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많은 호텔들이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추구하며 호텔리어의 역할에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 내는 것이 생존 과제가 되면서 여러 부서에 적응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직원들이 필요해졌으며, 비대면 서비스가 공공연하게 적용됨에 따라 IT, 디지털, 시스템과 같은 기술에 익숙한 인재들의 확보가 앞으로의 운영에 있어 필수적인 전략이 됐다.
이에 따라 호텔리어의 역할과 직무의 재설정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 시대의 호텔 인재에 대한 산업계와 학계의 인식은 어떨까? 그동안 호텔업계는 산업계와 학계가 인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인력 미스매치의 문제가 지속돼 왔던 터다. 이에 지난 2년간 변화된 호텔 인재상과 이들 양성을 위한 산업계 및 학계의 노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호텔업계에 필요한 인재상의 많은 부분이 변화했습니다. 특히 호텔 경영 전반의 측면에서 핵심이 되고 있는 비대면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전통적인 호텔리어의 역할과 직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이러한 상황들을 맞이하면서 호텔에서 체감하고 있는 호텔 인적 인프라에 대한 변화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동희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우리 산업계와 학계의 인재 양성은 거의 정지했다시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호텔의 경우 급속한 경기둔화와 매출 감소로 인해 고용 창출이 어려워졌고, 그 악순환으로 구조조정 또는 폐업이라는 극한 상황을 촉발시켰죠. 코로나 시대에 신생하는 호텔들은 변화된 인력 운용 기준에 따라 이에 걸맞은 직무나 인원 셋업이 이뤄진 상태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호텔 코리아나와 같이 50주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호텔들은 생존의 기로에서 코로나 시대를 견디기엔 적체된 인원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이유로 우리 호텔을 비롯한 호텔업계는 지난 2년간 한시적으로 일부 또는 전부 직원에 대한 무급휴직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노사 간의 합의로 이뤄진 부득이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내부적으로 조직이 슬림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나니 변화하는 흐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의 인재 채용도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규정상 채용은 불가한 여건이라 사실상 변화에 대처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부터는 인력 충원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호텔 입장에서는 정규직보다 계약직 채용을 통해 호텔과 직원의 합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해진 반면, 그 시간 동안 호텔의 조직 문화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계약직이라고 해서 정규직보다 급여가 낮게 책정돼 있지 않음에도 말이죠. 아마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들은 저희 호텔과 같이 오랜 업력을 가지고 있는 호텔이라면 공감하실만한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고승식 로얄호텔서울의 경우 3년전, 호텔 일부 식음료업장의 임대를 통해 수익구조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연회장과 21층 레스토랑의 인원 슬림화가 한 차례 진행됐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적자인 식음업장의 수익구조 전환이 호텔 운영 측면에서 절실했기 때문에 최대 금액의 명예퇴직 보상을 내거는 등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그런데 이후 바로 코로나 위기가 도래했고, 지금 상황으로 생각해보면 당시의 조직 축소가 없었다면 로얄호텔서울도 호텔 존폐의 기로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바뀐 점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영업의 유연화입니다. 도심의 호텔로서 객실은 내국인 투숙객 위주의 영업에 주력하고 식음료의 경우 주중에는 레스토랑 위주의 영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말에는 연회행사에 인력을 집중함으로써 탄력있는 인력 운영으로 효율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호텔로서는 다방면으로 들어가는 코스트를 줄일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든 것이죠. 이전까진 틈틈이 객실에서 식음을 도왔다면 이제는 식음에서 객실까지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결은 비슷해도 이전엔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라 초기엔 직원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난 10월부터는 열심히 한만큼 이익구조가 개선돼 모두가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 올해 3월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어 신규채용은 아직 불가한 상황인 터라 기존 직원들과 힘을 합치고 있는데, 이도 2년 정도 지나고 나니 주니어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탈이 조금씩 생기는 추세입니다.
