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와인 Pick] Bret Brothers

2024.12.27 08:39:51

 

한 해를 보내는 12월 막달이다. 이 마지막 달을 보내야, 새해 첫 월이 시작된다. 꼴찌를 거쳐야 첫째로 이어지는 시간의 섭리를 살아간다. 프랑스 부르고뉴 산지에서도 꼬뜨 도르 지역이 첫째라면, ‘마꼬네’, ‘보졸레’는 막내 격인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이 지역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마시며 프랑스 와인에 입문하고 더 풍부한 와인의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중요한 산지다. 


더욱이 세간의 평가를 몰라라 하고, 묵묵히 친환경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 와인메이커들에게 필자는 최고의 경의를 표하고 싶은데, 이런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 달의 원픽 ‘Bret Brothers’는 와인 애호가의 세모 와인으로 적격이리라. 

 

 

프랑스 와인, 마꼬네 & 보졸레 Mâconnais & Beaujolais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은 역사적으로 게르만족의 일파인 부르군트족이 건설한 중세 부르고뉴 공국(Duche de Bourgogne)의 역사적 영지였다. 영토가 북으로는 디종(Dijon)시부터 아래로는 리용(Lyon)시 직전까지 이르렀다. 이 역사적 지방을 다시 현대 와인산업 안에서 구분하면, 부르고뉴 와인 산지의 막내 격인 다섯 번째 지역 마꼬네와 지금은 분리된 보졸레 지방으로 나뉜다. 마꼬네 지역은 주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며, 보졸레 지방은 주로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마꼬네 지역은 6700여 ha에 달하는 넓은 지역인데 뿌이이-벵젤(Pouilly-Vinzelles), 뿌이이-로셰(Pouilly-Loché), 뿌이이-퓌세(Pouilly-Fuissé), 생-베랑(Saint-Vèran) 등의 AOC 마을에서 샤르도네 품종으로 가성비 뛰어난 상쾌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한편, 그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2만 6000여 ha의 면적을 자랑하는 광활한 보졸레 산지가 펼쳐지는데, 화산토질인 이곳에서는 특별한 품종인 갸메(Gamay)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감칠맛 나는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위 두 지역은 각각 화이트와 레드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북부의 꼬뜨 도르(Cote d'Or) 지역에 비해 낮게 평가받아 온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이어지는 유기농 & 바이오다이내믹 친환경의 거센 물결이 가열차게 몰아치는 가장 화끈한 용광로 같은 와인 산지가 됐다. 친환경 농법 & 바이오 와인 생산의 지역 메카처럼 됐다. 이 달의 주인공 브렛 브라더스 양조장은 마꼬네의 벵젤 마을에 양조장이 있으며, 위 두 지역의 화이트 & 레드 와인 약 40여 종을 생산하고 있다.     

 

 

영화 같은 출발, 브렛 브라더스 Bret Brothers

 

오래전에 개봉된 와인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을 보면, 성인이 돼 고향에 모인 장과 줄리엣, 제레미 삼 남매는 아버지 유산으로 남겨진 부르고뉴 와이너리에서 처음으로 셋이 힘을 모아 좌충우돌 최상의 와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영화 같은 설정이 브렛 브라더스에게도 이어진다.

 

“제 친할아버지가 1947년에 이 농장을 구입했어요. 하지만 조부모님이나 부모님 모두 와인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죠. 대신 소작농과 지역 협동조합에게 경작을 맡겼습니다. 저희는 파리 교외에서 자랐지만 부모님과 우리 세 형제는 모든 휴가를 벵젤 동네에 있는 외조부모님 댁에서 보냈습니다. 외할아버지와 함께 낚시도 하고 버섯도 따고 와인도 시음하곤 했죠. 그때는 저희가 겨우 5, 6살이었기 때문에 경험한 와인의 양은 매우 적었지만, 그래도 나이가 들어 직접 와인을 만들 결심에 이르기까지 이끄는 데는 충분했나 봅니다.”

