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4월부터 2023년 9월호까지 매달 1권씩, 모두 390권을 독자의 품에 안긴 <호텔앤레스토랑>에는 얼마나 많은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담겼을까? 지난 32년 동안 매달 다양한 호텔, 레스토랑 등 호스피탈리티산업의 소식과 트렌드, 현안들을 취재해온 <호텔앤레스토랑>이 과거로 돌아가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호텔을 되짚어봤다.
1991년 구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방문해 VVIP 의전으로 화제가 됐던 제주신라호텔, 오픈과 동시에 드라마 ‘호텔’의 촬영지로 인기몰이를 했던 1995년 리츠칼튼 서울, 그리고 2000년 개장한 국내 첫 내국인 출입 카지노, 강원랜드 카지노 & 호텔, 2004년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W 호텔에 이어 2007년에는 부산호텔업계로 화제가 집중된 가운데 오픈한 벡스코 센텀 호텔과 2010년 롯데호텔을 필두로 G20 정상회의를 치러낸 특급호텔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2010년대 가장 큰 화제였던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이후 호텔산업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2013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2013년의 호텔 비즈니스호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으로 호텔 대거 등장
2010년 이후 가장 큰 호텔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2011년 2월 24일 조윤선 국회위원이 대표 발의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일 것이다. 이 법은 2011년 12월 30일 국회 본회를 최종 통과, 2012년 7월 27일부터 시행됐다.
당시 일간지 기사를 살펴보면 문화부는 2011년 말 기준으로 외래 관광객의 80%가 일단 수도권을 방문, 호텔 수요만 3만 6000여 실에 달하지만 공급은 2만 8000여 실에 그쳐 여전히 8000여 실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하고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부족한 관광숙박시설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호텔 시설에 대한 용도지역별 용적률이 서울시를 기준으로 일반주거지역에서는 최대 150%, 상업지역에서는 최대 500%까지 확대됐고 또 호텔 시설 용도라면 공유지를 최대 30년까지 장기로 빌릴 수 있으며 대부료도 50%까지 줄였다. 주차장 설치 기준도 134㎡당 1대에서 300㎡당 1대로 완화시켰다.
또한 당시 관광호텔의 경우 30실 이상의 객실을 갖춰야 하지만 20실 이상의 객실과 두 종류 이상의 부대시설을 갖추면 호텔업을 할 수 있도록 소형호텔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광숙박 시설을 신축 또는 증개축하는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도 5년간 저리 융자로 지원하며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하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에서는 모텔이나 여관 등 일반 숙박시설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도록 유도해 ‘굿스테이 브랜드’로 3000실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본지에도 2012년 2월 호에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기사가 자세히 게재됐고 관광의 핵심인 호텔산업 발전에 한 획을 긋는 쾌거라며 호텔업계에서는 ‘매우’ 반겨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호텔업계에 어떤 호텔들이 어떻게 필요한지, 너무 많이 짓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기사들이 다수들도 게재됐다.
특히 서울의 비즈니스호텔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많았는데 2011년 11월 말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수요는 5만 10187실로 추정되지만 공급은 2만 6507실로 2만 4580실이 부족한데 높은 지가와 가용토지 부족 등으로 서울 도심 내 호텔 건립이 어려워 숙박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밀려오는 관광객으로 비즈니스호텔 수요가 급증하므로 대규모 자본금과 시스템의 결함으로 공급이 느린 호텔업의 해결점을 모색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
서울시도 객실수 늘려 수급격차 줄이겠다 발표
서울시도 객실수 늘이기에 나섰다. 턱없이 부족한 객실 수를 중저가 중심으로 2018년 7만 76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것. 이로써 숙박 객실수 수급격차는 2013년 현재 1만 1315실에서 2018년 7076실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호텔 등 중저가 호텔은 3만 3000실에서 5만 5000실, 여관, 모텔을 우수숙박시설로 지정하는 방법으로 3000실에서 1만 1000실, 시민들이 남는 빈방을 공유하는 도시민박업이나 한옥, 전통사찰 등 체험형 숙박시설을 늘려 1600실에서 1만 1600실로 총 4만 실 확충을 목표로 했다. 이로써 세계 11위 수준인 관광객 수를 2018년까지 5위로 끌어올려 2000만 관광객 시대를 대비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울 관광·MICE 플랜을 당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국제경제자문단 총회에서 발표했다.
