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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일)

호텔&리조트

[Hotel Feature] 무슬림 친화 호스피탈리티산업 전략 - 국내서 할랄 인증 얼마나 중요할까?

 

이슬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배포한 ‘2020 무슬림 관광객 유치 안내서’에 따르면 2020년 무슬림 인구는 19억 명으로 세계 인구 중 24.6%를 차지하며 2060년에는 31.1%인 3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슬림의 전체 소비 규모는 2.02조 달러로, 글로벌 전체 관광시장에서는 12%를 차지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무슬림의 주된 소비 품목인 할랄에 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에 따라 허용된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돼지고기나 개고기, 뱀, 알코올 등을 포함하지 않는 식품류에 적용됐지만 최근에는 식품뿐 아니라 패션, 화장품, 의약품, 관광 및 물류 산업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코란에 따라 의식주를 제한적으로 소비하던 무슬림이 점점 세계의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엔데믹의 선언과 함께 인바운드 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우리나라를 찾는 무슬림 관광객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호스피탈리티업계 또한 무슬림 친화적 인프라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이슬람은 610년 무함마드가 창시한 종교로, 이슬람 교리를 따르는 신도를 무슬림이라 칭한다. 그리고 무슬림의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삶의 기준을 할랄이라고 한다. 이슬람과 무슬림, 할랄이 구분 없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으나, 본지에서는 지역적 맥락에서의 ‘이슬람 시장’과 문화적 맥락에서의 ‘할랄 시장’을 구분해 표기하고, 이슬람 교리를 따르는 관광객이나 소비자를 칭하는 의미로 ‘무슬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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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시장 진출,

정부가 밀어준다

 

지난 9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글로벌 할랄 시장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할랄산업 마스터플랜 2030(HALAL INDUSTRY MASTER PLAN 2030)’ 정책을 발표했다. 글로벌 할랄 시장의 중심축인 말레이시아는 할랄 산업 규모를 오는 2025년까지 말레이시아 GDP의 8.1% 수준으로, 2030년까지는 1132억 달러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말레이시아 부총리 아마드 자히드(Ahmad Zahid)는 9월 9일부터 12일까지 MITEC에서 진행한 글로벌 할랄 정상회담(GHaS)의 할랄 부문 포럼에서 이슬람개발부(JAKIM)에 할랄 인증서 발급 절차 간소화 및 승인 기간 단축을 지시했다. 현지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할랄 상품 수출액을 631억 링깃(약 134억 달러)까지 확대해 글로벌 할랄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4개국 방문을 기점으로 할랄 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팬데믹으로 교류 협력 추진이 다소 경직되나 싶다가, 최근에서야 다시금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 3월 강원도 홍천에는 할랄 인증 도축장이 최초로 건립됐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말레이시아 정부 공인 할랄 인증인 JAKIM과 5년간의 긴 협상 끝에 할랄 인증 한우의 말레이시아 수출 판로를 개척했다. JAKIM은 세계 3대 할랄 인증 기관 중 하나다. 이로써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할랄 인증이 필요한 국가로 한우 수출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인도네시아, UAE와도 한우 수출 검사 협상을 마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할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협의체 구축 및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식품· 화장품·의약품 등 할랄 관련 주요 상품을 발굴·육성하는 동시에, 할랄 수출기업의 애로도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등 수출 플러스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월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청(BPJPH)과 국내 민간 할랄 인증기관인 (재)한국이슬람교(KMF), 한국할랄인증원(KHA) 간 할랄 인증에 관한 상호인정협약(MRA)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농식품 기업은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청의 인증을 받지 않고, 우리나라 민간 할랄 인증기관의 할랄 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할랄 인증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인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할랄 인증’으로 글로벌 무슬림 시장에

뛰어드는 국내 기업들


2018년 중소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이슬람(할랄) 시장 현황 및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할랄 시장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전 세계적으로는 웰빙 트렌드에 의한 것으로, 무슬림의 소득수준 향상과 건강·식품위생에 대한 관심도 등의 영향으로 종교와 상관없이 할랄 인증 제품이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으로 선호도가 높아진 까닭이다. 아울러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선호도 및 제품 구매력이 높아 화장품, 의약품, 패션, 관광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할랄 인증을 받은 기업은 어디일까?


㈜농심은 2009년 국내 무슬림과 불교 신자를 위한 ‘채식주의 순’라면을 출시했다. 이슬람 및 불교권 국가 진출을 검토하며 국내 할랄 인증 기관 ‘KMF’로부터 할랄 인증을 취득했다.


