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석의 MICE Guide] 경주와 교토의 MICE 산업 비교와 미래

2025.04.21 10:18:55

 

천년고도, 현대를 품다


천년고도 경주와 교토는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도시로, 유구한 전통과 문화유산을 자랑한다. 경주는 최근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 국제적 인프라의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유치에 성공한 과정은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현재 경주는 APEC SOM 1(고위관리회의) 개최를 마치고 정상회의 준비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며,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교토는 1996년 APEC 재무장관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을 보유한 도시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뤄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996년 재무장관회의와 1997년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 당시 교토는 세계적 회의 개최 도시로 자리매김하며, 글로벌 MICE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두 도시는 천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대적 가치를 창출하며, 글로벌 MICE 허브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경주와 교토는 모두 UIA(국제협회연합)과 ICCA(국제컨벤션협회) 통계에서 개최순위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두 도시는 단순히 회의 장소를 넘어 특별한 감동과 영감을 주는 문화적, 역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강력한 MICE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MICE 도시다.

 

 

천년고도의 매력: 경주와 교토의 유산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로서, 한국 역사와 문화의 집결지라 할 수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와 같은 세계문화유산은 물론이고, 유서 깊은 고분과 전통 마을은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경주의 야경은 한국의 전통 미학을 그대로 담아내며,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를 중심으로 현대적 MICE 인프라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통과 첨단의 조화는 경주만의 매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교토는 일본 헤이안 시대의 수도로,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금각사와 은각사, 기요미즈데라와 같은 세계문화유산은 물론, 전통 정원과 다도 체험은 일본 문화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교토는 전통 료칸에서 현대적 호텔에 이르는 폭넓은 숙박 인프라와 유서 깊은 축제들로 방문객들의 감각을 사로잡는다. 현대적 컨벤션센터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통 유산은 교토를 국제적 MICE 도시로 이끄는 핵심 자산이다.

 

 

MICE 산업의 성공 사례


경주는 최근 수년간 다양한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글로벌 MICE 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2017년 세계유산도시기구(OWHC) 세계총회는 경주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매년 개최하는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은 국내외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 경주를 세계적 문화유산 관리의 중심지로 도약하게 만들었다. 또한,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와 같은 문화 교류 프로그램은 국제적 참여와 지역적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례다. 경주는 유적지와 컨벤션센터 간의 접근성을 극대화하며,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통해 국제 MICE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교토는 1997년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를 통해 세계적 MICE 도시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2003년에는 세계물포럼(World Water Forum)과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전문성과 유연성을 입증했다. 또한 작년에는 2026 국제식도질환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Diseases of the Esophagus) 세계총회를 유치하며 여전히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교토컨벤션뷰로는 글로벌 고객 맞춤형 지원을 통해 행사 기획에서부터 실행까지 전방위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교토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과 MICE 산업: 전통 보존과 현대화의 균형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도시는 관광과 MICE 산업에서 독보적인 장점을 가진다. 특히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사람들이 여행지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며, 직접 가서 보고 싶은 곳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유산은 단순한 관광 자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방문객들에게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깊이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전통 유산의 보존과 현대화의 균형이라는 과제가 항상 수반된다.


리버풀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리버풀은 도시 개발과 현대화 과정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지위를 포기하게 됐으며, 이는 전통 보존과 경제 발전 간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세계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당시의 환경과 정책적 상황에 따라 국가와 사회가 다른 우선순위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은 정부의 투자와 정책적인 판단, 그리고 국민적 합의에 의해 이뤄진다. 물론 세계유산이 보존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당사국이 충분히 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며, 이를 단순히 굴욕적인 사건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유네스코 세계유산 이야기, 조민재).