 

삼형제의 맏이인 장-필립(Jean-Philippe Bret)은 눈을 지긋이 감고 옛 추억에 잠기듯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 고향 시골 여행은 또한 와인 생산에 대한 향후 접근 방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삼형제를 들뜨게 했던 ‘위대한 마꼬네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겠다는 어렸을 적부터의 오랜 꿈’은 아마도 어린 시절의 고향 여행에서 이미 싹텄을 것으로 생각된다. 1992년 장-필립과 동생 장-기욤(Jean-Guillaume)은 와인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로 결심했다. 와인 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와 해외에서의 다양한 인턴십을 거쳐, 2000년에 벵젤에서 첫 번째 빈티지를 생산했다. “마침, 협동조합과의 계약이 1998년에 끝났고, 이어서 1999년에는 소작인들과의 계약도 만료됐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게 운이 좋았습니다.” 장-필립의 말이다. 다만, 그들이 포도를 직접 사용하기 전까지는 관내 장-마리 구펜스-헤넨(Jean-Marie Guffens-Heynen)에게 포도를 팔았다. 막내 마르끄-앙투안(Marc-Antoine)은 2010년에 합류했다. 


장-필립 브렛 형제의 와인 포트폴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가족 소유의 농장 포도밭에서 직접 재배 생산하는 와인 ‘Domaine La Soufrandière’ 라인이고, 다른 하나는 마꼬네와 보졸레 지역에서 장기 계약을 통해 관리되는 타 생산자들의 포도를 구입해 생산하는 네고시앙 라인 ‘Bret Brothers(이하 BB)’다. 벵젤 마을에 있는 라 수프랑디에르 부지는 역사적으로 뿌이이-뱅젤(Pouilly-Vinzelles) AOC 클리마 ‘레 꺄르(Les Quarts)’ 4ha와 클리마 ‘레 롱제(Les Longeays)’ 0.55ha로 구성된다. 25~70여 년 수령의 포도나무는 남동향의 석회 점토질 언덕 중턱과 윗부분에 멋지게 자리 잡고 있다.

 

“할아버지가 집을 샀을 때는 포도밭이 1ha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 후 몇 년에 걸쳐 할아버지는 총 4ha가 될 때까지 작은 필지들을 추가했습니다.”라며 장-필립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2005년 빈티지부터는 외할아버지 소유의 유명한 ‘끌로 드 그랑-뻬르(Clos de Grand-Pere)’를 포함한 마콩-뱅젤(Macon-Vinzelles) 마을에 있는 두 필지의 포도밭(총 1.6ha)도 추가로 관리하게 됐다. 

네고시앙을 도멘느처럼 관리하다니…! 

 

 

Bret Brothers


20세기 후반 부르고뉴 지방에는 가장 유명한 생산자들이 유기농 &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선도해 나갔다. 이미 잘 나가는 양조장들이었지만,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자신들만의 철학을 드러내려했던 것이다. 브렛 브라더스도 부르고뉴 남부에서 24년간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생산에 매진해 왔다.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생산은 유명한 회사들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협동조합 체제에서도 가능하죠~!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싶다면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이 핵심입니다.”라고 장-필립은 강조했다.

 

는 고향 마꼬네의 떼루아에 대한 자신의 열정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 갔다. “마코네는 항상 꼬뜨 도르 지역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 형제들은 여기만의 고유한 테루아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단지 이해의 문제, 고품질 포도 재배의 문제, 고품질 와인 생산의 문제였을 뿐이었죠. 이 결정은 곧 도전이었습니다. 저희는 마꼬네 출신이라는 것이 매우 자랑스러웠어요.”


그들이 유기농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1998~1999년 도멘느 데 꽁트 라퐁(Domaine des Comtes Lafon)에서 일하면서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생산에 대해 많이 배웠다. 25년 전이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이에 대해 많이 배우지 못했다. 마꼬네 지역의 작은 개울에서 낚시를 즐기는 장-필립은 오염의 충격적인 영향을 자주 봤기 때문에 그들에게 유기농은 환경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다. 둘째, 부르고뉴 사람들은 테루아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하지만 토양에 유기적 생태계가 없으면 테루아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것~! 처음부터 그들은 직접 소유한 모든 포도밭, 도멘느 라 수프랑디에르에 유기농 원칙을 적용했다. 2001년 시작된 네고시앙 브랜드인 브렛 브라더스의 경우는 점진적인 과정을 거쳤다. 


