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21일부터 호주 국경이 다시 개방됐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후 약 2년 만이다. 이로써 호주로 출장, 여행, 친지 방문을 준비하는 방문객들은 더 이상 입국을 위한 면제 신청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지난 2월 7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2월 21일부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한 유효 비자 소지자의 호주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2만 명 내외의 일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94% 이상의 높은 국내 백신 접종률과(2차 완료) 위급 환자 및 코로나19발 입원율(23%) 감소 등 국가 보건 상황 개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광산업 재개 및 일자리 창출, 지방 지역 일자리 부족 타개 등 크게 침체된 국내 경제 회복을 위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호주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유입으로 2022년 1월 초 일일 확진자 수가 8만 9000명 대까지 크게 상승했으나 점진적 둔화 추세로 접어들며 2월 현재 2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2월 15일 기준 호주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58만 4131명, 누적 사망자 수는 4669명이며 백신 접종률은 16세 이상 성인 기준 1차 완료 95%(1978만 8248명), 2차 완료 94.1%(1940만 1972명)이다. 지역별로는 2차 접종 완료 기준 ACT와 TAS 주가 95%로 가장 높으며, NSW(94.2%), WA(94.0%), VIC(93.2%), SA(91.5%), QLD(90.4%), NT(87.9%)주 순이다.
한편 현재는 이동 및 통행 금지, 모임 제한과 같은 고강도 규제는 대부분 완화됐으나 대중교통 및 실내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등 일부 경미한 조치는 유지되고 있다.
관광 수혜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호주의 관광업은 대형 산불에 이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크게 위축됐다. 특히 입국자 수 제한조치 등 호주 정부의 강도 높은 봉쇄정책으로 2020년 상반기에는 일부 내국인조차 입국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단계적 완화 조치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도 호주 시민권 및 영주권자와 그들의 직계가족(2021년 11월부), 호주 정부로부터 허가를 취득한 비즈니스 방문객, 그리고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트래블 버블 국가의 시민 정도가 입국이 허용된 상황이다.
2021년 3월 말 집계 기준, 1년 동안 호주에 입국한 국제 방문객 수는 6만 6000명가량으로 전년 동일 기간 대비 99.2% 감소했으며 방문객 소비 역시 98%가량 위축됐다.
이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온 호주 방문객 수(내·외국인 포함)는 2020년 4월을 기점으로 크게 하락했으며, 지난해 말 트래블 버블 시행 등 일부 규제 완화로 소폭의 상승세를 보인 바 있으나 지난 하락 폭에 비해서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10년 호주의 연도별 방문자수>
단위: 천 명
자료 출처_ 호주 통계청
주: 전체 방문객 수 기준, 2020년 방문객 수 중 38만3000명은 봉쇄 이전인 1월과 2월에 방문
호주 정부는 이번 국경 재개방을 통해 호주 경제를 최대한 코로나19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를 밝힌 한편, 글로벌 조사기관 Statista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하락한 호주 관광 산업은 2025년이 돼서야 서서히 2019년의 규모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광 산업계 반응
- 요식업 및 환대업 : 요식 및 환대업(Hospitality)은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산업 중 하나다. 불안정한 소비자 수요, 강도 높은 정부 규제, 노동력 부재 및 이로 인한 산업 전반 침체로 업계의 많은 사업체들이 폐업을 맞아야 했다. 호주 레스토랑 & 케이터링협회 웨스 람버트 CEO는 “호주 정부의 국경 재개방 발표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을 견뎌야 했던 관광업계에 절대적인 희소식이다. 호주는 2년 만에 처음으로 휴가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게 될 것”이라며, “마지막 장벽이 제거되면서 마침내 정상적인 일상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기관은 특히 환대업 부문의 직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 항공업 : 코로나19발 국경 봉쇄정책으로 콴타스, 젯스타,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등 호주의 유력 항공사들은 모든 국제 항공편을 대폭 감소시켰으며, 국내선 역시 크게 감축해야 했다. 호주 콴타스 항공사 앤드류 데이비드 CEO는 현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경 재개방 발표 후 24시간 만에 호주로 들어오는 항공편 예약이 두 배로 증가했으며,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가장 많은 예약이 이뤄졌고 남아프리카, 인도, 캐나다발 예약도 급증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는 “이는 여행객들이 얼마나 호주에 오고 싶어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이제 드디어 해외 여행이 본격화될 때”라고 첨언했다. 한편, 콴타스는 2월 16일부터 점진적으로 코로나19 이전의 기존 해외 노선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라 밝혔으며, 무역관에서 인터뷰한 현지 항공업계 직원 A 담당자 역시 “이번 정부 발표로 가까운 시일 내 운항 편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 숙박업 : 호주 숙박업계 역시 이번 국경 재개방 발표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시아·태평양 숙박업 매거진 <HM>에 따르면, 호주 내 유력 호텔들은 이번 재개방을 통해 비즈니스 활성화뿐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복귀와 고객 서비스 향상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호주/뉴질랜드/태평양지역 숀 헌트 부사장은 “해외 여행 재개는 관광산업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는 호주 전역 체인에서 최선을 다해 더 많은 국제 손님을 맞이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며, 아코르 퍼시픽 사라 드리 CEO 역시 “국경 재개방은 호주 경제에 매우 좋은 소식”이라 말했다. 또한, “국경을 다시 개방하면 숙련된 인력과 학생들이 다시 호주로 돌아오게 될 것이고, 이는 호텔 산업의 고용 증진 및 이를 통한 고품질의 고객 서비스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힐튼 아시아태평양지역 폴 허튼 부사장은 “이번 발표가 새로운 국제 여행 시대를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우리는 현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과 숙련된 인력의 업계 복귀를 장려하는 모든 제반 사항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관광청, 해외 관광객 유치 본격화
