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erage People] 세계를 잇는 다리 세계 음료 전문점 베브릿지

2021.03.17 08:50:46

 

우리는 음료를 요리한다

베브릿지 조현우·김연지 대표


세계 맥주 전문점, 세계 과자 전문점이 아니다. 세계 음료 전문점인 베브릿지는 전 세계의 다양하고 재미있는 음료를 제공한다. 201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창업 동아리에서 시작해 어느덧 21곳의 가게를 오픈했다. 프랜차이즈 확장을 통해 브랜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으며 한편으론 프랜차이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젊은 창업자로서 업계에 반향을 일으키고자 한다. 단순히 음료를 파는 가게를 넘어 음료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하고,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는 것을 꿈꾸는 베브릿지의 조현우, 김연지 대표를 만나봤다.

 

 


 

동아리 방에서 시작해 해외 진출을 노리기까지

베브릿지는 한국외대 창업동아리에서 탄생했다. 동아리 회원이었던 조현우 대표(이하 조 대표)와 김연지 대표(이하 김 대표)는 무엇이든 다 해볼 수 있는 창업에 매력을 느꼈다. 조 대표는 “주변에 우후죽순생기는 카페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져 커피를 시작했다. 물론 아주 큰 오산이었다. 동아리방에 공정무역카페를 열었지만 하루에 10잔도 팔지 못했다. 음료 업계가 가벼운 마음으로 발 담굴 곳이 아니란 걸 깨달은 후, 본격적으로 창업 공부를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장답사, 음료 시장에 관한 분석까지 처음부터 다시 발을 내딛었다.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대학 상권에서 가장 수요가 있는 것을 고민하며 ‘우리만의 것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잡았다.

 

외국인 학생이 많은 학교 특성상 외국 음료를 팔면 경쟁력이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조 대표는 세계 각국의 음료를 만드는 것을 기획했고, ‘재밌다, 좋다’라는 호응을 해준 것은 김 대표뿐이었다. 그렇게 두 대표는 스페인의 샹그리아, 인도네시아의 떼마니스, 대만의 쩐주나이차 등 다섯 개의 음료를 토대로 창업을 시작했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카페인을 소화하지 못하는 조 대표는 레시피 개발 과정에서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 일쑤였고, 해외 음료를 다루다 보니 완성시킨 메뉴의 재료가 수급이 끊기는 등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쳤다.

 

하지만 한국외대의 각 나라 동문들의 도움을 받아 현지인들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꼭 맞는 음료를 만들었다. 그렇게 8년 동안 21곳의 베브릿지가 오픈했고, 앞으로 예정된 곳까지 합치면 32곳이 된다. 베브릿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이미 12개국에서 해외진출 제안을 받았지만, 두 대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 국내에서 안정화를 이룬 후 해외에 진출 할 계획을 하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다양한 음료를 요리한다

 

 

베브릿지의 메뉴는 각 나라에서 유명한 음료로만 선정하지 않는다. 시기, 트렌드와 상관없이 세계 각국의 재미있는 음료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보며 스토리와 재료에 꽂힌다. 프랑스 친구가 누텔라로 쉐이크 만드는 가게를 추천해줘 그곳에서 신메뉴 ‘누텔라 쉐이크’의 영감을 받았고, 현재 베브릿지 판매 원톱 메뉴가 됐다. 베브릿지는 음료에 일차원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음료를 마시며 각 나라의 문화를 느끼고, 세계 여행의 욕구를 조금은 풀 수 있도록 한다. 메뉴판에는 다른 나라 국기들이 한 가득이고, 쿠폰을 찍는 카드 역시 여권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음료를 마실 때 다른 나라의 문화와 배경을 쉽게 알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도 개발 중에 있다. 맛도 놓치지 않았다. 조 대표는 베브릿지의 음료를 ‘요리한다’고 표현한다.

 

가령 딸기 음료를 만들 때 대부분의 카페에서 딸기시럽을 사용하는 반면, 베브릿지는 딸기 120g을 간 후 생딸기를 가득 얹는다. 조 대표는 “음료 제조에 대한 지식도 없었던 데다 벤치마킹할 대상도 없었다. 그저 만들고 싶은 음료를 정해놓고 그 맛을 구현하기 위해 요리하듯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그렇게 접근하고 보니 오히려 음료 레시피에 대한 원론적인 접근도 가능해졌고,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 생겼다.”고 이야기하며 “이제와 생각해보면 오히려 다른 브랜드를 벤치마킹 하지 않은 것이 우리 브랜드만의 퀄리티를 차별화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베브릿지에는 대개 다른 카페에서 할애되지 않는 식재료 전처리 시간이 있다. 조 대표는 그 과정을 국밥집에서 사골을 우리는 것에 비유하며 1000원 짜리 저가 음료 브랜드와는 다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기본,

노하우 전수와 상생에 충실할 것”


베브릿지 조현우 대표

 

베브릿지에는 약 30여 가지의 음료가 있다고 들었다. 베브릿지 메뉴 개발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나?