국내 대기업계열 호텔, 비즈니스호텔 진출 본격화
특급호텔 위주의 국내 호텔 시장에 비즈니스호텔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래 관광객들은 점점 실속형 관광을 선호하고 있었다. 당시 국내 비즈니스호텔 시장은 외국계 브랜드가 다수를 차지했는데 호텔롯데, 호텔신라, 조선호텔, 파르나스호텔 등 탄탄한 호텔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계열 호텔들도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롯데호텔의 경우 2009년 마포에 롯데시티호텔마포를 오픈, 개관 3년 만에 연간 객실판매율 90%를 돌파하며 비즈니스호텔로서의 성공적 입지를 굳혔고 2011년 롯데몰 김포공항에 문을 연 롯데시티호텔김포공항도 1년 만에 약 83%의 객실판매율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향후 40개 이상의 체인호텔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힌 롯데호텔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제주, 대전, 울산 각 1개소, 서울 3개소 등, 6개의 비즈니스호텔을 추가 오픈할 예정임을 밝혔다.
조선호텔은 2012년 12월 맥쿼리자산운용과 동자동에 건립 중인 약 350실 규모 호텔에 대한 20년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현재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역 호텔로 운영되고 있다.
호텔신라는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 스테이’를 론칭하고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첫삽을 떴다. 식음업장과 연회장이 없는 호텔로 부대시설을 줄인 만큼 객실 단가를 낮추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비즈니스호텔보다 업스케일 브랜드, 고급스러운 비즈니스호텔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파르나스호텔 역시 독자 브랜드, 나인트리호텔을 론칭하고 2012월 12월 오픈했다. 주 예상 고객은 일본, 중국 고객들로 전 직원이 일본어, 중국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을 상시 배치하고 있다고. 눈에 띄는 부분은 고객의 편안한 휴식과 건강한 숙면을 제공하기 위해 최고급 침대 및 피톤치드가 발생하는 편백나무 베개, 머리와 목을 시원하게 하는 메밀 베개, 어깨 부분의 긴장완화를 돕는 C-커브 베개 등 총 9가지 기능성 베개 서비스, 발마사지기, 마사지팩, 전통 다기세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객실 공급 과잉 VS 부족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으로 2013년은 호텔 오픈이 유난히 많았던 해. 호텔 객실 공급 급증에 대한 찬반의견이 엇갈렸다. ‘호텔 신축 급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9월호), ‘서울, 수도권 지역 호텔, 공급초과를 걱정할 때인가?’(9~10월호)라는 기사 타이틀만 보더라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려의 목소리로 홍대 인근인 동교동 삼거리와 합정역에 이르는 양화로 주변으로 호텔 설립 붐이 일어나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기업체가 많고 공항에서 가까워 호텔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후죽순 호텔 건립으로 홍대가 특유의 문화 정체성을 잃어가고 호텔 공급이 과포화되는 순간 홍대 호텔 사업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더 많은 객실이 필요하다는 측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따라 호텔 객실 동률이 결정되는데 서울과 가장 유사한 호텔산업 환경과 입지여건을 보유하고 있는 싱가포르를 분석했을 때 2017년 시점의 서울시 호텔 객실가동률은 70% 수준에 머무를 것이므로 공급초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다.
또한 방한 외래 관광객 숙박실태 조사를 근거로 외래관광객 잠잘 곳이 충분하면 20% 이상 늘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조사에서 개별여행객 4099명 중 약 13%가 2011년 한해 객실부족과 비싼 숙박요금 등 순수 객실 문제로 한국여행을 하지 못했으며 숙박 예약 실패 경험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객실부족, 비싼 가격 때문에 예약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관광객이 몰려온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움직임
2012년까지 일본인 관광객이 시장을 이끌었다면 2013년에는 중국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나고 나니 이때부터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관광시장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울기도 웃기도 했다. 지속적인 일본과의 역사, 정치 리스크에 엔화 약세로 2013년 일본인 관광객 수는 크게 줄고 중국인 관광객 수가 앞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큰손이 될 중국관광객을 분석하는 기사가 게재됐다. 쇼핑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일본인 관광객에 비해 중국인 관광객은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관광지뿐 아니라 한류와 의료관광에도 관심이 많으니 이와 관련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우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저가 관광을 퇴출하고, 중국 전담 여행사로 선정될 경우 건전한 여행사가 지정될 수 있도록 평가항목을 강화하며 여행업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여행사에 대한 제재도 마련, 한국과 중국의 공조를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중국인 유치 움직임에 적극적이었는데 인천, 전남도, 제주가 특히 2013년이 한중수교 20주년인만큼 양국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여행사 초청 팸투어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호텔앤레스토랑>, 2013년 호텔산업 전문 박람회 개최 예고
