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erage People] 홍차의 대중화 위한 콘텐츠 크리에이터 홍차언니 이주현 실장

2019.11.25 09:20:06

- 이보다 더 쉽고 재밌을 수 없다!



우아한 드레스와 턱시도, 새하얀 시트가 깔린 원형 테이블 위 형형색색의 디저트가 쌓인 3단 트레이, 그리고 빨갛게 우러난 차. 왠지 ‘홍차’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다. 홍차는 네덜란드가 중국에서 처음 들여와 서양에 전파한 것으로, 특히 영국의 상류층 사회 귀부인들이 즐기던 차였다. 그들은 네덜란드에 신부수업을 받으러 갈 정도로 이 홍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귀족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홍차의 매력이 전파돼 이렇게 마셔대다가는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끽다망국론’이 퍼졌을 정도였다. 국내에는 밀크티로 대중과 가까운 차인 홍차. 최근 들어 건강상의 이점뿐만 아니라 맛과 향까지 다양한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홍차의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전파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네이버 TV캐스트와 유튜브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홍차언니’ 이주현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실장이다. 



진한 홍차의 향에 매료되다
“떫고 쓰다.” 홍차언니 이주현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실장(이하 이 실장)이 첫 경험한 홍차의 맛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찾은 다방에서 아버지의 잔에 담겨있던 홍차를 맛보게 된 것이 그렇게 뇌리에 박혔다. 사실 차보다는 커피를 더 선호하는 그였다. 차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도, 접해볼 기회도 없었던 나날을 보내다 우연히 그의 인생 사전에 ‘차’라는 것을 넣게 해준 홍차를 만났다. 

“‘랍상소우총’은 중국 차의 대표적인 산지 푸젠성에서 민란으로 인해 짓이겨진 찻잎을 버리기 아까워 솔잎에 그을리다 그것이 솔잎의 훈연향을 은은하게 머금어 특유의 향을 갖게 된 차다. 중국 최고의 차이자 비 오는 날 유독 생각나는 차로 유명한데, 어느 날 제대로 된 방법으로 내린 랍상소우총 한 모금이 그동안 홍차는 떫고 쓰다는 선입견이 잘못됐음을 정확히 깨닫게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가 내어준 랍상소우총은 여느 카페에서 마셨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실론티, 얼그레이와 같이 우리가 아는 홍차와 또 다른 맛이었다.  

맛있는 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찻잎의 양, 물의 온도, 그리고 차를 우리는 시간, 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여기서 ‘차의 맛’이란 차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차는 머그잔 손잡이에 돌돌 말려 우리고 또 우려낸 차였다. 당연히 차가 가지고 있는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우리의 차 문화는 그렇게 자리잡았고, 잘못된 문화로 인해 제맛을 느끼지 못했던 차에 대한 오해가 풀리자 이 실장은 진정한 차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는 “무의식중에 자리잡힌 우리의 습관으로 차에 다가가기 힘들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내가 몰랐던 것처럼 충분히 다른 사람들도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어렵게 공부했던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서 티 블렌딩 수업을 하게 됐다.”며 티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을 이야기한다. 

전 세계적 사랑을 독차지하는 홍차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은 티소믈리에, 티블렌딩, 티코디네이터와 같은 티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에서부터, 티와 관련된 비즈니스의 전반적 분야의 연구, 출판 및 컨설팅을 맡고 있는 한국 최초의 전문 티 관련 교육 연구기관이다. 이 실장은 연구원에서 티블렌딩 과정을 진행, 차의 6대 다류를 공부하고, 여러 가지 종류의 차를, 차가 가지고 있는 특징은 잘 살려내면서 새로운 맛과 향을 혼합하는 방법(블렌딩)을 교육하고 있다.

“티블렌딩은 성격이 다른 티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블렌딩은 찻잎끼리 섞기도, 때로는 향신료를 첨가하기도 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주재료는 당연히 차다. 그리고 6종류의 차 중 블렌딩 했을 때 가장 흡수력이 좋은 차가 홍차다. 가장 포용력이 넓은 차랄까(웃음)?” 그의 말처럼 차를 이야기할 때 홍차는 빠트릴 수 없는 존재이자 전체 차 소비량 중 75~80%를 차지할 만큼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차다.

