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지역 특급호텔의 이유있는 변신_ 라한셀렉트 경주

2020.06.15 08:50:48


예전 칼럼에서 ‘구 현대호텔 경주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전면 리모델링 공사가 들어간 지 11개월만인 올해 4월 말 드디어 그랜드 오픈했다. 현대호텔은 전통적인 5성급 호텔로 30여 년의 운영을 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건축물이 노화된 만큼, 이번 리포지셔닝을 통해 기존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 역시 큰 변화를 이끌었다. 일반적으로 특급호텔은 외국 비즈니스나 관광객 수요를 메인으로 잡고 내국인들의 경우 특별한 날만 이용한다는 보편적인 인식은 점진적으로 변화, 최근에는 가족 단위 레저 및 휴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내·외관의 디자인 변경과 더불어 호텔의 포지셔닝(Positioning)을 기존 전통 5성급 호텔에서 가족형 레저 호텔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해 이에 맞게 대대적인 부대시설 프로그램 변경이 진행됐다. 




호텔 F&B의 재구성

흔히 특급호텔의 꽃으로 F&B를 꼽곤 한다. 일반 비즈니스호텔에 비해 많은 개수의 F&B를 보유해야만 5성급 호텔의 타이틀을 달 수 있고, 브랜드의 이미지 관리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한셀렉트 경주 역시 리모델링 전까지는 뷔페, 중식, 베이커리 등등 총 6개의 F&B가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 리포지션닝에 따라 핵심 타깃인 젊은 가족들이 이용하기에는 호텔의 전통 F&B는 조식을 제외하고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고 판단, 과감히 뷔페 레스토랑, 라운지 & 바 2개소로 축소하고 좀 더 다가가기 쉬운 Entry Fine Dining 성격의 셀렉다이닝을 신설했다. 외부의 유명 셰프 및 레스토랑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Market 338’은 다양한 식음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마켓의 개념과 호텔이 위치한 보문로 338을 조합해 만든 타이틀이다. 이탈리안, 한식, 중식, 타이 음식 등 총 7개의 식음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고 호텔의 주 출입구를 통해 접근하기보다는 별도의 출입구를 구성해 투숙객 외에도 일반 관광객 역시 거부감 없이 진입할 수 있게 계획했다. 여기에 호텔이 위치한 경주 보문호의 경우 벚꽃 축제뿐만 아니라 자전거 둘레길로 찾는 지역민들이 많은 반면 인근에 접근할 수 있는 식음 공간들이 많지 않았는데 Market 338가 보문호에 가까운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둘레길과 바로 연결되는 진입계단을 추가했다. 


  


체류형 공간의 신설

최근 여행에 대한 인식은 가급적 많은 곳을 둘러보는 관광 형태에서 방문지를 줄이더라도 좀 더 깊게 느끼고 체험하려는 휴양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리뉴얼에서 중점을 둔 부분 중 하나는 고객들이 호텔에서 머무는 동안 좀 더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확보였고, 이에 통상적으로 호텔의 레저 프로그램으로 포함되는 실·내외 수영장, SPA 외에 책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경주산책’이 도입됐다. 170평 규모의 이 공간은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에 맞춘 큐레이션 도서를 비롯해 디자인 소품, 아트웍 컬래버레이션 전시, 작은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실제로 오픈하고 나서 필자가 호텔을 방문했을 때 경주산책에서 어린 자녀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있던 젊은 부모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라한셀렉트 경주에는 경주산책 외에도 아이들이 사계절 즐길 수 있는 키즈라운지와 실내 스케이트장, 5개의 레인을 갖춘 볼링장, 지역의 다양한 먹거리와 잡화를 구입할 수 있는 경주상점, 경주의 다양한 문화재 및 명소를 형상화한 포토뮤지엄 등 기존 특급호텔의 문법에서 벗어난 레저 프로그램들로 탈바꿈해 며칠을 호텔에서 체류하더라도 지루하지 않게 변화했다. 




‘라한’의 아이덴티티를 푼 전체적인 건축물의 조형은 1992년 신축 당시 적극적인 곡선형으로 메스가 계획된 반면, 파사드의 디자인은 단순한 면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리뉴얼을 통해 기존 조형이 가지고 있던 콘셉트를 강조하는 한편 발코니를 곡선형으로 디자인하면서 전체적인 건축물의 일관된 콘셉트를 파사드에도 접목했으며, 이 부분은 호텔 주출입구 캐노피에도 반영됐다. 실내 인테리어의 경우 브랜드인 ‘라한’은 즐거움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인 ‘라온’과 한국의 ‘한’을 조합한 단어인데 이러한 브랜드의 Identity를 한국의 전통적인 목구조 형식으로 풀었고, 대표적으로 호텔의 Welcome Space인 로비라운지에 이 콘셉트가 반영됐다. 


새로 오픈하는 호텔이 본연의 서비스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지 통상 3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업계에서는 이야기한다. 라한셀렉트 경주의 경우는 기존 특급호텔의 문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가족형 레저호텔로 탈바꿈했기 때문에 운영하는 호텔리어의 입장에서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시설뿐만 아니라 운영까지 완결됐을 때의 호텔의 진정한 모습을 담당한 건축가로서 기대해 본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상무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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