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Dining] 세계인의 미식 국가로 가는 길, 한류의 중심에 선 한식

2019.03.20 09:10:07

오래 전 한 드라마에서 배우 전지현 씨가 먹던 치맥(치킨과 맥주의 합성어)이 한류를 타고 전 세계를 강타한 적이 있다. 드라마 주인공들이 맛있게 먹던 음식과 촬영지를 경험하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았고 치킨 프랜차이즈마다 날개를 단 듯 해외에 지점을 열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SNS를 타고 한류의 흐름이 한국의 음식으로 바뀌면서 아이돌의 나라 한국이 아닌 미식의 나라 한국으로 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류에 편승해 한국 음식이 화두가 됐다면 이제는 미식탐방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류의 중심에 선 한식, 세계인의 미식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한국 방문 시 고려요인 52.8%가 미식탐방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2016~2017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을 선택할 때 고려 요인으로 꼽은 음식/미식탐방이 상위 두 번째 랭킹을 차지했다. 쇼핑은 67.3%에서 62.2%으로 5.1% 하락한 반면 음식/미식탐방은 44.5%에서 52.8%로 전년대비 8.3% 상승했다. 게다가 음식/미식탐방은 2018년 3분기에도 57.6%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7.4% 올라 최근 3년 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원인으로 FIT(개별여행객) 시장의 성장과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 해외 한식당의 활약을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FIT 시장의 확대
중국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관광산업은 3년 전 사드에 직격탄을 맞은데다가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단체 여행객 위주로 관광 상품을 구성하던 여행사들은 줄줄이 도산을 맞았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던 홍대와 명동 거리는 텅 비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숙박, 외식업으로 옮겨 갔고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신규 잠재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와 FIT 유치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어 관광업계는 FIT 타깃 시장을 세분화 한 상품을 개발하며 시장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공유 플랫폼의 구축으로 호텔과 항공, 렌터카 예약이 원스톱으로 이뤄지자 스스로 여행 플랜을 짜는 DIY 여행 트랜드가 대세를 이루면서 여행의 목적이 뚜렷하게 구분됐다. 단순한 대중적인 관광이 아닌 쇼핑, 미식, 스포츠 등 단체여행에서 맛볼 수 없는 개인의 취향을 담아 여행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



해외의 개별 여행객 수요가 늘자 덩달아 특색 있는 미식 관광 상품도 많아지고 이를 찾는 수요층도 달라졌다. 국내 미식투어를 가장 먼저 시작한 온고 푸드커뮤니케이션의 최지아 대표는 “7~8년 전 미식관광 초기에는 입양가족, 외교관, 주한 미국 가족 등 한국에 거주하거나 한국을 알아야 하는 특수한 환경에 의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 3~4년 전부터는 외국인 관광객이 단순 관광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정확히 미식을 목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이에 대한 관광 상품도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유일성을 강조해 해당 지역이 갖고 있는 특색 담긴 스토리텔링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맛있다’, ‘아름답다’가 아닌 추억을 지니면서 속이 근사한,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포인트를 맞춘다.”고 설명했다.


개별 여행객들은 온라인으로 정보를 검색해 여행 플랜을 직접 짜기도 하며 한국에 대해 알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한국의 여행지가 서울로 한정됐지만 지금은 제주나 부산처럼 지역으로 분산되어 나타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대표는 이어 “한국에서 한식을 어떻게 먹는지 궁금해 하며 자세히 알고 싶어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었다. 심지어 낙지나 대하 등 특정한 음식을 경험하고자 지역축제 정보를 알아보고 제철에 맞춰 한국을 찾는 사람들도 생겨날 정도”라고 전했다.



SNS 타고 한국음식에 대한 호기심 증폭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가운데에는 한국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영어로 쉽고 재미있게 소개되거나 해외에서 올린 한국의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에서 영국남자로 활동하며 구독자 308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조슈아 캐럿 씨를 비롯해 휘트니, 에밀튜브, 단앤조엘 등 유명 유튜버들은 자신이 한국에 살면서 경험한 음식을 한국의 문화, 환경, 생활에 담아 한국을 처음 찾는 외국인들에게 소개함으로써 그들의 반응과 코멘트를 재미있게 담아낸다. 여기에 초청된 게스트들도 일반인부터 유명 배우, 셰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우리가 평소 즐기는 한식을 포함해 한국의 다양한 정서가 영상에 함께 담겨있다. 이처럼 한국의 음식문화를 매개로 하는 영상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되면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진 홍보 영상이나 외국의 다큐 영상물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한식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양상이다.


