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를 구매해 영화를 보고, 음반을 사서 노래를 듣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멜론, 벅스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굳이 영화 한 편, 앨범 한 장을 구매하지 않아도 취향대로 여러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단순히 영상, 음원과 같은 콘텐츠뿐 아니라 가전제품, 화장품, 가구 등을 수시로 바꿔 이용하고, 직접 고르지 않아도 알아서 취향에 맞춘 상품들이 정기적으로 배송되는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어느덧 일상으로 들어온 스트리밍 라이프가 주류업계에도 적목되기 시작했는데, 바로 전문가가 큐레이션한 제품이 정기적으로 배송되는 구독 서비스가 와인, 전통주, 수제맥주와 만난 것이다. 주류업계는 어떻게 스트리밍 라이프를 새로운 비즈니스로 창출해 냈을까? 2020년, 새롭게 주목받을 주류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스트리밍 라이프
‘스트리밍(Streaming)’이란 ‘흐른다’는 뜻으로, 인터넷에서 음악,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콘텐츠 전송방식이다. 전송되는 데이터가 마치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 스트리밍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은 올해의 소비 10대 트렌드를 ‘MIGHTY MICE(마이티 마우스)’로 정한 가운데 그 중 네 번째 트렌드로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를 소개했다. 트렌드 코리아에 따르면 스트리밍은 누가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 보다는 누가 더 많은 ‘경험’을 해봤는가가 인생의 풍요로움을 평가하는 새로운 척도가 된다고 한다. 이에 서비스와 재화를 구입해서 오래 쓰기보다, 짧은 주기라도 다양한 상품을 직접 경험해보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년 전부터 ‘소유의 종말’에서 소유 대신 ‘접속’을 원하는 세대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가 소유의 반대되는 표현으로 ‘무소유’가 아닌 ‘접속’을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그는 소유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소유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구재의 영구적 수명주기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소유의 종말이라고 봤다. 한마디로 소유하되 흐르고 있는 소유의 기간을 내가 임의로 한정시킴으로써, 같은 시간 대비보다 다양한 경험치를 쌓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스트리밍 라이프로 얻은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본인들만의 취향을 찾는 데 몰두한다.
돈은 없는데 하고 싶은 건 많고!
그렇다면 스트리밍 라이프의 배경은 무엇일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유료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즉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의 34.9%가 18~24세, 32.9%가 25~34세에 해당한다고 밝혀 무려 절반이 넘는 67.4%의 스트리밍 소비가 밀레니얼 세대에 의해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도 스트리밍 라이프를 즐기는 신인류는 ‘밀레니얼’이라고 정의했다. 밀레니얼은 왜 스트리밍 라이프를 즐길까?
우선 밀레니얼은 가난하다. 그러나 가난하다고 해서 욕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부모 세대보다 자산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비교적 풍족한 서비스와 문화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돈이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소유함으로써 지출되는 유지비용을 줄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정한 기간 동안만 경험해보는 스트리밍 라이프를 선호하게 됐다. 게다가 밀레니얼은 남들과 같기를 원하지 않는다. 주로 SNS를 통해 많은 경험을 소통하길 바라는 이들은 오래 가지고 있는 것보다 개인의 개성이 담긴 여러 물건, 상품들을 소개하고 소통하는 것이 또 다른 일상의 만족으로 여기기 때문에 여러모로 스트리밍 라이프가 합리적인 소비된 것이다.
넓은 의미의 스트리밍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데 공유경제, 플랫폼의 발달도 한 몫 했다. 이미 타인과 물건과 장소를 공유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 스트리밍 라이프로 물건을 나눠쓰는데 거리낌이 없을뿐 아니라, 대면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이 온라인상에서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리밍 라이프는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을 행사해 지속적인 데이터 추적이 가능, 소비자의 취향도 데이터로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니치마켓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있다.
무엇을 스트리밍 하나?
트렌드 코리아는 스트리밍 라이프 중 대표적인 패턴으로 #라이프백패커, #취향컬랙터, #신(新)렌탈족을 꼽았다. 라이프백패커란 공간을 구독하는 라이프스타일 스트리밍으로 우리에게도 흔한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공유 오피스처럼 집도 여러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다.
취향컬렉터는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길 원하는 이들로 보다 특화된 ‘나만의 것’을 추구하고자 한다. 미국의 스타트업 ‘후치(Hooch)’가 매달 9,99달러(한화 약 1만 1200원)에 수백 개의 맨해튼 술집에서 칵테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1년 만에 누적 회원 수 5000명 돌파, 2017년 매출 200만 달러(23억 3240만 원)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한편 렌탈 서비스는 사실 기존에도 있어 왔던 서비스 모델이지만 신렌탈족은 렌탈족과 다르게 긴 약정 기간을 선호하지 않는다. 워낙 신제품이 빠르게 출시되는 요즘, 취향에 맞춰 제품을 구매했어도 더 나은 제품이 계속해서 시중에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자동차 렌탈 서비스가 각광 받고 있고, 국내의 경우 현대자동차에서 ‘현대 셀렉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와인부터 전통주, 수제맥주까지
스트리밍 라이프로 즐기다
국내의 경우 스트리밍 라이프가 주류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히 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주류 소비문화가 다양해지면서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주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라 비교적 실패해도 손해가 덜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추천 스트리밍의 경우 가볍게 써보고 싶은 제품에 대한 니즈가 많아 내구재보다 비내구재 카테고리에서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미국의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McKinsey)도 이러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일환인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공유경제에서 사적 소비를 보다 강조한 현실적인 모델로 정의, 미래 소비 트렌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주목했다. 국내에서도 1~2년 사이에 주류 구독 서비스가 와인, 전통주, 수제맥주의 카테고리에서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서비스는 퍼플독(와인), 술담화(전통주), 데일리샷(수제맥주)으로 모두 크게 보면 한 달 정기구독으로 주류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는 골자다. 2020 소비 트렌드로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경제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서비스 시장 변화가 주류 소비의 흐름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나갈지 기대된다.
... 내일 이어서 [Beverage Issue] 너는 사서 마시니? 나는 구독해 마신다!, ‘스트리밍 라이프’에 빠진 주류업계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