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수의 세계음식여행] 싱가포르의 주요 호텔들, 아시아의 식음료 문화 주도

2025.04.23 08:26:28

 

융합문화를 가진 싱가포르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국가, 싱가포르 공화국(Republic of Singapore)은 베트남과 1시간의 시차가 있으며 말레이 반도의 남쪽 끝, 싱가포르 섬에 위치해 있다. 북쪽의 조호르 해협을 두고 말레이시아의 조호바루와 이어지며, 남쪽으로는 말라카 해협으로 인도네시아 리아우 제도와 마주 보고 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국토면적이 721.5㎢로 1965년 독립 직후 단시간에 빠른 경제성장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중국계 싱가포르인이 인구 다수를 차지하기에 중화권으로 분류되지만 영미권 제도를 채택하며 프라나칸의 독특한 특징을 유지하는 융합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싱가포르인은 중국계 74%, 말레이계 13%, 인도계 9.1%, 기타 3.9%로 특히, 인도계 싱가포르인은 대부분 타밀인(인도와 스리랑카(실론섬)에 사는 드라비다인 계통민족)이므로 타밀어((Tamiẓarkaḷ))가 공용어로 지정돼 있다. 청나라 때부터 중국 호키엔, 광동, 하이난, 홍콩, 저장성, 상하이 등 남중국이나 대만에서 많은 이민자들이 싱가포르로 이주해 중국계 싱가포르인의 영향력이 강하다. 말레이반도 중국계의 역사는 태국의 아유타야 왕조 붕괴 이후 중국계 태국인들의 이주로 시작해 그 뿌리가 아주 깊은데 아유타야 왕조 시절, 청나라 상인들이 태국으로 진출, 다양한 교역을 해 왔다. 호랑이 연고로 유명한 타이거 밤의 창시자인 후원후 일가도 원래 청나라 남부에서 미얀마와 태국으로 이주해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국계 싱가포르인 역시 말레이시안들처럼 싱가포르로 이주한 후 말레인 또는 인도계 싱가포르인들과 교류가 많았고 지리적인 근접성으로 인해 말레이시아 요리와 중국 요리, 인도 요리가 혼합돼 페라나칸 요리, 즉 바바/논야 요리가 탄생했다. 또한 홍콩과 함께 싱가포르에는 아시아의 식음료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다양한 호텔들이 포진돼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호텔


싱가포르 호텔의 상징이자 랜드마크로 2010년에 개장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지하 3층, 지상 57층으로 3개동이 이어져 있으며 객실 수만 2561실인 초대형 호텔이다. 건물 3개동의 최상층을 연결해 만든 스카이 파크 수영장인 인피니티 풀이 압권이며, 소유자인 미국의 카지노 리조트 회사인 라스베이거스 샌즈는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처럼 베네치아 풍으로 지으려 했지만 싱가포르 정부의 압박으로 지금의 모던한 건물이 됐다. 시공사가 쌍용건설인 점이 눈에 띄는데 쌍용건설은 래플스 호텔 복원에도 참여해 싱가포르 내에서 입지가 높다.


투숙객들의 리뷰를 보면 방문객 및 투숙객이 너무 많아 세월에 비해 건물 노화가 빠르고 그에 비해 관리가 따라주지 않아 평이 썩 좋지는 않다.


1층에 있는 조찬 뷔페 식당은 투숙객 숫자에 비해 매우 좁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음식 스테이션은 바레인 음식 코너가 있었던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었으며 그외 특별히 인상 깊은 점을 찾지는 못했다.

 

 

리츠 칼튼, 밀레니아 싱가포르(The Ritz-Carlton, Millenia Singapore)


가장 좋은 뷰와 훌륭한 뷔페 음식 퀄리티를 자랑하는 이 호텔은 객실에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이 호텔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호텔이다. 뷔페 식당이 유명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갔는데 ‘Colony’라는 올 데이 다이닝 식당에서 아침, 점심, 저녁 뷔페를 즐길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베이커리숍이 위치해 있는데 각종 빵과 쿠키, 케이크 등이 예쁘게 디스플레이돼 있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음식들이 반기는데 싱가포르 인구 구성에 맞게 양식, 중식, 인도식, 아랍식의 조찬 음식들이 스테이션 별로 잘 나뉘어 있고 특히, 훈제연어 샌드위치 코너가 인기가 많았던 기억이 있다.

 

팬 퍼시픽 호텔(Pan Pacific Hotel)


하노이에서도 ‘서호’라는 좋은 위치에 있는 팬 퍼시픽 호텔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팬 퍼시픽 호텔 그룹의 본사와 플래그십 호텔마저 싱가포르에 있어 많은 관심이 갔던 호텔 중 하나다.


이 브랜드의 시작은 1970년 전철사업으로 성장한 일본의 도큐(Tokyu) 그룹이 호텔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팬 퍼시픽 호텔 브랜드를 처음 만들었는데, 2002년 호주 출신의 호텔 브랜드 파크로얄(Parkroyal)이 팬 퍼스픽 브랜드를 인수, 2009년부터 팬 퍼스픽 호텔 그룹이 됐다.

 

 

오래된 외관을 보고 내부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고 2012년 레노베이션하며 엘리베이터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3층에 위치한 ‘EDGE’라는 식당은 뷔페 식당으로 필자가 방문한 토요일에는 씨푸드 뷔페 콘셉트로 운영하고 있었으며 규모도 크고 손님도 가득 차 생기가 넘쳤다. 가격 역시 타 경쟁 호텔보다 비싸게 책정돼 있었다.

