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숙박업의 게임 체인저에 도전하는 MUJI

2025.02.16 08:24:33

- MUJI STAY = MUJI HOTEL + MUJI BASE + MUJI room + MUJI Camp

 

의류와 생활용품 브랜드로 익숙한 MUJI(良品計画)가 몇 년 전 긴자에 ‘무지 호텔’을 선뵈며 본격적으로 숙박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이후 MUJI는 숙박업의 중심을 건물 같은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가전과 인테리어 등 건물 내부를 채우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에 중심을 두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며 숙박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숙박업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려는 MUJI의 도전과 그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숙박업의 플랫폼 MUJI STAY


MUJI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추진해 오던 숙박업인 MUJI HOTEL과 MUJI BASE 등의 숙박 비즈니스를 ‘MUJI STAY’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 나아가 지방의 유휴 시설을 리노베이션해 관광 중심의 일시적인 숙박에서 벗어나 지방을 중심으로한 중장기 체류형 숙박 시설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MIJI STAY는 4가지 브랜드로 구성된다. 첫 번째 MUJI HOTEL은 이미 중국과 일본 세 곳에서 MUJI의 제품으로 프로듀스해 선뵌 브랜드다. 두 번째 MUJI BASE는 지방에서 활용되고 있지 않는 유휴 시설을 숙박 및 다양한 공간으로 리노베이션 및 리스토리텔링을 통해 전개하고 있다. 세 번째 MUJI Room은 기존의 료칸 및 호텔 등의 숙박시설을 리노베이션했다. 네 번째 MUJI Camp는 기존의 아웃도어 캠핑장에 다양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와 같은 4개의 브랜드를 통합하고 있는 숙박 플랫폼이 MUJI STAY인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이들이 새로운 숙박시설을 신축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유휴 시설을 기반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리노베이션한 객실의 편의용품에는 MUJI 제품 등을 활용하고, 야식이나 간단한 식사를 위해 MUJI의 스낵을 준비하는 한편, 지역 재료를 활용한 가구와 비품도 함께 사용, MUJI만의 세계관을 연출한다. 이는 기존 유휴 시설을 MUJI의 노하우와 제품으로 리노베이션하기 때문에 투자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숙박 시설의 운영은 지역의 운영업체에 담당하도록 위탁하는 방식을 취한다.

 

 

지방 유휴시설의 리스토리텔링 ‘MUJI BASE’


MUJI BASE OIKAWA는 일본 치바현 나카보소 지역의 산간부 고지대에 위치한 오이카와 초등학교의 폐교시설을 활용해 탄생했다. 오이카와 초등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2013년 폐교됐지만 4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 MUJI는 지자체와의 논의를 거쳐 우선 이곳을 코워킹 스페이스와 소규모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공유 시설로 리노베이션하고 운영해 나갔다. 그 후 2024년 10월, MUJI STAY를 사업화하는 첫 프로젝트로 지역 밀착형 숙박 시설을 추가로 오픈해 MUJI BASE OIKAWA로 이름지었다.

 

MUJI BASE OIKAWA는 옛 학교 건물의 교실이었던 공간을 숙박 시설로 탈바꿈시켰는데, A동(141㎡)과 B동(151㎡)으로 나뉜 두 채의 건물에는 각각 3개의 객실을 마련했다. 체류할 수 있는 인원은 건물을 통째로 대여할 경우 한 동에 10명씩 최대 20명까지 이용 가능하다. 숙박시설로 만들어졌지만, 이곳에는 숙박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MUJI 매장, 코워킹 스페이스, 코인세탁실, 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매장에서는 MUJI의 상품뿐만 아니라 지역 특산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으며, 코워킹 스페이스는 예약 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공용 공간에는 BBQ 렌탈 스페이스가 마련돼 바비큐나 피자 만들기 등의 야외 활동도 즐길 수 있다. 인근 농장에서 수확 체험을 할 수도 있고, 공유 농장 운영도 기획하고 있다.

 


공간 디자인을 맡은 MUJI의 ‘IDEE(이데)’라는 브랜드는 폐교된 초등학교라는 특징을 살려, ‘놀이 공간(Play ground)’이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요소를 더했다. 예를 들면 미술실에서 사용되던 책상과 의자를 다이닝 세트로 재탄생시켰고, 체육관에 있던 농구공은 폐자재 예술 작품으로 업사이클링했다. 이용 요금은 A동이 건물 전체 대여 시 5만 엔부터, B동은 5만 5000엔부터다. 객실 단위 대여는 1박 2만 엔부터 가능하며, 추가적으로 청소 요금(객실당 1만 엔)이 부과된다. 이처럼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지역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기를 목표로 탄생한 MUJI BASE 브랜드는 지금 카가와현과 치바현의 다른 지역에도 오픈을 하며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방 숙박시설의 Re-born, MUJI room


MUJI room은 호텔, 여관, 렌트 별장 등 기존 숙박 시설 내에서 MUJI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은 증가하고 있지만, 여행 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빈방이 채워지지 않는 여관과 호텔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 부족이나 창의적인 개선 방안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시설도 많다. MUJI room은 바로 이러한 숙박 사업자를 지원하고 지역과 함께 발전하고자 하는 목표로 탄생했다.

 


MUJI room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진다. 하나는 ‘지역 공생형’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수탁형’ 모델이다. 먼저 지역 공생형 모델은 MUJI가 초기 투자, 홍보, 고객 유치 및 예약 관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며, 기존의 건축물과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 동시에 MUJI는 공간 설계 및 지역 체험을 프로듀스하며, 숙박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한다.

 

즉, MUJI는 숙박 사업자로 하여금 초기 투자 없이 빈 객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는 지역 전체의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한편, 수탁형 모델은 사업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MUJI가 공간 디자인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모델은 중장기 체류 및 지역적 특색을 느낄 수 있는 숙박 체험을 제공, 기존 호텔에서 MUJI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MUJI room LIBER HOTEL(오사카)은 수탁형 모델의 첫 사례로 2024년 12월에 오픈했다. MUJI는 이 시설에 MUJI의 철학과 디자인이 담긴 4가지 타입(Type A~D)의 객실을 각 3개씩, 총 12개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객실에는 MUJI의 침구, 어메니티, 식음료 제품이 비치돼 있다. 그리고 지역 공생형 사례로는 MUJI room SAKAMOTOYA(나라현)가 있는데 나라현 요시노초의 전통 여관 사카모토야 내에 ‘MUJI room SAKAMOTOYA’를 오픈했다. 1928년에 창업한 사카모토야는 요시노 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숙박을 제공하는데, 이곳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과 현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에게 요시노초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에 공을 들이고 있다.

 

MUJI는 MUJI STAY를 선보이면서 궁극적인 목표로 ‘커뮤니티형 중장기 체류’를 내세웠다. 고객들이 반복해서 방문하고 오래 머무르며 더 깊이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지역 체험 가치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다. 특히 MUJI STAY는 지방의 빈집이나 유휴 시설 등의 활용을 지침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매년 400개 이상의 초중고 학교와 대학의 폐교 시설이 생겨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진 출처_ https://stay.muj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