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팬데믹이 내린 호텔업계의 과제_ "체질 개선 위한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라" - ①

2020.07.02 08:50:04




코로나19로 관광, 호텔업에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팬데믹의 쇼크는 어떤 업계도 이겨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중 하나인 관광이 아이러니하게도 타 산업에 비해 여러 유기적 복합성으로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탓에 어려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몰아갔기 때문이다.


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호스피탈리티 서비스에 기본을 두고 있는 호텔은 그동안 모든 일을 사람이, 직관에 의해 수행해왔고, 호텔에서 촉망받는 인재는 서비스를 잘하는, 연륜과 노하우를 갖춘 이들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점점 고도화돼 가면서 4차 산업 시대에 접어들고, ICT 기술이 실생활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서비스의 정성적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이에 그동안 호텔의 인재상이 글로벌 인재에서 융복합 인재로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 시대에 돌입함에 따라 계속해서 제기돼 왔던 ‘융복합 인재’.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애매한 정의로 사업주도, 노동자도 그동안 멀찍이 지켜보고만 있었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정의와 인재 양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갖춰져야 할 시기를 맞이했다.



융합 없는 호텔의 애매한 융복합의 정의
‘융합과 복합을 아울러 이르는 말’. 융복합에 대한 정의다. 그렇다면 융합과 복합은 무엇인가?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해지거나 그렇게 만듦(융합)’, ‘두 가지 이상이 하나로 합침. 또는 두 가지 이상을 하나로 합침(복합)’. 결국 융복합은 다른 성질을 가진 것들이 서로 뭉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질과는 또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융복합을 이루는 ‘다른 성질’의 것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산업과 산업 간의 결합이 될 수도 있고, 산·학·연·관, 직종이나 부서 간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융복합에 대한 다방면의 접근이 가능한데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와 함께 거론되는 융복합은 산업과 산업의, 즉 4차 산업 시대에 요구되는 관광 산업에 ICT 기술이 융합이다.


여기서 ICT에 대한 개념도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ICT란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정보통신기술을 의미한다. ICT에서 최근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은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웨어러블(Wearable)’로, 이러한 기술을 통해 이제는 모든 서비스를 데이터로 치환, 맞춤형, 개인형 서비스로 제공하며 대중(Mass)의 시대에서 개인(Personal) 시대로 들어가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관광, 호텔업계에서 적용해야 하는 융복합은 전통적 서비스에 ICT를 접목, 체크인아웃 키오스크나 배달앱과 같은 새로운 아이템을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전제돼야 하는 것은 모든 일련의 활동들은 그동안 인간이 직관적으로 해왔던 업무의 효율화, 고도화를 위한 방향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호텔업계에서 융복합은 다소 다른 의미로 정착돼 있었다. 흔히 ‘멀티플레이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부서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런트 근무자들이 F&B 스케줄에도 투입됐다가, 마케팅까지 도맡는 것을 의미했던 것이다. 호텔은 이 단계부터 융복합 인재에 대한 단추를 잘못 꿰왔다. 융복합이 추구하는 가장 핵심적 가치인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창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1이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1+1이 기존의 것들과는 전혀 다른 1의 결과로 보여져야 하는데 융복합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융화된 것이 없는 인재상이었다. 그렇게 호텔은 좋게 말해 멀티플레이어라는 미명 아래 직원의 인건비는 줄이면서 업무는 과중하게 부여하는 개념으로 융복합을 잘못 적용해 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직원들은 적은 연봉으로 많은 일을 수행하지만 그만큼 보람은 느끼지 못한 채 업계의 비전에 의구심을 품고 하나 둘 자리를 떠나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ICT 기반 융복합 요구되는 호텔·관광업계
4차 산업은 2016년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서 본격적으로 제시된 신개념으로 빠른 속도로 우리의 생활에 변화를 이끌어왔다. 4차 산업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예전과 다른 진보된 기술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분명한 일이기 때문에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선진국가별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 12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성장동력과 핵심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과기부는 빅데이터, 차세대통신, 인공지능, 자율 주행차, 드론, 맞춤형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지능형로봇(AI), 지능형반도체, 첨단소재, 혁신신약, 신재생에너지 등 총 13개 혁신성장동력을 선정, 2018년 6월부터 2021년까지 총 1080억 원을 투자해 ‘혁신성장 청년인재’ 5400명을 양성 중이다.