한편 ‘대상㈜’는 2011년 국내 식품공장 최초로 2011년 할랄 인증을 받고 할랄 인증 제품 수출에 나섰다. 이를 기점으로 대상㈜의 마요네즈, 롯데제과와 오리온의 과자류, 남양유업의 우유, CJ제일제당 등이 할랄 인증을 취득해 이슬람 국가에 수출을 시작했다.
할랄의 범위가 식품을 넘어 화장품, 의약품, 정수기 등 다양한 제품 분야로 확대되며 국내의 기업도 할랄 인증을 결합한 글로벌 이슬람 시장 진출 프로젝트를 가속화했다. 코웨이는 2010년 정수기 업계 최초로 JAKIM을 취득했고, 2018년에는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SK매직이 할랄 인증을 받기 시작해 정수기와 필터를 대상으로 JAKIM 인증을 받고 있다.


일동제약그룹의 건강기능식품 사업 계열사인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2년 11월 자사 프로바이오틱스 원료에 대해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을 취득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가 취득한 할랄 인증은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화장품 평가기관인 ‘무이 할랄 심사원(LPPOM MUI)’ 주관이다. LPPOM MUI는 말레이시아의 JAKIM, 싱가포르의 MUIS와 더불어 세계 3대 할랄 인증 기관 중 한 곳이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락토바실러스 균속, 비피두스 균속 등 자사가 생산하는 유익균 및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총 22종에 대한 할랄 인증을 취득했다. 각 원료의 성분 및 소재는 물론, 제조 시설과 공정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평가 절차와 현장 실사 등을 거쳤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는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할랄 어워드 2023’에서 ‘할랄 시스템 시행 우수 기업’ 화장품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할랄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

 

 

할랄 인증은 해외시장 진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할랄 인증을 비롯한 무슬림 친화 인프라의 구축은 국내 거주 무슬림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무슬림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를 찾는 고소득층의 무슬림 방문객 또한 다시 늘어나며 병원이나 호텔, 여행사 등의 호스피탈리티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      


2018년에는 FIT전문 여행사 원월드투어는 세계 최초로 이슬람월드(DMDI)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대형홀딩스와 ㈜포시즌관광은 지난 11월 14일 인도네시아 할랄 여행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포괄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 협약은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급증하는 시기에 할랄 여행 상품 개발과 편의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 하고, 할랄 여행 및 쇼핑 등 부가 사업의 공동추진을 위함이다. 


리무진 제조업체 케이씨모터스는 2020년 현대차 쏠라티를 기반으로 무슬림을 위한 차량을 제작했다. 한국할랄인증원(KHA)으로부터 리무진 차량으로는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은 ‘노블클라쎄’는 6000만 원대 차량을 무슬림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춰 개조했다. 지난 7월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케이씨모터스 관계자는 “이슬람 문화권과 교류가 늘어나면서 올해 초부터 고위 공직자나 상대국 기업 임원의 한국 방문을 위해 차량을 쓸 수 있는지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쉽지만은 않은 할랄 인증 취득

수익과 경제적 여력 토대로 신중한 고려 필요해


할랄에 대한 기준은 이슬람 법학파 및 지역 관습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국가나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며, 과거에는 스스로 할랄임을 선언하는 것도 인정됐다. 그러나 비이슬람 문화권 국가와의 무역이 확대되고 할랄에 대한 신뢰성이 요구됨에 따라 최근에는 공신력 있는 인증기관을 통한 할랄 인증을 요구하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0개가 넘는 할랄 인증 기구가 있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할랄 인증 기준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수많은 할랄 인증 중에 공신력 있는 인증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은 말레이시아 JAKIM(Jabatan Kemajun Islam Malaysia), 인도네시아 MUI(Majelis UlamaIndonesia), 싱가포르 MUIS(Majelis Ulama Islam Singapura), 미국의 IFANCA( Islamic Feed andNutrition Council of America) 등이며, 국내 기업은 UAE,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수출 해당 국가의 할랄 인증을 직접 받거나 국내 할랄 인증과 교차 인정되는 경우 국내 인증을 받아 활용하기도 한다.

