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로컬호텔의 가까운 미래 : 공유호텔

2019.04.03 09:20:45




공유숙박, 공유차량, 공유오피스. 이른바 공유경제가 전 세계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 붐 때보다도 더 많은 투자들이 이뤄지고 있다. 경제적인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는데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 추이(출처: PwC)를 보면 2025년 3350억 달러(37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대표적 공유차량 플랫폼인 우버의 기업 가치는 이미 미국 자동차 빅3를 합친 것보다 많고, 공유숙박의 선두주자인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을 넘어서고 있다.


이렇듯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새로운 전환기인 만큼 기존의 소유 중심 시스템과 많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고 호텔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2019년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연 180일 이내의 숙박공유 제공 허용을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호텔업계에서는 공유숙박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공유경제로 향하는 기차는 여러 우려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속이 붙은 상황이며 호텔업계 역시 대척점에서 서 있기 보다는 이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의 준비를 시작해야 하다.


그렇다면 공유경제의 개념이 접목된 호텔은 어디에(Where), 어떻게(How) 만드는 것이 적합할까?

2017년 기준으로 기존 관광호텔의 분포(출처: 문화체육관광부)를 보면 서울, 경기, 부산, 제주 4개 지역에 70% 이상이 밀집해 있다. 4개 지역 이외에 다른 지역은 관광 및 비즈니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그로 인해 호텔산업이 지역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지역에 호텔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관광 인프라 발전과 병행해 새로운 개념의 모델이 제시돼야 하며 그 모델은 지역과 아주 밀접하게 결합된 방식의 호텔이어야 한다. 이것을 공유경제의 개념에 대입해 보면 ‘호텔이 가진 유휴자원을 지역과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공유호텔(SHARE HOTEL)은 숙소와 식음료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기존 호텔의 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며 건축설계를 진행할 경우에도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토대로 시작해야 한다. 공유호텔의 개념을 정리해 보면 아래의 4가지의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Ⅰ. 호텔과 지역의 경계를 흐려야 한다.
전통적으로 주출입구와 로비는 호텔의 콘셉트를 드러내는 주요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적인 화려함과 서비스를 위해 로비 중심에 위치하는 리셉션은 일반인들에게는 호텔로의 자유로운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유호텔에서의 주출입구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기능적으로 구성되고 로비 리셉션은 투숙객들을 대응하는 최소한의 기능만을 부여한 채 로비 전면에서 사이드로 위치를 이동해야 한다. 또한, 지역의 다양한 가용자원들을 활용함으로 해서 호텔 내에 한정된 부대시설만으로 고객들을 대응하는 것이 아닌 지역 전체가 호텔로 인식되도록 구성해야 한다.


Ⅱ. 지역의 DNA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그마한 상품을 판매할 때도 스토리텔링은 중요한 요소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사회, 경제, 문화, 역사 등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고객들이 흥미 있어 할만한 Keyword가 호텔의 곳곳에 묻어나야만 브랜드 호텔의 화려한 디자인과는 차별화된 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 공간뿐만 아니라 호텔 직원들 역시 지역과의 밀접한 교류를 통해 정기적으로 지역의 음식, 공예, 미술, 축제 등의 행사를 기획해 고객들과 지역민들의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 공유호텔 직원의 새로운 업무가 될 것이다.


Ⅲ. 지역의 일상에 밀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야 한다.
공유호텔은 지역민들이 특별한 날에만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에 밀착된 공간으로 구성돼야 한다. 세탁소, 바버숍(Barbershop), 무인 택배함, 로컬마켓, Kid’s Room 등 그 지역에 결여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을 찾아서 호텔과 결합시킨다면 지역민들은 마실 다니듯이 호텔을 이용할 수 있고 투숙객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 객실 구성 역시 외부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정형화된 규격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벗어나 지역민들의 친인척들이 방문했을 때 묵을 수 있는 공간이나 세컨드 리빙(Second Living)의 역할이 추가된다면 호텔 기획 시 늘 고민하는 객실이용률(Occupancy)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Ⅳ. 호텔의 가치는 지역의 가치로 환원돼야 한다.
최근에 국내에 만들어진 몇몇 호텔들은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지역시장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거나 일정 수익을 지역으로 환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부분은 공유호텔을 만들기 위한 핵심으로 지역에 호텔이 들어설 때 지역민들이 본인들의 삶에도 좋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로 인해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호텔의 다양한 기획에 참여 할 것이고 이로 인해 비로소 공유호텔의 전제가 성립될 수 있다.



인사동길, 가로수길 등은 초창기 정부나 지역단체가 기획해 만든 문화공간이 아니라 불특정의 문화주체들이 자생적으로 창조한 공간들이었다. 공유호텔 역시 지역주민과 관광객 등 다양한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문화적인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플랫폼(Platform)의 기능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기존 관광호텔과는 또 다른, 지역사회의 거점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이사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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