그만큼 융복합 기술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가운데 과거에는 ICT 기술을 중심으로 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의 인접 기술을 중심으로 융복합이 진행됐다면, 이제는 화학, 바이오, 에너지, 심리, 예술 등 시너지 창출의 대상 범위가 계속해서 확대돼 가고 있다.


현재 관광 산업에 접목돼있는 융복합 기술은 아직까진 ICT를 기반으로 한 예약 결재 플랫폼, 혹은 키오스크와 AI와 같은 것들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함께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대상이 무궁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사를 통해서는 우선 현재 당면한 ICT 융복합에 대한 인재, 그리고 그러한 인재를 활용해 호텔업계는 어떻게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할지 알아보고자 한다.


호텔 경영의 새로운 혁신 일으킬 ICT 융합기술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할 것인지 가이드를 정해야 하고, 가이드를 정하기 위해서는 호텔에 적용되는 융복합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세종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정규엽 교수는 2017년에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과 호텔업협회가 진행한 ‘4차 산업 컨퍼런스’에서 이미 “그동안 호텔은 수많은 고객들을 맞이하며 그에 상응하는 데이터들을 쌓아왔다. 그러나 데이터를 쌓기만 했지 정작 활용할 방법에 대한 연구는 미흡했다. 앞으로는 빅데이터 경영에 초점을 맞춰 기존 호텔 경영에서 한 단계 혁신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빅데이터 경영은 데이터를 모으는 ‘크롤링(Crawling)’ 작업에서부터 시작한다. 웹상에 있는 정보를 긁어 모으는 작업으로 직접 사람이 모으기엔 방대한 양이다. 일반적으로 OTA에 저장된 고객들의 호텔 리뷰를 분석하고자 한다면, 보통 1대의 컴퓨터 당 1초에 5개의 리뷰를 읽어내는 것이 빅데이터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읽어낸 비정량적 리뷰 데이터를 정량화해 핵심 키워드들을 추출하고, 이를 호텔 경영의 의사결정 체계에 적용하는 것이 융복합 인재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융복합 인재는 ICT와 같이 그동안 업계와 큰 관련이 없다고 여겨왔던 것들도, 현업에 적용해 오랫동안 반복해 침체돼 있던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기존의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고민할 수 있는 인재다.


백석대학교 이웅규 교수(이하 이 교수)는 “4차 산업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융합인재는 ‘통섭형 인재’, ‘협업 인재’, ‘네트워크형 인재’를 말한다. 통섭형 인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맡기든지 관련 업무를 제대로 해낼 능력과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창의융합인재의 핵심”이라면서 “또한 4차 산업 시대에는 세대, 계층, 지역 간 벽을 넘어 공간적 소통과 개방적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협업 인재가 요구되며,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형 인재로도 양성해야 한다. 네트워크형 인재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 타인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반대로 내 이야기를 이해시킬 수 있는 인재를 말한다. 협업형 인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협업형 인재가 일을 함께하는 역량을 지녔다면 네트워크형 인재는 ‘상대에게 나를 전달하는 역량’을 가진 이들이다. 우리가 블로그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행위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융복합 인재에 대해 설명한다.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의 역할 중요해져
“ICT 융합기술이 호텔에 접목되기 시작하며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디지털로의 전환,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돈을 투자해 키오스크나 AI와 같은 기술을 도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이러한 기술이나 시스템이 없어서 ICT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다. 문제는 도입된 ICT 기술을 호텔을 경영하는 데 있어 잘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앰배서더 호텔그룹 마케팅전략팀 황보석 부장(이하 황보 부장)은 호텔과 ICT의 융복합에 있어 기술 적용 이후 데이터를 어떻게 재가공하느냐에 따라 융복합의 성패가 나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덧붙여 막대한 정량적 데이터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방법과,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 것인지 연구를 통해 호텔에 맞는 가이드 정립도 선행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융복합 산업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백석대학교 이 교수는 “4차 산업 시대의 가도(街道)에서 유일하게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과 독일 기업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는 4차 산업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창의융합인재를 끊임없이 배출하고 사회변혁을 선도하는 대학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 대학 교육의 방향도 해당 분야의 기술과 인접 분야의 기술을 통찰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 응용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 기술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전반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어필한다.


