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erage People] 페루 브랜디의 맛, Peruvian Pisco

2017.04.04 14:58:49


한국에 소주가 있다면 페루에는 어떤 술이 있을까?
답은 피스코(Pisco). 피스코는 포도를 증류해 만든 브랜디로 페루의 대표 주류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이름일지 몰라도 해외에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술이다. 최근 새로운 주류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며 피스코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읽은 주한 페루무역대표부가 본격적으로 프로모션에 뛰어들면서 피스코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피스코를 놓고 페루와 칠레가 각각 원조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이번 기사는 페루비안 피스코를 다룬다.



Pisco? Pisco!
피스코의 역사는 매우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주한 페루무역대표부의 자료에 따르면, 1500년대 잉카제국을 정복한 후 그곳에 정착한 스페인인들은 자국의 브랜디 ‘퍼미스’를 대체할 주류를 찾게 됐다. 그들이 안데스 산맥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피스코를 빚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피스코는 포도즙을 블렌딩해 숙성한 뒤 증류해서 만들어진다. 35~50도의 높은 도수에 물처럼 투명하다는 것이 특징. 피스코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단일 포도 품종만을 사용한 피스코 퓨로Puro, 다양한 포도 품종을 블렌딩한 피스코 아초라도(Acholado),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포도 원액을 증류한 것으로 당 성분이 남아 있어 특유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피스코 모스토베르데(Mosto verde)가 그것이다. 또한, 페루의 피스코는 8가지의 포도 품종을 사용하며 이는 이딸리아(Italia), 토론텔(Torontel), 모스카텔(Moscatel), 알비야(Abilla), 케브란타(Quebranta), 네그라크리올라(Negracriolla), 몰라(Molla), 우비나(Uvina) 등이다.



Pisco for Cocktails
피스코는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다양한 재료와 잘 어울린다. 피스코 베이스 칵테일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⑴ 피스코 펀치(Pisco Punch) : 19C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는 피스코 칵테일이다. 파인애플, 아라비아 검(Arabic Gum), 설탕 시럽 등이 들어간다.
⑵ 피스코 사워(Pisco Sour) : 달걀흰자, 라임 주스, 간단한 시럽으로 만드는 피스코 사워는 페루 대표 칵테일이다. 일반적으로 페루 버전에는 쓴맛이 있지만 칠레 버전에는 쓴맛이 없다.
⑶ 피스커피(Piscoffee) : 얼음, 커피, 피스코를 사용해 만든 칵테일. 아이리시 커피(Irish Coffee)의 변형으로 위스키 대신 피스코를 넣는 메뉴도 있다.
⑷ 피스코 플립(Pisco Flip) : 피스코 사워는 달걀흰자를 쓰지만, 플립은 노른자를 이용한다.


*레시피 출처 : Meehan, Jim, <The PDT Cocktail Book>, Sterling Epicure, 2011 / Difford's Guide(diffordsguide.com)



Pisco Night, 피스코와 함께한 밤
지난 3월 9일 서울 강남구 화이트바에서 ‘피스코 나이트’ 행사가 열렸다. 이는 주한 페루무역대표부(OCEX in Seoul)가 페루의 대표 주류 피스코를 알리기 위해 기획한 이벤트로, 페루무역대표부 관계자와 홍보사, 기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피스코 소개와 칵테일 시연, 시음 등으로 이뤄졌다.
주한 페루무역대표부는 피스코 프로모션을 일일 행사로 그치지 않고 3월 한 달간 화이트바에서 진행했다. 페루 전통을 살린 ‘피스코 칠카노’와 화이트바에서 새롭게 선보인 칵테일 ‘피스코 위즐’, ‘로얄 피스코 에일’이 프로모션 메뉴로 이름을 올렸다.
행사를 기획한 주한 페루무역대표부 조안 바레나(Joan Barrena) 상무관은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다른 매력을 가진 피스코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INTERVIEW]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피스코 수입량 늘릴 것



<주한 페루무역대표부 조안 바레나(Joan Barrena) 상무관>


Q. 피스코를 소개해 달라.
피스코는 한국의 소주처럼 페루의 국민주라고 보면 된다. 포도를 증류시켜 만드는데, 포도 7㎏를 쓰면 피스코 1㎏가 나온다. 40년 전만 해도 페루에서 피스코는 어른들이 즐겨 마시는 올드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10여 년 전부터 이러한 트렌드가 바뀌기 시작했다. 다양한 브랜드가 생기고 병의 프레젠테이션도 달라지는 등 이미지가 바뀌면서 젊은 층도 많이 마시기 시작했다.


