인 OWHC(세계유산도시기구)와의 협력은 물론 UNESCO, ICOMOS, 그리고 국내 주요 기관인 문화재청, 경상북도, 한국관광공사와도 긴밀히 협조하며 행사를 유치·개최했다. 또한 세계총회 유치 시 우리나라에서 세계유산을 보유한 익산, 합천, 고창 등이 소속된 한국세계유산도시협의회의 회원 도시들과 공동으로 유치하고 개최한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세계총회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산도시인 벨기에 브뤼셀, 캐나다 퀘벡,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과 우호 관계도 구축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경주가 세계유산도시의 리더로 발돋움하는 무대가 됐다.

 

세계총회의 유산(Legacy)으로 경주는 경주시민들의 국제회의에 대한 의식 수준 향상과 다양한 문화인프라 확장이 있다. 경주는 그동안 남북국시대 통일신라의 수도 서라벌에 설치된 월정교 복원을 진행하고 있었고,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를 계기로 복원을 서둘러 개막식 장소로 사용됐다. 월정교 복원이 완료됨과 동시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했으며 인접한 교촌한옥마을까지 주말마다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특히 뛰어난 야간경관으로 동궁과월지와 함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효과를 누리면서 경주 곳곳의 야간경관 사업을 본격화하는 밑거름이 됐다. 총회를 계기로 경주는 매년 세계국가유산산업전, 한옥문화박람회를 개최, 경주를 명실상부한 세계유산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레거시와 산업적 측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의 도시가 대구다. 2015년 세계물포럼 개최를 계기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지금은 우리나라 물산업 허브도시로 자리잡았다. 세계물포럼 유치 이후 2017년에 국제수자원학회 세계물총회를 유치했으며 올해 5월에는 국제물협회의 국제 선진 수처리기술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세계 3대 물 관련 행사를 모두 개최한 우리나라 유일의 도시인 대구는 이를 매개체 삼아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롯데케미칼,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기업을 포함한 27개 관련 기업이 입주해 다양한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 유일의 물 관련 인증기관인 한국물기술인증원도 대구에 들어섰다. 대구는 물산업을 통해 지역 인프라 개선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25차 세계가스총회(WGC)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산업 행사다. 2012년 5299명의 참석자, 220개의 전시업체, 1만 3803명의 바이어가 참가했다. 세계가스총회를 대비해 주최 측인 페트로나스(Petronas)는 대규모의 금액을 투자, 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걷기 좋은 에어컨이 설치된 1.17km의 고가로를 만들었고, 이 고가로를 통해 도시의 교통 문제 해결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도심을 손쉽게 도보로 오고갈 수 있도록 해줬다.

 

 

이 고가로는 페트로나스에서 WGC2012로 인한 대규모의 인파를 예상하고 참가자들이 편리하게 행사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투자한 것으로 파빌리온 쇼핑몰과 KLCC호텔, 그리고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를 연결시킨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이 고가로야 말로 WGC 2012의 레거시다.

 

 

MICE, 최적의 도구이자 플랫폼


MICE로 인한 방문객 효과는 무시 못 한다.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참가자들이 지출하는 숙박, 교통, F&B, 관광, 쇼핑의 지출액은 일반관광객 소비지출의 약 2배에 달하며 관광산업에 있어 비수기 타개에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 위의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협력증대, 지역산업 및 인프라 발전, 일지리 창출, 무역 및 투자증진 등의 경제·산업적 기여는 그동안 우리가 방문객 효과에만 치중해 널리 인지되지 못했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얻어지는 긍정적 가치효과다.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의식 수준 향상과 도시인지도 제고 효과는 MICE산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다. ITS 총회가 있음으로써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강릉과 수원이라는 도시를 알릴 수 있게 됐고 람사르 총회를 통해 창원을, 세계역사도시회의를 통해 안동을 알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 인바운드 관광객의 대부분이 서울과 부산, 제주도에 몰리는 현재, MICE를 통해 지방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으며 중·소도시의 부족한 브랜드 가치 제고에 있어서도 MICE가 최적의 도구이자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종합선물세트를 넘어서는 융복합선물세트인 MICE의 활용 정도에 따라 MICE가 그 도시에 있어 치트키이자 절대반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