현재 브렛 브라더스가 구매하는 포도의 60%는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20%는 유기농이지만 인증을 받지 않았고, 나머지 20%는 유기농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제초제만 사용했다. 2019년부터는 100% Bio 재배 포도만 구입한다. 브렛 브라더스 와인의 경우 매년 같은 포도재배자들과 함께 작업하는데, 그들은 포도 재배에 매우 엄격하며 열정 가득하다. 포도나무 수령은 40년 이상이며, 수확량을 엄격하게 제한해, 각 와인의 수량은 소량이다.

 

대신 다양한 AOC 와인을 생산한다. 회사는 2013년부터는 보졸레 지역의 갸메 포도로부터 레드 와인도 생산하고 있다. 보졸레 라인에서는 2016년부터 양조 공정에서 산화방지제 및 보존제로 널리 사용되는 이산화황(SO2)을 일절 첨가하지 않으며, 병입시에도 사용량을 최소화해 10~20mg/L 정도만 넣는 자칭 ‘젠(Zen)’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내추럴 양조법의 또 다른 명칭일 듯하다. 이로 인해 와인은 보다 개방적이며, 놀랄만한 활력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브렛 브라더스 레이블로 9ha의 포도밭에서 14종, 총 5만여 병의 와인을 생산하며, 도멘 라 수프랑디에르 와인과 함께 총 40가지다. 필자는 이 중 국내 수입된 8종의 와인을 시음해 봤다.

 

시음 와인 8종 리뷰

 

뿌이이-퓌세, ‘떼르 드 베르지쏭’ 
Pouilly-Fuissé, Cuvée ‘Terres de Vergisson’ 

 

 

아마도 필자가 방문했던 포도밭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경관을 가진 곳에서 생산된 와인일 것이다. 석회암 암반이 수만 년에 걸쳐 풍화돼 무너진 절벽 아래 포도밭이 그림같이 펼쳐진 곳이다. 동향과 남동향을 보이는 이 경사지의 일부 포도밭은 2020년에 ‘일급 Premier Cru’로 선정될 정도로 빼어난 테루아를 가졌다. 근방에서는 가장 미네랄 성분이 활성화돼 있는 토질이며, 그만큼 입맛에서 광물질의 긴장감과 견고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필자가 시음한 2022년 ‘베르지쏭’은 35~60년생 샤르도네 고목으로부터 얻은 포도를 양조해, 중고 오크통에서 11개월 숙성시킨 와인이다. 강한 산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유산 발효(Malo)를 진행했고, 극소량의 이산화황만 넣어 입병했다. 싱그런 버터와 향긋한 배의 시원한 과일향이 먼저 코끝에 인사하며, 안정된 숙성과 오크통을 거친 표현인 아몬드와 해즐넛의 세련된 향이 중간을 차지하며, 바닐라와 사프란의 향신료 터치가 마지막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높은 산미와 12.5%vol의 날렵한 알코올이 비중감을 이루는 가운데, 순수하고 맛갈스러운 긴 여운으로 이어지는 근사한 남방의 샤르도네다. 그 옛날 이 바위산 절벽에서 사냥하던 원시인들의 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베르지쏭 바위산의 정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전율을 느끼게 하는 고급 화이트 와인이다. 2995병 생산됐다. 

 

마꽁-이제, ‘레 베르네’ Macôn-Igé, Climat ‘Les Vernayes’ 
마꽁-샤르도네 Macôn-Chardonnay 

 

 

Mâcon AOC는 포도가 재배되는 하위 마을의 이름을 뒤에 명기할 수 있다. 이 와인은 마꽁 지역 중부에 있는 ‘이제’ 마을에 위치한 포도밭 ‘레 베르네’에서 수확한 샤르도네 포도로 생산된 와인이다. 석회-점토질 길다란 마꽁 밸리의 끝 북쪽 부분에 위치한 이곳은 해발 고도 300m로서, 강한 석회질 토양에서 오랜 명성을 가진 준수한 품질의 샤르도네를 생산해 왔다. 20%의 주스는 228L들이 부르고뉴 오크통에서 발효 숙성시켰다. 


필자가 시음한 2022년 '레 베르네'는 아름다운 황금빛 색조를 띤 노란색에 오렌지, 귤, 청사과향이 그득하고 꽃향기가 주변을 감도는 사랑스런 향을 풍긴다. 과일 풍미, 경쾌한 산도, 매력적인 뒷맛 여운, 쌉쌀한 쓴맛도 인상적이다. 염소 치즈를 곁들인 테린 채소 샐러드, 버터 소스 연어 스테이크가 생각나는 화이트다. 9785병이 생산됐다. 