조현우 시기나 트렌드와 상관없이 세계 각국의 재미있는 음료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보고 기획한다. 한국외대 동문들이 있어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외국인 친구들이 그리워하는 현지 음료를 추천받아 관련 스토리를 듣고, 레시피도 이들에게 부탁해 현지 사이트에서 현지 언어로 해석했다.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힘든 정보들을 언어로 푼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그 나라의 재료들을 가지고 레시피를 고안해 낸 후 이 맛이 맞다고 판단되면 다시 한국 재료들을 가지고 레시피를 수정한다. 테이스팅도 현지 친구들에게 부탁한다. 한국 사람들이 갑자기 열무 김치를 만들 순 없지만 맛은 아는 것처럼, 현지인의 입맛에 맞으면 성공한 레시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연지 가맹점을 관리하다 보면 매일같이 손님들을 보게 된다. 어떤 메뉴를 많이 남기고, 선호하는 메뉴는 무엇이며, 주로 메뉴에 대한 어떤 문의가 있는지, 손님들에게 부족한 맛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다. 귀가 되는 역할이다. 그렇게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나면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조 대표에게 전달한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은 조 대표의 몫이다(웃음). 늘 ‘반 발’만 앞서면 된다는 생각으로 신메뉴를 고안하는데 눈과 귀를 열고 적극적으로 레시피를 개발하는 편이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는 메뉴들을 선정한다고 했는데, 어떤 메뉴가 있을까?

조현우 대학생 때부터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도 하고 친하게 지내던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다. 어느 날, 프랑스 친구가 고향 집 근처, 누텔라로 쉐이크 만드는 가게 얘기를 해줬다. 그 스토리와 재료에 꽂혀 몇 개월간 연구를 해 ‘누텔라 쉐이크’가 탄생했고 현재 베브릿지 판매 원톱 메뉴가 됐다. 또, 베네수엘라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공부 후 만든 코코넛 음료인 ‘꼬까다 베네수엘라’는 매장에 걸어놓을 현지 사진이 필요했다. 구글링한 사진을 함부로 쓸 수는 없었다. 음료를 추천해 준 친구의 어머니가 현지 ‘꼬꼬다 베네수엘라’를 해변에 놓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김연지 누룽지 과자를 좋아해 먹고 있는데, 조대표가 문득 5분 만에 ‘누룽지 프라페’를 만들었다. 이에 메뉴 설명에 ‘유일한 자체 메뉴에요. 누룽지를 좋아하거든요.’라고 썼다. 인기가 좋았는데, 마니아들이 많았음에도 재료 수급이 어려워져 메뉴를 내렸다. 대개 이렇게 즉흥적으로, 좋아하는 메뉴들을 많이 고안하는 편이라 재미난 스토리를 가진 메뉴들이 많다.

 

메뉴가 많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김연지 스타벅스와 이디야의 메뉴가 4, 50개인 것을 비교해보면 막상 그렇지도 않다. 다만 우리의 메뉴는 생소하기 때문에 많게 느껴질 뿐이다. 이 때문에 초기 메뉴판을 구성할 때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음료를 나라별로 분류할지, 타입별로 분류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보는 이들도 어떤 메뉴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러 고민 끝에 베브리지 초심자를 위해 요일별 메뉴를 제시해주고 있다.