우리에게는 애프터눈티, 혹은 밀크티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홍차. 최근에는 ‘밀크티 성지순례’를 하러 다니는 젊은 층들이 생기며 홍차에 대한 관심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왠지 ‘차’는 제대로 된 다기 세트를 펼쳐놓고 다도(茶道)를 지키며 마셔야 하는 어려운 음료라는 인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어 차에 대한 접근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이주현 실장이 ‘홍차언니’를 자처하고 나섰다. 



홍차와 친해지고 싶다면 홍차언니에게!
홍차언니는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서 운영하는 네이버TV 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에서 연재되는 홍차 클래스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차를 가장 기본적인 맛있게 우리는 방법과 도구에서부터 홍차의 종류와 꿀팁 레시피, 홍차에 얽혀있는 흥미로운 스토리까지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올해 5월 초부터 연재된 클래스는 ‘마음열기’ 과정을 시작으로, ‘홍차마스터’ 과정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홍차언니 카테고리는 10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홍차와 관련된 알짜배기 정보를 전달, 오픈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구독자가 약 5000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콘텐츠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최근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냉침차(Cold Brew Tea)’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게 마시는 차보다 차갑게 우린 차가 더욱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는 반전 정보를 전달, 간단하지만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제조 과정을 콕 집어 이야기해 구독자들의 찬장에 숨어있던 차를 꺼내도록 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촬영에 매일 진행하는 수업의 7~8배 에너지를 더 쏟는다는 홍차언니 이주현 실장. 쉽게 말하는 것이 어렵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지만 대중이 홍차와 친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찾는 보람으로 매주 더욱 흥미로운 아이템을 선정하는 데 매진하게 된다고 한다. 앞으로 홍차언니 콘텐츠는 초급 단계에서 고급 단계까지, 그리고 다시 업그레이드 된 초급 단계로 돌아오는 커리큘럼을 통해 홍차에 대해 가볍게 즐기지만 깊은 인사이트를 전달할 예정이다. 



“홍차가 가진 포용력처럼  많은 이들이 열린 마음으로 홍차를 대할 수 있도록”
홍차언니 이주현 실장



홍차언니가 콘텐츠를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홍차언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다른 어떤 것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차도 차에 대한 분별력이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차에 대한 분별력이 생기면 차에 대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장 먼저는 왜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차인 홍차가 유독 우리나라에만 대중화가 돼 있지 않은지 고민하게 되면서부터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차는 3박자, 찻잎의 양, 물의 온도, 우리는 시간이 중요한데 우리는 특히 우리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맛있는 차를 즐기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첫 콘텐츠도 차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리는 내용으로 기획됐다. 홍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티백을 물에 불려놓는 불상사부터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달까(웃음)?

아이디어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2년 전부터 있었다. 당시만 해도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크게 자리 잡지 않았을 때여서 기회를 보다가 올해 운이 좋게도 베테랑 PD님과의 연이 돼 머릿속에서만 그려놓고 있던 일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약 10여 분 남짓의 짧은 동영상이지만 매주 작가와 함께 콘티 및 대본을 짜고, 방송에는 워낙 익숙하지 않은 터라 촬영 시간도 몇 시간씩 걸린다. 그렇지만 댓글이나 직접 영상을 본 연구원 수강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면 그래도 조금씩 홍차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야기한 것처럼 국내는 특히 차에 대한 대중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원래 차는 귀족들의 문화였다. 차의 기원은 중국이었으나 차의 보급은 영국에서 활발히 이뤄졌는데, 서양사람들은 특히 18세기부터 향신료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당시 유행했던 콜레라와 같은 질병이 악풍(惡風)에서 온다고 믿어 향이 강한 허브와 같은 향신료를 태우면 그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머니에도 카르다몸이나 육두구와 같은 것들을 몸에 지니고 다닐 정도였다. 그들에게 향신료는 부의 상징이었고 떫고 쓴 차를 맛보단 약용으로 마셨다. 그리고 그 떫고 쓰린 맛을 보완하기 위해 단맛이 강한 스콘이나 마카롱과 같은 디저트를 함께 곁들이게 된 것이 애프터눈 티의 시작이다.