 

 

2020년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할랄 인증·보증 기관은 총 5곳이었지만 2023년 현재 확인되는 곳은 총 4곳이며, 상호 인정 해외 인증 기관은 각 인증 기관마다 상이하다. 인증 절차 및 제도 역시 각 인증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국내 4개의 인증 기관을 비교해 본 결과 통상적 할랄 인증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할랄 인증 기관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인증을 신청하고 필요한 문서를 제출한다. 신청서 양식은 각 기관에 따라 상이하다. 신청서에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관한 상세한 정보, 원료에 대한 설명, 제조 과정, 생산 시설에 대한 정보 등이 포함된다.


신청 및 서류 제출이 완료되면 인증 기관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심사한다. 심사는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인 서류심사에서는 할랄 제품 목록을 식별하고 제조 시설, 생산과정, 사용되는 원료 등의 할랄 여부를 판단하며, 2단계인 생산 현장 평가에서는 제조·저장·위탁 제조 시설 등 인증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시설에서 심사를 실시한다. 서류심사 결과에 따라 생산 현장 평가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결과 부적합 요소가 검출될 경우 시정 조치를 진행하며, 인증 기관은 최종 심사 보고서를 샤리아위원회에 제출한다. 샤리아위원회는 이슬람 금융 전반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기관이다. 샤리아위원회의 적합 판정을 받아야만 인증서가 발행된다. 발행된 인증서는 각 인증 기관마다 정해진 유효 기간에 따라 갱신해야 하며, 인증 기관은 할랄 인증 조건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12개월 주기로 사후관리 심사를 실시한다.


KMF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인증 정보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업체에서 할랄 인증을 신청해 KMF가 검토 및 인증서를 발급하고 나면 블록체인에 업체의 정보가 기록된다. 제품 및 서비스 고유의 QR 코드가 생성돼, 업체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제품 및 서비스의 할랄 인증 정보 및 제품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매 단계에서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거쳐야 하고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할랄 인증을 취득하기는 쉽지 않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 각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많은 제품이나 메뉴를 보유한 음식점에서는 그만큼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음식뿐 아니라 업장에서 사용하는 세제 등 제품의 세부 사항까지 정확하게 표시해야 하므로 추가적인 노력과 비용이 많이 필요하고, 이는 작은 가게나 개인 사업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할랄 인증을 고려하는 기업은 비용 측면과 아울러 시장 수요와 사업체의 경제적 여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존중과 환대로 무슬림 맞이하는 국내 호텔들
‘할랄 인증’ 얼마나 받았나? 