해외 한식당의 선전에 힘입은 미식 한국
해외 한식당이 선전함에 따라 간접 경험한 한식을 더 알고 싶어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도 적잖다. 미식의 멜팅 폿이라고 불리는 뉴욕에서도 한식을 베이스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한국인 셰프들의 호평이 잇따라 상위를 랭크하고 있다. 뉴욕에 처음으로 한국적인 파인다이닝을 선보인 정식을 비롯해 아토믹스, 꽃, 단지 등 많은 셰프의 레스토랑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으며 그 결과 많은 한국 셰프들이 미쉐린 스타에 오르며 한식의 명성을 높였다. 2019년 미쉐린 가이드 뉴욕에 ‘정식(Jungsik)’이 지난해에 이어 미쉐린 별 2개를 받았으며 ‘제주 누들바(Jeju Noodle Bar)’, ‘꽃(Cote)’ ‘아토믹스(Atomix)’ 등 한식을 모티브로 한 3개의 레스토랑이 각각 별 한 개씩을 받았다. 또한 데이비드 장 셰프의 ‘코(Ko)’가 별 두 개, 한미현 셰프의 ’코사카(Kosaka)’가 별 한 개를 받는 등 한국인 셰프의 일식당 2곳도 미쉐린의 별을 받았다. 이처럼 한국의 문화를 담은 창의적인 요리에 대한 경험은 결국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안겨 한국을 방문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미식 한국으로의 성장 
한국을 미식 국가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 최지아 대표는 “아직 한국이 잘 알려있지 않은 국가를 감안한다면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미식국가로 알려져 있다고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미주 지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점차 한국을 알고 한식을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패션과 마찬가지로 미식에 있어서도 해외의 트렌드 섹터 사이에서 한식의 인기가 높아져 김치를 모르면 촌스럽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3년 사이, 미식 한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양한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잇따른 글로벌 레스토랑 가이드의 한국 진출, 셰프의 높아진 위상과 대중의 요리에 대한 관심 등이 그것이다.


1. 글로벌 레스토랑 가이드, 한국 진출
온라인을 통한 정보 교류가 활발해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른바 맛집 리스트에 열광하며 미식 탐방을 나선다. 블로거나 입소문이 맛집의 기준이 되던 시기에 블루리본 서베이, 코릿 등이 한국형 레스토랑 가이드의 기준을 만들었으며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레스토랑 가이드의 토대가 됐다. 저명한 레스토랑 가이드 매체들이 한국의 미식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 같은 현상은 셰프에게는 명성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고 파인다이닝의 가이드라인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한국에 첫 발을 내딘 미쉐린 가이드는 미식 한국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올해 26곳의 스타 레스토랑을 선정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간 된 ‘2017 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전세계 28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일본(도쿄, 교토·오사카), 중국(홍콩·마카오, 상하이), 싱가포르 이어 4번째로 발간됐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미쉐린 가이드의 권위를 보고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미식관광을 떠나는 외국인들에게 미쉐린 가이드는 한국의 미식을 가늠하는 새로운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30일, 프랑스에서 시작된 레스토랑 가이드북 ‘라 리스트’의 한국 진출을 알리는 첫 번째 시상식이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렸다. 라 리스트는 프랑스 관광청 회장인 필립 포르 대사가 주관하는 레스토랑 가이드로 2015년에 시작돼 전세계 180개국 1만 6500여 곳의 레스토랑 정보를 담고 있다. 라 리스트는 이날, 전 세계 top 1000 레스토랑을 발표하고 라연, 밍글스, 정식, 권숙수, 알라 프리마, 가온, 랩24, 메르씨엘, 아리아케, 콘티넨탈, 테이블 34, 스시조, 라미띠에, 스시효, 스시선수, 스와니예 이상 16곳의 레스토랑을 시상했다. 올해 라 리스트에 가장 많은 레스토랑을 올린 나라는 일본(148곳), 중국(143곳), 프랑스(120곳) 순이다. 한국은 아쉽게 100대 레스토랑에 들지 못했지만 16곳의 레스토랑이 라 리스트 Top 1000에 이름을 올리며 국가별 종합 순위 16가 됐다. 올해에도 일본은 3년 연속 1위에 오르며 미식 강국으로 입지를 굳혔고 중국은 올해 프랑스를 앞지르고 국가별 랭킹 2위에 올랐다.   



