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더피플의 Brand & IP Law] 메타버스 관련 한국 특허청 발표, 상표 심사 지침의 시사점

2022.10.31 09:00:48

 

바야흐로 메타버스 전성기가 도래한 느낌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늘고 새로운 형태의 언택트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메타버스가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한 비즈니스의 발전과 함께 이러한 가상공간에서의 권리 문제 특히 지식재산권의 보호 문제 또한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의 상표권 관련 이슈


만약 호텔롯데의 허락 없이 어떤 사람이 가상공간에서 호텔롯데을 오픈해서 사람들에게 각자의 아바타를 통해 호텔롯데의 시설들을 이용하게 한다면 호텔롯데은 이 업자를 상표권 침해로 제소할 수 있을까? 누군가 스타벅스의 허락 없이 가상 공간에서 매장을 차려 놓고 스타벅스의 머그잔을 NFT로 판매하고 있다면?


상표권은 만능이 아니다. 세계 공통으로 상표권은 사용하는 상품 및 서비스와 그 운명을 같이 한다. 특허청에 등록된 또는 실제로 사용하는 상품 및 서비스와 유사한 범위까지만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상표가 같아도 지정 상품이 다르면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


메타버스에서의 상표권 관련 이슈는 이러한 상표제도의 태생적 한계에서 발생한다. 현실 세계에서 소비되는 신발과 가상 세계에서 사용되는 NFT 신발은 서로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현실 세계의 상표권자들이 별다른 조치 없이 가상 세계에서도 똑같은 수준의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현재까지는 “아니다”이다. 

 

 

가상 세계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심사 지침


메타버스 세계에서의 상표권 문제에 대해서 우리나라 특허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발 빠르게 가상 세계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심사 지침을 마련했다. 특허청은 최근 메타버스 등 가상 공간에서 가상상품의 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가상상품 심사지침」을 마련해 7월 1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새로 시행된 심사지침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는 향후 판례 등을 통해 방향이 정해지기까지 우선은 심사 실무상 “가상상품과 현실상품은 비유사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발’과 ‘가상 공간에서의 신발’을 비유사한 상품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신발’을 지정상품으로 해서 상표를 등록 받았더라도, 제3자가 동일한 상표로 ‘가상 신발’을 지정상품으로 출원해도 등록받을 수 있게 된다.


특허청 관계자는 “가상상품과 현실상품은 사용 목적과 판매경로 등이 달라 원칙적으로 소비자의 혼동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가상상품을 지정상품으로 한 
추가 상표 출원


이러한 당국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한 나이키를 비롯한 몇몇 다국적 기업들은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자사의 상표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보호받기 위해 가상상품을 지정상품으로 한 추가 상표 출원에 나서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상표권을 확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건설업계 최초로 가상 세계를 염두에 둔 상품과 서비스를 지정해 상표권의 확장을 위한 출원을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가 “최근 가상 세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방어적 차원에서 상표권 등록을 해둔 것”이라고 밝힌 점을 미뤄 볼 때, 실제 삼성물산이 직접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가상 세계 상표권 침해에 대응할 목적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이 가상상품과 관련해 신규로 출원한 상표는 자사 아파트 브랜드 이름 ‘래미안’과 래미안 브랜드 이미지(BI)며, 지정상품/서비스는 ‘가상공간에서 내려받기 가능한 이미지 파일, 대체불가토큰(NFT)으로 인증된 가상부동산 관련 데이터 파일 등(9류)’, ‘가상자산 거래업과 가상통화 중개업 등(36류)’, ‘가상부동산 관련 데이터 파일 판매업과 중개업 등(35류)’, ‘가상현실 서비스 플랫폼 제공업(42류) 등이다. 


또한, 현대자동차도 자사 로고를 가상상품에 대해 상표로 출원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가상 현실에서 불순한 목적으로 현대차 로고를 도용하는 사례를 막고자 상표를 출원했다.”며 “메타버스로 불리는 가상 현실이 최근 각광받는 사업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현대자동차도 이에 관련한 사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가상상품과 관련해 신규로 출원한 상표는 ‘현대(HYUNDAI)’, ‘에이치(H) 모양 상징물’, 그리고 이 둘을 결합한 표장 등이며, 지정상품은 ‘가상현실 게임용 소프트웨어, 기록된 게임용 컴퓨터 프로그램, 기록된 데이터 파일(디지털 자산 정보를 담는 메타데이터), 내려받기 가능한 이미지 파일(메타버스에서 거래되는 차량, 아바타, 캐릭터 이미지, 가상 상품), 내려받기 가능한 멀티미디어파일·음악파일·전자지갑·컴퓨터그래픽·티켓·화상(9류)’ 등이다.


이처럼 한국의 기업들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표권을 가상 세계로까지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 세계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응하는 가상 세계의 상품과 서비스에도 상표권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가상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상표권 확보해 놓아야


앞서 언급한 질문으로 돌아가, 호텔롯데와 스타벅스가 가상 공간에서의 콘텐츠나 서비스 제공을 위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업자들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같은 호텔, 커피 매장을 운영하는 행위를 근절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전에 가상 세계에서도 호텔 및 카페업 등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상표권을 획득해 놓는 것이다. 


당장은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메타버스 공간에서 자신의 상표가 무단으로 사용되거나 제3자가 해당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상표를 선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상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 목적의 출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준석

특허법인 위더피플 대표변리사

특허법인 위더피플 이준석 대표표변리사는 특허청 차장, 심사국장, 심판장 등 특허청에서 주요 보직과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해 특허 및 상표의 국내외에서의 보호 관리뿐 아니라 자산화를 위한 경험과 전문성 및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