무슬림 관광객을 일선에서 맞이하는 호텔업계 상황은 어떤지 서울 소재 무슬림 친화 호텔을 바탕으로 현황을 들여다봤다. 현재 무슬림 친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 시내 호텔은 총 13곳이다. 서울특별시관광협회가 서울시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서울관광시장 다변화 사업' 담당자 박종선 사원은 “발굴 당시에는 좀 더 많았으나, 코로나 기간 문을 닫은 곳과 관광객 감소로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이 생겼다.”고 전하며 “무슬림 친화 호텔로 정하는 기준으로는 기도실 혹은 기도 용품을 제공하거나 할랄 음식을 서비스하는 곳, 둘 중 하나라도 제공이 가능한 곳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기도실이 설치돼 있다면 가장 좋지만, 무슬림 관광객도 외국 호텔에 기도실이 흔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도 용품만 제공돼도 무슬림 친화 호텔로 분류하고 있다. 비슷하게 호텔 레스토랑에 할랄 메뉴가 준비돼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미리 요청하면 할랄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곳도 무슬림 친화 호텔로 분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할랄 인증과 관련해서는 “할랄을 지키는 선은 제각각 다를지라도 할랄 인증이 있다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할랄을 허위로 표기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실례로 한 말레이시아인이 노점상에 직접 할랄 여부를 묻고, 인증서를 요구하는 영상이 틱톡 플랫폼을 통해 확산해(23.01.26 기준 42만 뷰) 무인증 할랄 표기를 하지 말 것을 선조치한 적이 있으며, 그 후속 조치로 협회에서는 거리 가게 할랄 표기에 대한 매뉴얼 및 교육 또한 준비 중이라고. 끝으로 그는 “무슬림 관광객들은 무슬림 관광객끼리의 커뮤니티 및 신뢰를 중요시해, 입소문이 가장 큰 요소”라며 “기도실과 할랄 음식 등이 갖춰진다면, 무슬림 관광객 사이에서 들르거나 주지해야 할 장소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모든 식음 업장에서 비건 메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음식 주문 시 별도로 요청할 경우 개인 상황에 맞춰 요리를 준비한다. 아랍식을 포함한 5개국 아시안 퀴진을 제공하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아시안 라이브’에서는 할랄 음식 전문 셰프가 직접 현지식 정통 중동 음식을 제공한다. 파르나스호텔의 이신영 매니저는 “종교 및 알레르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유로 음식에 대한 문의, 요청이 많다.”며, 워낙 다양한 문화권의 고객이 호텔을 방문하기 때문에 그에게 맞는 요구 사항을 유연하게 맞추는 편이라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 사정으로 여행에 제약이 많은 고객들에게는 사전에 요청 사항을 공유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며 고객 개인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에서 운영하는 한식당 ‘낙원’은 2018년 할랄 인증을 받은 매장이다. 할랄 메뉴를 미리 요청하는 고객에게 할랄 음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할랄 메뉴판을 별도로 제작, 소불고기, 전복 비빔밥, 해물된장찌개, 해물파전 총 4종을 준비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 박형진 홍보 담당자는 “K-Pop, K-드라마 등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한국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며, 그 속에 무슬림 여행객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미디어로만 접했던 한국 문화와 생활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강하다. 특히 먹거리의 경우 그 열망이 더욱 도드라지며 불고기, 비빔밥, 된장찌개 등 현지의 맛을 경험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를 여행하든 편안한 쉼을 제공하는 숙소는 여행 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요소”라며, “작은 배려와 서비스로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나아가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으로 번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할랄 인증 받은 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호텔 메인 레스토랑인 코너스톤과 룸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할랄 가능한 메뉴도 제공된다. 룸서비스 메뉴판은 할랄 메뉴 표기가 돼 있으며, 조식 세트, 조식 단품, 베이커리, 어린이 메뉴, 건강 주스, 한식 메뉴, 양식 메뉴, 샌드위치와 버거 스낵 등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뉴질랜드산 어린 양갈비구이와 생선 등이 준비돼 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문일 세일즈 & 마케팅 상무는 “전체 투숙객 중 무슬림 고객 비율은 평균 2~3% 정도로 코로나 이후 시장이 회복되면서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특히 5~8월 시즌에 투숙률이 가장 높았다.”며, “파크 하얏트 브랜드 특성상 개별 고객의 니즈에 따라 제공할 서비스를 사전에 꼼꼼하게 확인하고, 별도로 준비를 해드리고 있어 무슬림 고객님들이 불편함 없이 미식과 여행을 즐기실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호텔업계에서는 현재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별도로 제공하는 경우가 기도 용품과 음식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할랄 인증을 받는 것은 간단한 절차가 아니며 비용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아직은 무슬림이 전체 투숙객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 상황과, 절차와 비용에 대한 부담을 고려했을 때 호텔업계는 할랄 인증을 많은 부분에 도입하기 어렵다. 본 취재에서는 서울에 국한해 조사를 진행했으나, 호텔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무슬림 관광객의 수요와 관심도는 지역에 따라 상이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슬림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그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다. 상당수가 체인으로 운영되는 호텔업계에서 할랄과 같은 특정 서비스를 모든 지점에서 제공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음식의 규범을 넘어 문화적으로 열린 시각과 진정한 교류의 기회 제공하는 ‘할랄’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은 올해 상반기에만 32만 7945명으로, 지난 한 해 방문한 32만 5544명을 뛰어넘는다. 한편 싱가포르의 무슬림 여행 컨설팅 기업인 크레센트레이팅(Crescentrating)이 선정한 무슬림 친화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비이슬람협력기구국가(OIC) 중 47위로 높은 편에 속하며, 무슬림 여성들이 여행하기 좋은 OIC 국가로는 4위에 선정됐다.


지난 8월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는 태풍으로 새만금 야영지를 철수한 이집트 대원 120명을 맞이하고자 진안군에서 급히 할랄 음식을 마련했으나, 조직위 실수로 이집트 대원들이 군산에 이송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환대는 이슬람 문화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겨진다. 무슬림의 환대는 손님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배려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융화, 상호 존중,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우리가 잘 아는 명심보감의 성심편(省心篇)에도 환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在家不會邀賓客 出外方知少主人(재가불회요빈객 출외방지소주인)”


집에 있을 때 손님을 잘 대접할 줄 모르면 집 밖에 나갔을 때 비로소 나를 손님으로 대접해 주는 주인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손님을 접대하는 것은 사람이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예(禮)’에 해당하고, 이는 다른 사람에게 공손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다른 사람에게 겸손하며, 다른 사람을 성실하게 대하는 마음을 뜻한다. 


