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뜻에 따라 5월 10일, 청와대가 개방됐다. ‘청와대, 국민 품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한번도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청와대가 우리의 품으로 되돌아(?) 왔다. 덕분에 유발되고 있는 많은 사회비용은 덤인 듯싶다. 그런데 이렇듯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청와대를 개방한 탓인지 윤 대통령의 취임이 반년이 넘었는데 청와대 오픈 이후에 이렇다 할 관광 행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한 매체에서는 윤 정부의 관광정책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행정이라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공석인지도 6개월째다. 전임 사장의 퇴임이 윤 대통령의 취임과 맞물려 있었던 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인사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방치된 지 반년이 다 돼 가는 것이다.
윤 정부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에서 관광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4대 핵심 정책공약 중 관광산업 활성화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고, 그에 따라 행정 조직이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신인 문화관광부로 승격된 이후 그 어떤 정부에서도 관광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특히 지난 정부는 ‘관광진흥비서관’ 제도를 없애고, 대통령 직속으로 추진되던 ‘국가관광전략회의’도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하시키면서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박탈감을 느끼던 관광인들의 속을 끓게 했다.
국제관광 정상화의 기조로 하반기 관광 수요가 기대되는 요즘, 드디어 기다리던 회복이 이뤄지고 있는데 관광객들을 맞이하기가 마냥 즐겁지 만은 않다. 코로나19로 봇물 터지듯이 터진 인력난의 출혈은 멈추지 않고 있고, 한쪽에서는 관광 사리에 어두운 정책 입안자들의 무지로 인해 엔데믹만 바라보고 있던 관광종사원들의 희망을 고유 업무권 박탈이라는 절망으로 맞바꿀 뻔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60년 동안 육성해온 공인 관광통역안내사가 3600명이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쉬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지역 특화 관광종사원’을 새롭게 양성하고 활용하겠다고 5년간 93억 4400만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관광통역안내사 이외에도 정부와 각 지자체의 의지대로 전국에 배출돼 있는 국내여행안내사, 문화관광해설사,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골목해설사, 청년 도보 문화관광해설사 등 관광종사원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관광 인력의 일환인 자원봉사자들도 이미 수두룩 빽빽하다. 그런데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다니, 말 그대로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발상인지 묻고 싶다.
그렇게 얼렁뚱땅, 휘뚜루마뚜루 깊은 고민 없는 정책이 부지부식 간에 올랐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관광산업이 여전히 그저 웃고, 잘 맞이해주고, 친절하게 안내만 해주는 단순한 영역으로 치부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자격 없는 가이드 하나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경복궁이 자금성의 모조품으로 기억되고 있고,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기생들과 음주가무를 즐기던 중에 탄생하게 된 언어로 폄훼됐다(실제로 여행사들의 관광통역안내사 의무고용이 해제됐을 당시 있었던 일이다). 이처럼 관광산업을 우습게봤다가는 도리어 나라가 우스워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한국관광학회 이훈 회장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 중 잊혀 지지 않는 문장이 있다. “떠나는 행위와 경험이 ‘여행’이라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관광’이다.”
관광의 정상화를 앞두고 있는 지금, 현재 우리의 기조로 과연 미래 먹거리를 관광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지, 관광산업을 관광산업이라 부르기 위해서는 어떤 산업적 접근이 필요할지 고민이 이뤄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