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의 탄생과 전파에 대한 설은 지금도 수도 없이 많다. 기원전 3000년 경 중국인들은 과일즙과 눈을 섞어 먹었다는 공자시대 일화가 남아있기도 하지만 수천 년 전 추운 겨울날 우유를 밖에 내놨다가 얼었던 것을 먹기 시작하면서 생겨났다는 설도 존재한다. 그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설로는 마르코 폴로(Marco Polo, 1254~1324)가 북경으로부터 돌아와 물과 우유를 얼려 만드는 법이 전해졌다고 알려져 왔으나 당시 동결기술을 가져왔다면 300년이나 지난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동결법을 실험한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허구로 밝혀졌다.
사진 제공_ 한국조리박물관
아이스크림을 사랑한 프랑스
아이스크림이 상류사회에 나타난 시기는 1533년 프랑스 왕, 앙리 2세와 이탈리아 피렌체 명문 메디치 가문에서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Catherine de Médicis, 1519~1589)의 결혼을 들 수 있다. 당시 카트린이 궁으로 아이스크림 제과사를 데리고 갔다고 전해진다.
1789년에는 바스티유(Prise de la Bastille) 감옥 습격 당시 혁명 지도자들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근거지로 삼은 이후 시민들에게도 아이스크림이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며 대중화 됐다는 설도 있다.
프랑스 식음료가게인 ‘르 포로코프(Le Procope, Since1686)’의 일화 중에는 나폴레옹이 이 가게의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면서 세인트 헬레나(Saint Helena) 유배생활을 견디며 황제의 꿈을 간직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가게의 단골손님으로는 볼테르, 빅토르 위고, 발자크, 벤저민 프랭클린이 등이 있다. 지금까지도 파리 노트르담 근처에 가면 500년이 넘은 이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서 여행객들에게 전통 있는 아이스크림을 선사하고 있다.
신대륙과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이 신대륙 아메리카에 전해진 것은 영국인들의 이민과 관계가 있다. 일설에 따르면 영국의 알렉산더 해밀턴(미국 재무장관, 1755~1804)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해밀턴에 의해서 처음 소개됐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1790년 백악관 후식용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 당시 200달러(현재 한화 약 613만 3050원)를 들여서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개발했지만 줄줄 흐르던 아이스크림으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이스크림에 대한 애정은 미국의 4대 대통령인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재임기간 : 1809~1817)으로 이어진다. 그는 “크고 빛나는 분홍빛 돔”이라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백악관 만찬에 내놓기도 했다.
지금의 빙과류들은 1930년대 냉장고의 발명과 보급으로 대중화가 됐다고 볼 수 있다.
1843년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낸시(Nancy M. (Donaldson) Johnson) 부인이 크림액을 용기에 넣어 핸들로 회전시키는 방법으로 최초의 소규모 수동식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제작했으며 특허도 받았다. 그 후 독일에서 제빙기가 발명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에서 또 한 번 아이스크림은 대변신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얇은 와플을 만들어 팔던 사람이 종이에 와플을 둥글게 말아서 그 안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준 것에서 아이스크림콘이 탄생됐다.
호텔 디저트의 신
호텔에서는 프랑스의 모나코 호텔 총주방장이자 타이타닉의 메뉴를 만든 오귀스트 에스코피에(Auguste Escoffier, 1846~1935)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는 자신의 요리를 통해 고객을 기쁘게 하기 위한 디저트 개발에도 매진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디저트에 대한 일화로 1890년 런던 컨벤션 가든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마치고 사보이호텔에 온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소프라노 가수, 넬리 멜바(Nellie Melba)를 위해서 개발한 ‘피치 멜바’라는 아이스크림의 탄생을 짧게 살펴보면 당시 주방에 재료가 부족해 제공할 것이 없었는데 마침 아이스크림과 복숭아가 있어 유리컵에 아이스크림을 담고 가장자리를 복숭아로 장식한 후 딸기 퓌레(Purer)를 소스로 뿌려 제공했다.
넬리 멜바는 제공 된 디저트를 먹어보고 태어나 이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처음 먹어본다는 극찬과 함께 이 디저트 이름이 무엇이냐고 하니 에스코피에가 “이 디저트는 ‘피치 멜바’라고 하면 좋겠소.”라고 대답했다. 그 후 그의 디저트는 런던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고 이윽고 세계적인 디저트로 인정받게 됐다.
우리나라의 아이스크림
우리나라의 기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얼린 음료는 소(또는 물소)나 염소의 젖을 발효시킨 뒤 맛과 식감을 더하기 위해 분말로 만든 곡물과 장뇌(樟腦)*를 넣고, 추가로 이국적인 재료를 더해 만든 음료에 대한 기록이 《고려사》 세가 권6 정종 2년 임자 (《高麗史》 世家 卷六 靖宗 二年 壬子)에 전해진다. 차가운 음료가 아닌 최초로 아이스크림이란 단어가 언급된 곳은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 국가등록문화재 제686호)’이다.
✽장뇌[樟腦] : 우리나라에서는 녹나무과의 녹나무(Cinnamomum Camphora (L.) Nees et Ebermair)의 목부, 가지, 잎을 절단해 수증기 증류GO 얻은 장뇌유(樟腦油)를 냉각시켜 석출한 결정체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뇌[樟腦](두산백과)
아이스크림이 한국에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1920년대이지만 보급은 그보다 한참 뒤인 한국전쟁(1950.6.25) 이후 고급 레스토랑의 증가와 미군부대를 통해 군용식량이 외부로 반출되면서로 추정된다. 당시에도 고급 식당에서는 분유, 설탕, 달걀노른자 등을 끓여 앙글레즈(Crème anglaise) 소스를 만들어 통에 넣고 소스가 담긴 통보다는 좀 더 넓은 통에 소금과 얼음을 담아 손으로 통을 굴리면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아이스크림에 곁들이는 소스로는 사바용, 바닐라 소스를 주로 사용했고, 초콜릿 소스도 코코아와 분말 설탕을 섞어 직접 만들었다. 우리 박물관에는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는 원리와 유사한 도구가 있어 소개해 본다.
이 도구는 버터 만드는 기계로 버터 처언(Butter Churn)이라고 한다. 버터는 우유에서 지방을 분리한 후 크림을 만들고 이것을 세게 휘저어서 응고한 동물성 유제품이다. 아이스크림 또한 원심력을 이용해 제조되는데 얼음과 소금을 준비해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다가 생우유가 담긴 볼을 무조건 한 방향으로 저으면 한 5분쯤 지나가면서 굳기 시작한다. 그렇게 계속 저으면서 바닐라향을 넣으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다. 1960년대 필자의 어린시절 길에서 우유 대신 설탕물에 색소 넣어서 하드 모양 틀에 담은 후 통을 흔들어서 얼리는 방법으로 얼음과자를 만드는 걸 봤던 추억이 떠오르는 2021년 여름이다.
최수근 한국조리박물관장/음식평론가 하얏트, 호텔신라에서 셰프를 역임했고, 영남대, 경희대 등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다 2021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조리·서비스경영학과 교수로 정년했다. 현재 한국조리박물관장과 음식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