이에 관광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 분야의 정부기관에서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4차 산업 혁명 및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선도할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16대 에너지 중점기술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융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8개 대학과 손잡고 ‘2020년 에너지인력양성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금융위원회와 서울시, 카이스트는 6월 말 디지털금융 MBA 과정 운영을 앞두고 ‘디지털금융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과기부도 ICT 혁신 인재를 창출하기 위해 대학ICT연구센터와 그랜드 ICT연구센터를 총 17곳 선정했다.




“인재상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수순
대학의 심층학습 통해 미스매치 줄여야”
백석대학교 관광학부 이웅규 교수


Q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텔업계의 새로운 인재 발굴이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특히 4차 산업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동안 업계에서 요구돼 오던 인재와 다르게 앞으로 필요한 인재는 어떤 인재인가?
A 과거 하나의 직업 또는 기술을 통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다양한 직업의 변화와 같이 직업 내에서도 여러 직무의 변화를 겪고 있다. 즉, 단순한 지식과 기술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에 ‘소통’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소양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 필요한 인재는 그동안의 가치체계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융복합화해 활용할 수 있는 ‘창의융합인재’다. 다시 말해 단순한 기능의 숙련에서 벗어나 해당 분야의 기술과 인접 분야의 기술을 통찰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서 응용, 적용할 수 있는 이들이다.


Q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데 있어 요구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A 앞으로는 일자리 자체와 직무 변화 등을 고려해 취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기 개발과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직업 세계뿐만 아니라 4차 산업 시대의 직업 세계를 통찰하고 이에 맞춰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진로역량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4차 산업 시대에 대비한 관광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식과 기술 습득에서 지식과 기술의 융합, 그리고 생산으로의 전환이며 이를 위해 그동안의 교육 내용과 방법을 문제 해결 중심의 창의적 사고 능력을 길러줄 수 있도록 재구조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Q 인재 양성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동안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이 지나치게 주입식이고 상대평가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4차 산업 시대에 필요한 창조형 인간, 컴퓨팅적 사고와 통계적 사고로 무장한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데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특히 여러 분야를 피상적으로 많이 아는 것만 추구하는 표층학습(Surface Learning)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인터넷 등이 우리에게 피상적인 많은 지식을 전달해주고 있으므로 이러한 방법은 지적 능력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넓게 알면서도 동시에 깊이 알고, 새로운 결과물을 산출해 낼 수 있는 심층학습(Deep Learning)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창의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졸업생들간의 전공 지식 및 기능의 애매모호성으로 인한 역할 충돌, 취업자들의 자기 직업의 가치관에 대한 자괴감, 관광 현장의 수요에 비해 고학력자들의 공급과잉으로 학교가 배출하는 인재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다른 미스매치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Q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 인력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ICT 기술 도입이 눈에 띄는 가운데 호텔리어들에게 닥칠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A 4차 산업 시대는 로봇과 인간의 공존 시대를 창조했고, 코로나19는 바이러스로 인한 인간의 삶의 방식은 물론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문화적 환경 등 변화의 속도,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런 직무 변화들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호텔 프런트와 레스토랑에는 현금을 수납하고 관리하는 수납원, 즉 캐셔들이 소속을 달리해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PMS 등 IT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캐셔들은 하나둘 현장에서 사라졌으며 해당 직무는 프런트 직원과 레스토랑 서버들에 이관돼 처리되고 있다. 반면 PMS 관리자가 새롭게 생긴 것처럼 기술이 계속 진화하더라도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부분, 즉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과 로봇 및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부분을 관리하고, 해당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인재가 호텔리어 채용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시기다.


내일 팬데믹이 내린 호텔업계의 과제_

"체질 개선 위한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라" - ②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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