필립 포르 회장은 라 리스트의 첫 한국 진출에 의미를 담아 “라 리스트는 모든 음식 문화를 존중하며 오랫동안 보존돼 온 아시아 음식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에 라 리스트를 알리고 외국인에게 한국의 음식을 소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2. 셰프, 요리를 탐구하다.
미식은 단순히 음식을 즐기는 것을 넘어 역사, 철학, 문학 등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연장선이다. 어느새 인문학과 요리를 매칭하는 게 유행이 될 만큼 우리는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그것을 탐구하는 길목에 서 있다. 해외에서 유명 셰프들과 함께 일하며 실력을 쌓은 셰프들의 등장과 더불어 각종 매체에서 셰프테이너로서 명성을 쌓고 있는 셰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다이닝은 다양성을 추구해 요리의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거듭하며 셰프는 대중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전문 직업군로 껑충 뛰어올랐다. 사람들은 유명 셰프의 이름을 줄줄 꿰고 있고 맛집을 넘어 00셰프의 레스토랑을 찾는 것에 제법 능숙해졌다. 게다가 해외여행 경험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요리나 와인에 대한 지식도 갖춰 과거 일부 고객에게만 향유되던 호텔 다이닝의 문턱도 낮아졌다. 한편 해외 유명 스타 셰프들의 한국 진출도 반갑다. 10년째 서울에서 미식 한국의 가능성을 지켜본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의 레스토랑에 이어 2017년 야닉 알레노 셰프의 레스토랑도 서울에 문을 열며 한국의 미식 문화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미식한국으로 가는 길
1. 정착돼 있지 않은 예약문화 
소위 미식강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에서는 예약 문화도 발달돼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응당 예약을 하고 식당을 방문 할 것을 생각하지만 한국에 도착해보면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뉴욕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의 박정은 지배인은 “뉴욕은 많은 나라에서 방문한 여행객들로 넘쳐나는 도시지만 어느 레스토랑이든 편리하게 예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한국 사정에 밝지 않은 외국인이 맛집을 찾아 예약을 하려고 해도 예약 루트를 잘 알지 못하거나 대부분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언어 지원이 잘 되지 않아 애를 먹기 일쑤다.”라며 외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약 시스템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노쇼 문제도 여전하다. 메르씨엘의 윤화영 셰프는 노쇼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며 “아이러니 하게도 한국에서는 미식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노쇼도 많아진다. 고객들은 이 레스토랑이 어떤 음식을 내는 곳인지 자세히 알지도 못한 채 레스토랑의 유명세만 따라 쉽게 예약하고 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다. 반면 대표적인 미식 강국인 일본이나 프랑스만 봐도 노쇼라는 말은 생소하다. 프랑스에서 근무할 때 예약 손님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일년 한 번 손에 꼽는데 그날은 종일 주방의 화젯거리가 될 정도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윤 셰프는 레스토랑과 고객의 관계가 신용으로 이뤄져 있느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즉 신용을 중시하는 문화, 레스토랑과 셰프에 대한 존경에 대한 체감온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뉴욕의 박정은 지배인은 “아토믹스의 경우 2개월 이상 예약이 꽉 차는데 노쇼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고객들이 예약을 받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갈 정도”라며 한국의 노쇼 문제와 고객과 레스토랑을 갑을 관계로 보는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2. 저평가된 요리의 가치 살려야
과거와 달리 이제 한국에서도 요리의 질적 수준이 높아져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그만큼 미식가들이 많아졌다고 자부하지만 한국의 외식산업은 급격한 속도로 압축 성장 해온 탓에 성장과 문화의 균형이 어긋나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미식문화를 병들게 하는 SNS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SNS에 게시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음식을 음미하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어 올리며 주변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레스토랑 여기저기에서 셔터를 누르는 게 익숙해 졌다. 게시물의 댓글은 또 어떤가? 여전히 음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질보다 양이 우선시 되고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해 섣불리 가치판단을 해버린다. 


