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연의 Hospitality Brand Talk] 쇠락하는 도시의 호텔이 도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일본 Shiroiya Hotel의 리노베이션 스토리

2021.06.28 08:50:47

도쿄의 북서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마에바시(Maebashi)는 20세기 초, 일본 근대화의 선봉이었다. 300년 전통의 료칸이 있던 자리에 바이오필릭(Biophilic) 호텔로 새로 태어난 시로이야 호텔이 있다. “쇠락하는 지역을 멋진 호텔로 다시 부흥시킬 수 있다.”와 “매력적인 관광지를 만들고 나서 관광 수요가 생기면 호텔을 짓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의견 대립의 중심에서 건물주의 강력한 의지로 만들어진 시로이야 호텔. 예상했던 기간보다 3년이 더 걸리고 비용은 2배가 더 소요됐지만, 오너의 의도와 도시의 매력을 담은 정체성이 확고한 유니크 한 호텔이 탄생했다. 이번 호에서는 물과 녹지와 시인의 도시로 불리는 마에바시에 2020년 12월에 재탄생한 시로이야 호텔의 브랜드 스토리를 다룬다.

 

마에바시 지역 주민이 참여한 호텔 리노베이션

일본 근대화에 막대한 공헌을 한 실크 제조의 도시였던 마에바시. 에도 시대에 설립된 시로이야 료칸(그림 2)은 황실청의 납품업자였으며, 소설가, 예술가 및 유명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1970년대에는 75개의 객실을 가진 시티 호텔로 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에바시 도시가 활기를 잃어감에 따라 방문객의 감소로 30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결국 2008년에 폐점했다. 이후 호텔 건물은 여러 번의 철거 위기에 처했지만, 마에바시 출신이자 유명 안경 브랜드인 ‘진스(Jins)’의 젊은 CEO인 히토시 다나카(Hitoshi Tanaka)가 건물을 매입하면서 호텔의 역사는 이어진다.

 

 

다나카가 호텔을 짓기 위해 여러 호텔 전문 개발자들에게 의뢰하고 들은 답변은 “관광객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마에바시에 고급 호텔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먼저 도시가 매력적이어야 호텔에 대한 수요가 생긴다는 답변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전문가로서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나카는 자신의 고향인 마에바시를 관광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곳으로 재건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시로이야 호텔 건물과 추가로 근처 가게 자리를 매입해 유명 수제 파스타 전문점 그라사(Grassa) 및 디저트 전문점, 나카마타(Nakamata)를 오픈했을 정도로 도시 활성화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여러 호텔 전문 개발 업체를 만난 후, 그는 ‘단지 호텔을 짓는 의뢰’가 아닌 ‘호텔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건축가와 함께 일하고자 결심했다. 이에 자신의 안경점 매장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소우 후지모토(Sou Fujimoto) 스튜디오와 함께 하기로 했다. 호텔 경험이 전무했던 다나카와 후지모토는 원래의 예산의 2배를 소요하면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꼬박 6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실제 호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호텔 오너의 도시를 위한 의도와 열정이 바탕이 된 진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잘 아는 다나카가 쇄락한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꼽은 꼭 필요한 3가지는 아름다운 건축물, 경제 활동 생성, 그리고 지역 주민의 참여였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지역 주민에게는 자부심을, 관광객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어필할 수 있다. 활기찬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도시가 자생할 수 있는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 주민 및 지역의 다수 이해관계자의 참여는 그들에게 소속감을 주기에 필수적이다. 마에바시의 주민들은 시로이야 호텔이 2008년 문을 닫은 이후에도 호텔의 역사와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다나카는 호텔을 리모델링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는 새로 오픈할 호텔이 지녀야 할 의미에 대해 현지인들과 많은 토론을 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관심을 끌었으며, 그들의 의견을 호텔 리노베이션에 반영했다. 또한 투자자가 단순히 프로젝트에 돈을 기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투자자들도 프로젝트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 호텔로 태어난 시로이야 호텔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자연과 현대적인 건축물이 서로 어우러지게 하는 디자인으로 ‘바이오필리아(Biophilia)’에서 확산된 개념이다. 바이오필리아는 정신 분석가, 에리히 프롬(Erich Fromm)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생명체/자연을 의미하는 Bio와 사랑을 의미하는 Philia의 합성어로 자연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인간의 심리를 의미한다. 이후 20세기를 대표하는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의 저서 ‘바이오필리아’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됐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사랑은 현대적인 건축물의 내/외부에 식물을 도입해 자연과 건축물, 인간을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다나카는 “마에바시를 숲으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시로이야 호텔은 바이오필릭 호텔로 재탄생했다. 홋카이도 출신의 시로이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후지모토는 다나카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인공물과 자연이 대조되면서 또 조화로울 수 있는 건축물을 구상했다. 그는 호텔을 도시 한복판에 푸른 언덕이 보이는 놀라움을 제공하면서도 도시와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건축물로 사람들이 탐험하고 싶은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그 결과, 시로이야 호텔은 외부에서 바라볼 때는 무미건조한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활력이 있는 곳이며, 호텔 내부에서는 층이 높아질수록 도시를 바라보는 시점이 바뀌면서 도시에 대한 경험을 재창조할 수 있는 곳의 양면성을 지닌 호텔이 됐다.