오동희 맞습니다. 본부장님께서 말씀해주신 것과 같이 코로나19 이후에는 일당백을 해야 하는 직원들의 임기응변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순환 근무가 이뤄지면서 기존 직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죠. 코로나19는 이전까지 우리가 진리처럼 믿고 있었던 ‘매뉴얼’이 허점투성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일깨워줬고, 대신 여러 직무를 경험하게 되면서 호텔에 닥칠 어떤 돌발 상황에도 이를 명확히 인지, 빠른 두뇌 회전으로 대처하는 역량을 쌓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승식 특히 백오피스 업무의 경우 예전에는 모두 수기로, 몇몇 경력이 오래된 직원들의 경험과 직관 아래 업무가 진행되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워낙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잘 구축돼 있는데다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비단 전공자뿐만 아니라 이를 잘 이해하고 실제에 적용, 해석할 수만 있다면 사실상 모든 업무가 가능해진 셈이죠. 다양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멀티태스킹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호텔 입장뿐만 아니라 융·복합적 사고가 필요한 직원들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학계에서는 인재상의 변화와 급격히 줄어든 취업 기회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교육의 방향성은 물론 인재들의 적절한 취업처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을텐데요.
조재근 호텔 및 관광업계뿐만 아니라 현재는 전 산업이 다 힘들다 보니 대학의 경우 전공 선택에 있어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관광이 위축되면서 호텔이나 관광 전공은 기피하는 반면 조리나 제과제빵 등 실질적인 기술을 가지고 창업이나 취업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전공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양산되던 추세였으나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빠르게 적용되는 듯 보입니다.
한편 대학의 전반적인 변화를 말씀드리자면 2020년 3월 개강 이전 정부 방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원격 학습이 도입, 수업 설계와 준비, 운영 및 교육의 질과 학습 효과성 측면에서 많은 혼란과 문제점들이 발생했습니다. 대학에서의 온라인 교육에 대한 교수자와 학습자, 그리고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실습교과목이 많은 전문대학교의 경우 애로사항이 더 많았죠. 관광특성화 전문대학인 한국관광대학교 역시 전공수업은 대면 오프라인 수업으로 진행했고, 교양교과목은 전면 비대면으로 대체했습니다.
비대면 수업이 자리 잡고 나서는 개인적으로 온라인 강의의 질이 학생들의 만족도와 학습 지속 의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봤는데 두 변수는 양의 상관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습 중심의 호텔·관광 전공 분야 대학생들에게 앞으로 수업 운영에 있어 중요한 것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의 질과 내용이라고 판단됐죠. 이에 교수자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원활히 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수업 운영 방안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해서는 대학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주관하는 다양한 정책 지원을 통해 인프라 조성에 대한 대책도 강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대로 교수자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20학번입니다. 해당 학생들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됨과 동시에 현장실습은 물론 대학에서 운영되는 비교과 프로그램과 각종 경연대회 출전 등이 무산, 학과 유니폼도 입어보지 못한 채 올해 2월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이러한 온라인 교육의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나름대로 대응을 해나가고 있지만 실습의 경우 비대면으로 어떻게 효율성을 찾을 수 있을지 방법이 하루빨리 모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윤지환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관광산업만큼 크게 영향을 받은 산업도 없을 것입니다. 호텔의 경우 국내 여행의 활성화로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곳들이 있지만 여행사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물론 현재 관광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이유가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상 팬데믹 이전부터 관광업계는 단체관광 패키지 위주에서 개별 관광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플랫폼 구조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들이 끊임없이 이뤄져 왔죠.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IT 기술 접목, DT 적용의 추세가 급속도로 가속화됐고 이제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관광산업, 더 나아가 서비스 산업 전반의 노동환경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서비스 산업의 핵심 인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산업과 경영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 및 IT 기술에 대한 이해까지 요구하고 있죠. 이에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에서는 그동안 교수진들과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던 해당 부분을 정리해 <호텔관광대학의 미래와 도전>이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해외 여러 대학 사례들을 참고해보니 이미 센트럴플로리다대학교에서는 석사과정에 ‘Travel Tech’ 학위 과정을 별도로 구축했을 뿐 아니라 공과대학과 협업해 호텔·관광 전공에 기술기반 역량까지 보유한 인재를 키우고 있었고, 학부 과정에서도 ‘Hospitality Information Technology’ 트랙을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경희대학교도 2년 전, 대학원에 스마트관광원을 신설, 기존 호텔 및 관광 전공 커리큘럼에 코딩, AR, VR과 같은 테크놀로지 지식까지 교육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 교육의 목적은 호텔 관광분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파악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 기획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보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깊이 있는 수업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전공으로 자리 매김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멀티태스킹 능력과 IT, 기술 이해도 등 호텔리어가 갖춰야 할 주요 역량이 확장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호텔 인재는 어떤 인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윤지환 코로나19로 많은 부분에서 비대면화가 이뤄지며 인적 자원들의 불분명한 거취에 대해 불안해하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잃는 것이 있는 만큼 새로이 얻게 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에 앞선 집필 과정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도 함께 나눠봤습니다. 단순 작업으로 자동화되는 부분 이외에 인적 인프라의 고도의 기술을 활용, 호텔 및 관광업계에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일지 범위를 확장해본 것이죠.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호텔관광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의 학문적 기반은 여가학에서 시작, 여가산업의 변화에 따라 관광에서 호텔, 그리고 스포츠, 테마파크, 외식이나 컨벤션 등 다양한 분야로 교육 및 학문의 범위가 확장돼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앞으로 호텔 인재들은 비단 호텔과 관광의 영역을 넘어 엔터테인먼트와 여가산업 전반을 다루는 방향으로 범위를 확장시켜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국내 인바운드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콘텐츠가 K-POP과 한류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었던 것이죠. 이에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도 이러한 조류에 발맞춰 학문 및 산업분야의 외연을 엔터테인먼트까지 확장하는 것을 검토 중 에 있습니다.
