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erage People] 소믈리에들의 든든한 버팀목, 한국소믈리에협회 손성모 회장

2018.06.15 09:06:02


협회를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협회가 자체적으로 운영 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현업에서 각자의 업무를 하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고, 각자 다른 이해집단인 협회원들을 이끌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소믈리에협회는 다르다. 그동안의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 회장 자리에 오른 손성모 회장과 임원진들은 늦은 퇴근 후 새벽 1시까지 회의에 몰두할 정도로 협회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믈리에들이 즐겁고 행복할 때보다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협회로 만들고 싶다는 손성모 회장. 든든한 그가 있어 협회원 소믈리에들은 오늘도 안심이다.


사단법인 한국소믈리에협회


사단법인 한국소믈리에협회는 1988년 대한민국소믈리에협회로 창립해 1994년 한국소믈리에협회로 명칭을 변경, 지금의 협회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협회는 주로 와인 관련 산업의 발전과 협회 회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존재하며 이를 위해 전문 워크숍과 세미나, 그리고 테이스팅 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외부 활동 참여를 통해 국내 와인과 전통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며 한국학생소믈리에 대회의 주관을 통해 후진 양성에도 힘쓴다. 이외 ‘술의 칼로리’, ‘변질된 와인 구별법’, ‘포도 재배의 역사’ 등 와인산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교육활동 진행 중이다. 손 회장에 따르면 곧 사무실을 압구정동으로 이전 하는데 새 건물에 강의장을 마련해 앞으로의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무엇보다 협회는 협회원들의 활발한 네트워크가 중요하므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 채널을 구축할 계획도 있다.



잘 마시고 잘 먹는다는 것
최근 협회는 와인의 마리아주에 대한 관심이 많다. 무릇 ‘음식(飮食)’이란 ‘마시고 먹는 것’인 만큼 좋은 요리에는 그에 걸맞은 와인이 따라줘야 한다. 손 회장은 “2010년도 초반까지는 와인은 폼 잡으려고 마시는 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에서 캐주얼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많아졌다.”며 “이제는 글라스 와인 한 잔 가볍게 기울이는 추세가 돼 점점 고객들이 요리와의 궁합도 보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협회에서는 와인디너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벌써 60번째로 와인디너를 주최하다보니 와인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 대중들도 와인과 요리와의 페어링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됐다. 와인디너는 매회 테마별로 5가지 와인을 구성, 일인당 1병 정도의 와인을 다양한 요리와 같이 페어링한다. 이번 6월 행사로는 이태리 유명 와이너리 ‘안젤로 가야’의 대표와인을 중심으로 디너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각 나라별 와인을 다루는 경우도 있고 샤토 뇌프 뒤빠프의 경우에는 78년, 99년, 2010년 빈티지를 버티칼 테이스팅 해보는 디너도 마련해 빈티지에 따라 와인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하기도 한다.


페어링도 페어링이지만 와인디너의 또 다른 목적은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와인의 일반적인 가격을 낮춰 와인 접근성을 낮추는 것이다. 셰프들의 음식은 내가 한 음식과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찾지만 이와 다르게 와인은 레스토랑에 있는 와인이나 숍에 있는 와인이나 똑같은 와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찾지 않으면 소믈리에들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돼 버린다. 이 때문에 협회는 와인의 대중화에도 큰 의미를 부여, 다양한 행사의 주최를 통해 다소 침체된 와인업계에 순풍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소믈리에들의 그늘이 되고 싶다
한국소믈리에협회 손성모 회장



한국소믈리에협회에서의 이력이 궁금하다. 협회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협회에는 청담동 와인 아울렛매장에서 근무할 당시 2005년도부터 가입했다. 2012년부터 사무총장을 4년 정도 역임했고 올해부터 회장으로서 협회를 이끌고 있다. 한국소믈리에협회의 임기는 2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회장이 되기 이전에 사무총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협회의 운영 흐름에 익숙한 상태다.
회장직을 맡게 된 계기는 내가 와인에게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고 젊은 소믈리에들이 현장에 나가면 열악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좋을 때 함께하는 협회보다 힘들 때 손 내밀 수 있는 협회를 만들고 싶었다.


소믈리에로서의 이력은 어떠한가?
2000년대 초반에 와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와인은 럭셔리 산업이었기 때문에 몇몇의 스페셜리스트만 와인을 전문적으로 다뤘는데 점차 와인의 인기가 높아지며 내가 와인을 모르고서는 판매도 못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크로스타임 때 짬을 내 3개월씩 학원을 다니고 내가 배웠던 것을 토대로 직원들과 스터디했다.