한편, 동네 이름 대신, 품종명을 부기한 ‘마꽁-샤르도네’는 특정 테루아의 구체적 표현보다는 ‘마꼬네’라는 커다란 둥지의 전반적인 표현을 강조한 콘셉트의 와인이다. 다양한 기후와 토질의 샤르도네를 융합했으니, 보다 표준에 가까운 모습의 마꽁 화이트를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평균 고도 220m에 강한 석회질 토양이 많으며, 나무 수령은 20~45년으로 한창 때 샤르도네의 활기찬 모습을 맛 볼 수 있다. 와인의 20%만 오크통에서 발효 양조했으며, 원만한 식감을 위해 유산 발효를 진행한 섬세한 양조법이 느껴진다. 


2022년 빈티지는 연록색 뉘앙스가 낀 맑은 노란색상을 보이며, 약한 내추럴 양조법에 기인한 구수한 산화 풍미가 은은하게 느껴지니, 해즐넛과 마카다미아 등 견과류 풍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산미가 매우 강하게 등장하고, 깔끔하고 정갈한 미네랄이 짭쪼름하게 표현되는 정통 남방의 부르고뉴 화이트답다. 알코올은 신기하게도 11.5%vol으로 낮게 적혀 있으나, 와인은 충분히 생동감과 힘을 가졌다. 6792병 생산됐다.   

 Price_ 마꽁-이제, ‘레 베르네’ 9만 1600원 / 마꽁-샤르도네 8만 2500원 

 

쥘리에나, ‘라 보띠에르’ Julienas, Climat ‘La Bottière’, Cuvée Zen
플르리, ‘뽕시에’ Fleurie, Climat ‘Poncié’, Cuvée Zen 

 

 

쥘리에나는 1세기에 현 프랑스 골족의 땅을 정복했던 로마 장군 ‘율리우스 케사르(Julius Caesar)’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동네다. 그만큼 이 지역은 장구한 와인 생산 역사를 가진다. 보졸레 지방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기에, 부르고뉴 마꼬네 남방의 테루아 느낌을 공유하고, 그로 인해 다분히 섬세하고 우아한 기품있는 보졸레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로 정평이 나 있다. 라 보띠에르 싱글 빈야드 와인은 해발 고도 260m에 위치한 화강암 토양 밭이다.

 

갸메 품종 100%며, 포도송이 통채로 탱크에 넣고(100% Whole Clusters, Carbonic Fermentation), 그 무게에 의한 자연스런 압착 결과, 탱크 상단 포도알 내부에서의 효소 발효와 탱크 하단 부분의 일반 발효가 합쳐진 독특한 양조법으로 향긋한 꽃향기와 싱그러운  베리향, 말쑥한 타닌을 얻게 된다. 최종적으로 부르고뉴산 오크통에서 10개월 숙성시켰으며, 필터링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이산화황을 넣어(Zen 방식) 생산했다. 산딸기와 딸기, 복분자향에 숲속 부엽토와 버섯, 미네랄, 후추, 아니스 향신료 풍미가 높은 산미와 함께 정제돼 입안을 적신다. 0.5ha의 작은 밭에서 2570여 병 생산됐다. 레이블에는 이 포도밭에 자주 출몰하는 여우를 그림에 담았다. 역시 여우는 꼬리가 탐스럽다~!    
한편, 그 아랫동네 플르리 마을의 그 아름다운 이름처럼 꽃이 만발한 예쁜 동네다. 이곳의 뽕시에 밭은 해발 고도 280m며, 남서향에 신기하게도 핑크빛 화산토양을 가졌다. 가메 품종의 평균 수령이 30년으로 고목의 농축된 품질을 주고 있다. 와인 양조 방식은 라 보띠에르와 같은 젠 방식이다. 필자가 시음한 2021년 빈티지는 밝게 빛나는 루비 색상에 제비꽃, 흑장미의 사큼하고 향긋한 향, 딸기와 향신료, 오렌지, 라벤더, 감초 풍미에 힘찬 산미가 정신을 번쩍 깨운다. 매끈한 타닌과 활력있는 산도, 베리 풍미 여운이 비범한 보졸레 와인임을 입증한다. 0.7ha의 작은 밭에서 3392여 병 생산됐다. 레이블에는 이 포도밭에 자생하는 야생 토끼를 그려 넣었다.      