오동희 말씀해주신 이야기에 공감하는 부분을 덧붙이자면 최근 호텔 코리아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에 재즈 공연을 포함한 디너쇼를 호텔에서 진행한 바 있습니다. 호텔 코리아나에서는 처음 해본 시도였는데 티켓 가격대가 어느 정도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열흘 만에 티켓이 완판됐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객실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을 결합했을 때 부가가치가 생성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2월부터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위주로 음악 공연을 준비하고 있고, 5월에는 콘서트도 계획 중입니다.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이제 호텔에서도 이러한 콘텐츠들이 선택받는 시대에 이름에 따라 직원들이 맡아줘야 하는 역할이 이러한 전반적인 프로그램 구성부터 기획, 마케팅 홍보와 진행까지, 기존에 단순히 객실과 부대시설을 판매하는 영역에서 확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승식 여행 트렌드가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호텔에서 만든 상품에 맞춰 고객이 이를 즐겼다면 이제는 개별적으로 다각화되는 취향에 맞춰 상품을 구성해야 선택받는 때입니다. 최근 호텔 앞에 몰또라는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바가 대기 시간이 1시간 남짓 될 정도로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는데 그 이유가 명동성당 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각종 SNS에 태그돼 있는 내용을 보면 유럽 감성의 명동성당을 보기 위해 오는 이들이었죠. 같은 뷰를 40년 동안 보고 있었지만 호텔에서는 이를 캐치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는 투숙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방문하게 될 고객들까지 잠재 고객으로 수용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 및 홍보 역량을 가진 재기발랄한 인재들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조재근 코로나19 이후 호텔들의 양상을 보면 3성급 이하의 비즈니스호텔들은 상당부문 무인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키오스크나 코인 세탁소 등은 기본이 됐고 룸서비스도 AI 로봇에게 맡기는 추세가 됐죠. 상대적으로 가용 인력이 많이 줄어든 듯 보이긴 하지만 단순 노동에서 벗어난 인력들이 보다 핵심 서비스 요소에 투입돼 한편으로는 서비스 퀄리티가 높아진 면도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호텔에 온 것을 실감하게 하는 벨맨이나 도어 맨, 컨시어지 등 전통적인 서비스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호텔에 대한 기대치는 쉽게 낮아지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영역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간 호텔업계는 대학 전공 교과목과 현장 실무의 괴리로 인한 인력 미스매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과 위드 코로나 시대 바람직한 인재 양성을 위해 요구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동희 이전부터 느껴왔던 것이면서 코로나 위기로 더욱 강조하게 된 것은 직원들의 호텔 업무에 임하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전공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반 서비스업종이 아닌 ‘호텔’이기 때문에 갖춰야 하는 서비스 마인드를 이제는 구태의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차리는 한발 앞선 서비스야말로 호텔에서 추구해야 할 호스피탈리티 임에도 요즘에는 먼저 나서려고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호텔에서 직원들의 행동, 서비스 하나하나는 곧 호텔의 이미지고, 분산된 여러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서비스가 이뤄집니다. 또한 직접 고객과 대면한 서비스를 하지 않더라도 고객들은 항상 직원들을 지켜보고 있죠. 하지만 그렇듯 중요한 직원들의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호텔은 수평적인 구조보다 수직적인 구조로 운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세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손님들이 호텔에 원하는 서비스 기준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따라서 호텔리어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적어도 호텔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서비스 사고는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좋은 학점을 받고 스펙이 높은 직원들보다 우리 호텔의 구조와 조직문화, 조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비전을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인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결국 그런 태도를 갖춘 직원들이 추후에라도 많은 지식과 높은 스펙을 쌓게 되더라고요. 물론 코로나 위기 이후로 호텔 취업에 대해 망설이는 인재들도 현실적으로 많은 상황이고, 그중에서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이들을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에 진심인 이들을 보면 호텔에서도 오래도록 함께 일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많은 임파워먼트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승식 태도의 연장선에서 이야기하자면 직원들의 세대가 바뀌고, AI 로봇과 함께 일하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하면 아무래도 이전과 다르게 어려움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내부 직원들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종사자기 때문에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이란 ‘말하는 것’보다 어떻게 ‘들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소통 방식인데요. 