워낙 티가 발달된 서양에서부터 고급 음료이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차는 다기와 차의 예절을 지켜야 하는 격식이 우선 돼 시작하는 길부터 허들이 높은 것 같다. 일단 즐기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는데 형식에 얽매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 물론 홍차가 가진 클래식은 유지돼야 하지만 세계적으로 차 문화가 발달된 곳을 가보면 그들에게 차는 그저 일상이다. 텀블러에 티백으로 우린 차를 들고 다니고 식사를 할 때도 정수 대신 차를 마신다. 이와 같은 인식이 국내에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홍차언니 콘텐츠도 시작하게 됐다.

차의 대중화, 어려운 일이지만 분명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만큼 콘텐츠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은데 매주 콘텐츠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가장 기본은 차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을 만한 홍차에 대한 지식을 바로 잡는 콘텐츠를 우선으로 하고, 다음으로는 홍차에 크게 관심이 없던 이들도 없던 관심이 생겨날 수 있게 홍차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워낙 연구원에서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피드백도 활발한 편이라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영상의 댓글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짧은 시간에 정확한 정보를, 게다가 쉽게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정보를 담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살을 붙이는 것보다 살을 빼는 일이 훨씬 어려워 이에 특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최근 애프터눈티와 밀크티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홍차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원래 커피도 아메리카노가 아닌 라떼의 대중화가 먼저 이뤄졌다. 그런 수순에 따르면 밀크티에 대한 관심도 한발 더 나아가 조만간 홍차를 스트레이트 티로 마시며 보다 대중화되지 않을까 하고 티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다행인 것은 젊은 층을 상대로 차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이 설립된 지 어느덧 8년 정도 됐는데 처음 수강생들의 연령대가 어느 정도 삶의 여유와 지위가 있는 나이였다면, 지금은 고등학생, 젊은 직장인, 주부 등 연령층의 구분이 없어졌다. 강의를 진행하면서도 세대 간의 격차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차가 가진 힘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게다가 연구원 출신의 티 전문가들이 사회에 나가 티의 베리에이션을 넓히고 있다는 점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얼마 전 티 박람회에 갔는데 우리 연구원 출신 선생님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더라. 종류는 다르더라도 목표는 모두 ‘차’이기 때문에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대중에게 조금 더 좋은 가이드가 되고 있다는 점에 연구원에서도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홍차 시장은 어떠한 방향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보나?
‘캐주얼’, 그리고 ‘대중화’다. 우리나라는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연구원 앞에 오픈한 블루보틀에 커피를 마시기 위한 행렬이 넉 달가량 지속되더라. 프리미엄, 클래식이 가지고 있는 시장도 분명히 존재해야 하지만 홍차의 경우 먼저 대중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격식과 차 예절을 떠나 일상처럼 즐기는 차가 돼야 한다. 차는 워낙 특성 자체가 느리게 흘러간다. 기다림의 미학이 깃든 음료라 하지 않나. 때문에 홍차언니도, 연구원도 홍차의 대중화를 빠른 시간 내 이루려는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분명히 가야 할 방향은 홍차가 포용력을 가지고 있는 차이듯, 홍차를 즐기는 이들도 열린 마음으로 홍차의 매력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홍차도 어느 산지의 특정 홍차를 스트레이트 티로 접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연구원에서 티 블렌딩 강사로서, 그리고 홍차언니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차 시장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도 커피를 넘어 이제 티에 관심을 가지고 무려 7000억 원을 들여 티바나를 인수했다. 스타벅스가 티 시장을 개척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원에서도 기존의 교육과 컨설팅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것처럼 앞으로 홍차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해야 할 역할도 확장될 듯 보인다. 현재 차세대 티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교에서도 약 18개 학과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연구원 출신 유수의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어 느리지만 정확히 움직이고 있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홍차언니도 이런 면에서 연구원의 역할 확장에 기여하고 있는 듯해 새로운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티의 대중화, 티의 정확한 지식을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연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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