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DNA] 세일즈, 시장과 고객의 실재와 마주하다_ 세일즈 본질 통해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때 - ①

2020.11.11 08:50:00


호텔은 관광 인프라 중에서도 종합 환대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다. 그러나 고객의 발이 닿지 않는다면 호텔은 그저 크고 화려한 건물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호텔은 어렴풋이 부유하고 있는 호텔 이미지 속 나름의 포지셔닝을 위해 온갖 마케팅과 PR 전략으로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 역시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저 고요 속의 외침에 불과할 뿐이다. 기업에서 자랑스럽게 내놓은 제품, 혹은 서비스의 가치는 이처럼 영업, 세일즈가 전제돼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 세일즈는 가치 교환을 이뤄내는 핵심적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발굴, 생성해내기도 하는 조물주다. 


그러나 그만큼 창조적이어야 할 세일즈는 눈앞의 목표 달성에 매몰돼 역설적이게도 관성과 하던 대로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기업의 대표도, 마케팅 직원도 모르는 ‘고객의 실재’를 알고 있는 유일한 부서임에도 현장 업무라는 이유로 기업 전략에서 배제돼 온 세일즈. Hotel DNA 세 번째 편에서는 마케팅, PR에 이어, 무관심 속에 멈춰져있던 역동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참고 문헌 세일즈 마스터(Sales Master)





한번 재고는 영원한 재고로 남는 호텔 서비스
호텔은 정해진 시설과 인력을 가지고 최고의 수입을 올려야 하는 사업이다. 한정된 시설을 최대한 활용, 수익의 극대화를 꾀해야 한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재고가 없다. 한번 재고는 영원히 재고로 남고, 이런 이유로 호텔 세일즈 담당자들은 매일 고객 수요를 창출해야 하기에, 한시도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 긴장감 속에 생활한다.

영업의 사전적 정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또는 그런 행위’로 영업직은 기업의 이윤 창출과 직결되는 직무라 호텔을 포함한 모든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그만큼 가장 많은 직무 중 하나다. 마케팅이 100년이 넘는 전통의 학문이라면 세일즈는 인간이 거래를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난 가장 오래된 직업으로 꼽힌다.

흔히 호텔에서는 세일즈와 마케팅을 통합한 부서가 많지만, 마케팅과 비교했을 때 세일즈는 엄연히 다른 영역에 속한다. 「세일즈 마스터」의 저자이자 한국영업혁신그룹(Korea Sales Institute)의 이장석 대표(이하 이 대표)는 “세일즈는 찾아 나서는 것인 반면 마케팅은 터트리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세일즈와 마케팅의 차이를 설명한다. 그는 “판매는 분명 영업활동이지만 ‘영업’이라는 용어의 뉘앙스가 생산자 중심, 제품 중심이라는 편견에 의해 ‘시장과 고객’ 중심의 의미로 ‘마케팅’이 판매의 자리를 대신했다. 특히 B2C 비즈니스에서 기업들은 마케팅과 전략을 담당한다. 최종소비자와의 영업 전선은 영업 파트너의 몫이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기업 입장에서는 영업보다 마케팅에 집중 투자를 해왔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세일즈 부서를 ‘판촉부’라고 부르는 호텔들도 있는데 판촉과 세일즈도 본질적인 접근부터가 다른 개념이다. ‘판매촉진(Sales Promotion)’이란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 혹은 판매를 증진시키기 위한 단기적 인센티브를 의미, 초점은 ‘단기적’이라는 기간 개념에 맞춰진다. 판매촉진의 종류로는 샘플, 쿠폰, 할인, 이벤트, 프로모션과 같이 일종의 유인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며, 단기적, 일회성으로 폭발적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성공적으로 수행된 판촉 전략도 장기화되면 보통의 제품 개념으로 바뀌게 되고, 그 효과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세일즈는 마케팅, 판촉과는 다른 분명한 고유 영역을 가지고 있는 직무다. 호텔이 가지고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에서 파악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게 적재적소에 전달, 이익을 창출하고, 고객의 실재를 파악해 이를 다시 호텔의 상품에 적용하는 것. 기업의 많은 부서 중에 유일하게 살아있는 현장을 확인하며 소통하는 직무가 바로 세일즈다.