이에 대해 윤화영 셰프는 “음식문화는 사진문화가 아니다. 음식 자체를 즐기기보다 내가 어딜 다녀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사진 찍어 올리는 목적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윤 셰프는 이어 “서울과 뉴욕에 있는 레스토랑 정식을 비교해보더라도 관심과 구매력에서 차이가 난다. 뉴욕에서 200달러에 파는 동일한 메뉴를 서울 청담동 한복판의 좋은 건물에서 16만 원에 팔아도 고객들은 왜 이리 비싸냐는 반응이 먼저다. 접시 위에 있는 것만 계산 할 뿐 그 안에 들어간 인적, 물적 서비스의 가치는 배제한 채 쉽게 판단해 버리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즉 요리 자체보다 가격, 식당 건물, 인테리어 등이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게 아쉽다. 물론 모든 레스토랑이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볼 수 없지만 요리의 수준에 비해 전반적인 고객들의 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낸다. 결국 한국이 미식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파인다이닝의 기반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국민적인 감수성을 높이는 바로 교육에 달려있다.


한편 최지아 대표는 미식 한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식이 제공되는 형태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자국 음식을 세계화하며 일정한 틀을 갖췄지만 우리나라는 한식을 먹는 방법에 있어서 어떠한 형태를 갖추지 않아 중요한 자리에서 번번이 채택되지 않는 것이다. 저변이 확대되고,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서비스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한국음식 관련 영상들을 보면 대부분 재미를 강조한 크레이지 푸드이거나 스트리트 푸드가 대부분이다. 많은 한국 음식 가운데 한 부분만 편중되어 조명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파인다이닝으로 갈수록 음식에 기승전결이 있듯이 고급스러운 한식의 면모를 세우기 위해서는 서비스되는 형식과 기준을 세워 어필해야 할 것이다.


3. 미식교육의 필요성 제고
미식 강국으로 손꼽히는 프랑스에 미식문화가 잘 정착돼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에게 요리는 프랑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삶이자 자랑스러운 전통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다 같이 식사하며 포크, 나이프 잡는 법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예절을 익힌다. 학교에서도 미식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실시함으로써 그것을 생활 속에서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윤화영 셰프가 소개한 프랑스 학교의 ‘미식 주간’이 인상적이다. 미식 주간은 프랑스의 학교에서 일 년에 두 차례 실시하는 정규 수업과정으로 요리를 전공하는 사람이나 종사자들이 학생들에게 한 주 동안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이 수업에서는 셰프가 식재료를 가져와서 재배지, 재료의 특성, 사용되는 요리에 대해 설명하거나 요리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만들어 온 요리를 테이스팅 해보는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수업이 진행된다. 또한 이 기간에 학생증을 들고 레스토랑에 가면 50% 할인된 가격으로 요리를 즐길 수 있어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미식을 경험하게 된다. 즉, 한식이 잘 갖춰진 문화로 정착하려면 어려서부터 한식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4. 트렌드에 휩쓸리는 현상 지양해야
미식이 발달한 나라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레스토랑의 요리, 셰프의 요리를 보고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외식업이 트렌드에 쉽게 휩쓸린다는 것은 그만큼 프랜차이즈가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 강국인 셈이다. 활발한 경제활동이 가능한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선언하며 쉽게 뛰어드는 업종이 외식 프랜차이즈다. 외식에 대한 지식 없이 위치 좋은 곳에 가게 하나 열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이 무성한 프랜차이즈 숲을 만들었다. 트랜드 제조기라 할 만큼 빠르게 만들어 퍼트리는 것이 곧 브랜드의 이익에 부합하며 트렌드는 각 매장을 통해 도미노처럼 퍼져 마치 다이닝의 절대적 트렌드가 되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틈새에서 개성을 살려 돋보이지 않으면 곧 구식이 되어버리고 마는 참담한 다이닝 환경이 지금의 팍팍한 현실을 만들었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커틀러리와 수없이 다려 빳빳함이 배어버린 냅킨, 오래된 간판, 노련함이 돋보이는 나이 지긋한 웨이터... 이런 것들이 지닌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요리의 거장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는 “파인다이닝 일수록 변화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파인다이닝에서는 자신의 색깔이 담겨있어야 하는데 레스토랑에 변화를 자주 주게 되면 퇴색될 수 있다. 변화를 항상 예의주시하고 연구하되 그것을 자신만의 색깔로 승화한 뒤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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