우리는 우리를 찾아온 손님을 얼마나 잘 대접하고 있을까? 여우와 두루미의 이야기가 상징하는 바를 기반으로 진정한 환대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해 봐야겠다.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상호 간의 교류와 소통을 중시하는 환대 문화를 정립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6년 웹진 문화관광에 <한국과 중동의 관광교류 의의>를 주제로 글을 기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고의 배경은 무엇인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란 순방이 있었다. 이란 지역이 단순히 수익을 얻고자 하는 무역국에서 좀 더 긴 호흡으로 그들과 교류의 중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었다. 한국과 중동 간 관광교류에 있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의료 관광 증대에 앞서 문화적 서비스 의전 분야에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환자들에게 맞는 음식이나 종교적인 케어를 위한 ‘무슬림 친화 호텔(Muslim Welcome Hotel)’이나 ‘무슬림 친화 식당(Muslim Welcome Restaurant)’의 지원 및 선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류 인기에만 기대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한 구체적인 관광 인프라의 구축 계획이 없는 당시 상황 또한 우려 지점이었다. 심도 있는 마케팅 전략과 관광객 유치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파악하고 중동인들에게 인기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해 차별적인 관광 유치 전략 수립을 하려는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한 글이었다. 

 

현재 한국의 무슬림 관광객 수용 태도는 얼마나 변화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 무슬림들은 관광객으로 낯선 존재였다. 아직 나와 ‘같이 사는 사람’이라는 인식으로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지만, 우리나라로 여행을 오는 ‘외국 사람’이라는 인지가 어느 정도 사회 전반에 자리잡았고, 그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7년 사이 한국 사회가 ‘할랄’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본다. 개념에 대한 인식이 생겼으니, 앞으로는 대책을 잘 세워야겠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태도가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각에서는 무슬림 관광객의 유입을 위해서는 다방면으로의 할랄 적용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호텔에서 할랄 인증은 무슬림 친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의 필요성을 지닐까? 
할랄 인증이 언제 왜 생겨났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할랄 인증은 말레이시아에서 제일 먼저 시작됐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이 먼저 시작된 이유 중 하나는 화교계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교계는 돼지고기를 섭취하지만,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섭취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러한 종교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할랄 인증이 중요하게 강조된 것이다. 무슬림 소비자들을 위해 할랄 제품을 식별하는 것이 할랄 인증의 시초다. 무슬림이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 같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할랄 인증 제도가 필요 없었다. 


반면 한국은 다문화 포용의 목적보다는 정부의 수출입 다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할랄산업이 육성됐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할랄 인증의 중요성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내수 차원의 할랄 적용 확대는 신중히 고려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인증 마크나 증서보다는 진심이 중요하다. 진정으로 나를 따뜻하게 대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대하는 것, 손님으로서 환영받는 기분이 들면 되는 것이다. 인증에 너무 매몰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무슬림은 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호텔 입장에서는 통계를 내기도 어렵고, 때문에 할랄 제품 및 서비스를 확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였다. 
무슬림을 하나의 집단으로 바라보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 중 하나다. 한국에 관광 목적으로 많이 오는 쪽은 주로 동남아 국가의 무슬림, 게다가 젊은 여성들이다. 반면 중동 국가의 무슬림은 의료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에 방문한다. 동남아 무슬림과 중동 무슬림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두 시설을 따로 갖출 필요는 없어 보인다. 화장실에 비데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기도 역시 객실에서 할 수 있는 행위다. 그보다는 메뉴를 다각화해 선택의 폭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옵션이 극히 적은 사회다. 할랄에 맞추기보다는 비건에 초점을 두고, 반드시 무슬림뿐 아니라 다양한 개인을 포용하는 서비스와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외 관광객을 맞이하는 한국의 호스피탈리티업계에 제언한다면?
팔기 위한 대상이 아닌 품에 안는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할랄 친화, 무슬림 친화 서비스의 제공 방식 등,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시도는 다방면으로 하고 있으나 아직도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은 적다. 최근까지만 해도 모스크 건축 반대로 갈등이 있었지 않나. 타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는 한국의 관광 산업에 굉장히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무슬림뿐 아니라 다른 문화권의 어떤 손님이든 다양성의 존중을 바탕으로 진심 어린 환대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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