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호텔 속 숨은 직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TEDxSNU Behind Story

2020.03.04 09:40:17


작년 11월 말 저녁에 퇴근해서 쉬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한 통의 메일 알람이 울렸다. 메일을 열어보니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의 한 학생이 보낸 것이었는데, [TEDxSNU 2020 Winter] 행사의 연사로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알고 있던 그 TED인가 싶어 인터넷을 들어가 검색을 해보니 TEDxTED에서 파생돼 전 세계 150개국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의 하나로 TEDxSNU(Seoul National University)2011년부터 서울대학교가 주최하여 진행하는 행사였다


2020 Winter 시즌의 테마는 숨바꼭질: 들키기 전까지의 이야기였고 필자에게 섭외요청을 한 이유도 자세히 언급돼 있었다. 과거 호텔의 숨겨진 공간 : BOH’란 주제로 본 매거진에 게재했던 글을 읽고 호텔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이들이 잘 숨을 수 있도록하려면 건축설계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이번 행사의 주제인 숨바꼭질과 부합돼 연사초청 메일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지식 공유 컨퍼런스로 알려진 TED에 연사로 서서 호텔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일반인분들에게 공유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일듯해 바로 승낙 메일을 보냈다. 물론, 이후 만만치 많은 준비과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준비과정

연사 승낙 후 며칠 뒤 받은 메일에는 약간의 당황스러운 내용이 적혀있었다. 연사로 확정된 것은 아니고 연사 후보로서 1차 인터뷰를 가진 후 강연 아이디어가 행사 주제와 부합되는지 등을 고려해 최종 연사로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17년 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인터뷰를 했던 것이 다인 필자에게 강연을 위해 인터뷰를 준비한다는 것이 낯설기도 했지만, 기왕 하기로 했으니 해보자는 마음으로 몇 일 동안 야간에 틈틈이 서면 질의에 대한 내용을 준비했다.


12월 초 5명의 대학생들이 오후 늦은 시간 회사에 방문해 약 2시간 동안 인터뷰가 진행됐다.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준비한다는 점에서 편하게 진행될 거라 예상했지만, 몇 가지 강연 아이디어는 이번 주제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바로 커트 당하는 등 순탄치만은 않은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예비 인터뷰가 끝난 후, 행사를 준비한 오거나이저(Organizer)’들이 전체 내부미팅을 통해 총 4명의 연사가 결정됐다. ‘숨바꼭질이라는 주제가 직관적으로 연상되는 타투, 복면가왕, 마술, 호텔의 BOH 등이 그 주인공이였다. 강연 길이는 18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해서 너무 짧은 게 아닌가 했지만 막상 원고를 작성해보니 A4 용지로 6장 분량 정도였고 더욱 난감한 상황은 원고를 모두 암기해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실제 강연 시 앞단에 프롬프터(Prompter)를 설치해 놓기는 한다지만 청중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는 암기는 필수였고, 유일한 방법은 하루 일과 중 틈틈이 시간을 할애해 지속적으로 읽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제일 중요한 강연 주제의 경우 호텔의 숨겨진 공간인 ‘BOH(Back Of House)’와 그곳에서 일하는 호텔리어 분들에 관한 내용으로 잡았는데 건축설계를 하면서 실제 언급하는 기술적인 부분들은 일반 청중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에 그동안 호텔들을 견학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 중 공감이 갈만한 에피소드 몇 가지와 직원 공간의 환경개선을 위한 건축적인 솔루션 등을 가지고 이야기의 큰 얼개를 구성했다.

 



행사

행사는 22일 오후 2시 강남에 위치한 슈피겐홀에서 진행됐다. 최종 리허설을 위해 오전 10시 행사장에 도착하니 오거나이저들이 행사장을 꾸밀 다양한 소품들을 옮기고 있었다. 분주하게 행사장이 세팅되는 동안 장시간이 대기가 이어졌고, 막상 리허설은 20분 정도 만에 마무리됐다. 오후 130분부터 관람객들의 입장이 시작되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다행히 행사 시작 전 어느 정도 인원들이 들어차는 모습을 보니 TED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실감했다. 필자는 첫 번째로 강연을 하게 됐고 18분의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2개월간의 준비기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큰 실수 없이 마무리 됐다는데 안도감이 드는 행사였다.

 

호텔에서 직원 공간 및 직원들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이유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보이지 않게 제공함으로써 그 퀄리티를 높이기 위함일 것입니다. 하지만, 숨겨져 있다고 해서 그 공간을 하찮게 생각하고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외부환경을 볼 수 없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온종일 일을 하는 호텔직원들에게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공간의 화려함 외에도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주체인 숨겨진 직원 공간에 대한 깊은 고민이 좋은 호텔을 만드는 필수요소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본 강연의 결론으로 서비스 전문직인 호텔직원들에 대한 처우 및 공간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마무리됐다. 호텔 사업주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로는 호텔 건축설계를 계속하고 있는 필자 역시 직원 공간 계획을 하면서 얼마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지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상무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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