아직까지 30년 전 패러다임에 멈춰있어
영업의 영역은 시대가 복잡해지고 고객의 성향이 세분화되는 반면 이를 충족시켜줄 대체재가 많아지면서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이 있으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아오던 시대는 이미 지난지 오래다. 아무리 고성능의 신제품일지라도 6개월 이내 비슷한 상품이 출시된다. 고객의 물음이 있는 곳에는 늘 정확한 답을 내놓는 기업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1000원에 판매하는 막걸리가 주점에서는 4000원에, 산 정상에서는 1만 원에 판매돼도 이를 기꺼이 소비하는 이들이 있다. 같은 제품을 편의점에서 팔지, 산 정상에서 팔지 결정하는 것은 영업 직원들의 전략적 사고, 시장과 고객에 대한 고민의 깊이에 달렸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더라도 전략적 접근으로 제품의 가치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영업은 이윤 창출의 기업 존재 의미를 찾아줄 수 있는 핵심 기능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흔히 ‘영업’이라고 하면 단기적 실적 추구, 사적인 인간관계, 요행과 불법을 일삼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같은 말이지만 영업보다는 세일즈, 세일즈보다는 비즈니스라고 표현되길 원하는 실무자조차 영업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영업과 함께 기업의 핵심 기능인 생산은 자동화를 넘어 지능화되고 있다. 연구개발은 프로세스 표준화와 기술 결합에 의해 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도화되고 있고, 관리 영역도 표준화되고 통합돼 경영의 효율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영업은 아직까지 30년 전의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하며 “공장 생산설비가 부식됐는데 그대로 사용하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고, 연구소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방치하는 경영자도 없다. 그러나 영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너무나도 팽배하다.”고 꼬집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영업에 관한 연구는 여러모로 아주 부족한 상태다. 경영학과에서 영업을 정식과목으로 채택한 대학은 찾아볼 수 없거니와 국내 경영 학술지에 실린 마케팅 관련 논문은 수 천 편인 것에 비해 영업 관련 논문은 고작 해봐야 수 십 편정도 뿐이라고 한다. 영업이 아무리 실무 영역이 라지만 학문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영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어쩌면 필연적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흐리고 있던 영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모든 문제는 관계에서부터 비롯돼
적극성, 설득력, 대인관계, 스트레스 내성, 인내심, 소통…. 세일즈인들이 갖춰야 할 대표적인 역량들이다. 성공적인 세일즈를 위해서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의 고객과의 지속적이고 안정적 관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관계지향적 영업(Relationship Selling)’이 주된 목표로 자리 잡혀 있었다. 여기서 관계지향적 영업은 단순 일회성의 거래가 아닌 고객과 서로 유익한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고객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관계지향적 영업에 대한 미국의 연구들은 ‘신뢰’나 ‘헌신’을 키워드로, 감성보다는 이성적 판단을 강조하며 전략적 접근법을 고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전략적 접근을 실시해왔다. 혹자는 미국과 비슷한 관점에서 서양과 비교했을 때 동양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중국의 ‘꽌시(Guanxi)’라고 말한다. 중국어로 관계를 뜻하는 꽌시는 중국소설에 자주 나오는 ‘의(義)’의 다른 표현, 우리나라로 치면 ‘인맥’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꽌시가 없으면 어떤 비즈니스도 진척될 수 없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끈끈한 인간관계를 뜻한다. 표현에서 느껴지듯 이성적인 영역보다 감성적인 영역이 지배적인 관계다.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적 영향을 받았는지, 아니면 특유의 정(情) 문화가 영업에도 스며들었는지 국내 영업은 고객을 만나 고향이나 학벌을 묻고, 비공식적인 회식을 통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지속돼 왔다. 우리는 그동안 영업을 잘하려면 언변이 좋아야하고, 술을 잘 마시면서 셈이 좋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조건에는 함정이 있었다. 영업을 잘하려면 말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맥을 정확히 짚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답을 할 수 있게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소통’을 잘해야 한다. 술을 잘 마시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일궈낼 줄 알아야 하고, 셈을 잘 따지는 것보다 내가 맡고 있는 시장과 고객에 대한 고민을 얼마만큼 하는지 ‘통찰력’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감성중심의 관계는 쌓아 올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게다가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오는 정서적 스트레스도 고스란히 영업 담당자의 몫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얻기 쉬운 것이 아니다보니 때로는 비윤리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면서 고객과 영업 직원 사이에는 갑을관계가 형성, 영업인들의 영역은 점점 인맥 위주의 영역으로 변질돼 갔다.