지난 2월 13일 호주 관광청은 국경 재개방 소식과 함께 ‘Don’t Go Small. Go Australia’라는 4000만 호주달러 규모의 캠페인을 론칭했다. ‘Don’t Go Small. Go Australia’는 호주의 아름다운 관광지와 경험에 대한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관광객들이 단순히 호주로 휴가 예약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제공되는 모든 것들로 풍족하게 여정을 채울 수 있도록 영감을 주기 위한 캠페인이다. 특히 호주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울룰루, 시드니 하버 브리지 등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현지 관광지 외에도 그간 여행자들이 놓쳤던 호주 구석구석의 광활한 자연과 풍경, 휴양지, 색다른 경험 등을 강조해 소개하고 있다.
호주 무역 관광 투자부 단 테한 장관은 이번 캠페인은 호주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장기 전략의 첫 번째 단계로 올 하반기 국제 캠페인에 대한 추가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라 밝혔으며, 국경 재개방과 함께 호주 관광 산업의 해외 마케팅을 보다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첨언했다.
한편, 호주 관광청은 2월 14일 뉴욕, 런던, 파리 등 주요 도시를 시작으로 점차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의 지역까지 홍보 활동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며,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부터 시작된 Come and Say G’ Day - Australia is Yours to Explore 캠페인 역시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중국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지속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호주 입국 조건
2월 21일 부 호주에 입국하고자 하는 방문객은 유효한 비자와 함께 호주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백신접종(2차 완료) 증명서 또는 의료상의 이유로 백신접종이 불가능한 경우, 이를 증명하는 영문의 개인 진단서를 제공해야 한다. 호주 식약처에서 인정하고 있는 백신은 화이자(Pfzier),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모더나(Moderna), 시노펙스(Synopex), 바라트(Bharat), 시노팜(Sinopharm, 호주 도착일 기준 60세 미만), 스푸트니크(Sputnik V), 얀센(Janssen), 노바백스(Novavax)며, 12~17세 어린이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1차까지만 완료한 경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성인과 함께 특정 지역(주)으로의 입국이 허용되고 12세 미만 어린이는 백신 접종이 필수가 아니다.
이와 함께 출국 전 24시간 안에 확인된 코로나 자가진단 테스트 음성 결과 또는 출국 전 72시간 내 확인된 PCR 테스트 음성 결과가 요구되며, 출국 전 72시간 이내에 디지털 출입국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편, 위의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해외 방문객은 자가격리 없이 서호주 지역을 제외한 호주 전 지역으로의 방문이 가능하다.
시사점
호주의 코로나19발 국경 봉쇄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강력했으며 장기간 지속됐다. 이로 인해 국내 관광업계는 지속 침체되는 양상을 보였고 정부의 과감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도심 곳곳에는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했다.
호주 정부의 국경 재개방 발표는 관광 업계뿐만 아니라 호주 대부분 산업에 희소식이다. 특히 그간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던 호주 개최의 국제 컨퍼런스와 전시회가 다시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며, 국내외 전시 참가 업체 및 방문객의 증가로 관련 제반 산업도 함께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외국 기반 기업들의 원활한 왕래 및 비즈니스 활동으로 호주 산업계 전반에서의 경제 활동 활성화가 예상된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호주 입국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이전 보다 많은 한국인이 호주를 다시 방문하고 있으며, 입국 제한 완화 조치로 비즈니스 방문에 대한 부담도 다소 경감됐다. 하지만 단시간 내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활발한 왕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 2만 명대의 일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바이러스와 감염에 대한 현지인들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대면 미팅이나 현지 기업 방문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개방 소식은 국경 봉쇄라는 큰 장벽 제거에 큰 의미가 있다. 한편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이슈를 통해 이전보다 다양한 산업 및 분야에서의 양국 간 비즈니스 협업과 진출의 기회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며, 위드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국제적 비즈니스 관행을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사려 있는 한-호 비즈니스 협력이 기대된다.
호주_ 전희정 시드니무역관
Source_ 호주 통계청, 호주 관광청, 호주 보건부, HM, 호주 현지 유력 언론사, Statista,
시드니 무역관 담당자 인터뷰 및 KOTRA 시드니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