Price_ 쥘리에나, ‘라 보띠에르’ 12만 원 / 플르리, ‘뽕시에’ 11만 원 

 

생따무르, ‘꼬뜨 드 베세’ Saint-Amour, Climat ‘Côte de Besset’, Cuvée Zen

 

꼬뜨 드 베세 포도밭은 해발 고도 280m에 위치한 북동향 밭으로, 경사가 가파른 부분과 다소 완만한 부분이 공존하며, 푸른색을 띤 화강암성 사암 토양이라 대개 강한 와인을 생산하지만 BB에서는 양조 과정에 신경을 써서 가능하면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8일간의 젠 방식 발효를 마치고 오래된 오크통에서 10개월 숙성시켰으며, 별도 여과 없이 극소량 이산화황과 함께 입병했다. 


2021년 빈티지는 총 2436병이 생산됐는데, 산딸기와 딸기, 체리향이 만발한 뒷산 덤불 숲속의 향이 만연하며, 은근한 부엽토, 이끼 내음도 신비롭다. 카운터-테너 발성 같은 산미가 날카롭게 높이 날며, 라이트 보디에 부드러운 타닌감, 마지막은 새큼한 베리 풍미 여운을 남긴다. 레이블에는 이 포도밭에 자주 날아드는 후투티 새를 그려 넣었는데,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키위새를 닮은 듯 친근하고 귀엽다. 

 Price_ 9만 5000원

브루이이 Brouilly, Cuvée Zen  

 

한편, 보졸레 10개 마을 중 가장 남쪽 아랫 동네인 브루이에서 생산되는 뀌베 브루이는 보졸레 라인 중에서 가장 강한 14.5%vol 알코올 도수를 기록한다. 이는 가장 남쪽 보졸레 크뤼기도 하지만, 해발 고도 역시 200m로 가장 낮은 밭이고, 푸른 화산토와 석회 점토질 토양이라 힘찬 스타일의 와인이 탄생된다. 따라서 BB양조팀에서는 이 와인은 탄소 침용을 하지 않고, 정상 알코올 발효 방식을 채택했으며, 10개월의 오크 숙성을 거쳤다. 그러나 물론, 이산화황을 최소화하는 젠 방식은 고수했다. 


빳빳한 타닌과 풍요로운 베리 풍미, 알코올의 힘과 풀보디감을 느낄 수 있으니, 한식의 각종 고기볶음 요리나 바비큐 소시지 구이 등 야외 피크닉 파티에 최적인 멋진 보졸레다. 총 3129병이 생산됐고, 레이블에는 이 포도밭에 자주 드나드는 야생 오소리를 그려 넣었다.  

Price_ 8만 8000원

 

보졸레-랑띠니에, ‘글루 데 브렛’ Beaujolais-Lantignié, Cuvée ‘Glou des Bret’, Zen  

 

 

마지막 레드 와인은 ‘보졸레-랑티니에’라는 매우 특별한 AOC를 가지고 있는데, 이 동네의110ha 밭은 1930년대부터 이름을 명기할 수 있는 AOC로 존재했지만, 오랫동안 ‘보졸레-빌라쥬’라는 익명의 이름으로 불려왔다가, 21세기 들어 서서히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랑띠니에 서쪽은 푸른색 토양, 동쪽은 화강암 모래와 핑크빛 화강암으로 이뤄져 두 모습의 독특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브렛 브라더스 형제들은 이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보졸레-빌라쥬 레이블을 사용하지 않고, 보졸레-랑띠니에로 구체화 시켰다. 30년 수령의 가메 포도 100%를 수확해, 탄소 침용 발효 방식으로 가볍게 뽑아내고 여과 없이 일찍 병입했다. 


뀌베명 ‘Glou’는 와인을 편하게 ‘꿀꺽꿀꺽(Glou-Glou)’ 마실 때 나는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프랑스어 단어로서, 여럿이 친근하고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목표로 생산됐음을 알리고 있다. 총 3231병이 생산됐는데, 농장 모든 식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판화로 옮긴 듯한 즐거운 만화 그림 레이블을 보며, 가족과 동료들끼리 한잔 꿀꺽~하길 바란다.

Price_ 5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