 

생소한 음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김연지 다행이었던 건,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 외대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다양한 문화에 대한 흡수력이 빨랐다. 또한 당시 ‘비정상 회담’, ‘이웃집 찰스’, ‘백종원의 스트리트 파이터’같은 외국 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유행해 대중들 사이에 외국 음료,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던 것도 한 몫 했다. 한편 실제 방문하는 외국인 소비자들의 경우, 베브릿지의 음료를 마신 후 고향 생각이 난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가 있는데, 베브릿지의 ‘패션 후르츠’를 마신 후 엄마가 시장에서 사와서 만들어주시던 패션 후르츠가 생각난다며 그리움의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은?
조현우 베브릿지는 ‘학습이 필요한 브랜드’다. 키오스크에 전 메뉴 사진이 들어가 있고 그 메뉴의 나라와 문화를 선택하는 느낌으로 콘텐츠 개발을 했다. 음료의 문화, 배경 같은 교육 콘텐츠가 들어간 영상도 개발 중이다. 가게 오픈을 하면, 우선 대표적인 메뉴를 접하게 하고, 조금씩 다른 메뉴들을 시도할 수 있게 추천 메뉴를 제시한다. 종류가 많다보니 이것저것 ‘골라먹는 재미’를 느끼는 고객들이 단골이 된다. 학습에 성공하는 이들이 우리 고객이 되는 것이다(웃음).

 

 

“세계 각국 음료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하고자 해”


베브릿지 김연지 대표

 

해외 진출을 한다면, ‘코리아’라는 카테고리에는 어떤 음료를 넣고 싶은가?
조현우 현재는 미숫가루와 유자차가 들어가 있다. 실제 반응을 살펴본 결과,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췄을 때 식혜가 가장 반응이 좋다. 시나몬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수정과도 괜찮을 것 같다.

 

프랜차이즈 시장으로 진출하게 된 배경은?
조현우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선보이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직영 혹은 가맹점을 확장하는 방법이 있는데, 첫 직영점을 오픈했을 때는 학생이었던 터라 금전적으로 직영점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가맹, 즉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나름대로 우리만의 프랜차이징 철학을 가지고 천천히 점포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대개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을 확장하는 것에 급급한 경우가 많은데 베브릿지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베브릿지의 프랜차이징 철학이 궁금하다.
조현우 올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1년 이상 직영점 운영이 없는 브랜드들은 가맹점을 낼 수 없다는 법 제정이 이뤄졌다. 진작 있었어야 하는 법이라고 본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본부의 경영 노하우를 거래하는 것이 골자인 비즈니스다. 본부의 노하우가 없는데 가맹점을 내는 것은 사기에 가까운 일이다. 아주 많은 브랜드들이 직영점이 없거나 장사를 1년도 해보지 않고 가맹점을 낸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사업만 벌이는 꼴이다. 이렇게 되면 자영업자들은 개인 카페를 하게 된다.
그렇게 실패한 브랜드들을 숱하게 보며 우리는 그런 브랜드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에 직영점을 3~4년 운영해보고 난 후 가맹점을 냈다. 그 정도의 기간이면 우리의 노하우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기에 부족하진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맹점주 선별에 기준이 있다면?
조현우 ‘돈 많이 번다고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안 뽑는다. ‘기대 수익’이 우리 기준에 맞는 이들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편이다. 카페 오픈을 일반 투자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 직접 가게를 운영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브랜드가 오래 유지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맹점주 면접을 볼 때 음료 테이스팅을 실시한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가 스스로 맛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우리의 메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맛을 즐길 수 있는지 파악하기도 한다.

 

다문화가정 기부,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등 사회적 공헌 활동을 많이 해오고 있다. 배경이 있다면?
조현우 단순히 돈과 성공이 다이렉트로 연관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베브릿지는 작은 동아리방,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2014년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첫 수익금은 무조건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진 모든 것을 기부해봐야 나중에 더 큰 돈을 모았을 때 사회공헌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모은 1000만 원을 도움이 필요한 동문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이후 ‘공감’과 ‘나눔’은 베브릿지의 창립이념이 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부 및 사회공헌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베브릿지의 창립이념은 비단 사회공헌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와의 상생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작년에는 ‘착한 프랜차이즈’ 인증도 받게 됐다고 들었다.
김연지 베브릿지 프랜차이즈 사업이 커지면서 가맹점이라는 가족이 생겼다.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고, 우리 가맹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다들 버텨야하는 시기지 않나. 이에 업주와의 상생을 위해 1달간 로열티 전액 면제, 이후 1달간 배달 및 온라인 서비스 광고비 전액 지원 등 우리 브랜드를 지켜주고 있는 가맹점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베브릿지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이야기한다면?
김연지 ‘마시는 세계여행 베브릿지’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사람들을 세계 음료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연결하고 싶다. 올해의 목표는 국내에서 50호점까지 계약을 맞춰놓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확장을 위한 기본 틀을 마치려 한다. 국내에서 충분히 안정화를 이룬 후에는 해외 진출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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