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윤 기자의 생각모으기] 창업공화국에 필요한 집단지성

2023.12.29 09:00:00

 

학부 때부터 외식업에 발 들인 이후 지금까지 해답을 찾을 수 없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어쩌다 은퇴자의 꿈이 외식업 사장이 된 것일까? 은퇴 후 한번 차려 ‘볼 만한’ 치킨집은 과연 어떤 음식점인지, 할 만하다는 정도는 어떤 논리를 통해 귀결된 결론인지 그 논리의 전개 과정을 물어왔지만 갈수록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국내 외식산업은 수익성과 안정성이 낮은 산업으로 대표되고 있다. 게다가 빈번한 창업과 폐업, 낮은 생존율도 자랑(?)한다. 80% 이상이 소상공인으로 구성, 생계형 업주들이 업을 지탱하고 있는 영세성을 띠고 있다. 자주 가던 음식점이 어느샌가 쥐도 새도 모르게 다른 매장으로 바뀌고, 수시로 걸렸다 떼지는 간판을 지켜봐 왔을 터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기획은 하루 평균 3000명이 식당을 시작하고 2000명이 폐업하는 현실의 자각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서 매일같이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일까? 창업률만큼 높은 폐업률로부터 예외가 될 성공의 확률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는데 말이다.

 

네이버에 ‘창업’을 검색하면 관련 광고가 게재되는 파워링크 10개 중 8할이 외식업이다. 외식 창업을 지원하는 각종 정부 지원금과 지자체 지원 사업들도 넘쳐난다. 일단 사업자를 냈다 하면 3000~4000만 원의 대출이 이뤄지며, 아이러니하게도 창업과 동시에 폐업도 도와준다. 다른 업종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준비 없이 단기간 내 할 수 있어서’ 창업하는 업종이 외식업인 현실이다. 마라탕부터 탕후루까지 집중 받는 아이템들은 철 따라 우후죽순 문을 여니 과연 한국을 ‘창업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첫 삽을 뜨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게 사업인데 정부는 외식업의 지속가능한 영업보다 자영업자를 배출해 내는데 혈안인 모양새다. 그런데 그렇게 배출되는 사업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갈수록 악화 일로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 오늘날 외식사업은 집단지성이 요구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외식업계에는 집단은 있으나 지성이 없다.

 

외식업도 엄연한 사업이고 비즈니스지만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숫자를 모르고 외식사업에 뛰어든다. 김치찌개는 잘 끓이면서 업장의 손익을 계산하지 못해 결국 빚더미에 주저앉는다. 실패를 통해 학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현재의 외식업 운영 현황이 어떤지, 무엇이 이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지, 발생하지 않아도 될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요인들을 면밀히 분석, 불나방처럼 창업에 뛰어 들려고 하는 이들을 보호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들의 실패를 열심히 뒷바라지하고 있는 꼴이다. 

 

집단의 지성을 발휘해야 하는 여러 협·단체는 외식업주들의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위생교육도, 연 초마다 새롭게 벽에 걸리는 달력도, 외식 사업주들의 행복지수 척도를 개발하는 보고서들도 좋지만 적어도 권익을 추구하기 위해 집단을 이뤘으면 지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창업이 아니라 유지의 의미를 강조하고 ‘어떤’ 노력과 ‘어떻게’라는 방법을 공유해 실패를 학습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사업은 의무가 아니다. 그 누구도 외식 창업을 등 떠밀려서는 안 된다. 시장이 건강해야 사업 존속의 의미가 존재하는 만큼, 창업공화국에서 외식산업의 토대가 좀 더 단단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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