2014 호텔&레스토랑 박람회(HOREX 2014) 진행
<호텔앤레스토랑>에서 매년 개최하는 코리아호텔쇼. 그 첫 발걸음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호텔앤레스토랑>은 2014년 10월 1일부터 나흘간 킨텍스에서 국내 유일의 호텔&레스토랑 산업 전문 전시회, ‘2014 호텔&레스토랑 박람회(HOREX 2014)’를 개최할 것을 밝히고 주최사로서 전시회를 통해 국내 관광산업과 외식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당시 전시회는 100개사 300부스가 참여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당시 제대로된 관련 전시가 없어 업계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2013년 12월에는 ‘2014 호텔&레스토랑 박람회(HOREX 2014)’ 개최를 앞두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유럽 최대 호스피탈리티산업 전문 박람회인 HOST를 방문한 <호텔앤레스토랑> 서현웅 대표(당시 실장)는 현지 소식을 전하면서 2014년 <호텔앤레스토랑>이 주최하는 ‘HOREX 2014’가 호텔과 레스토랑의 다양한 기물 외에도 사우나, 헬스, 수영, 아케이드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모두 아우르는 전시회로 국내에 돋보적인 산업 전시회가 될 수 것이라는 확신을 전하고 국내 유일의 호텔 박람회로 자리매김할 것을 천명했다.
HOREX는 현재 코리아 호텔쇼로 리브랜딩했으며 2014년부터 현재까지 한해도 빠짐없이 개최되고 있다. 올해 제11회 코리아호텔쇼는 6월 14일(수)부터 16일(금)까지 3일간 코엑스 D홀에서 열렸으며 150개 사, 400부스, 2만 5000여 명의 참관객이 다녀갔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진 못했지만 지난해보다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하고 참관객의 규모도 커졌다. 제12회 코리아호텔쇼는 2024년 6월 19일부터 3일간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호텔앤레스토랑>에 대거 등장한 스타셰프들
2014년부터 방영한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를 기억하는가? 스튜디오에 출연한 셀럽들의 냉장고를 집에서 스튜디오로 고스란히 옮겨와 셰프들이 냉장고 속 재료로 15분 안에 냉장고의 주인공을 사로잡을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으로 최현석, 샘킴, 미카엘, 오세득 셰프가 큰 인기를 끌었고 뒤이어 이연복, 정호영, 유현수, 레이먼 킴 셰프 등이 합류하며 꾸준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셰프들의 인기는 사실 2012년부터 시작됐다. 먹방, 쿡방이 인기를 끌면서 셰프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따라서 2013년 8월호 발행인 편지를 보면 그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다.
“꽃미남 셰프, 훈남셰프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결혼소식까지 기사화되고 있다.
스타셰프는 구름같은 팬을 몰고 다니며 만들어내는 요리마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이돌 팬덤과 달리 셰프의 팬덤은 실제 그들의 요리와 맛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로 스타셰프가 업계에 주는 임팩트는 크다. 과거에 요리사란 직업이 힘들고 고된 이미지가 많았다면 이제는 세련되고 멋진 섹시한 직업으로 이미지를 바꾸었다. 셰프의 위상이 높아지고 미식문화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TV 화면에 멋진 셰프가 유창한 외국어와 멋스런 음식을 만들고 이를 맛본 연예인들이 황홀해하니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2013년, <호텔앤레스토랑>에는 누구나 알만한 셰프들이 자신의 인생 음식을 소개하고 레시피를 공개하는 ‘테마가 있는 비스트로’ 지면에 대거 등장했다.
5월호. 최현석 셰프의 명란크림을 곁들인 소시지 크림스프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랑했던 음식 명란젓. 셰프로 지방호텔에 근무했던 최현석 셰프의 아버지는 꼭 장에서 명란젓을 사왔는데 그 비린 맛을 아버지가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싫어했던 명란젓을 한달 내내 밥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고 있단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메뉴를 구상할 때면 좋아하는 명란젓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도 한다고. 정작 요리사로서 직접 아버지께 요리를 만들어드린 적이 없어 항상 마음에 걸린다는 그는 명란젓이 여러모로 아버지가 생각이 나는 음식이라며 명란크림을 곁들인 소시지 크림스프의 레시피를 전했다.
