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이어서 시대에 따라 변해온 공간, 호텔을 재조명하다_ 호텔사회 Hotel Express 284 - ①
<이발社會>
실제 바버숍을 운영하는 바버들이 예약제로 방문객의 머리를 커팅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눈여겨보는 전시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이발사회’를 통해 조선 후기 남성 사교의 장이자 문화공간인 이발소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호텔사회 아카이브>
다수의 호텔에서 사료협조를 받아 초창기 호텔에서 직접 사용했던 물품과 그 시절의 사진들을 담아 전시한 공간이다. 호텔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객실 열쇠, 객실 번호, 로비의 향기 등의 호텔 아카이브와 호텔 뷔페의 변화를 보는 식문화 아카이브, 워커힐 쇼의 사료들을 통해 공연문화를 볼 수 있는 공연문화 아카이브가 마련돼 있으며 사료를 통해 100년의 역사 속에서 투숙객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친 호텔들의 노력을 볼 수 있다.
<객실 Room>
문화역서울 284의 2층을 사무실은 예술가들에 의해 각각의 특징을 가진 다섯 개의 객실로 재해석됐다. 이 중 가장 넓은 객실을 자랑한 201호 <낮잠용 대객실>에는 시몬스에서 지원한 뷰티레스트 컬렉션 매트리스를 사용해, 자장가를 들으며 매트리스에 누워 낮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204호 <객실 No.204>는 가구를 설치해 호텔 284의 한 객실로 바뀌었다. 관람객들은 객실에 설치된 TV를 통해서 서울역의 탄생 배경인 경성역부터 전시공간의 역사를 보며 서울역의 역사적 가치를 깨닫게 된다.
호텔의 접근성과 가능성
<호텔社會> 전시를 찾아온 관람객 개개인이 생각하는 호텔의 의미가 다르듯 이번 전시는 기존의 호텔 의미와는 또 다른 호텔의 면모를 선보였다. 특히 기존에 호텔에서 투숙한 경험이 없던 내국인들에게 호텔 체험이 그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모범적 역할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런 호텔 체험 프로그램이 새롭게 내국인 방문객·투숙객을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사회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해온 호텔의 역사를 담은 이번 전시는 호텔리어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주기도 했다. 민간 외교관으로 불리는 호텔리어는,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왔을 때 처음 투숙하는 호텔의 구성원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기획팀이나 예술가 모두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호텔과 호텔리어에 대해 새롭게 깨달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결국 관람객들의 전시 참관 경험 호텔 종사자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성숙한 호텔 문화로 이어지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호텔은 문화 트렌드를 반영하고, 니즈에 적합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제공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변화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던 바와 같이 호텔은 문화를 선도하고, 공유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카페,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라 클럽, 공연, 영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간다. 호텔은 우리의 삶이 담긴 작은 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호텔社會>와 같은 기회는 내국인에게 숙박업이 아닌, 문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는 호텔을 소개한다. 호텔이 점차 장벽을 낮추며 접근성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내국인의 호텔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Interview
“호텔리어에게 ‘진상’이란 말은 없습니다”
웨스틴조선호텔 객실팀 이진식 팀장
웨스틴조선호텔의 이진식 팀장은 1996년 웨스틴조선 호텔에 입사해 26년간 근무한 베테랑 호텔리어다. 그는 지난 2월 5일 <호텔리어와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관람객들에게 ‘호텔 객실팀 운영과 호텔을 찾는 사람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Q. 호텔리어로서 <호텔社會> 전시를 본 소감은 어떤가?
근대 호텔을 예술적으로 잘 해석했다고 생각한다. 옛 호텔에서 사용했던 물건들도 인상적이게 봤으며 호텔 공간을 문화역서울 284 적재적소에 구성했다. 전시회에서 역사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었다. 또한 호텔리어와 벨맨, 바버숍 등 최근의 뉴트로 트렌드를 잘 반영해 관람객들이 즐거운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호텔리어와의 대화> 프로그램은 어땠는가?
다양한 관람객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웨스틴조선 호텔의 인지도가 남다른 고령의 관람객도 찾아와주셔서 놀랐다. 대화를 나누며 호텔리어로 처음 근무하던 시절과 근무하면서 있었던 짧은 에피소드도 전하게 됐는데, 다들 즐겁게 들어주셔서 감사했다.
또, 호텔리어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방문해 근래의 이슈와 트렌드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 현직자로서 예비 호텔리어들을 향해 이야기를 전했다. 다른 호텔리어였다면 난감한 경험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Q. 호텔 사회에서 26년간 근무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전에는 호텔에 고급문화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면, 현재는 고객님들의 트렌드가 모이는 곳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웨스틴조선호텔 또한 서구 문화를 먼저 들여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최초의 승객용 승강기부터 최초의 아이스크림, 한국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 ‘팜 코트’ 등 문화 유입로의 역할을 했다. 오늘날에도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루프탑, 펫 프랜들리 패키지, 키즈 패키지 등 고객님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특히 단골 고객의 경우 사소한 취향도 기록해 다음 방문에 먼저 이야기하지 않아도 사전에 준비하는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Q. 호텔 고객과 호텔리어는 어떻게 변했나?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님들의 문화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프론트 금고에서 귀중품을 맡거나 환전 업무를 하는 작은 부분도 그렇다. 이전에는 프론트 데스크에 50~60개의 금고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객실의 금고를 이용하며 환전 업무도 줄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고객님들의 니즈가 반영되고 있다.
호텔리어들도 트렌드가 바뀌었다. 호텔리어로서 근무하다보면 어떤 고객님들은 힘들 수 있고 어떤 고객님들과는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의 호텔리어들은 개인의 개성이 강해지며 이러한 감정노동에 에너지를 소비하려 하지 않아 안타깝기도 하다. 호텔리어는 이런 극소수의 고객님들을 위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후배 호텔리어들이 호텔리어의 위치에 더 자부심을 갖고 본인이 나아가야할 과정과 비전을 한 발 한 발 꿈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