 

안다즈 싱가포르(Andaz Singapore)


2017년에 오픈한 럭셔리 라이스프타일 부티크 호텔, 안다즈 싱가포르는 활기 넘치는 캄퐁 글램지역에 위치, 여행객들에게 매우 편리한 곳에 있으며 347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이 위치한 DUO 빌딩은 부기스 MRT역과 연결돼 있어 이동이 매우 편리하고 25층에 로비와 뷔페 식당인 엘리 온 25(Alley on 25), 수영장이 위치해 있고, 그 위로 37층까지 객실이며, 38층에 스테이크 식당인 665F, 피트니스 센터, 39층에는 루프톱 바인 미스터 스토크(Mr. Stork)가 있다.

 


하얏트 브랜드인 만큼 조식 뷔페도 훌륭하고 흠잡을 데가 없으며, 직원들의 유니폼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2019년 9월 나트랑 하얏트로 조인하기 전 안다즈 강남의 TF팀으로 한 달간 호텔에 머물며 오픈 준비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그랜드 하얏트 싱가포르(Grand Hyatt Singapore)


싱가포르 청담동인 오차드 로드에 위치하며 1971년에 오픈한 그랜드 하얏트 싱가포르는 홍콩의 그랜드 하얏트와 함께 아시아의 하얏트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호텔이다. 지난 2024년 10월에 레노베이션해 꼭 들려보고 싶었다.


객실은 699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건물 외관은 여전히 올드했지만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역시 하얏트는 다르고 항상 트렌드를 이끌고 가는 호텔임을 느낄 수 있었다. 깔끔한 로비와 중앙 홀에 있는 프런트 그리고 왼편에 자리한 델리숍이 눈에 띄었으며 깔끔하게 정돈된 다양한 빵, 쿠키, 케이크와 전 세계의 와인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1층 끝에는 할랄 인증을 받은 주방을 가지고 있는 ‘Straits Kitchen’이라 불리는 뷔페 식당이 있었는데 많은 무슬림 손님들이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층 위로 올라가니 미쉐린 스타 셰프인 세르지오 허만(Sergio Herman)의 이름을 건, 이태리 & 지중해 식당이 있어 세르지오 셰프 밑에서 7년간 근무했다는 셰프와 잠시 담소를 나눈 후 다음에 다시 들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인상적인 오픈 주방과 피자 오븐, 예쁜 바가 식당 입구에 있어서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풍겼으며 ‘BRIX’라는 마티니 바는 이른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었다. 여러모로 기분 좋은 방문이었다.

 

 

인터컨티넨탈 싱가포르(Intercontinental Singapore)


안다즈 싱가포르 지척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싱가포르에는 무작정 아침에 뷔페 세팅을 보기 위해 방문했는데, 마침 안면이 있는 이그제큐티브 셰프인 케니(Kenny, 필자와와 같은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와 마주쳐 인사를 하고 점심식사를 약속했다.


건물이 오래 돼 더 멋이 있는 로비와 로비 라운지는 싱가포르 다운타운에 위치한 호텔 중 애프터눈 티로 명성이 높아 주중에도 40~50개 이상의 애프터눈 티를 판매한다고 한다.


1층에 이태리 식당, 2층에 중식당과 연회장 등이 있으며 주방 뒤편까지 총주방장과 함께 둘러 볼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케니 셰프와 같이 점심을 먹으며 싱가포르 호텔들의 치열한 경쟁구도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래플스 싱가포르(Raffle Singapore)


영국령 싱가포르 시절인 1877년에 개장한 래플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이자 국보급 호텔로 콜로니얼 양식의 건축물을 선뵈고 있다. 1989년에 쌍용건설이 내부 복원을 맡은 호텔로 유명하지만 필자에게는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으로 더 친숙하다.


호텔명은 싱가포르의 근대사를 시작한 사람인 ‘토머스 스탠포드 래플스’에서 따왔으며 싱가포르 시내를 걷다 보면 쉽게 래플스 병원, 학교의 이름을 볼 수 있다. 현재는 아코르에 소속돼 있다.

 


11시에 오픈하는 롱 바에 부지런히 가서 겨우 구석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데 필자 이후로 온 손님들은 바로 대기석에서 기다려야 했다. 서비스로 주는 땅콩에서 쩐내가 나서 실망을 했지만 재밌는 호텔 투어 경험을 했다.

 

홀리데이 인 리틀 인디아(Holidays Inn Little India)


3일간 필자의 숙소가 돼 준 홀리데이 인 리틀 인디아는 매력적인 직원가와 더 매력적인 리틀 인디아 타운에 위치해 있었으며, 실제로 아직 가 본 적은 없지만 정말 인디아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이곳에서 너무나도 깨끗하고 잘 정돈된 싱가포르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이 호텔 역시 MRT역과 연결돼 교통이 편리했으며 조찬 뷔페에 인도 음식과 인터내셔널 음식이 50:50으로 나와 원 없이 인도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경험으로 인도 방문이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식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인디고 싱가포르 카퉁(Indigo Singapore Katoon)


마지막 날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가 새벽 2시 30분이라 공항과 가까운 ‘카퉁’이라는 지역에 있는 인디고 호텔에서 12시간을 보냈다. 단순히 공항과 가깝고 인디고 호텔에 대한 호기심으로 예약했는데 카퉁은 페라나칸 문화가 가득한 곳이다.


카통 지역은 싱가포르 동부지역으로 일부러 MRT가 연결돼 있지 않아 버스를 이용해 시내로 나갔는데 이 또한 로컬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버스를 타고, 내리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이들의 일상 속으로 가깝게 다가간 느낌이 들어 좋았다.


호텔의 인테리어 역시 카퉁 문화를 녹여 내 세련되고 멋진 곳이어서 페라나칸 음식을 공부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다면 이곳에서 묵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