Q. 피스코의 종류는 어떻게 되나?
케브란타(Quebranta) 라는 종으로 만드는 피스코가 있다. 16C에 스페인인이 네그라(Negra)라는 포도 품종을 페루에 가져왔는데 그중 자연적 돌연변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 돌연변이가 케브란타라는 품종이 됐고 케브란타로 만든 피스코가 생겼다. 또 이딸리아(Italia)라는 품종을 사용한 피스코, 다양한 품종을 혼합해 만드는 아초라도(Acholado)라는 피스코 등 다양하다. 아초라도는 페루 사람들이 ‘섞이는’, ‘믹스된’이라는 뜻으로 쓰는 말로, 품종 여러 개를 섞어 만들기에 그 이름이 붙게 됐다. 마지막으로 가장 순수한 상태의 피스코는 모스토 베르데(Pisco mosto verde)인데, 이는 포도를 처음 추출했을 때 생기는 원료로만 만든다.


Q. 한국에서 ‘피스코 나이트’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피스코는 아직 한국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피스코와 피스코로 만든 칵테일을 알리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또한, 이를 통해 피스코 수출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한국 주류 소비자들의 특징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픈마인드라는 것이다. 새로운 술, 스피릿츠(Spirits)를 접하는 것에도 열려있다. 이 때문에 피스코가 한국에서 더 큰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Q. 피스코의 한국 수입 현황은 어떠한가?
매우 적은 물량이 수입되고 있다. 지금은 수입 업체 2곳만이 피스코를 한국에 들여온다. 첫 번째는 ㈜유픽이라는 주류 수입 업체로 페루에서 피스코를 직수입한다. 또 다른 업체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그곳을 거쳐 한국에 들여오는 형태다.


Q. 한국인들에게 피스코 마시는 방법을 소개해 달라.
피스코는 칵테일로 많이 마신다. 유명한 칵테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피스코 사워(Pisco Sour)’라는 칵테일이다. 피스코 사워는 달걀흰자와 레몬즙을 믹서에 넣고 갈아 만든다. 페루 사람들은 보통 이 칵테일을 집이나 레스토랑에서 음식과 함께 즐긴다. 피스코 사워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은 ‘피스코 칠카노(Pisco Chilcano)’다. 피스코에 진저에일과 레몬즙만 넣으면 완성이라 많은 사람이 즐겨 마신다. 피스코는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데 그 나라마다 고유의 칵테일을 개발한다. 예를 들어 카피탄(Capitan), 펀치(Punch), 마라꾸야(Maracuya)처럼 이국적인 과일을 넣은 피스코 칵테일이 있다.


Q. 피스코 외 페루 음료 중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나?
바나나향이 나는 탄산음료인 잉카콜라(Inca Kola)를 소개하고 싶다. 페루에서는 잉카콜라의 인기가 너무 높아 코카콜라가 시장을 지배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결국 코카콜라社가 잉카콜라를 매입했다. 페루 맥주인 세르베 쿠스께냐(Cerveza Cusqueña) 역시 추천한다. 현재는 다국적 기업이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페루인들이 개발한 독특한 맥주다.