매너리즘에 빠져 멀어지는 전략적 사고
인맥 위주의 영업은 제품의 가치도, 직원들의 사기도, 기업의 이미지도 높이지 못한 채 불필요한 에너지만 소모하게 된다. 잘못된 관계지향적 영업은 시장에서 교환되는 가치가 제품에 있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에 머물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영업의 본질적 가치는 그렇게 가려져 있었다.

모든 기업은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 영업의 존재 이유 또한 고객에게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함이다. 그리고 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고객을 찾는 것. 즉 영업의 본질은 시장과 고객, 가치에 기반을 둔다. 대인관계는 가치를 높이는데 윤활유 역할은 할 수 있으나 그 자체가 본질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 만나는 일’에만 몰두해온 영업인들은 반복된 일상 속에 발전 없는 매너리즘에 빠져 전략적 접근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영업 담당자들이 쉽게 하는 이야기가 ‘우리는 다르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내가 하는 영업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말과도 같다. 이는 대부분의 영업인들이 가지고 있는 큰 착각과 모순”이라고 말하며 “영업을 한지 오래된 이들은 경력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스스로 영업을 잘하고 있다 착각하지만 그건 ‘하던 대로’의 영업을 잘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가장 쉽게 놓치는 것이 시장과 고객이라는 본질이다. 영업 컨설팅이나 교육을 하면서 기업들에게 항상 질문하는 것이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업을 운영해오며 알게 된 우리 기업의 고객은 어떤 고객인가? 그 고객들은 왜 우리 제품을 선택했나(Why me)? 아쉽게도 생각보다 제대로 답하는 기업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호텔이 영업을 10년 동안 해왔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10년 동안 호텔에 방문한 고객 정보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 호텔의 주방문 고객은 ‘가족단위 고객’이라든지 ‘20~30대 밀레니얼’이라는 답은 충분하지 못하다. 호텔은 CRM을 위한 멤버십 활용이나 고객 만족도 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객실 청소 상태나 직원 친절도 수준의 척도만 가지고는 고객이 우리 호텔에서 해소하고자 했던 니즈와 새로 갖게 된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다. 결국 현장을 채우고 있는 실제 고객의 목소리는 영업 담당자만이 알 수 있고, 그동안 영업 담당자들이 신줏단지 모시듯 귀히 여기던 고객 정보는 이제 내부적으로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섞여야 하지만 섞이지 못하는 세일즈와 마케팅
영업을 통해 얻는 고객 정보는 어느 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호텔의 유일무이한 자산이다. 영업 직원은 담당 시장과 고객에 대한 기업의 총 책임자이자 최고 권위자다. 고객에 대한 상담은 물론, 호텔과 서비스에 대해 교육도 해야 하고,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각종 피드백을 수집해야 하는 인간관계의 전문가다.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정규엽 교수는 “영업은 여타의 판매촉진 전략과 비교할 때 개별적 접촉을 통한 최대의 융통성과 가장 빠르고 정확한 고객의 반응을 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세일즈를 가장 잘하는 집단으로 꼽히는 기업은 미국 화장품 기업인 에이본(Avon)이다. 에이본의 가장 대표적 브랜드 이미지는 ‘여성 판매원’이다. 국내에서 찾는다면 대표 세일즈 전문가들은 1초에 30여 개씩 판매된다는 한국야쿠르트의 대표 브랜드 ‘야쿠르트 아주머니’”라고 이야기한다.




화장품 방문판매원, 야쿠르트 아주머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모든 고객 정보를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화장품 방문판매원들은 주부들의 인기 스타였다. 그가 방문하는 날이면 친한 동네 주부들은 삼삼오오 모여 몇 시간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판매원과 함께 나눈다. 이런 디테일을 업계 리더들하고만 소통하는 최고 경영자와 리더, 그리고 자료와 회의를 통해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마케팅 담당자들은 알 길이 없다.

세일즈와 마케팅의 영역이 섞일 듯 섞이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일즈와 마케팅은 근본적으로 가치 있는 고객을 유치, 이들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는데 공통의 목표를 두고 있음에도, 마케팅은 그들이 고상하게 계획한 마케팅 전략을 영업이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고, 영업은 마케팅이 현장에서 직면한 실질적인 과제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무시한다. 영업직원은 항상 시장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경쟁력 있는 솔루션이 없다고 불평하고, 회사의 전략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이는 영업을 통해 얻어진 실질 고객정보들이 내부적으로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괴리다.

내일 세일즈, 시장과 고객의 실재와 마주하다_
세일즈 본질 통해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때 - ②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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