 

 

4층의 평범한 콘크리트 건물에 75개의 객실이 빽빽했던 건물은 2층과 3층의 객실의 상당수를 부분 철거하며 자연채광을 만끽할 수 있는 광대한 아트리움과 리셉션, 레스토랑 및 라운지, 그리고 17개의 객실이 있는 ‘헤리티지 타워(Heritage Tower)’로 탈바꿈했다(그림 3). 호텔의 외관의 타이포그라피(Typography)는 미국의 아티스트 로렌스 와이너(Laurence Weiner)의 작품으로 콘크리트 건물에 위트를 더한다. 아르헨티나의 아티스트 레안드로 얼리치(Leandro Erlich)는 ‘빛나는 파이프(Lighting Pipes)’를 이용해 호텔 곳곳을 장식했다. 이는 모든 건물을 정맥처럼 통과하는 것으로 ‘연결’을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한다(그림 3)의 우측 상단, 좌측 하단, 우층 하단에서 확인 가능). 실내 곳곳에는 나무 화분을 둬 콘크리트의 차가운 느낌을 보완하며 숲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소 무미건조해보이는 헤리티지 타워와 상반된 디자인으로 초록빛 잔디와 나무를 심은 ‘그린 타워(Green Tower)’가 새로 추가됐다(그림 4). 그린 타워에는 8개의 객실과 핀란드식 사우나 및 미스트 사우나를 포함한 흰색 오두막과 상업공간이 있다(그림 4).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푸르르며, 가을에는 단풍으로 붉은 빛을 띄는 4계절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그린 타워는 도시의 경관에도 변화를 준다.

 

국제적인 아티스트가 참여한 ‘나무’, ‘연결’을 주제로 한 시로이야 호텔의 객실

 

 

시로이야 호텔은 여러 아티스트의 개성을 담은 25개의 객실로 이뤄져 있다. 그중 4개의 특별 스위트룸은 각 디자이너와 호텔의 정체성을 담은 스페셜 객실로 불린다. 이 스페셜 객실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영국의 재스퍼(Jasper Morrison), 이탈리아의 미셀 드 루치(Michle de Lucchi), 아르헨티나의 레안드로 얼리치(Leandro Erlich), 그리고 호텔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소우 후지모토(Sou Fujimoto)다. 각 디자이너의 개성과 시로이야의 정체성을 담을 객실을 소개한다

 

 

- 재스퍼 모리슨 룸

런던 출신의 재스퍼 모리슨은 57㎡의 객실을 미니멀한 느낌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곳으로 꾸미고자 했다. 그는 예술품을 운반하는데 사용되는 포장 케이스인 나무 판넬을 활용해 벽을 마감, 나무 상자와 같은 객실을 선보였다. 사진에서도 자연친화적인 나무 향기가 느껴진다. 이 ‘나무 상자’ 객실의 창문을 열면 호텔의 아트리움이 보여 개방감을 느낄 수 있으며 독특한 뷰를 즐길 수 있다.