Q. 페루의 식음 문화가 국내에서도 가능성이 있을까?
페루에는 이민자가 많다. 여러 인종과 민족이 혼합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졌고, 식음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국가 면적이 넓어 식자재 종류가 다양하고 풍부하다. 이 덕에 푸짐하고 신선한 요리가 발달했다. 페루 정부 차원에서 유능한 페루의 셰프들을 전 세계로 진출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국적인 메뉴를 맛보는 데 거리낌이 없고, 강한 맛의 음식에도 익숙하므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INTERVIEW] 전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피스코, 국내서도 가능성 높아


<㈜유픽 황의구 대표>


Q. 피스코를 국내에 수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먼저 페루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은 2010년에 페루와 FTA를 체결했고, 그 이후 교역량을 늘리고 있다. 또한 2014년 <꽃보다 청춘>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페루가 대중에게 소개되면서 페루를 방문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블로그나 SNS 등 온라인만 보더라도 페루 여행기가 많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국내에서 페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계기였다. 또 하나는 피스코로 만든 칵테일 피스코 사워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칵테일 선호도 조사 자료를 보면 피스코 사워는 매년 15위 안에 이름을 올린다. 그에 비해 국내에서는 이 칵테일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는 한국에서 수입하는 증류주가 아직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위 두 가지 이유로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피스코를 수입하게 됐다.


Q. 피스코의 수입 경로가 궁금하다.
㈜유픽은 여러 피스코 브랜드 중 가장 크고 유명한 페루비안 피스코 중 하나인 타베르네로(Tabernero)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 브랜드는 해외로 수출되는 물량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큰 브랜드다. ㈜유픽은 한국 독점 공급 파트너로서 페루 증류소로부터 직접 피스코를 수입하고 있다.


Q. 국내 피스코 수입 현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 피스코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바텐더들도 피스코를 알긴 하지만 실제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경우는 적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상적으로 수입·유통되는 피스코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 수입하는 타베르네로가 처음 정상적인 유통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수입하는 제품은 타베르네로 브랜드 내에서 라 보띠하La Botija라는 별칭을 가진 제품 라인이다. 플레이버가 있는 포도 품종 이딸리아(Italia)를 사용한 라 보띠하 이딸리아, 플레이버가 있는 포도 품종과 없는 품종을 혼합한 라 보띠하 아초라도(Acholado) 두 품목을 수입한다. 이제 시장에 전파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Q. 전 세계적으로 피스코는 어떤 술로 알려져 있나?
우선 페루의 국민주로 잘 알려져 있다. 크게 보면 포도를 증류한다는 점에서는 브랜디에 속하지만 피스코만의 독특한 제조방법과 풍미가 있다. 피스코는 보드카나 진처럼 칵테일 베이스로 주로 소비되는데, 피스코 베이스 칵테일은 위에서 언급한 피스코 사워가 대표적이다. 아시아권에는 이제 소개되는 단계이지만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대중적인 칵테일이다. 페루 무역대표부의 자료에 따르면 피스코 수출량은 해마다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만간 세계인이 즐기는 증류주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Q. 국내 피스코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가?
피스코 소개와 확산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음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내 페루 무역대표부와 함께 올 한 해 진행할 행사를 기획 중이다. 피스코 베이스 칵테일은 캐주얼하게 마실 수도 있고, 식사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호텔과 레스토랑에도 많이 소개하려 한다. <호텔&레스토랑> 매거진과도 협력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Q. 앞으로 어떤 주류를 국내에 소개할 예정인가?
한국에 있는 크고 작은 주류 수입업체들이 각자에 개성에 맞는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유픽도 나름의 방향을 갖고 제품을 선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주종의 시장 크기나 브랜드의 크기와 상관없이 우리가 소개하는 술이 그 나라의 문화나 조주자의 노력, 색다른 콘텐츠 등을 담고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브랜드를 찾아 국내에 소개하려 한다. 피스코를 수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 지금 협의 중인 브랜드가 몇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기에 확정 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Q. 국내 주류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나?
앞으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 쪽으로 변화가 이어질 것이다. 질적 성장이란 소비자가 품질을 따지게 되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질적 성장이 이뤄지면 술이 ‘취하려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문화’가 된다. 꽤 오래전부터 이런 추세가 있었는데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맥주 시장을 보면 확실히 느껴지지 않나. 맥주뿐 아니라 다른 주종 역시 이 흐름을 따를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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