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는 호텔 객실의 기준

2019.10.21 09:20:07



비즈니스호텔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비즈니스호텔은 저렴한 경비로 출장 온 비즈니스맨들이 쉽게 업무를 보고 장기 투숙하기 편리하도록 만든 호텔로, 인터넷·팩스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 숙박 기능 외 소규모 미팅 시설을 갖춘 호텔을 지칭한다. 미국의 베스트웨스턴(Best Western)과 프랑스 이비스(Ibis)가 대표적인 비즈니스호텔 체인이라 볼 수 있으며, 본래는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특화된 숙박시설이지만, 국내외 여행을 선호하는 관광객들도 많이 선택하고 있다.
부티크 호텔, 라이프스타일 호텔, 로컬 호텔 등 다양한 콘셉트의 호텔들이 최근에 연달아 오픈하고 있는 국내 시장 상황에서 굳이 철 지난 비즈니스호텔에 대해 언급을 하는 이유는 객실과 관련된 부분을 비교해 보기 위해서다. 새로운 개념의 호텔들이 등장하면서 콘셉트와 운영방식, 부대시설에 대한 변화는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데 반해 객실 영역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그 변화가 더디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비즈니스호텔의 등장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명동은 비즈니스호텔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했던 국내에서 2006년 문을 열었다. 객실 수는 280실, 특급과 저가형 호텔 사이 틈새시장을 처음 개척한 덕분에 업계에선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명동을 비즈니스호텔의 교본으로 부른다. 기존의 특급호텔과 비교해 부대시설은 대폭 감소시키거나 임대로 돌리고 룸서비스 등의 운영까지 과감히 배제한 채 객실을 위주로 한 영업방식은 그 전까지 호텔에서 응당 필요하고 고객들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여러 가지 운영상의 관례들을 깨는 표본이 됐다.



이후 2012년 호텔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공포와 맞물려 폭증한 신축 호텔들의 대부분은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명동을 하나의 롤 모델로 해 큰 구성을 유지한 채 부분적인 업데이트를 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하게 됐다. 객실의 면적 역시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명동의 스탠더드 룸인 21㎡(6.3평)를 기준으로 크게 Bed Zone, Wet Zone 2개의 조닝을 유지한 채 면적만 키우는 방식으로 업데이트했는데 최근까지 지어진 호텔들의 스탠더드 룸의 면적은 26~28㎡(7.8~8.4평)까지 커지고 있는 추세다. 

호텔 이용 타깃의 변화
예전 칼럼(로컬 브랜드 호텔의 새로운 전환점)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호텔을 이용하는 주 이용객들은 비즈니스호텔이 등장한 2000년대까지는 외국 관광객 및 비즈니스 등이 주요 대상이었고 국내 일반 고객들은 타깃 설정 시 큰 고려 요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중저가 호텔들의 대량 공급에 따라 호텔 이용 문턱이 낮아지고, 밀레니얼 세대로 대변되는 이용계층의 변화,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레저 문화의 확장 등을 통해 내국인들의 호텔 이용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언론 기사에 종종 언급되는 호캉스, 키캉스(키즈에 특화된 호텔에서 누리는 바캉스) 등 호텔과 연관된 신조어의 등장은 호텔의 주 이용 타깃이 외국 관광객 및 비즈니스에서 내국인, 그중에서도 가족 단위 고객들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가족 단위 고객들은 호텔이라는 공간을 기존에 특별한 날(휴가, 기념일 등)에만 방문하는 곳에서 일상적인 여가를 보내는 장소로 인지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시장변화에 대한 호텔 공간의 대응이 수영장, 키즈 룸 등을 필두로 부대시설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객실에서는 본질적인 공간 구성의 변화 없이 면적이 일부 늘어나고 디자인의 변화만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호텔 객실의 기준
3~4인 가족들이 교외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선택하는 숙소는 대부분 리조트나 펜션 등이고 호텔은 고려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마련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호텔의 객실(특히 스탠다더 룸)은 기본적으로 가족이 머물기에는 적합한 구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객실의 조닝이 크게 Bed Zone, Wet Zone 2개의 영역으로만 구성돼 있는 관계로 어린 자녀들을 돌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호텔의 객실 중 스위트룸 등이 가족이 지내기에는 적정한 구성이기는 하지만 객실 비율도 낮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호텔 이용 타깃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가족 단위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심형 호텔들은 기본 프로그램 구성 시 스탠더드 객실은 Bed Zone, Wet Zone에 더해 Living Zone이 추가된 기본구성으로 계획돼야 하며 면적 역시 약 35~38㎡로 늘어나야 타깃에 대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호텔인 Trunk, KOE Hotel 등의 스탠더드 객실 면적이 평균 3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면적의 설정이 유효함을 알 수 있다.

호텔 건축설계 시 객실 스탠더드 룸의 기본 면적 산정은 전체 건물의 구성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스탠더드 룸이 커지게 되면 전체 객실 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발생되는 사업 수지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텔이라는 건물이 가지는 기본 속성이 한 번 지어지고 나면 객실의 기본면적은 변경에 한계가 있고, 인테리어 디자인의 변경만으로 변화하는 이용객의 Needs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 신중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이사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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