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의 Tea Master 13] 중국 티의 테루아

2018.10.30 09:20:24

- 양쯔강을 기점으로 분할되는 강남, 강북 차구

일러두기
• ‌‌티(Tea)는 서양에서 오직 차나무의 찻잎으로만 우린 음료를 지칭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차(茶)는 찻잎, 차나무, 찻물을 모두 지칭하고,
찻잎이 아닌 식물을 우린 음료도 차라고 표기하므로, 본 지면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찻잎을 사용한 상품을 ‘티(Tea)’로 표기한다.
• ‌단, 중국 티의 이름은 우리나라 한자어 ‘茶’의 독음을 원칙으로 표기하고,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른 이름도 병기했다. 단, 일본 티의 이름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


중국에는 길이 육천 킬로미터로 대륙 중앙부를 장대하게 가로지르는 양쯔강이 있다. 이 양쯔강을 기준으로 그 이북, 이남으로 식생이 나뉘기도 한다. 그리고 차구 또한 강남 차구, 강북 차구로 나뉘며, 이는 남동, 남서 차구와 함께 4대 차구에 속한다. 이들 차구에도 마찬가지로 유명한 티를 생산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산지와 테루아적 특성을 간략히 소개한다.



강남 차구(양쯔강 이남)
중국 대륙의 중앙부를 동서로 가장 길게 가로지르며, 세계에서도 세 번째로 긴 강인 양쯔강. 무려 길이만 6300km에 달해 본래 이름도 실은 창장강(長江)이다.


이 양쯔강 이남, 즉 강남 차구에는 저장성(浙江省), 후난성(湖南城), 장시성(江西省), 안후이성(安徽省)을 비롯해 장쑤성(江蘇省), 후베이성(湖北省) 등의 대표적인 티 산지들이 있다. 이곳에서는 여러 유명 티들을 포함하여 중국 티의 ⅔가량이 생산되고 있다.


강남 차구의 특징은 재배지가 대부분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그중 일부는 고도가 매우 높다. 이런 산악 지역에 자리를 잡은 대규모의 재배지들은 토양의 배수가 훌륭하고 일광이 풍부해 고품질의 티를 생산하는 데에도 최적의 장소다.


또한 기후적인 조건도 연평균 기온이 15~18℃이고, 봄과 여름에 집중되는 연평균 강우량은 1400~1600mm에 이른다. 토양은 적황색토이며, 군데군데 황갈색을 띤다. 그리고 곳곳에 따라서는 충적토가 있다. 그중 장쑤성의 자사(紫沙, 쯔사)라는 광물토는 특히 도자기의 원료로 매우 훌륭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싱 차호(宜興茶壺, Yixing teapots)’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장쑤성 이싱시(宜興市)의 특산품인 이 차호는 보통 ‘자사호(紫沙壺)’라고도 한다.
 


● 저장성(浙江省, Zhejiang)
강남 차구의 대표적인 녹차 산지로는 부유한 해안가의 성으로서 저장성을 들 수 있다. 이곳의 재배지는 습하고 아열대성 기후를 보이며, 충적토에는 미네랄이 풍부하다. 저장성에서는 수출을 위해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낮은 품질의 건파우더(Gunpowder) 브랜드뿐 아니라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용정(龍井, Long Jing), 안길백차(安吉白茶, An Ji Bai Cha, 이름과 달리 녹차다), 혜명(惠明, Huiming)과 같은 고품질의 빈티지도 생산하고 있다.

저장성에서 이와 같이 다양한 품질의 티가 생산될 수 있는 데는 산지의 재배지에서는 최고 품질의 티를 생산하고, 평지의 재배지에서는 낮은 품질의 티를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 안후이성(安徽省, Anhui)
강남 차구의 또 다른 대표적인 곳으로는 비경으로 유명한 안후이성을 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품질이 이례적일 정도로 특출한 티를 생산하고 있다. 최고봉이 해발고도 1800m까지 치솟은 황산산(黃山)의 산악 암괴에서는 모봉(毛峰, Mao Feong) 티 중에서도 최고 품질인 황산모봉(黃山毛峰, Huang Shan Mao Feong)을 해발고도 300~800m인 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또한 안후이성은 부식토와 철이 풍부한 적색토의 토질 환경과 온난한 기후가 조화를 이뤄, 이곳의 차농들은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홍차의 산지는 남서부 지역에서도 황산 암괴자락에 위치한 치먼현(祁門縣)이다. 치먼현은 연평균 기온이 약 15℃, 연평균 강우량이 거의 1700mm로서 차나무를 재배하기에 가장 유리한 천혜의 장소다. 여기에서 재배되어 생산되는 유명 티로는 태평후괴(太平猴魁, Tai Ping Hou Kui), 기문(祁門, Keemun)이 있다.


강북 차구(양쯔강 이북)
양쯔강 이북 지방에서 대표적인 티 생산지로는 후베이성, 장쑤성, 안후이성 각지의 북부뿐 아니라 허난성, 산시성, 간쑤성, 산둥성 등이 있다.


이들 지역은 중국 차나무 재배 역사상 새로이 등장한 곳으로 중국 대륙 내의 차나무 재배지 가운데서도 가장 추운 기후를 보인다. 연평균 기온은 12도며, 겨울철에는 영하의 기온으로도 내려간다. 강수량이 적어 1000mm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연평균 강우량은 700~1000mm 정도에 불과하다. 황토와 황갈색의 토양은 중국 북부의 사막 지역과 매우 비슷한데, 독특한 기후 조건을 갖춘 몇몇 산악 지역들에서는 고품질의 티가 생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티로 육안과편(六安瓜片, Lu An Gua Pian), 곽산황아(霍山黃芽, 훠산황야)가 있다. 특히 허난성에서는 양쯔강 이북의 강북 차구를 대표하는 티인 신양모첨(信陽毛尖, Xing Yang Mao Jian)이 생산되고 있다.



세계의 명차 58 _ 교쿠로(玉露, GYOKURO) 녹차



교쿠로는 일본 차 중에서도 품질이 최고로 꼽히며, 1835년에 야마모토 카헤이(山本嘉兵衛)에 의해 소개됐다. 수확 3주 전부터 80%가량의 태양빛을 차단해 재배하는 교쿠로는 찻잎의 광합성 작용을 억제해 상당량의 영양분을 생성, 저장한다. 이로 인해 당분, 아미노산, 카페인의 비율은 증가하는 반면, 카테킨의 양은 감소한다. 또한 찻잎의 향 조성 성분들이 변화하고 찻잎의 색상도 점차 짙어진다. 맛은 부드럽고 섬세해지면서 쓴맛은 줄어든다. 품질이 좋은 교쿠로일수록 찻잎은 암녹색을 띠며, 매우 섬세하고 윤택이 난다. 교쿠로는 예약제로 판매하므로 상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판매가 완료되는 경우가 많다.


마시는 법 : 300㎖ 용량의 서양식 티팟에는 6g 정도의 찻잎을 70~75℃의 물로 4분간 우린다. 자사호나 개완에는 ⅓가량의 찻잎을 70~75℃의 물로 30초~5분간 우린다.


※ 차의 이름은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라 표기했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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