이전에 인도에서 명상 수업을 받으며 듣는 연습을 했을 때 배웠던 것이 대화 시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10초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10초간 들으면 벌써 상대방의 의중을 판단하고, 스스로의 답변을 생각하게 되면서 이후 이야기부터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서비스업에서 언제나 제1의 원칙으로 강조되는 것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고객이 말하는 표면적인 내용 이면에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면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죠. 따라서 취업 전선에 있는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교육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교과서를 통해서 전부 배울 수는 없는 영역입니다만, ‘어떻게 말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들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자 한다면 업무에 임하기 전에 선행돼야 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윤지환 학계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2년간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학생들에게 이메일이나 전화 문의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이 본인의 소속이나 이름, 수강 중인 교과목에 대한 소개 없이 용건만 간략하게 적어 보내는 경우가 잦아 당황스러운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교수들과의 회의에서 학생들의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공통적인 고민이 있음을 알게 됐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호텔·관광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목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화하는 법에서부터 이메일 보내는 방법, 이력서 쓰는 법 등 서비스라인에서 강조되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과목이죠.
조재근 기존 호텔 및 관광 관련 교과목에 서비스 매너라든지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내용이 고객서비스 실무 부문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요즘 세대들이 생각하는 소통 방식이 이전과 달라진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세대가 처해온 환경이 다르니 사고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음을 전제로 소통에 임해야 하는 상황들이 더욱 다양해진 것이죠. 이에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하는 우수호텔아카데미 프로그램에서 한국관광대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수업에서도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내용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론만 배우는 것이 아닌 실제 수업환경이나 현장에 접목한 실습도 병행하고 있죠.
한편 그간 호텔 산학협력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현장실습의 경우 근로자로서의 권익 보호 문제와 단순 노동에 배치되는 문제점, 그리고 학교 교육과 현장의 근무내용이 상이해 발생하는 여러 애로사항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우선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호텔업계에서 찾고 있는 인력을 연계, 호텔관광업계 취업 정보 제공과 구인·구직 플랫폼 구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졸업 시즌에 몰려있는 취업시장의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대학의 교육과정개발과 조기 취업 제도 및 주문식 교육 등, 지속적인 산학협력 활동을 위한 상호보완적 기구 도입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에 전문대학의 경우 기초지방정부와 산학연관 협력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전문대학의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 전략적으로 지역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것도 또 한 가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전문대학의 역할은 지역에서의 싱크탱크 역할과 다양한 재원 확보를 담당함으로써 지역의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이 호텔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지역의 호텔 또는 리조트와 연계한 현장실습 방안을 모색하고 호텔 현장을 직무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입니다. 대학 전공 교과목과 현장 실무의 괴리로 인한 인력 미스매치 문제에 있어서 교육기관은 수요중심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 및 비교과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이를 운영하고 있지만 구직자와 업체의 인식 차이로 인해 취업연계 활동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업연계 플랫폼 개발과 활용 그리고 지속적인 산학협력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대학 및 교육부 지원확대와 지역 사업과의 연계활동이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호텔 인적 인프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 산학협력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윤지환 관광산업에서도 호텔은 산학협력이 굉장히 중요한 업종입니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분야의 목표가 리더 양성이라고 하지만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도 운영, 즉 오퍼레이션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근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호텔 분야는 산학협력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산학협력이 잘 되기 위한 인턴십 제도 활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대개 모든 호텔과 대학에서 인턴십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는 앞서 조 교수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학생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있어, 오히려 인턴십 이후 업계에 대한 관심도가 부정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턴십을 