 


이와 달리, 경주와 교토는 유산 보존과 현대화를 조화롭게 추구하고 있다. 경주는 세계문화유산의 보존과 현대적 컨벤션 시설 간의 접근성을 높이며,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교토 역시 전통과 현대적 인프라의 조화를 유지하며, 글로벌 MICE 도시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두 도시가 천년고도로서의 명성과 현대적 비즈니스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중요한 전략이다.


역사와 전통, 즉 헤리티지는 단순히 흉내 내거나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문화와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며,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형성하는 근간이 된다. 경주와 교토 역시 수 세기에 걸쳐 축적된 유산과 정체성을 지닌 도시로서 이러한 문화적 자산은 다른 도시들이 쉽게 모방하거나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 없는 고유한 경쟁력을 제공한다. 이는 두 도시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서 국제적 MICE 산업에서 더욱 가치 있게 평가받는 이유기도 하다.

 


경주와 교토와 같은 천년고도이자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중국 시안과 이탈리아의 피렌체 또한 경주와 교토의 성공 사례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시안은 진시황릉과 병마용을 비롯해 웅장한 시안 성벽, 대안탑, 소안탑, 그리고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서 동서 문명이 만났던 중요한 유적지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로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상지로서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통해 예술과 문화가 꽃피운 도시다. 두오모 성당, 우피치 미술관, 피티 궁전, 베키오 다리 등 수많은 역사적 랜드마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피렌체는 역사적 중심지로서 전통적인 건축물과 예술 작품들이 현대적 도시 기능과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제공한다. 또한, 예술과 패션의 도시로서 매년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며, 유럽 내에서도 중요한 문화적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시안과 피렌체는 역사적 가치와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적인 관광 목적지로 자리 잡고 있지만, 경주와 교토의 사례는 두 도시가 관광을 넘어 글로벌 MICE 도시로 도약하는 데 있어 참고할 만한 전략적 요소를 제공한다.

 

MICE 현황과 강점 분석


경주는 유서 깊은 역사적 자산과 최첨단 컨벤션 시설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다. HICO의 컨벤션홀은 3,421㎡로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며, 첨단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 다양한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특히 경주는 천년고도의 유산을 기반으로 참가자들에게 독특하고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교토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관광 도시로, 풍부한 유산과 현대적 인프라를 겸비하고 있다. 교토 국제컨퍼런스센터(Kyoto International Conference Center)는 2000석 이상의 대규모 시설과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교토의 매력적인 환경과 결합돼 글로벌 MICE 행사를 유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 료칸과 현대적 호텔이 조화를 이뤄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 센터는 각각 신라와 일본의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 건축과 융합해 국제적인 행사와 전시를 위한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경주 HICO는 신라의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상징적 건축물이다. HICO의 외관은 신라시대 유물인 ‘천마도(天馬圖)’를 모티브로 디자인돼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이곳은 신라 천년의 문화유산을 현대적 감성으로 이어가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특히, 외부의 곡선적 요소는 천마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해 주변 자연환경과도 유기적인 연결성을 가진다.

 

한편, 교토 국제컨퍼런스센터는 독특하고 우아한 건축미를 지니며 현대 건축과 일본 전통미를 조화롭게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 센터는 기하학적이고 유기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대칭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며, 콘크리트 구조의 대형 프레임은 현대적 감각을 부각시키며 교토의 전통미와 대비되는 독창적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일본식 정원과 연못을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제공하며, 건물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부드럽게 연결돼 자연 속에서 회의와 행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천년고도의 미래, 글로벌 MICE 산업의 중심으로


경주와 교토는 각각의 독창적인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대적 MICE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두 도시는 APEC과 같은 국제회의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천년의 시간 속에 담긴 유산을 글로벌 비즈니스와 융합시키는 데 성공할 것이다. 경주는 신라의 전통과 유적을 현대적 컨벤션 문화와 결합하고 있으며, 교토는 일본의 전통 미학과 현대적 비즈니스 환경을 융합하고 있다. 두 도시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바탕으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동아시아의 중심에서 세계와 소통하는 MICE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