 

- 미셀 드 루치 룸

이탈리아 페라라 출신으로 가장 존경받는 건축가 중 하나인 미셀 드 루치가 디자인한 51㎡ 크기의 객실은 2725장의 일본 전통 가옥의 지붕을 짓는데 활용되는 작은 나무판을 이타부키(いたぶき_판자로 지붕을 이는 일) 기법으로 이어 꾸몄다. 모리슨과 마찬가지로 벽지나 커튼 대신 어두운 색상의 목재 지붕의 널을 활용, 차분하고 묵직한 느낌을 제공한다. 어두운 색상의 목재이지만 나무 사이에 틈을 주어 답답한 느낌을 최소화했다. 또한 이어진 목재 틈 사이로 빛이 객실에 비치는 모습은 또 다른 경험과 재미를 제공하는 요소다.

 

- 레안드로 얼리치 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출신인 얼리치는 시로이야 호텔 로비와 아트리움 곳곳을 연결하는 ‘빛나는 파이프’ 작품(그림 3)의 모티프를 객실에도 연결했다. 그는 25㎡ 크기의 객실 곳곳을 금색 파이프로 장식했고, 가구 손잡이, 수도꼭지, 샤워 헤드에까지 활용했다. 또한 따뜻한 색 목재를 침대 헤드와 가구에 활용해 금속의 차가운 느낌을 상쇄하고 전체적으로 조화로우면서도 독특한 느낌의 객실을 만들어냈다. 그는 시로이야 호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기존 구조를 남겨둔 채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300년 과거의 역사가 건물 전체를 흐르면서 현재까지 이어진다는 상징으로 파이프를 활용했다. 다른 특별 객실에 비해 좁은 크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흰색 벽과 거울이 달린 붙박이장으로 공간감을 제공한다.

 

 

- 소우 후지모토 룸

일본 홋카이도 출신의 소우 후지모토는 37m2의 객실을 온통 흰색으로 꾸미고 녹색 나뭇잎 장식을 이용해 포인트를 줬다. 객실 전체에 흰색 가구와 패브릭을 활용했지만, 그 재질과 무늬, 색상에 미묘한 차이를 둬 밋밋해 보이지는 않는다. 침대, 테이블, 의자 모서리의 관 장식에서 새싹이 자라나는 듯한 장식은 마에바시의 비전인 ‘좋은 것들이 자라는 곳(めぶく_ 싹트다의 의미)’이라는 콘셉트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객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때로는 그 분야를 너무 잘 아는 전문가 집단보다 타분야 전문가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발상의 전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로이야 호텔은 마에바시의 르네상스의 상징이 되고자 호텔 및 지역개발 분야에는 문외한이지만, 예술 및 건축과 사업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호텔이다. 예술가들이 혼을 담아 만든 호텔로 고객들은 ‘호텔 안에 숲이 있다’, ‘예술적이고 세련된 장소이다’, ‘치유의 공간이다’, ‘현실과 환상적인 꿈의 세계’ 등의 평으로 예술과 바이오필릭 디자인 측면에서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로비의 노출 콘크리트 마감으로 인해 주변 소음의 울림 현상이 발생해서 대화가 다소 어려웠다는 평과 ‘타깃 고객 층에 대한 의문’이라는 평, 주변에 즐길 것이 없는데 호텔만으로 관광객을 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섞인 평도 보인다. 마에바시가 사활을 걸고 있는 도시 활성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지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시로이야 호텔이 과연 쇠락하는 도시에 르네상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성연
브랜드 전략가
특1급 호텔에서 다양한 부서 경험, 맨체스터 대학 경영학 박사, 브랜닷츠 CEO로 스타트업 브랜드 컨설팅 진행 및 세종 대학교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보스턴에 거주하며 브랜딩 프로젝트와 브랜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정성연 칼럼니스트 sy.ashley.ch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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