우리 세대의 경우에는 ‘유명한 소믈리에가 되겠다!’라는 포부보다 자연스럽게 와인에 스며들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소믈리에 보다 ‘서비스 맨’이 꿈이었다.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하는 사람인데 와인이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니 고객들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해 이를 설명해주고 안내해주는 가이드로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직업 소믈리에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요즘의 젊은 소믈리에들은 대개 ‘서비스’에 중신을 둔다기보다 ‘와인’과 ‘소믈리에’ 자체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소믈리에는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고객이 귀 기울이지 않으면 소믈리에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와인을 즐기는 혹자는 어느 유명 레스토랑에 갔는데 소믈리에가 기분 나쁘게 와인에 대해 가르치려 들더라고 이야기한다. 무릇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소위 말해 ‘치고 빠질 때’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종종 망각하는 소믈리에들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 한국소믈리에협회의 구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한국소믈리에협회는 현직 소믈리에들의 모임이다. 회원은 준회원부터 정회원, 옵저버회원, 특우회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현장경력이 3년이 넘은 소믈리에들은 정회원, 그렇지 못한 회원은 준회원이다. 옵저버회원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으며 특우회원은 원래 소믈리에를 하다가 수입사로 이직을 하거나 관련 업계에는 있지만 소믈리에가 아닌 특별회원정도로 보면 된다. 현재 협회를 구성하고 있는 인원은 총 500명이며 정회원은 200명 정도다. 협회원들끼리의 모임은 달에 한 두 번씩은 하려고 한다. 매년 하계 워크숍과 송년회 모임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행사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인 것은 무엇인가?
주류박람회에서 소믈리에 특별관을 처음 선보였다. 기본적인 목적은 대부분의 수입사들이 소믈리에만 와인을 소개하는데 주력한다는 점에서 일반 대중에게도 와인을 시음하고 직접 본인 취향의 와인을 고를 수 있게 하는데 의미를 뒀다. 와인이라는 것이 못해도 4~5만 원 정도인데 그 정도의 금액을 테이스팅도 해보지 않고 구매한다는 것은 조금 억울하지 않나. 그런 의도에서 시작했다. 소믈리에 특별관을 찾으면 수입사 직원들이 각자의 와인에 대해 포도 품종에서부터 시작해 음식 마리아주까지 어필하고 시음도 진행한다. 요즘 고객들은 와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에 바로바로 질의응답도 가능하다.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꼭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음식과 마리아주하는 팝업스토어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와인 페어링 전문 회사 와인그래프와 함께 협업하고 있는 행사로 유명한 레스토랑들의 간단한 메뉴들과 와인하고 매칭시켜 대중들이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했다. 값 비싼 와인보다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한국학생소믈리에 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 대한 전반적인 특징이 있다면?
이번 8회 한국학생소믈리에의 가장 큰 특징은 대회 시상 기준을 세계대회의 기준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물론 기준을 갑자기 한꺼번에 바꾼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학생 소믈리에들의 실력 향상과 앞으로 세계대회에 출전할 것을 고려해 올해부터 바뀐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처음이었으니 2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학생 소믈리에들의 실력도 어느 정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협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와인 이슈는 무엇인가?
전체적으로 주류시장이 많이 침체되고 있지만 와인시장은 계속해서 성장세다. 그런데 문제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지 않고 마트나 숍에서 구매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믈리에들의 공간은 레스토랑이고 레스토랑에서 와인이 팔리지 않으면 소믈리에는 무용지물인 인력이다. 이런 상황에 최근 콜키지 가격이 많이 내리거나 아예 콜키지를 받지 않는 레스토랑도 늘어나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소비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와인을 저렴하게 구매해 콜키지가 없는 레스토랑을 찾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콜키지 차지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만큼 레스토랑의 와인이 비싸다는 문제를 안고 있음이 보인다. 숍에서 5만 원에 살 수 있는 와인이 레스토랑에서는 10만 원으로 훌쩍 뛰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제는 레스토랑들이 어느 정도 와인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비싸게 책정해놓고 못 파는 것보다 원래 10만 원에 팔던 것을 8만 원에라도 많이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한다. 갈수록 와인 비기너들은 많아지는데 레스토랑 와인 판매가가 너무 높으니 다들 숍에서 개별구매를 한다. 최근 합정이나 샤로수길 같은 곳에 와인이 저렴한 레스토랑에는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만큼 수요는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믈리에가 권하는 와인 안에는 소믈리에의 전문적인 서비스가 따라오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고, 만약 숍에서 사는 것과 똑같이 가격을 책정하면 소믈리에가 존재하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많다.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를 국제소믈리에협회, 와인협회, 와인생산자협회 이 네 협회와 함께 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또한 시범적으로 10군데 정도의 레스토랑을 섭외해 협력 수입사에게서 저렴하게 와인을 공급받아 판매가를 낮춰서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협회를 운영해보며 새롭게 느낀 바가 있다면?
사무총장으로 4년을 일했기 때문에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있었다. 그러면서 협회가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다들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협회의 업무에 매진할 여력이 없었다는 데에 있었다.


사무총장을 역임하는 동안 별로 큰 일이 아닌데 혼자 감당해야 해서 힘든 일들이 많았다. 이에 이번에는 함께 같이 일할 직원들을 제대로 구성해보고자 했다. 주류박람회 전에 잠깐 외국으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새벽까지 메시지가 오더라. 구성원들이 솔선수범해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해주고 있다. 조직적으로 잘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대외적인 홍보 활동이라든지 그동안 못해왔던 사업들을 이들과 함께 하나하나씩 이뤄나가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기본적으로 우리 협회는 소믈리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협회기 때문에 소믈리에들이 생길 수 있는 법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고문 변호사를 선임할 생각이다. 또한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젊은 소믈리에들을 여러 매체에 노출시켜 스타 소믈리에도 배출하고 싶다. 또한 와인을 대중화 하면서도 소믈리에가 와인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어필하는 데에도 힘쓸 생각이다. 이제 막 시작했다. 앞으로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지금처럼 믿고 함께해주는 협회원들과 소믈리에와 와인 산업에 이바지하는 협회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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