6월호. 박찬일 셰프의 앤초비 파스타
박찬일 셰프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가장 막내였기에 주방에 멸치가 한 상자씩 들어오면 손질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5kg에 달하는 멸치들의 비늘을 일일이 벗기고 가시, 내장, 머리를 떼서 살점만 두 조각 내 필레로 만든 후 소금간을 했는데 주로 직원들 식사용으로 사용했다. 박 셰프가 있었던 레스토랑도 미쉐린 레스토랑 엘불리처럼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스텝 밀을 만들었는데 박 셰프 차례가 됐을 때 멸치로 만든 앤초비 파스타를 내놨다고 한다.
정식으로 요리다운 요리를 해본 것이 처음이었던 그는 짠 앤초비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간 조절을 잘해야 하고 오일 파스타는 기름인 올리브오일과 물이 서로 유화돼 조화를 잘 이루게 해야 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은 다른 파스타들 대부분을 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 부분이었기에 앤초비 파스타를 만들면서 체득, 자신에게 요리의 기본을 알려준 메뉴라고.
8월호. 오세득 셰프의 비프 브루그뇽
오세득 셰프는 유학시절 친구도, 가족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했는데 간소화 했지만 근사하게 준비를 하지 않아도 식탁에 차려놓으면 멋진 음식이 될 만한 것, 또 동네 식품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것, 바로 요리학교에서 배운 비프 브루그뇽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파스타에 비프 브루그뇽 그리고 값싼 와인 한잔을 더하면 고풍스럽게 차려지지는 않아도 근사한 한끼를 준비하는데 충분했다고. 그렇게 먹고 나면 다시 힘을 내 학업에 매진했던 그는 가끔 주방에서 열정을 잃으려 할 때면 이 요리를 먹었다고 한다. 물론 당시 그의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도 이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9월호. 샘킴 셰프의 뽀모도로 바질 파스타
2013년으로부터 10년 전 비주얼이 화려하고 독특한 요리를 중요시했으며 남들과는 다른 요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가득 차 있던 때 샘킴 셰프는 우연히 가볍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허름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게 됐다. 아무런 기대없이 맛본 뽀모도로 바질 파스타의 맛은 뻔한 맛일 거라고 치부했는데 그 파스타가 감동을 줬다. 무척 단순한 요리지만 한 그릇의 파스타가 이토록 훌륭한 맛을 내는지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바로 봐야할 것을 보지 않고 늘 화려함을 쫒아왔던 자신을 깊이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그 이후 요리를 대하는 자세가 겸손해졌단다. 토마토소스로 할 수 있는 레시피가 수천 가지가 넘는 것처럼 뽀모도로도 마찬가지인데 가장 기본적인 요리면서 질리지 않고 오래 즐겨 먹을 수 있어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뽀모도로 바질 파스타를 직접 만들어 주고 있다고 한다.
10월호. 레이먼킴 셰프의 멕시코식 마차카
레이먼 킴 셰프가 <호텔앤레스토랑>에 인터뷰한 때는 따끈따끈한 품절남일 때였다. 2012년 업무차 멕시코 서부에 갔다가 그곳의 풍광과 음식에 흠뻑 반해 혹시 결혼을 하게 된다면 신혼여행으로 ‘로스 카보스’에 다시 오겠다고 다짐한 그는 당시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별뜻없이 한 말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말을 내뱉은지 1년 만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아내와 멕시코를 다시 찾고 원없이 멕시코 음식, 정확히 말하자면 ‘몰레 소스’가 들어간 음식만 먹었단다. 몰레는 여러가지 향신료, 고추와 카카오를 넣어 벽돌처럼 굳혀놓은, 우리나라로 치면 메주와 같은 역할을 하는 소스인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판매되지 않아 멕시코를 찾아가 맛보는 수밖에 없다.
몰레를 넣은 초콜릿, 몰레로 만든 음료, 심지어 뷔페에서 몰레가 들어간 음식만 찾아먹은 그에게 그 많은 몰레 요리 중 단연코 최고 음식은 멕시코식 스튜 ‘마차카’였다. 실존하는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마차카를 맛보고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는 표현으로 부족할 정도였는데 그때 레이먼 킴 셰프는 몰레가 없다는 핑계로 만들지 않을 수는 없지. 꼭 이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 레이먼킴 셰프는 몰레 만드는 법을 알아봤지만 메주처럼 시간이 필요한 음식이기에 완벽히 숙지할 순 없어 비슷한 맛을 내는 대용품을 찾아 가장 흡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호텔앤레스토랑>에 마차카 레시피와 맛있게 만들기 위한 팁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