통해 동기부여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비전을 못 찾고 돌아오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호텔의 비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업계에서 흔히 생각하는 임금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 인턴십을 다녀온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텔에 입사해서 이러한 업무들을 완수하고 나면 어느 정도 성장해 다음 단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커리어 패스가 불분명해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호텔리어로서 성장하고 싶어하는 방향과 호텔이 제시해줄 수 있는 비전을 산학협력을 통해 맞춰보고, 인턴십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학생과 호텔 모두 실현시켜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 인턴십이 4학년 때 이뤄져 관리자 역할을 기대하던 학생들에게 기대 불일치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에 인턴십은 2학년 정도의 저학년에서 실무교육을 받은 이후 경험하도록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조재근 한국관광대학의 경우 호텔 취업 기회를 넓히기 위해 더플라자 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클래스는 더 플라자 호텔의 호텔리어가 직접 수업에 참여함으로써 학습자로 하여금 호텔 현장의 다양한 서비스 형태를 직접 체험하고,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별 직무 수행 능력을 배양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호텔 인적 인프라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여러 분야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 시급해 보입니다.
또한 코로나 시대에 직면한 호텔업계의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호텔리어를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직무순환과 잡셰어링 등의 제도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호텔업계 상황을 이해할 필요도 있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호텔인적네트워크 구축과 산학연계 취업정보 제공, 실질적인 협력사업이 지속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를테면 해당 전공 교수진이 직접 호텔 현장을 방문, 기술 지도를 통해 협력사업을 이어나가고 실무진과의 상호교류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산학협력 중점 교수진 확보와 급변하고 있는 현장 트렌드 분석, 학생들이 선호하는 취업처 매칭 등의 작업이 요구돼야 할 것입니다.
고승식 세대가 많이 변한 만큼 이제는 일률적인 트랙으로 교육 및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역량에 따라 오퍼레이션과 백오피스, 비즈니스와 특급호텔 등 지향하는 바가 다른 직무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앞서 말씀하신 인턴십 제도와 같은 산학협력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학교의 적정 시기도 좋지만 호텔이 필요한 때 인턴십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학기제도의 운영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주로 인턴십을 보내는 기간이 여름과 겨울 방학 시즌에 몰려있어 현장에서 맡길 수 있는 업무가 한정돼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오동희 명실상부 G20 회원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향후 국운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사안 중 하나가 바로 호텔산업이고, 코로나 위기를 겪은 호텔시장이 재건되려면 무엇보다 산학 협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산학협력이 백년지계라 불리는 교육과, 나라의 근간인 경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비대면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요새는 키오스크를 오히려 철수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손님도 결국에는 대면에서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고, 그 속에서 대우받는 서비스의 감동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죠. 이처럼 호텔은 여전히 인적 인프라가 핵심인 산업입니다. 개개인의 인재가 하나의 주요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일터죠. 따라서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다시금 이해하고, 진정한 호스피탈리티 정신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호텔리어들의 마음가짐을 산학의 협력으로 다져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장소협찬_ 호텔 코리아나 ‘사파이어룸(Sapphire Room)’
호텔 코리아나는 1972년에 개관해 올해 50주년을 맞이하는 호텔로서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 위치, 서울의 근현대를 함께한 4성 호텔이다. 일본, 캘리포니아, 하와이, 나파벨리, 샌프란시스코 등에 골프장과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호텔이기도 하다. 호텔 코리아나는 광화문과 청계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전망의 키즈룸, 디럭스, 프리미엄, 스위트 룸 등의 337개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 리뉴얼된 1, 2층에는 브런치 뷔페를 운영하는 The peer 1972, 라운지 등의 부대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제회의, 컨퍼런스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연회시설이 8개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 최대 220명까지 수용 가능한 글로리아홀은 행사 규모와 목적에 따라 4개의 중소형 룸으로도 활용한 다용도 연회시설이며, 20명 미만의 VIP 및 소규모 세미나와 회의를 위한 에메랄드룸까지 갖춰, 각종 모임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메뉴와 행사 노하우를 기반으로 만족할만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호텔 코리아나는 2022년, 올해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